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80년 역사를 돌아보는 기념 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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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80년 역사를 돌아보는 기념 시승
  • 제임스 앳우드(James Attwood)
  • 승인 2022.02.2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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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며 강산도 여러 번 바뀌었다. 윌리스 MB와는 기계적인 측면에서 공통점이 없다는 사실에 놀랄 것도 없다. 윌리스 MB는 지금 우리에게 지프로 인식되고 있는 첫 번째 차이며, 랭글러는 그 마지막이다. 서로 완전히 다른 시대에 완전히 다른 회사에서 매우 다른 목적으로 만든 완전히 다른 기계다. 

하지만, 둘 사이에 부인할 수 없는 공통점이 있다. ‘자유’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런 철학을 반영하는 디자인이다. 매우 미국적인 자유를 의미하기도 한다. 불꽃놀이라던가 치어리더, U-S-A! U-S-A!라는 외침 소리, 그리고 치즈로 뒤덮인 아무렇게나 구겨 넣은 감자튀김 정도라고 해둘까?

MB의 얇은 스티어링 휠 뒤편에서 자유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우리가 원할 때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능력에 대해 생각했다. 이 차는 첫 번째 지프다. 알파벳 대문자 ‘J’를 가리켰던 브랜드 그 이상의 별명으로 불리던 시대에서부터 말이다. 현대적 기준으로 보면 대시보드는 벌거벗은 디자인이다. 천정이 없거나 시트벨트와 거친 느낌의 패브릭 스트랩이 그 이외 어떤 것도 제공하지 않는다는 힌트를 던져준다. 

하지만, 이런 기행에 한 번 익숙해진다면,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려면 뒤꿈치를 들어야 하고 발끝으로 가속 페달을 밟아야 한다. 시동 버튼을 누르기 위해서는 대시보드로 기지개를 켜듯 팔을 뻗어야 한다) 그리고 긴 작대기에 꽂힌 기어 레버와 레슬링을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면, MB가 왜 군용차로 이용됐으며, 왜 그렇게 빨리 민수용으로 적응할 수 있었는지도 쉽게 알 수 있다.

 

탈부착이라는 형태로 본연의 자유를 얻은 것처럼 자동차의 형태에 접목한 것이다. MB는 빠르고 쉽게 무장해제 할 수 있으며 재미있게 운전할 수도 있다. 80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거칠고 강력한 느낌이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가장 험난한 오프로드 트랙을 정복할 수 있다. 

이 차의 후속 모델들을 구입한 많은 사람은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자유를 만끽했다. 즉, 미국 서부 지역의 와일드함과 거친 석산을 가로지르는 루비콘 트레일, 자갈밭, 모아브 주변 태양에 그을린 트랙 등이 왜 지프 본연의 모습과 어울리는 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다 현실로 돌아오면, 사막의 모래밭에 빠지는 대신, 차가운 캠브리지셔 바람과 눅눅하고 썩어 들어가는 나뭇잎이 가득찬 곳에서 최고출력을 경험한다. 우리의 자유는 언젠가 돌아올지 모르지만, 여행의 제약과 복잡해진 세상은 유타가 아닌 영국에서 지프의 80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이유다. 

그나마 다행히, 1940년 MB의 등장은 자유를 위한 싸움에 뿌리를 두고 있었기 때문에 제국 전쟁 박물관 덕스포드는 이에 적합한 장소다. 그해 7월 세계 2차대전이 격화되면서 미군은 포드 모델 T를 개조한 경형 정찰차량의 대체 필요성을 인식했다. 미군은 요구 사항 목록을 작성하고 135개 제조업체를 초청했다. 두 개의 기업이 입찰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80년이 이리저리 쪼개졌지만, 연관성은 분명히 있다 

당시 입찰은 미국의 밴텀 자동차회사와 오하이오 기반의 윌리스-오버랜드가 맞붙었다. 밴텀은 가장 먼저 대응한 회사다. 입찰을 받은 지 49일 만에 시제품 테스트를 실시했다. 하지만 밴텀이 생산량을 맞출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미 육군은 윌리스-오버랜드와 포드를 다시 초청했다. 밴텀은 설계에 속도를 냈다. 결국 세 가지 설계가 제시됐고 미군은 <오토카>의 ‘로드테스트’처럼 철저한 분석이 따르는 기준으로 만족할 만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윌리스-오버랜드 쿼드는 60마력 고데빌(Go Devil) 4기통 엔진 덕분에 가장 강력했다. 밴텀은 가장 연비 효율적이었으며, 포드 피그미(Pygmy)는 더욱 견고한 구조와 훌륭한 디자인 디테일을 선보였다. 미군은 계속해서 스펙을 바꿔 요구했다. 예를 들어 오리지널 차량의 총 중량은 1300lb로 무게가 부족하다는 것 등의 이유가 따랐다. 결국 첫 번째로 계약을 따낸 회사가 윌리스-오버랜드였다. 포드가 이어 계약하며 생산 수요를 충족했다. 밴텀에게는 트레일러 제작 계약이 주어졌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시제품들을 만들어 제공한 것이다. 차는 빠르고 민첩했다. 어떤 지형도 다룰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인한 면모도 보였다. 무기를 실어 나를 수 있었고 차체에 기관총을 달 수도 있었다. 전장에서 구급차 역할도 했다. 아무튼 어원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있는 ‘지프’(jeep)라는 별명을 가지게 됐다. 미국이 전쟁에 합류하며 유럽과 태평양 전역에 걸쳐 활동을 시작했다. 

