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
상태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
  • 오토카 코리아 편집부
  • 승인 2022.04.13 15: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동차 산업은 이미 공급망 지장, 노동력 부족, 원자재 가격 상승, ESG 의무, 관세 및 기타 지정학적 변화 등 시시각각 변화하는 거대한 도전과제를 안고 있다. 이와 함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끔찍한 인적 피해를 야기한 것은 물론,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여러 도전과제를 심각하게, 또 전례 없는 방식으로 악화시키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알릭스파트너스(AlixPartners)는 현재 상황을 OEM, 공급업체, 그리고 원자재의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했다. 주요 내용을 전재한다. 

1) OEM (완성차업체)

서구 및 아시아 지역의 여러 OEM들은 러시아 내 사업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 대비해, 자사의 리스크 노출도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야 한다.

2021년 기준 러시아 내 자동차 판매량은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2.1%였으며, 우크라이나의 경우는 0.1%였다. 매출액 기준 르노-닛산-미쓰비시, 현대, 폭스바겐이 러시아 내에서 가장 높은 판매고를 올리는 OEM들이다. 러시아에서 전 세계 판매량의 약 8%를 기록하고 우크라이나에서 전 세계 판매량의 0.4%를 기록한 르노-닛산-미쓰비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내 자동차 판매량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해당 기업의 아브토바즈/라다(AvtoVAZ/Lada) 지분 소유가 주된 이유다. 현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약 6%를, 폭스바겐은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2.7%를 판매했다. 미국 OEM들의 러시아, 우크라이나 내 자동차 판매량은 그보다 현저히 적다. 

대부분의 OEM들은 러시아로의 차량 수출 중단은 물론, 러시아로부터의 차량 수입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관련 투자 역시 일시중단되었다.

자동차 생산량으로 보면, 러시아는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의 약 2%를 차지한다. 러시아 내 아브토바즈/라다를 위한 국내 생산 시설과 르노 자동차를 위한 조립 시설들이 있기에, 러시아 현재 상황으로 인해 르노-닛산-미쓰비시의 생산도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 현대와 폭스바겐도 러시아 내 몇 개 지역에 생산 시설을 유지하고 있으나, 이들은 주로 러시아 국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시설이다. BMW나 메르세데스-벤츠를 포함한 기타 OEM들은 러시아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대부분을 러시아 밖에서 생산한다. 우크라이나 내 자동차 생산은 미미한 수준이다.

2) 공급업체

1998년 이래로 총 22개 해외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가 우크라이나 내 38개 생산 시설에 총 6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러한 우크라이나 내 생산 시설들은 약 6만 명에 이르는 인력을 고용한다. 이 중 대부분의 생산 시설은 슬로바키아,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 체코공화국 및 독일에 위치한 OEM 공장들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에 위치해 있다.  

와이어, 커넥터, 전기 부품 등을 공급하는 우크라이나 내 총 22개 공급업체 중 와이어 하네스(wire harness)를 납품하는 공급업체가 총 11개 곳으로 가장 많다. 세계 10대 와이어 하네스 제조사 중 거의 대부분이 우크라이나 내 최소 하나의 조립 라인을 두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와이어 하네스 수출 국가 중 10위 수출국으로 꼽히는데 (전 세계 와이어 하네스 판매량의 3.4% 차지), 와이어 하네스 제조, 특히 개별화된 맞춤형 와이어 하네스 제조가 매우 노동집약적이고 우크라이나의 임금 수준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점이 우크라이나가 세계 10위 와이어 하네스 수출 대국이 될 수 있었던 주된 이유다. 

북미거점 OEM들은 와이어 하네스를 거의 전적으로 멕시코에서 공급받고 일부 공급량은 국내 생산 또는 아시아발 수출로 충당하기에, 유럽 OEM들에 비해 훨씬 적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부품이 유럽에서 공급되기도 하겠지만,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상황으로 인한 리스크는 제한적이다. 

