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GTAm과 발로코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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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GTAm과 발로코 가는 길
  • 리처드 레인(Richard Lane)
  • 승인 2022.04.0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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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레인은 알파로메오 줄리아 GTAm를 영적인 고향 발로코로 돌려보내는
일을 떠맡았다. 앞을 가로막는 건 1000마일의 거리와 폐쇄된 스텔비오 길뿐이다
사진 맥스 에델스톤(Max Edleston)

“발로코” 귓속에 맴도는 그 이름을 이탈리어로 속삭인다. “250명의 인구가 사는 평화로운 마을. 베르첼리 지역의 광활한 논밭 사이에 숨겨져 있는 마을.” 확실히 평화로워 보인다. 모든 것이 보이는 만큼 고요하다. 경이로운 순간을 위해 목소리를 낮췄다. 

첫 번째 줄리아 GTA가 탄생한 1년 뒤인 1966년에 만들어진 영상을 보면 로드 레이서 이야기가 나온다. “경주에서 이기는 패밀리카”라는 태그라인이 따라붙은 영상은 또한, 사진작가 맥스 애들스톤과 내가 추운 어둠 속에서 알프스 산맥을 헤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줄리아 로드 레이서를 타고 발로코를 향할 예정이지만, 영화만큼 순조로울 것 같진 않다. 

1966년으로 돌아가 보면 내레이터는 발로코가 알파로메오의 새로운 테스트 그라운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발코로는 유럽에서 가장 완벽한 곳 중 하나로 브랜드의 최고 레이서들이 연마하는, 모든 결과가 쇼룸 제품에 영향을 주는 곳으로 묘사됐다. 

해가 질 무렵, 구불구불한 알파인 도로에서는 더욱 놀라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밤 우리가 향하는 발로코는 영화와는 다른 곳이다. 오늘날에는 암코(금속제 안전 장벽)가 많다는 안도감과 크로스오버가 밀려들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1960년대부터 이 지역은 500에이커에 두 개의 트랙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27개 트랙이 1160에이커에 마련돼 있다. 자갈길, 파빙길, 하이스피드 보울, 솔티 포즈, 저마찰 트랙, 스티어링 패드, 그리고 남부 피에몬테 와인 지역의 시골길을 모방한 13마일 랑게 루트 등이다. 

2022년에 티포 33을 찾아내지는 못하겠지만, 알파는 스텔란티스로 알려진 새로운 FCA-PSA 축의 일부이기에 이베코 트럭부터 전기 피아트 500, 푸조 SUV에 이르기까지 모든 브랜드에서 매일같이 새로운 차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비록 페라리가 실제로 그곳에 있을 운명은 아니지만(2016년 독립했기 때문) 그럼에도, SF90이나 로마 등을 먼발치에서 볼 수 있다. 그곳은 자동차들의 동물원과도 같다.

이 차는 1975년 말 무렵 105 기반의 양산차로 이름표를 달았던 유일한 차다. 전기차 시대가 기억해야 할 마지막 GTA이기도 하다. 적어도 마지막 합법적 GTA이다. 전기 배선 따위는 볼 수 없고 배터리로 전기를 빨아대고 있지도 않으며 ‘알레게리타’(경량화)를 외치고 있지도 않다. 이 GTA는 토템적 현대 알파로메오다. 야생적이고 아름다운 아나크로 말이다. 

그래서 몬트리올 그린 줄리아 GTA를 발로코에 반환하는 것은 좋은 역사적 과제가 될 수 있다. 이제, 이 계획은 GTA 320을 타고 독일 서부를 지나 오스트리아를 거쳐 이탈리아로 가는 것이다. 밀라노에서 발로코로 가기 전 스텔비오 패스(Stelvio Pass, 이탈리아와 스위스 접경 지역,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봐야 하는 산악 도로로 꼽힌다 – 편집자 주)를 지난다. 하지만 우리는 스텔비오가 겨울 오후에는 폐쇄된다는 사실을 몰랐다. 맙소사!

 

우리는 궁지에 몰렸다. 이탈리아 알프스의 손드리오(Sondrio,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에 있는 도시, 알프스의 발텔리나 계곡 중앙에 위치-편집자주)로 가야 한다. 하지만, GTA는 산을 하나 넘어오는 데 이미 패스를 사용했기 때문에 스위스를 지나갈 수 없다. 스위스는 GTA가 유럽에서 유일하게 세금을 내야 하는 나라.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탈리아의 도시 볼자노(Bolzano)를 거쳐서 동쪽으로 가는 것. 하지만, 그것도 안 될 것 같다. 우리는 여러 번 전화를 하고 기다렸다. 

