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트 128, 앞바퀴굴림의 선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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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트 128, 앞바퀴굴림의 선구자
  • 시몬 후크날(Simon Hucknall)
  • 승인 2022.03.27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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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자동차회사들이 사용하는 앞바퀴굴림의 대부분 기계적 구성은
거의 잊힌 피아트 차에서 유래했다. 사진 루크 레이시(Luc Lacey)

여러분에게 피아트 128이 어떻게 생겼는지, 도로에서 그 차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아마 아득할 것이다. DVSA(영국 운전자 및 차량 표준 기구)에 따르면, 현재 영국에 등록된 피아트 128은 4대뿐이다. 설사 자신의 자동차 기억 저장소에 이 차가 완전히 삭제되었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128의 노후화에도 불구하고, 이 무해해 보이는 자동차의 박시한 스타일에 영향을 받은 차는 피아트 500, 포드 피에스타, 복스홀 아스트라, 그리고 이 페이지에 나온 현행 폭스바겐 골프를 포함한 지난 50년 동안의 거의 모든 앞바퀴굴림 자동차들이다. 

<오토카>는 왜 이 차들을 한자리에 모았을까? 이들을 연결하는 기계적 혈통이 여전히 각 차의 근본적인 유사성을 보여줄 수 있는 지 여부를 알아보려는 것이다. 특별히 골프를 선택한 이유는 128과 1974년 오리지널 골프 사이에 역사적인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1969년 피아트가 128을 출시했을 때 폭스바겐은 자신들의 오래된 비틀을 교체하기로 결정하고 후속 모델을 위해 앞바퀴굴림 플랫폼을 선택했다. 차체 디자인을 의뢰받은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1970년(피아트 128이 ‘유럽 올해의 차’로 선정된 해) 볼프스부르크의 폭스바겐 연구 부서를 처음 방문했을 당시, 완전히 분해되어 모든 부품에 꼼꼼히 번호가 매겨진 라벨 붙은 피아트 128을 보게 됐다. 

 

그렇다면 폭스바겐 엔지니어들은 출시 당시 평범한 스타일의 이탈리아 차에 왜 그 그렇게 많은 관심을 기울였을까? 그 이유는 128이 당시 모든 최신 기술, 특히 드라이브트레인과 섀시를 성공적으로 통합한 최초의 주류 앞바퀴굴림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운전하고 탑승하는 데 있어 완전히 즐거운 자동차일 뿐만 아니라, 앞바퀴굴림 자동차가 증가하는 추세를 가장 비용 효율적이고 논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었다. 

피아트 128은 길이 3.8m, 폭 1.6m으로 아주 작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어떤 자동차도 이 차의 공간 효율성을 능가할 수 없다. 전체 면적의 80%가 사람과 수하물에 사용되었는데, 10년 앞서 나온 오리지널 미니와 달리 변속 장치를 엔진 아래가 아닌 엔진 끝에 배치했다. 가로방향 장착 엔진과 앞바퀴굴림 레이아웃 덕분이었다. 이는 각 구성 요소가 분리된 각자의 오일 공급 장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완벽한 출력, 내구성, 기어 변속 속도 및 품질에 대한 이점을 제공했다. 게다가, 이 시스템은 변속기를 통한 더 적은 손실을 막았을 뿐만 아니라 (128의 빈약한 55마력 중 51마력이 실제로 앞바퀴에 도달한 것으로 추정됨) 클러치를 교체하기 위해 엔진을 내려야 하는 작업을 피할 수 있었다.

또한 128은 전방에 장착된 라디에이터에 전기식 열 제어 냉각 팬을 도입하여(미니는 크랭크 구동 팬을 측면에 탑재했다) 엔진 예열 속도가 빨라지고 소음이 적으며 전체적으로 더 효율적인 냉각이 가능하도록 했다. 

피아트의 전설적인 엔지니어링 책임자이자 128의 아버지인 단테 지아코사는 이러한 방식으로 엔진룸을 구성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고, 이는 오늘날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보다 기술적인 해결책으로 이어졌다. 엔진과 기어박스를 위한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을 달았고, 폭 때문에 길이가 서로 다른 구동축을 사용해야 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설계는 가속 시 토크 스티어를 유발할 수 있지만, 지아코사는 다양한 직경의 축을 교묘하게 설계하여 비틀림 강성을 동일하게 만듦으로써 이러한 경향을 감소시켰다.
 

앞바퀴의 스트럿과 하부 위시본은 뒷바퀴에도 반복되었지만 커다란 가로방향 리프 스프링에 매달려 효과적인 안티 롤 바 역할을 겸했다. 

전설(그리고 오글거리던 시절 피아트 광고)에 따르면 엔초 페라리는 평상시 타는 자동차로 128을 몰았다. 페라리는 1969년 피아트 제국에 합류했다. 

두 회사 사이의 관계는 또한 1950년대와 1960년대로 이어진다. 페라리의 가장 위대한 포뮬러 원 엔진을 만든 장본인인 아우렐리오 램프레디가 128의 고회전, 오버스퀘어, 초강력 1116cc 엔진을 설계했다. 엔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대부분의 주류 자동차 제조업체에 필수 패키지가 된 더 많은 요소들이 포함되었다. 

