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폭스바겐 8세대 골프의 디자인 특징
상태바
[구 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폭스바겐 8세대 골프의 디자인 특징
  • 구 상 교수
  • 승인 2022.03.04 12: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세대 골프가 국내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세대가 바뀌는 신형 모델이 나올 때마다 드는 생각은 시간이 참 빠르다는 것이다. 7세대 골프가 A필러 아래쪽에 삼각형 보조 유리창을 달고 나왔을 때가 2013년이었는데, 벌써 9년이 지났다. 

물론 9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8세대 모델이 나왔지만, 7세대 골프는 이상하게도 전혀 지겨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늘 살펴보는 8세대 골프는 그야말로 해치백의 교과서라고 불릴 정도로 승용 해치백의 기본기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해치백의 기본기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 결국 경제성과 공간 활용성의 두 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폭스바겐이 연비와 배기가스 딜레마에서 비롯된 문제, 이른바 디젤 게이트가 있었다고 해도 결국 많은 사람들이 골프의 연비와 실용성에 의심하지 않는다. 물론 이건 필자의 견해일 따름. 

골프는 기능적인 합리성을 보여주면서도 지나치게 감각적인 면을 고집하지도 않는 독일차의 실용적인 특성을 잘 보여주는 모델이다. 해치백 승용차답게 2열 접이식 좌석과 수직에 가까운 테일 게이트 조합으로 거의 스테이션 왜건에 필적하는 공간을 가졌다. 물론 유럽 현지에는 엄청난 공간을 가진 골프 왜건 모델이 따로 존재한다.

8세대에 걸친 골프의 변화는 문자 그대로 진화적인 것이다. 실용성과 기능성이라는 가치를 유지하면서 시대적인 변화를 차체 세부의 감성적 형태 변화로 보여준다.

8세대 골프의 앞모습에서는 헤드램프가 계단 형태로 바뀌었지만, 명확히 신형이라는 인상을 주지는 않는다. 이는 기존 모델을 타던 사람들에게나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나 새 모델에서도 골프의 가치가 바뀌지 않았다는 인식을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테일램프도 계단 형태의 모습이다. 어쩌면 이런 계단 형태들은 디지털적 감각을 입힌 것일지 모른다. 7세대 모델에서는 헤드램프와 테일램프에서 사선 형태가 쓰였던 것에 비하면, 그 차이가 크지 않으면서도 분명한 시대적 감각을 반영하는 조형이다.

차체 측면의 캐릭터 라인은 헤드램프에서 테일램프에 이르기까지 일관성 있게 이어진 모습이다. 다만, 앞 펜더에서 커다란 휠 아치로 실질적으로 연결되어 있기보다는 이미지 상으로 연결된 모습이다. 그대신 17인치 휠이 장착된 커다란 바퀴가 휠 아치와 결합돼 건장함을 보여준다.

17인치라는 휠 크기는 결코 작은 게 아니다. 하지만 요즘은 20인치가 기본으로 나오는 등 전반적으로 휠이 커지다 보니 17인치도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 착시가 일어나기도 한다.

 

실내로 오면 역시 조용하지만 기술의 진보를 보여주는 디자인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을 볼 수 있다. 수평 기조의 형태이면서 풀 디스플레이 운전석 클러스터와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가 자리잡고 있다. 운전석 클러스터는 디지털 콕핏이라는 기술로 더 기능적인 모습을 갖췄다.

이외에도 시프트 바이 와이어(shift by wire)라고 불리는, 물리적으로 작동하는 변속기가 아닌 전자식 스위치로 작동되는 작은 변속기 레버가 적용돼 있다. 디지털 기술 혜택은 실내의 엠비언트 조명으로 이어진다.

 

자동화에 의한 편리함 이면에는 운전 조작이 직관적이지 않다는 반대의 특징도 분명히 존재한다. 결국 이러한 전자기술의 적용 확대와 편의성 향상은 전체적으로 사람들의 이동성을 높여주기 위한 발전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첫 골프 모델이 등장한 것이 1974년이고 이제 2022년에 이르렀다. 50년에 걸쳐 8세대의 진화를 거쳐온 골프의 모습은 실용적인 소형 해치백 승용차가 공간을 키워 거주성을 높이고 보다 운전하기 편안한, 그러면서도 연료효율성을 가진 가장 보편적인 가치에 충실한 모습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시대를 반영한 감각적인 변화를 추구하지만, 그것이 이전 모델을 구형으로 만들어버리지는 않는, 합리적인 진화를 반영한 독일의 기능주의적 디자인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것이 새로운 8세대 골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