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속기의 혁신, PDK 40년을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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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기의 혁신, PDK 40년을 돌아보다
  • 최주식
  • 승인 2022.01.0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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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97을 통해 최초로 양산차에 적용된 PDK 기어박스

기술적인 결과물은 단순한 고민에서 시작된다. 수동변속기의 장점은 살리면서, 자동변속기의 단점을 없애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고민은 1981년 PDK 개발이라는 탁월한 결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시작은 훨씬 오래 전이었다. 

“포르쉐에 인생을 바친 사람”으로 소개된 라이너 뷔스트(Rainer Wüst)는 PDK 개발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 그는 1971년부터 변속기 테스트 엔지니어로, 이후 2009년까지는 바이작 개발 센터에서 섀시 개발 책임자로 일했다. 그는 “기술이 성숙되고 완성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포르쉐는 PDK 개발을 통해 20~30년을 앞서간 선구자였다”고 말했다. 

포르쉐 디자이너 및 엔지니어들은 이미 1964년부터 캠 디스크를 통해 기계적으로 제어하는 파워시프트 듀얼 클러치 변속기 개발을 시작했다. 문제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실현할 전자식 유압 시스템이 없었다는 것. 뷔스트는 “70년대 초 당시, 정교한 클러치 컨트롤을 구현하는 강력한 전자제어 장치를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1960년대 후반, 포르쉐 개발 책임 페르디난트 피에히(Ferdinand Piëch) 또한 PDK 개발 주역 중 한 명이다. 그에게 듀얼 클러치 시스템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이는 헝가리 엔지니어 임레 소드프리트(Imre Szodfridt)였다. 뷔스트는 소드프리트에 대해 ”매일 같이 아이디어가 샘솟았던 사람”으로 회상한다. ‘타입 919’ 변속기가 탄생했지만 거친 변속 프로세스로 인해 더 이상 개발되지 않았다. 

1973년의 석유 위기 이후 독일연방연구기술부가 자동차 산업계에 개입했다. 1979년에는 연비를 저감시키는 기술 대회를 열어 자동차 제조사들을 경쟁시켰다. 이른바 ‘비클 2000 비전’이었다. CVT, 수동기어, 토크 컨버터 등과 비교해서 PDK 변속기가 가장 미래 지향적인 기술로 입증되었다.

그 당시 개발 책임자 헬무트 플레글(Helmut Flegl)은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유망할 것으로 생각했다. 뷔스트는 “우리는 여러 분야를 통합한 팀을 꾸렸는데, 젊은 엔지니어로서 정말 흥미로운 도전이었다. 지하 저장실에서 소드프리트가 만든 첫 기어박스를 발견한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고 회상했다. 

 

1969년 특허받은 임레 소드프리트의 도해
1969년 특허받은 임레 소드프리트의 도해
PDK가 동력을 분할하는 과정

강력한 전자제어 장치나 차량용으로 적합한 전자 유압식 밸브가 없었기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금씩 PDK의 기본 기능을 개발해 나가며 ‘포르쉐 924’에 프로토타입을 탑재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를 경영진에게 보고하고 가능성을 판단, 실제 양산으로 이어졌다. 

‘포르쉐 956’과 함께 레이싱을 위한 PDK의 성능 개발도 진행되었다. 레이싱 드라이버로서 PDK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한 한스-요하임 스턱(Hans-Joachim Stuck)은 “첫 테스트 드라이브는 매우 값진 경험이었다. 스티어링 휠에 손을 유지한 채 기어를 변속하는 느낌은 정말 대단했다. 끊김 없이 훨씬 더 빠르게 변속하고 운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동변속기와 동일한 방식으로 기어는 시프트 포크를 통해 체결되지만, PDK에서는 컴퓨터로 제어되는 전자 유압식 밸브가 그 역할을 수행한다. 기어를 변경할 때는, 새로 작동하는 클러치는 연결되고, 이와 동시에 이전에 체결되어 있었던 클러치는 연결이 끊어진다. 

뷔스트는 “이 기술은 견인력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완전히 자동화된 기어 변속을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포르쉐 워크스 드라이버 책임자 크리스찬 하우크(Christian Hauck)는 “결국 PDK는 수동과 자동변속 기술의 장점만을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포르쉐 모터스포츠는 수십 년 동안 양산차에 사용될 기술을 위한 개발 연구소 역할을 해왔다. ‘포르쉐 962’는 1980년대 PDK를 장착한 최초의 레이스 카였으며, 1986년 스턱은 데릭 벨과 함께 몬자 (Monza) 360km 레이스에서 첫 우승을 기록한데 이어, 1986년 월드 챔피언십까지 거머쥐었다. 

 

PDK를 장착한 928
신형 파나메라에 개선된 PDK가 사용되었다

포르쉐가 개발한 PDK는 랠리에서도 테스트를 거쳤다. 발터 뢰를(Walter Röhrl)은 1985년 말 셈페리트(Semperit) 랠리 첫 출전에서 PDK를 장착한 아우디 스포츠-콰트로 S1 모델로 우승을 차지했다. 파워시프트의 이점은 변속이 빈번히 일어나는 랠리 조건에서도 빛을 발했다. 

협력업체의 지원에 의존해야 했던 1980년대 말, PDK를 양산차에 적용하는 시도는 일시적으로 중단되었다. 대신 포르쉐는 1989년 11월에 선보인 토크 컨버터 자동변속기인 팁트로닉(Tiptronic) 개발에 집중했다. 발전을 거듭한 팁트로닉은 ‘포르쉐 986’, ‘포르쉐 993’에 사용되었다. 

2000년대 높은 수준으로 발전한 전자제어 성능과 정교화 된 장비 덕분에, 2008년 출시된 911 시리즈에 PDK를 옵션으로 제공할 수 있었다. 1년 후에는 파나메라에 기본 사양의 드라이브 아키텍처로 도입되었다. 이는 PDK를 기본 사양으로 장착한 최초의 모델이 되었다. 스턱은 나중에 스티어링 휠에 두 개의 버튼을 장착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오늘날 PDK는 효율과 성능을 동시에 상징한다. 각 포르쉐 모델 시리즈의 가장 스포티한 버전에는 듀얼 클러치 변속기만을 제공한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718 카이맨 GT4 RS도 그 중 하나다. PDK는 가장 빠른 랩 타임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효율적이면서도 편안한 드라이빙을 뒷받침한다. 

전 세계 미디어 대상으로 개최한 PDK 개발 40주년 기념 디지털 라운드 테이블에서 포르쉐는 “역사적인 자동차 모델을 기념하는 것뿐 아니라 중요한 기술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기술 개발에 끝은 없으며 전동화 시대에도 PDK 개발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동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하이브리드카에 쓰임은 물론 그 기술력이 전기차 기어박스에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포르쉐가 변속기의 혁신을 멈추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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