지금까지의 여행은 덜 평범했다. 하지만, 특이한 차들이 항상 그렇듯 기억에 남는다. 지금까지 눈에 띈 것은 줄리아가 도로 공간에 민감하고 흰색 선이 칠해진 곳에서 극도로 부드러운 승차감을 보인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만약 차선을 바꾸려 하면 무기력한 진동이 느껴진다. 심지어 아우토반에서도 말이다. 

앞쪽에 더블 위시본 디자인을 적용한 서스펜션은 꽤 정밀하다. 페라리처럼 알파의 유연한 스타일은 처음에는 조금 위화감이 들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드라이버와 도로, 기계의 멋진 몰입감과 통일감을 만들어낸다. 

첫날 독일 북서부 지역 홍수로 진흙 범벅이 된 아이펠 고원(Eifel)에서 알파는 힘겨워했다. 널브러진 건물 잔해들을 임시 콘크리트 다리 위로 옮기고 있었다. 현지인보다 오렌지색 복장의 응급 구조대원들이 더 많았다. 

 

야간 운전은 감각을 높여준다. 알파에서 우리가 원했던 감각은 아니다

둘째 날 바이에른의 남쪽 아래, 아우토반 7 도로가 메밍엔에서 오스트리아 국경까지 굽이쳐 있다. 여긴 항상 조용하다. 전염병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거의 사막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망설이지 않고 V6 2.9L 트윈터보를 터트렸다. 줄리아 콰드리폴리오가 503마력을 만들었다면 GTA는 533마력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빠르고 자유롭게 순항했다. 계기판은 시속 241km를 찍었다. 사이코패스 스타일처럼 레드라인 끝까지 회전수를 끌어 올리며 계속 달릴 수 있다. GTA의 배기음은 모방할 수 없다. 터보가 울부짖는 소리는 다운사이징이 된 다른 차들보다 더 까칠하다. 업 시프트에서는 파편이 튀는 듯한 소리도 난다. 사실 그것보다는 좀 더 부드럽지만….

세 시간 뒤, 우리는 스텔비오에 도착했다. 일몰 사진을 위해 주행 시간을 완벽하게 맞췄다. 근데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잇따른 전화 통화에서 짐작하길 알파의 재무부서는 현재 스위스 세금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꼼꼼한 확인이 먼저다.

마침내, 전화가 왔고 우리는 스위스로 갈 수 있게 됐다. 어떻게 한 것인지, 왜 그랬는지는 묻지 말자. 그리고 우리는 알파인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을 향하고 있다. 

해가 지기 시작했다. 사진 촬영 기회와 장면의 전환에 흥분하려고 할 때 맥스와 나는 그 산 너머에 옛 로마 제국 때 군 캠프가 있던 곳, 손드리오에서 하룻밤을 지새우기 위해 멀리 동쪽 볼자노를 경유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안도했다. 우연하게도 우리는 금광을 발견한다. 슐러데른에서부터 스위스에 접어드는 길에 호박밭을 발견했다. 호박밭은 완만한 경사로로 돼 있었다. 오펜 패스(1923년 이후 스위스에서 처음으로 야생 곰이 발견된 장소)가 우리 앞에 솟아 있다. 그리고 도로는 개방돼 있다. 울퉁불퉁한 2149m 고갯길은 유리처럼 매끈하다.  

 

스텔비오 장벽은 게임을 멈추게 했다. 하지만, GTAm은 멋지지 않은가?

GTAm을 레이스 세팅으로 바꾼다. 댐퍼를 단단히 고정시키고 배기 밸브를 열어 ESP를 완전히 비활성화 시킨다. 차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이 차는 일부 커브에서 쉽게 미끄러진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디퍼렌셜은 전혀 잠기지 않는다. 아니면 그 중간이거나 말이다. 놀랍게도 여기 알파인 패스에서도 심각하게 나를 괴롭히지는 않았다. GTA의 진정한 천재적 면모는 도로 지형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과정 일부로 취급하는 태도다. 거의 관성 없는 미드십 엔진으로 코너를 돌아나가는 방식이다. 믿기 힘든 이 방식은 빠른 속도를 낸다. 그들이 어떻게 그렇게 민첩한 조종과 관대한 서스펜션 움직임을 결합했는지, 비전문가에게는 그저 마법과도 같다. 

