1876마력 하이퍼카, 피닌파리나 바티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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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6마력 하이퍼카, 피닌파리나 바티스타
  • 맷 프라이어(Matt Prior)
  • 승인 2022.03.3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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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이탈리아 디자인 하우스는 1876마력 전기 ‘하이퍼 그랜드 투어러’에
딱 맞춤한 자동차 제조사가 됐다

나는 토리노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 평평한 농지로 둘러싸여 있는 시골 경마장 누볼라리 서킷의 메인 라인 시작 지점에 있다.

곧바로 알아챌 수 있었던 건 피닌파리나 바티스타가 가장 화가 난 드라이브 모드인 퓨리오사(Furiosa)에 있다는 것. 그야말로 미친 모드다. 터치스크린이 앞으로 1400kW를 더 쓸 수 있다고 표시하고 있었다. 마력으로 따지면 1876마력(bhp)이다. 나도 모르게 가속 페달을 밟았다. 그리고 웃었다. 웃고 또 웃었다. 불현듯 떠오른 생각은 제동이 필요하다는 것. 

스스로 질문을 던져본다. 이 배터리 하이퍼카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을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0→시속 100km 가속에 2초 이하, 시속 300km 도달에 고작 12초면 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바티스타는 피닌파리나가 이제 더는 단순한 디자인 하우스가 아니라 자동차 제조업체로 거듭났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는 모델이다. 지난날 피닌파리나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차들을 디자인했지만, 지금껏 제조사로 이름을 날린 적은 없다. 

비록 인도의 거대 마힌드라가 소유하고 있을지언정, 오토모빌리 피닌파리나는 스타트업 기업으로 생각할 수 있다. 3년 전 바티스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모였던 인원은 여섯 명이었고 지금도 125명에 불과하다. 피닌파리나는 더욱 화려한 세계 무대 진출을 위해 결단이 필요했다. 

 

퍼포먼스는 머리털이 설 정도로 예측 가능하며 핸들링은 놀랍도록 즐겁다

1900마력의 출력 수치가 놀랍지 않게 들리는 것은 그들 원년 멤버 여섯 명이 있었던 회사들이 처음부터 평범한 차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닌파리나는 리막과 합의를 봤다. 크로아티아 출신 EV 전문가 네베라의 플랫폼 개발을 도울 수 있도록 말이다. 

바티스타는 카본 모노코크, 120kWh 배터리, 그리고 후륜구동 기반의 네 개 모터를 사용했다. 피닌파리나는 바티스타를 세계 첫 순수 전기 하이퍼 그랜드 투어러라고 부른다. 네베라가 좀 더 하드코어라는 것은 분명하다. 

GT에 대해 안다면, 일반 공도에서 조금 더 젠틀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 것이다. 유연하고 편안하고 조심스럽게…. 바티스타는 라페라리와 비슷한 크기이며, 러기지 공간도 넉넉지 않다. 맥라렌 GT와 마찬가지로 콕핏 뒤쪽에 유리로 덮인 구성 요소들이 있을 뿐이다. 

카본 덕분에 충분한 럭셔리 감성도 느낄 수 있다. 지상고는 매우 낮다. 주저앉듯 딱딱한 시트가 있는 실내에 들어앉는다. 거대한 카본 도어도 큰 소리를 낸다. 

보기에도 나쁘지 않다. 차의 가장자리를 가늠할 수 있도록 윙에 헌치가 달려 있다. 커다란 윙 미러와 중앙 미러는 카메라 기능이 들어 있다. 후방 레터박스 스크린이 작기 때문이다.  

 

액티브 리어윙은 에어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감사할 따름이다 

트랙에 들어가기 전 나는 바티스타를 타봤다. 다섯 가지 드라이빙 모드, 출력을 증가시키는 ‘칼마’(Calma)로 시작한다. 이외에도 세련된, 딸그락거리는 소리가 나는 로터리 다이얼을 돌려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다이얼은 400마력이 기본이 된다고 말하면서도 서두르는 법은 없다. 다음, 퓨라(컴포트 모드)는 최고 1000마력이다. 그렇다. 이게 컴포트 모드다. 

가속 응답은 EV 표준으로 본다면 상대적으로 부드럽다. 타이어를 쉽게 압도할 수 있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치고 나간다기보다 파워는 완만하게 증가한다. 주행 모드가 다르면 스티어링 중량이 커지고 댐퍼가 촘촘해질 뿐만 아니라 출력도 높아진다. 대신 승차감은 차분하게 제어된다. 

바티스타는 조향도 부드럽다. 라인을 잘 따르는 긍정적 타입이다. 하지만, 카본이 너무 단단해서 도로 표면 결함이 섀시를 통해 크게 쿵쾅거리는 반면 돌멩이들은 아래쪽에서 뛰는 게 느껴진다. 브레이크 페달은 딸깍 소리를 내며 윙윙거리는 전자제품 소리를 낸다. 대부분의 GT처럼 조용하지는 않지만, 도로 위에서 속도를 즐길 수는 있다. 고속도로에서의 가속은 이후에 뭐가 나올지에 대한 힌트를 줄 뿐이다. 