 

직물 시트, 바람막이 큰 창문, 라디오가 있는 128의 정겨움
골프는 모든 종류의 디지털 기술을 갖추고 있다

오늘날에는 싱글 오버헤드 캠축이 일반적이지만, 당시 일상용 자동차인 128에서는 최첨단 엔진으로 간주되었다. 여러 성능 버전에 사용되기 시작하여 더 큰 엔진 작동 범위를 제공했고, 생산이 종료되기 전까지 배기량이 최대 40%까지 증가했다. 

이 엔진은 또한 체인 대신 톱니형 고무 타이밍 벨트를 사용했는데, 이는 수명이 짧기는 하지만 더 정숙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패키지는 앞바퀴 디스크 브레이크와 랙 앤 피니언 스티어링으로 완성되었다. 이제 모든 앞바퀴굴림 자동차에 적용되는 구성이다. 

여기 보는 피핀 레드 128은 상향된 1300cc 엔진을 장착한 1977년식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며, 우리 가족이 신차로 출고했고 현재 나의 소유이다. 아버지가 1970년 구입했던 초기 출시 모델을 이 차로 바꿨다. 하지만 지난 세월 나의 손을 거쳐 간 골프도 꽤 많다. 어느 쪽이든, 골프는 그 이름과 기본 공식 그대로 여전히 우리 곁에 있는 반면 128은 40년 전에 영국을 떠났다. 간단히 말해서, 나는 둘 다 존중한다.

여러분이 상상할 수 있듯이, 객관적으로 볼 때, 자동차 디자인과 공학 면에서 44년간의 진화는 이 둘 사이에 상당한 차이를 만들어냈다. 여기 나온 골프는 e하이브리드 모델로서 1.4L 가솔린 터보 엔진과 109마력 전기 모터를 결합하여 128이 가진 60마력의 3배가 넘는 총 204마력의 성능을 제공한다. 

골프의 공차중량은 128의 두 배에 육박(1590kg 대 823kg)하지만 무게 대비 출력비는 128의 1톤당 73마력보다 훨씬 높은 128마력이다. 

 

골프는 128에 비해 무려 428mm 길고 200mm나 넓다. 128이 훨씬 더 오래된 이탈리아 차라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첫 골프 이후 만들어진 안전, 역동성, 성능, 편의성, 경제성의 엄청난 발전을 고려하면, 이 중 어느 것도 전혀 놀라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골프의 핵심에는 50여 년 전 볼프스부르크에서 연구원들이 분석하고 기록하고 고민했던 128 고유의 엔지니어링 구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기어박스와 일렬로 4기통 오버헤드 캠 엔진이 가로 방향으로 장착되어 앞바퀴를 구동한다: (확인). 앞 서스펜션은 맥퍼슨 스트럿: (확인). 길이가 다른 앞 구동축들: (확인). 자동 온도 조절 팬이 있는 전방 탑재 라디에이터: (확인). 랙 앤 피니언 스티어링: (확인).

무게, 출력, 치수가 크게 다른데도 불구하고 두 차가 주행하는 방식대로 정렬한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유사점을 찾기 전에 각각의 동적 핵심을 꿰뚫어봐야 한다.

128이 앞바퀴굴림이라는 사실은 보조 없는 스티어링의 다정한 무게감, 모든 방향 변화에 대한 즉각적이고 긍정적인 반응을 통해 출발할 때부터 명백하게 알 수 있다. 미니나 그보다 많이 팔린 동시대의 차 오스틴 1100/1300의 카트 같은 조향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앞차축 구동 자동차의 특징이 된 타고난 정밀성과 확실한 그립, 직선 안정성을 가지고 있다. 

 

그에 비해 50년 동안 서스펜션과 서브어셈블리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과 함께 전기 제어 및 파워 어시스턴트 스티어링 랙을 사용하는 골프는 일반적인 속도에서 자동차의 힘이 어느 쪽 끝으로 전달되는지를 감추는 경향이 있다. 

이제 앞바퀴굴림과 뒷바퀴굴림 자동차들의 조향 방식이 예전에 거론되던 것만큼 뚜렷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더 많은 속도를 더하면 골프의 조향에서도 128이 보여준 것과 같은 열망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중속 코너의 요철에서 128의 휠을 통한 킥백은 하나의 차축을 통해 구동과 조향을 하는 자동차에서 예상할 수 있는 것이지만, 골프에서는 이러한 특성이 거의 없다. 

즉, 현대적인 골프의 205 단면 타이어는 128의 얇은 145 타이어보다 캠버 변화를 더 많이 전달하지만, 정지 상태로부터 강하게 가속하면 저단 기어에서 스티어링 휠이 손에서 비틀어지는 것은 128뿐이다. 토크 스티어를 잠재우기 위한 지아코사의 임무는 폭스바겐(그리고 다른 많은 회사들)을 통해 성공적으로 완수된 것이 틀림없다. 

이렇게 서로 다른 시대의 자동차들을 비교하는 것은 많은 대조를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골프가 계속해서 세대를 이어오며 진화한 것에 비해 볼프스부르크의 엔지니어들에 의해 발견된 128의 핵심 DNA는 변하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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