가끔은 잊어버리지만, 이 차는 훌륭하다. 주행 품질도 매우 부드럽다. 알파로메오가 슈퍼카를 만들려고 한 것으로 보이지만, 기존에 있던 모델을 기반으로 실제 만들 수 있는 것을 선택했다. 선택은 탁월했다. 줄리아 GTAm은 세단을 기반으로 한 슈퍼카다운 모델에 근접했다. 그만큼 가까워졌다. 결과는 매혹적이다. 주목할 만한 또 한 가지는 운전석에서 새로운 미드십 마세라티 MC20의 느낌이 난다는 것이다. 

줄리아 GTAm은 재규어의 익스트림 XE SV 프로젝트 8 이후에 나온 첫 번째 2인승 모델이다

밤이 늦었다. 그리고 하루의 스트레스가 눈에 띄게 몰려왔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알프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펜에서 내려오는 길은 비교적 쉬웠다. 하지만, 알파의 V6가 휩쓸고 있는 도로를 따라 늘어선 절벽과 절경들이 보인다. 하지만, 코너 사이에서는 휴식을 취할 수도 없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여기서부터 손드리오까지 남쪽으로 가는 최단 경로는 계곡 바닥을 따라 장크트모리츠(St. Moritz, 스위스 그라우뷘덴주에 있는 지역, 동계 스포츠의 메카로도 알려져 있다-편집자주)로 이동하며 그곳에서 계획을 바꿔 2383m의 버르니나 패스(스위스 남동부와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고개)로 향한다. 오펜보다 더 구불구불한 롤러코스터 같은 길이다. 

알파는 정확도가 높고 마른 노면에서는 풍부한 그립감을 자랑한다. 이 또한, 끝없이 사랑스럽다. 심지어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고 해도 험난한 도로가 GTA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다면, 당신은 본능적으로 그 기회를 거머쥘 것이다. 그러다, 난데없이 이탈리아 국경이 나타났다. 그 국경과 함께 예쁜 손드리오와 직선으로 마주친다. 더러워진 알파는 마을까지 낡은 판다 뒤를 따라 심각한 꼬리물기에 들어갔다. 

다음 날 점심시간에 우리는 발로코 실험장에 도착했다. 개장한 지 60년이 된 곳이다. 알파가 걱정하는 만큼 복잡한 감정이다. 2021년에 이 회사는 영국에서 쌍용차보다 겨우 49대 많은 1574대를 등록했다. 메르세데스-벤츠보다는 9만6371대가 적다. 세계적인 상황은 그만큼 우울하다. 세단 및 SUV 클래스에서 모두 매력적이고 기능적인 차를 내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곧 출시할 토날레 SUV와 푸조 2008 기반의 EV가 도움이 될테지만, 알파가 현실적으로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유리처럼 부드러운 오펜의 길은 스위스의 서사시 같은 풍경을 배경으로 구불구불 지나갔다

알파로메오는 줄리아 GTA와 같은 가치 있는 차들을 위해 경제력을 갖출 수 있으리라 보이지는 않는다. 아우디 Q5나 메르세데스 C-클래스처럼 돈 되는 스타일이 되기는 힘들 거라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미드십 8C와 600마력 줄리아 쿠페의 계획은 보류됐다. GTAm에 대한 미련을 잠시 비워두자. 지금 주변에는 어떤 새로운 알파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1000마일을 넘게 달렸던 마지막 경험을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위대한 알파들을 만드는 것은 저항할 수 없는 풍부한 그들의 경험이다. 오래된 마법을 재현하는 알파로메오는 너무 많은 시간을 지나쳐 왔다. 

이런 감각에서 알파는 혼다와 비슷하다. 회사는 열정과 뛰어난 엔지니어링 전문 지식을 보유하고 있지만, 제품 수준에서 이 모든 것을 실현할 방향, 일관성 및 자신감이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 

푸조의 부활을 이끈 장필리프 임파라토, 새로운 CEO가 그걸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어찌 됐든 그에게 필요한 것은 발로코에서 GTAm에 앉아 한 시간 동안 책을 읽을 여유다. 퇴색한 발자취를 털어내고 알파가 얼마나 마법처럼 영감을 주는지를 상기시키기 위해서. 

알파로메오 줄리아 GTAm

가격 15만8000파운드(약 2억5280만 원) 엔진 V6, 2981cc, 트윈 터보차저, 휘발유
최고출력 533마력/6500rpm 최대토크 61.1kg·m 변속기 8단 자동, RWD 무게 1540kg
0→시속 100km 가속 3.6초 최고시속 307km 연비 11.1km/L 배출량 244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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