타지오 누볼라리 서킷은 총 2.7km 길이에 700m 직선구간이 펼쳐져 있다. 광대하고 넓다. 하지만 이번처럼 느낀 감정은 지난번 레이 하우스 고카트 트랙에서 캐이터햄을 몰았을 때밖에 없다. 긴 직선 구간이 매우 짧게 느껴지고 코너를 빠져나오는 일은 브레이킹 존으로 채운다. 오랜 시간을 갈 것인가 설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든다.

 

럭셔리하면서도 운전자 중심의 인테리어, 터치스크린이 측면 주행 정보를 표시한다 

하지만 집중할 만한 가치는 있다. 피닌파리나는 바티스타가 내연기관차들이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지금 현재 이 정도의 가치를 지불하고서 말이다. 

뒷바퀴에만 1206마력이 전달됐다.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어떤 내연기관차도 해낼 수 없을뿐더러 2200kg급 자동차도 할 수 없는 일을 해낸다. 배터리팩은 T-모양으로 운전석 사이와 그 뒤로 배치돼 있다. 낮은 중간 자리를 차지했다. 따라서 뛰어난 안정성을 유지하는 느낌이다. 

처음에는 불안하지만 익숙해지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앞쪽 타이어가 670마력을 낼지라도 뒤쪽은 드리프트 전문가 수준의 출력을 다루게 된다. 코너링은 확실히 가속력보다 더 인상적이다. 이로써 적어도 두 가지는 잘하는 셈이다. 만약 포르쉐나 페라리, 또는 로터스의 규모 있는 엔지니어 팀에게 이 레벨의 퍼포먼스를 쥐어줬더라면 좀 더 유순한 차를 만들어 냈을 것이다. 바티스타에게 작은 기적이 일어난 것과 마찬가지다. 

다만, 안정성 제어 및 토크 벡터링 시스템은 아직 생산 단계에 미치지 못했다. 한순간 감속 포인트를 잃었던 적이 있고 동시에 ABS 오작동도 경험했다. 그 순간 웃음기도 가셨다. 

 

출입이 쉽도록 도어는 버터플라이 형식으로 열린다

마지막으로 개선될 사안들은 꼼꼼한 분석에 따라야 할 것이다. 옵션도 달기 전, 거기다 지역 세금까지 붙는 167만 파운드(약 26억7200만 원)짜리 차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환율이 어떻게 적용될지는 모르겠지만, 영국에서는 아마 200만 파운드(약 32억 원)는 족히 들 터이다. 배송비와 취득세, 등록세 등까지 포함이다. 

피닌파리나는 150대의 바티스타를 팔려고 한다. 더욱 싸고, 조금은 더 느린, 그리고 좀 더 SUV스러운 다음 차는 향후 3년 안에 바티스타의 생산라인이 끝나는 곳에서 나온다. 바티스타와는 전혀 다를 것으로 추측된다. 

처음에 바티스타에 대한 생각은 확실치 않았다. 로드카에서 1900마력에 가까운 출력을 낸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잘 개발된 10만 파운드(1억6000만 원)짜리 트랙카를 타는 것이 더 재밌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게다가 주변에서 편안하고 안락한 10만 파운드짜리 GT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 차는 매력적이다. 개인적으로는 부가티 시론보다 더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이 차는 피닌파리나가 존재한다고 말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 방식은, 보통이 아니다. 

 

Pininfarina Battista

바티스타는 말도 안되는 1876마력의 출력을 낸다. 
몰고 다니는 것 자체가 경이로운 일이다

가격 200만 파운드(약 32억 원) 엔진 4개의 영구동기 자석 모터 
최고출력 1876마력 최대토크 240kg·m 변속기 1단 감속 기어, 4WD 
무게 2200kg 0→시속 100km 가속 2초 이하 최고시속 349km 배터리 120kWh(총합) 
주행거리 500km CO2 0g/km 라이벌 로터스 에비자, 리막 네베라 

 

베일에 가려진 리막인가? 

카본 보디 아래에 바티스타는 많은 부분을 옹치 친구인 리막 네베라와 공유한다. 앞뒤 알루미늄 서스펜션 서브 프레임으로 한 카본 튜브가 똑같다. 각각은 120kWh의 리튬이온 배터리팩으로 작동한다. 배터리팩은 탑승자 사이에서부터 차체 보디를 가로질러 T-모양으로 적용돼 있다. 이 둘은 각 바퀴에 하나씩 달린 네 개의 모터를 돌리며 각각 감속 기어를 사용한다. 

바티스타에서 앞쪽 모터 하나 당 335마력을 낸다. 뒤에 있는 모터는 각각 603마력이다. 하나만으로 충분한 출력이다. 네 개의 모터는 총합 시스템 출력으로 1876마력을 낸다. 나머지 전기차 요소는 바티스타의 주행가능거리가 500km이며, 충전은 250kW를 최대로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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