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사트 GT로 달린 강릉 해안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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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트 GT로 달린 강릉 해안도로
  • 최주식
  • 승인 2021.04.03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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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떤 자동차의 이름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평범함 아니면 특별함이다. 그 두 가지 이미지에서 그래프의 길이가 짧고 길 뿐이다. 파사트라는 이름은 전자다. 사실, 대부분의 자동차가 속하는 영역이다. 그런데 이름 뒤에 GT가 붙으면 달리 보인다. 대개는 고성능 차에 많이 쓰이는 작명법. 평범한 세단에 붙은 GT는 이름값을 할까?

 

 

폭스바겐 파사트는 북미형과 유럽형으로 나오는데 유럽형에 GT가 붙는다. 이번 신형 파사트 GT는 유럽형 8세대 GT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이다. 전형적인 디자인은 노멀하면서 매끈하다. 폭스바겐이 어필하는 비즈니스 세단에, 비즈니스 슈트가 자연스럽게 오버랩 된다. 군살 없는 몸매에 다림질로 빳빳하게 각 잡은 슈트는 슬림 핏이다. 

 

 

실내에서도 여지없이 ‘각’이 잡혀 있다. 양쪽 도어에서부터 인스투먼트 패널까지 직선으로 운전자를 감싸고 있다. 잘 정돈된 책상 위에 각자 있어야 할 물품이 한치 오차 없이 제 자리에 놓여 있는 느낌. 센터페시아 아래 스마트폰 충전 기능의 수납공간도 경사지게 처리해 주변을 어지럽히지 않는다.

 

 

다소 딱딱한 분위기는 시트에 앉아 스티어링 휠을 잡으면서 누그러진다. 우선 착좌감이 좋다. 세미 버킷 시트 타입으로 몸을 잘 잡아주면서도 편안하다. 페달 위치와 계기를 다루는 동선, 운전자세는 말 그대로 표준이다.

D컷 스티어링 휠은 이 차의 또 다른 가능성을 암시한다. 계기판 가운데 여러 정보를 띄울 수 있으며 내비게이션 지도도 선택할 수 있다. 3세대 모듈라 인포테인머트 매트릭스라는 긴 이름의 MIB3을 탑재한 10.25인치 디지털 콕핏, 디스커버 프로 9.2인치 스크린,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이용할 수 있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시승차는 2.0 TDI 프레스티지 4모션. 기본형인 프리미엄과 프레스티지의 차이는 앞 통풍시트와 뒤 열선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헤드업 디스플레이, 파노라믹 선루프 등이 추가되는 것. IQ.라이트-LED 매트릭스 헤드라이트도 마찬가지다. 엔진은 직렬 4기통 2.0L 터보 190마력 한 가지. 4모션의 경우 복합연비(14.9L 대비 14.0L)와 0→시속 100km 가속(7.7초로 앞바퀴굴림의 7.9초보다 0.2초 빠르다)에서 조금 차이가 난다. 

 

 

출력보다는 두툼한 토크가 중간 속도에서 빠르게 치고나가는 힘을 뒷받침한다. 하체는 묵직하기보다 가벼운 느낌을 준다. 그렇다고 불안한 거동은 없다. 보통 앞바퀴굴림의 특성인 경쾌함이다. 4모션이기는 해도 일상 주행에서는 대부분 앞바퀴를 굴린다. 도로환경이나 주행상황에 따라 뒷바퀴에 토크를 내보낸다. 속도를 더해가면서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도 자리를 잡는다. 

 

 

변속기는 7단 듀얼 클러치. 속도에 따른 정확한 응답성으로 굼뜨지 않는다. 기어 레버를 스포츠 모드로 밀고 패들 시프트를 사용하는 재미도 있다. 무엇보다 오래 앉아 있어도 편안한 시트는 중요한 장점이다. GT의 역할에서 차지하는 몫이 크다.

또 하나 새로운 주행 보조 시스템 IQ.드라이브를 빼놓을 수 없겠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기능을 포함하는 부분 자율 주행 기능은 0~시속 210km까지 사용 범위가 넓다. 시속 200km 주변까지 사용할 일은 없겠지만 그만큼 제한선이 넓다는 것, 그리고 정차 중 멈춰선 이후에도 바로 작동할 수 있어 편리하다. 달리고 싶을 때 달리다가 언제든 버튼 하나로 잠시 차에 운전을 맡겨둘 수 있는 것이다.
 

 

이윽고 도착한 바다는 푸르렀고, 바닷가에 선 파사트 GT의 뒷모습에서 직선과 어울린 부드러움을 발견한다. 큼직한 엠블럼을 눌러 트렁크를 열면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나오고 상단 고리를 잡아당기면 뒷좌석이 폴딩 된다. 키 낮은 세단이어도 파워 닫힘 버튼은 유용하다.

 

 

커피로 유명한 강릉이지만 테이블에 앉을 수 없는 제한 조치로(방문 당시 시점) 카페 거리는 쓸쓸해 보였다. 갈 수 있는 곳이 줄어들면서 자동차의 공간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사적인 공간으로서, 그리고 업무 등을 처리해야 하는 사무 공간으로서 자동차 실내의 역할은 더 커질 전망. 이런 이유로 차를 구매하는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동차회사가 차 실내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디지털화에 몰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득 파사트가 독일어로 무역풍을 의미한다는 게 생각났다. 강릉 해안도로를 달리며 이 바람을 떠올린 것은, 비즈니스 세단으로서의 기능에 더해 장거리 여행에 운전하기 좋고 편안한 GT 성격이 잘 어울려서이다. 물론 고성능보다는 실용적인 측면에서 말이다. 

사진 · 송정남 포토그래퍼 / 드론 촬영· 박진욱 에어블루 대표

 

 Fact File  Volkswagen The new Passat GT
가격    5390만 원 (프레스티지 4모션)
크기(길이×너비×높이)    4775×1830×1460mm 
휠베이스    2786mm 
엔진    직렬 4기통 1968cc 디젤 직분사 터보차저
최고출력    190마력/3500~4000rpm 
최대토크    40.8kg·m/1900~3300rpm 
변속기    7단 DSG
최고시속    231km
0→시속 100km 가속    7.7초
연비(복합)    14.0L/km
CO2 배출량    136g/km 
서스펜션(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 링크
브레이크(앞/뒤)    모두 디스크 
타이어(앞/뒤)    모두 235/45 R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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