윌리스-오버랜드는 36만8000대의 MB를 만들어 냈다. 포드는 라이선스 아래 27만7000대를 제작했다. 

 

전쟁이 끝나자 윌리스-오버랜드의 최종 결정권자들은 민수용 지프의 미래를 그렸다. 비록 전 세계 수많은 진취적 도전에 밀렸지만 말이다. (많은 이들은 이미 미군이 남긴 지프를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바꿔나갔다.) 1945년 지프 CJ-2A가 출시됐다. MB는 트렁크, 스페어 타이어, 더욱 큰 헤드라이트와 기타 편의 장비를 달았다. 

이 회사는 1943년 지프라는 더욱 세련된 이름을 상표로 등록하려고 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을 내비쳤던 밴텀과 몇몇 회사 때문에 무산됐다. 윌리스는 어쨌든 그 이름을 광고에서 사용했다. 논쟁은 있었지만, 1950년에 결국 지프라는 이름이 상표로 등록됐다. 

진행 중이던 군용차 생산 계약으로 윌리스-오버랜드는 오프로더 차량의 성공에 집착했다. 그리고 다시는 자동차 생산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왜고니어 SUV와 글래디에이터 픽업 트럭을 포함한 추가 모델로 지프 라인업을 확장했다.

 
지프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윌리스-오버랜드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1950년 카이저(Kaiser)에 인수됐다. 1963년 지프는 카이저-지프라는 새로운 브랜드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순탄치 않았다. 1969년에는 아메리칸 모터 코퍼레이션(AMC)에 인수됐다. 

AMC 산하에서 이 브랜드는 1976년 CJ-7을 포함해 가장 진취적인 머신들을 내놓는다. 20년 역사에서 가장 핵심 모델인 지프에 큰 디자인 변화가 적용된 것이다. 휠베이스가 길어져 자동 변속기를 달 수 있었고 플라스틱 루프와 강철 도어가 옵션으로 제공됐다. 

 

오리지널 윌리스 MB는 자동차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만을 갖고 있다

MB의 기본 배치와 스타일링 요소들은 남아 있지만, 군용의 흔적들은 사라졌다. 실용성보다 스포티함이 더욱 강해졌다. 대형 다이얼에 적용된 길고 구부러진 폰트부터 황갈색 가죽 시트까지, 좁고 둥근 보닛은 MB의 형태를 유지했지만, 이것저것 구겨 넣자는 주의로 향했다. 1976년에 만약 인플루언서가 존재했다면 CJ-7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은 인스타그램 활동에 태클을 걸었을지도 모른다. 

이 차를 운전하면 태평한 즐거움이 있다. 스티어링이 부드러운데 오프로드 타이어를 신었다는 느낌이 잘 들지 않는다. 그리고 IWM 덕스포드 길에 접어들면 차체가 요동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타막 테스트 경로에서는 나긋나긋하고 얌전하지만, 돌덩이 가득한 곳이 더욱 포근하게 느껴진다는 것은 분명하다. 

애초에 오프로드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지프는 일반 도로에서 사용 빈도가 많아졌다. 1986년 AMC는 CJ 라인업을 퇴출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린다. 이후 나온 라인업이 랭글러다. 이름이 바뀐 것은 확실히 철학의 변화를 의미했다. 새로운 머신은 여전히 작고 오프로드 성향을 갖고 있었지만, 승용차의 안락함을 더하기 위한 결정적인 변화도 있었다. 첫 번째 랭글러는 CJ-7의 기본 디자인을 유지했지만, 사실상 모든 기계 장비들이 새로워졌다.

랭글러가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프에게는 새 주인이 생겼다. 오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AMC는 1987년 지프를 크라이슬러에게 넘겼다. 

