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온 박쥐, 맥머트리 스피어링을 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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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온 박쥐, 맥머트리 스피어링을 타다
  • 사이먼 헉널(Simon Hucknall)
  • 승인 2022.01.08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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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맥머트리는 부가티만큼 빠른 자신들의 전기차가 고성능 자동차의 미래를 대표한다고 믿는다. 도닝턴 파크를 달리는 이 차를 사이먼 헉널(Simon Hucknall)이 만나봤다
사진·자콥 이베리(JaKob Ebrey)

도닝턴 파크의 패독이 슈퍼카들로 가득 찼다. 전형적인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서 만날 수 있는 인상적인 수집품들보다는 공산품 느낌이 강한 차들이다. 어쨌든 주변을 20분만 돌아다녀보면 이것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스러워진다. (부가티 시론이 여기 또 있군!) 하지만 정상 수준보다 5단계 높다. 이 행사는 ‘미쉐린 시크릿 슈퍼카 미팅’으로 알려져 있다. M1 도로와 서킷 사이 모든 교차로마다 스마트폰을 휘두르는 10대 인파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시크릿’은 아닌 것 같지만. 

맥머트리 오토모티브에서 나온 팀을 만나 시제품 경주용 자동차 스피어링에 대해 더 알아보기 위해 여기 왔다. 피트 개러지 22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스피어링은 옆에 주차된 페라리 250GT SWB를 뚱뚱해 보이도록 만드는 독특한 차다. 길이 3200mm, 폭 1500mm인 사이즈는 일반 시론보다 약 30% 작다. 1000마력, 1000kg 미만이라 무게 대비 출력은 40% 더 높다. 맥머트리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300km까지 가속시간을 9.0초라고 강조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스피어링은 지난 여름 굿우드 페스티벌 오프 스피드에서 데뷔했다. 완전하게 전기로 구동하는 1인승 폐쇄 운전석 경주용 차로, LMP1 안전 표준을 기반으로 설계됐다. 카본파이버 모노코크 /차체 구조와 교묘하게 통합된 배터리 팩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스피어링이 정말 돋보이는 것은 다운포스용 날개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 리어 윙이 만드는 항력을 이겨낼 필요 없이 허공을 향해 창(스피어)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피어링의 다운포스는 필요할 때만 적용된다. 차체 하부의 팬을 통해 말 그대로 트랙 표면으로 차량을 빨아들이면서 전기차 답지 않게 120dB의 제트기 같은 소음을 발생시킨다. 모터스포츠에서 중요한 극적 음향 요소가 전기차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스피어링의 팬 소리를 꼭 들어보기 바란다. 

이것은 맥라렌이나 페라리에게서 기대할 법한 혁신이다. 하지만, 사실 맥머트리는 불과 5년 전에 설립되었다. 콩코드의 롤스로이스 올림푸스 엔진을 개발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던 아일랜드 발명가이자 사업가 데이비드 맥머트리 경의 머리에서 나왔다. 현재 글로스터셔 시골에 기반을 둔 작은 회사지만 고도로 숙련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맥머트리 총괄 톰 예이츠는 메르세데스 AMG 하이 퍼포먼스 파워트레인스(벤츠의 포뮬러1 7연패를 뒷받침한 영국의 기업) 출신. 테스트와 개발 드라이버이자 힐클라임 능력자인 알렉스 서머스가 스피어링을 몰고 트랙을 돌기에 앞서 예이츠가 차를 구경시켜줬다. 

 

톰 예이츠는 맥 머트리의 MD다
알렉스 서머스는 테스트 드라이버

이 차는 맥머트리의 2세대 자동차다. 1세대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 “첫 번째 차는 우리에게 대단한 배움의 장이었다” 

예이츠가 말했다. “우리는 백지상태에서 완전한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일을 해냈다. 이 차는 첫 번째 차로부터 진화했지만 디자인 초점이 약간 다르다.”

걸윙 도어가 열린 스피어링의 실내로 들어가 앉았다. 처음에는 키가 170cm밖에 안 되는 나조차도 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너무 작아 보였다. 하지만 일단 몸을 끼워 넣고 나면 헬멧 쓴 신장 2m 드라이버도 탈 수 있다는 맥머트리의 주장이 사실로 믿겨진다. 

