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BMW iX의 디자인과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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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BMW iX의 디자인과 감성
  • 구 상 교수
  • 승인 2022.03.3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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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의 전기 동력 SUV 모델 iX의 차체 크기는 준대형 SUV 차량 X5와 거의 비슷하다. 기존 BMW의 SUV와 닮은 듯한 실루엣이면서 감각적으로는 다른 느낌을 주는 디자인을 보여준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건 8각형으로 보이는 두 개의 수직 형태 키드니 그릴이다. 마름모 형태의 기하학적 패턴이 그라데이션 그래픽으로 마치 철망처럼 새겨져 있는데, 뚫려 있지는 않아서 그릴(grill)보다는 패널(panel)이 맞는 말이긴 하다. 여기에는 카메라, 레이더 등의 센서가 달려 있다.

앞모습에서 수직 그릴이 인상을 만들고 있다면, 뒷모습에서는 슬림 수평 형태의 테일 램프가 전체 이미지를 만든다. 이건 자동차 디자인 기법에서 앞모습은 수직적이면서 강렬해야 하고 뒷모습은 수평적이면서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교과서적 원칙을 충실히 따른 것이다.

 

그런 한편으로 차체 측면의 이미지는 SUV 다운 인상을 보여주는데, 22인치의 거대한 휠, 그리고 그것을 감싸는 휠 아치 형태가 그렇다. 타이어 개구부는 원형이면서 바깥의 플레어 부분은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한 사각형 조형이다. 로커 패널 아래를 짙은 회색으로 처리해서 SUV 인상을 주고 있다.

헤드램프는 전체적으로 슬림 비례이면서 주간주행등은 마치 두 개의 눈썹이 그려져 있는 듯한 그래픽이다. 그리고 범퍼와 휠 아치의 모서리 등을 모두 날을 세워 샤프하게 처리했고, 그러면서도 곡면이 완만하게 흐르는 조형이다.

측면 유리창 형태도 다각형의 이미지이다. 이제는 BMW의 특징이라고 하는 호프마이스터 커브는 완전히 사라졌다. 특히 D-필러의 iX 로고가 들어간 검은색 가니시와 테일게이트 주변은 자동차이기보다는 전자제품을 보는 듯한 인상이다.

물론 이런 요소들이 있는 건 당연히 전기 동력 차량이라는 기술적 특성을 감성으로 나타냈기 때문이다. 특히 테일 램프 주변의 팽팽한 긴장감으로 절제된 곡면과 샤프한 에지, 테일게이트 면과 그 둘레의 분할 형태, 뒤 번호판 주변의 면과 그래픽은 초감각적 디지털 감성을 보여준다.

 

변화된 감각은 실내에서도 이어진다. 아마도 양산차량 중 최초의 6각형 스티어링 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물론 완전 사방 대칭의 6각형은 아니지만, 에어백 커버의 형태가 거의 그대로 확대된 듯한 스티어링 휠의 형태는 운전 중 손을 올려놓는 위치가 10시 10분이나 9시 15분 방향일 때도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고, 운전 중에도 육각형이라는 게 거의 의식되지 않는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경사진 면이 흘러내려오는 개방적 형태이면서 장방형 디스플레이 패널이 설치돼 있다. 전체 형태에서 본다면 스티어링 휠의 6각형이 곡선적인데 비해 실내의 다른 부분들은 매우 각이 선 형태로 대비된다.

한편 앞 콘솔의 목재 패널 질감은 약간은 갑작스러운 느낌이다. 그리고 그 위에 마치 살짝 올려놓은 것처럼 만들어진 크리스털 질감의 콘트롤 노브는 회전축이 없는 것 같은 심플한 디자인인데, 이런 효과를 내기 위해 디자이너와 설계자들이 이런 저런 궁리를 했을 것 같다. 그리고 나뭇결 위에 인쇄된 흰 글씨 부분을 누르면 버튼처럼 느껴지는 햅틱 구조이다.

 

앞좌석과 뒷좌석 모두 헤드레스트 일체형인데 시트 등받이 패턴을 마치 칼로 벤 듯한 과감한 사선으로 구분해 놓았다. 앞 좌석 헤드레스트는 황금색 인서트 몰드 등으로 고급스러운 조합으로 이런 황금색 요소는 내/외장 디자인 주요 부분에 두루 쓰였지만, 그에 비해 뒷좌석 헤드레스트는 너무 간소하다.

시트에 새겨진 사선 그래픽의 테마는 도어 트림 패널에서도 볼 수 있는데, 시트 직물과 같은 색상과 재질과 메탈 질감의 몰드를 경계로 짙은 회색의 그래픽으로 구분해서 첨단과 모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경계로 들어간 금속 몰드에는 도어 잠금 버튼과 전기식 도어 열림 버튼이 있다.

BMW의 iX의 엔진 소리를 대체하기 위해 BMW가 유명한 음악가와 협업했다는 인공적 주행음은 의외로 전기 차량의 역동성을 느끼게 해주는 요소이다. 그래서 전기 동력 차량 소비자는 기계적 차별성보다 감각적인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 맥락에서 BMW iX는 전기 동력 차량이 가지게 될 감각적 차별성이 무언지를 조금이나마 볼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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