아니나 다를까 지프의 인기는 계속해서 높아졌다. 랭글러는 더욱 도로에 포커스를 둔 맞춤 제품들로 보완되어 갔다. 크라이슬러에 큰 보탬이 됐다. 1998년 크라이슬러는 다임러와 합병한다. 하지만, 거대 기업의 합병도 10년을 채 넘기지 못했다. 2년 뒤인 2009년 크라이슬러는 금융위기로 파산했다. 

 

지프 브랜드의 뿌리를 기리는 80주년 랭글러
CJ-7은 기본형 윌리스 MB 레시피에 소량의 정제만 추가했을 뿐이다

크라이슬러를 살린 것은 세르지오 마르키오네가 있던 피아트였다. 지프 브랜드의 잠재력을 인정했다. 그는 라인업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며 그 중심에 랭글러를 가져다 놨다. 여전히 어디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브랜드의 심장으로써 말이다. 지프는 피아트 크라이슬러 제국의 자금줄이 됐다. 때로는 다른 모든 브랜드를 지탱하기도 했다.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리는 최근 PSA 그룹과 함께 스텔란티스의 일원이 됐다. 새로운 거대 자동차회사는 지프 브랜드의 풍부한, 그리고 매우 미국적인 유산을 계속해서 유지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굳혔다. 

덕분에 랭글러의 80주년 에디션을 볼 수 있다. 맞춤형 스타일링 요소들의 묶음으로 지난 80년 가깝게 버텨온 시간은 오리지널 MB에 대한 헌신으로서 인식됐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랭글러의 실내에 들어서면 확인할 수 있다. 안락한 시트에 앉아 알루미늄으로 된 도어와 지붕을 바라보고 히터에서 따뜻한 바람을 느끼며,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는 모습에서는 매우 적은 공통점만 찾을 수 있을 뿐이다. 아무리 열심히 곁눈질을 해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달려보면, 뭔가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최신 랭글러의 승차감, 서스펜션, 정교함, 편안함 수준은 MB와 CJ-7보다는 훨씬 앞서면서도 동등한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줄 수 있는, 그런 자동차라는 믿음에서 나오는 자유다. 지난 80년을 지켜온 개념이라는 데에는 의심할 까닭이 없다. 그리고 더 많은 것들도 포함된다는 사실. 

윌리스 MB
가격 약 987파운드(약 158만 원, 1941년 기준) 
엔진 직렬 4기통, 2199cc, 가솔린 
최고출력 60마력/4000rpm 
최대토크 14.5kg·m/2000rpm 
변속기 3단 수동과 2단 레인지 
트랜스퍼 케이스 무게 1655kg 
0→시속 100km 가속 na 
최고시속 104km 연비 na CO2 na

지프 CJ-7
가격 약 2633파운드(약 420만 원, 1976년 기준) 
엔진 직렬 4기통, 2471cc, 가솔린 
최고출력 87마력/4020rpm 
최대토크 17.3kg·m/2400rpm 
변속기 4단 수동 무게 1220kg 
0→시속 100km 가속 17.2초 
최고시속 120km 연비 12.2km/L CO2 na

지프 랭글러 80주년 기념 에디션
가격 5만7050파운드(약 9130만 원) 
엔진 직렬 4기통, 1995cc, 가솔린 
최고출력 365마력/5250rpm 
최대토크 40.7kg·m/3000-4500rpm 
변속기 8단 자동 무게 1822kg 
0→시속 100km 가속 7.6초 
최고시속 160km 연비 10.7km/L CO2 252g/km

 

최고와 최악

지프는 핵심 랭글러 라인과는 멀리 떨어진 영역까지 확장했다. 결과는 복합적이다 

1946년 윌리스 지프 스테이션 왜건

모든 부위에 강철을 사용한 첫 번째 스테이션 왜건으로 후륜 또는 사륜구동이 제공됐다. 후자의 경우 최초의 진정한 SUV(스포츠 유틸리티 비클)였다.  

 

1962년 지프 글래디에이터

바디-온-프레임 트럭의 모습으로 기본적인 구조는 왜고니어와 같다. 리어 또는 사륜구동 모델이 나왔다. 같은 형태로 26년 동안 판매했다. 랭글러 기반의 리바이벌 모델은 2019년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2010년 지프 커맨더

중형 SUV로 2005년 출시됐다. 그랜드 체로키의 플랫폼을 사용했다. 뚜렷한 특징이 없어 피아트-크라이슬러 합병 이후 세르지오 마르키오네에 의해 빠르게 소멸됐다. 그는 심지어 이 차를 두고 “사람이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2014년 지프 레니게이드

레니게이드는 피아트 플랫폼을 적용한 첫 번째 지프이며, 미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만들어진 첫 번째 지프다. 브랜드의 익숙한 스타일이 묻어나지만, “어디든 간다”는 철학은 찾아볼 수 없다. 소형 SUV 홍수 속에 내몰린 무책임한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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