몸이 약간 뒤로 젖혀지고 엉덩이는 낮게 자리해 실내 측면에 바싹 붙는다. 배터리 부산물이 시트를 사실상 U자 모양으로 감싸고 일부는 다리 아래에 배치되어 있다. 조절식 페달 박스는 놀라울 정도로 편안한 운전 자세를 잡는데 도움이 된다. 페달이 칼럼 양쪽으로 배치된 탓에 브레이크는 왼발로 밟아야 한다. 가속페달은 작동거리가 길다(나중에 서머스가 말한 바에 따르면 풍부한 힘을 가늠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시제품인 F1 스타일 스티어링 휠을 부착하기 전에는 다른 제어 장치를 찾아볼 수 없다. 휠에는 다운포스 팬을 수동으로 제어하기 위한 패들(그렇지 않으면 자동으로 작동), 트랙션 컨트롤 수준을 변화시키기 위한 스위치, 차량 내 하위 시스템을 작동하기 위한 다른 두세 개의 토글 스위치가 있다. 휠 중앙의 디지털 디스플레이에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예이츠는 “처음부터 우리는 차를 콤팩트하게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라고 말한다. “전기차는 특히 전체 중량과 배터리 무게 측면에서 비효율성에 대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따라서 처음부터 이 차는 저항이 낮고 최대한 가벼워야 했다. 1인승으로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스피어링은 진심 돋보인다. 심지어 클래식카나 하이퍼카 필드에서도…

현재 맥머트리의 목표는 스피어링을 위한 원메이크 레이싱 시리즈를 개발해 EV로 이뤄진 모터스포츠의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맥머트리의 도로용 자동차는 볼 수 없다는 뜻일까? 예이츠는 “아니다. 우리는 적정 시점에 도로용 차를 준비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낮은 무게와 콤팩트한 크기를 지닌 이 콘셉트는 현재 대부분의 도로용 차보다 작다. 전기차 시대 운전자용 자동차의 미래를 위한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말한다. WLTP 주행거리도 560km로 현재 EV로서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팬으로 생성되는 다운포스를 이용한 경주용 자동차라는 개념은 새롭지 않다. 하지만 스피어링의 경우 순수하게 물리적인 접지력을 높이는 것보다 효율성에 더 큰 이점이 있다고 예이츠는 말한다. “우리는 에너지 소비가 거의 없으면서 강력한 수준의 다운포스를 제공해야 한다”라고 그는 설명한다. “대부분의 경주용 자동차에서는 공기역학 다운포스가 항상 적용되는데, 이 경우 저항으로 인한 엄청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이는 자동차도 더 무겁다는 것을 의미한다.”

포뮬러 E와 같은 기존 전기 모터스포츠 챔피언십에 이 기술이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예이츠는 맥머트리가 궁극적으로는 자동차와 기술(특허 보유) 모두를 제공하기를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대화를 통해 알아보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당분간은 스피어링의 지속적인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스피어링의 공기역학은 앞쪽 터널에서 드레그를 만들어 내도록 설계됐다

그리고 오늘 10분간의 독점 주행 시간을 통해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주요한 트랙을 제대로 주행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도닝턴을 도는 작고 검은 발사체에 모든 시선이 집중된다. 실현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고 침착해 보인다. 이런 행사에서는 자동차와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주행을 마친 자동차가 개러지를 향해 후진하기 전에 소수의 군중이 모여 들면 안심할 수 있다.

그리고 반전이 이어졌다. “대단하다,” 서머스가 말한다. “그런데 사실 다운포스 없이 주행했다. 내가 팬을 켜는 것을 깜빡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베이스(섀시) 튠이 얼마나 좋은지 입증됐다.” 

짧은 시범 주행 외에는 아무것도 의도한 바가 없지만 서머스는 직선구간에서 최소 시속 236km로 달렸다. 이 차의 제한 최고시속은 320km이다.

서머스는 이것이 떠들썩한 숫자에 관한 것만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기술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것이 운전 경험을 바꿀 것이라는 면에서 말이다. 하지만 시속 240km로 달릴 때는 ‘전기차네, 전기차야’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 차 정말 빠르다’고 생각하게 된다.” 

맥머트리의 다음 목표는 스피어링으로 세계 기록들을 갱신하거나 수립하는 것이다. 비록 지금은 어떠한 기록들을 목표로 할지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지만. 그러나 오늘의 반응을 볼 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영국 슈퍼카 동호인들의 상당수가 고성능 자동차의 미래를 실감했으리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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