우크라이나에는 와이어 하네스 공급업체 외에도, 전자제품(4개 공급사), 자동차 좌석(3개 공급사), 플라스틱 제품(2개 공급사), 난방 시스템(1개 공급사) 및 자동차 스타터(1개 공급사)를 생산하는 공급업체들이 존재한다.

현재로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공급 부족의 영향을 피하기 위한 주요 전략은 생산 및 조립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일부 공급사들은 이미 수 개월 전에 잠재적 공급 지장을 예견하고 일부 부품의 공급처를 우크라이나 외부로 옮기는 방법을 택했다. 생산시설 및 공급처를 단기적으로 타 지역으로 옮기는 선택에 수반되는 주요 문제로는 가용 인력 확보, 인력 트레이닝, 조립 보드 및 테스트 장비의 이동 등이 있다.

3) 원자재 

네온

네온은 조명 기술을 포함한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데, 특히 전 세계 네온 소비의 약 50%가 헬륨-네온 레이저 작동에 쓰인다. 고순도 네온은 전 세계적으로 회로 패턴을 실리콘 웨이퍼에 식각하는 반도체 제작 공정인 리소그라피(lithography) 공정에 사용되는 헬륨-네온 레이저에 포함된 가스 중 96%를 차지하는 물질이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 네온 수출국이다. 우크라이나가 세계 1위 네온 수출국이 된 배경에는 러시아의 철강 생산과 관련된 역사적 이유가 있다. 과거 소련 시절 다수의 러시아 철강 생산시설이 네온을 추출할 수 있는 공기분리장치를 갖추고 있었고, 그 중 대부분의 철강 생산시설이 현재도 사용되고 있다. 제철 공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네온을 고순도 네온으로 변환하려면 추가적 공정 및 정화가 필요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산 네온을 정화하는 업체들은 주로 우크라이나에 있으며, 특히 오데사에 크라이오인(Cryoin)사와 아이스블릭(Iceblic)사가, 마리우폴에는 잉가스(Ingas)사가 있다.

반도체 제조사들은 이미 2014년 우크라이나-크림반도 분쟁 당시 네온 및 우크라이나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깨닫고 공정 개선 등  일련의 변화들을 단행하기 시작했다. 이제 자동차 기업들은 반도체 제조사들의 재고 수준은 물론, 납품 역량을 면밀히 감시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외부에서 상당량의 네온을 확보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아보아야 한다. 

팔라듐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러시아는 세계 최대 팔라듐 생산국이다. (재활용된 팔라듐을 포함한) 전 세계 팔라듐 공급량 중 러시아의 비중은 24.8%에 달한다.

2021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팔라듐을 소비한 곳은 배기 시스템 제조사들로, 이들은 전 세계 팔라듐 수요의 85%를 차지하고있다.

앞으로 몇 주 이내로 팔라듐의 현재 제고 수준이 미치는 진정한 영향을 알게 될 것이다. 즉, 러시아가 담당했던 팔라듐 공급의 중단이 실질적 위협인지, 아니면 러시아산 팔라듐이 다른 국가가 생산하는 팔라늄 공급으로 대체될 수 있는지 드러날 것이다.

백금

세계 최대 규모의 백금계열 금속 매장량을 자랑하는 부쉬벨드 화성암 복합체(BIC, Bushveld Igneous Complex)가 위치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백금을 생산하는 국가다. 러시아는 그 뒤를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백금을 생산하는 국가로, 러시아는 재활용 백금을 포함한 전 세계 백금 공급량의 7.6%를 제공한다.

2021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백금을 소비한 분야는 자동차 촉매제/배기 시스템(39.4%), 산업 부문(32.0%), 보석 제조업체(24.3%)였다.

선철

선철은 전기 아크 용광로(EAF, electric arc furnace)를 활용하는 제강 공정에서 원자재로 사용된다. 북미 지역의 철강 생산량의 약 70%가 EAF 기반 생산으로 나오며, 선철은 전기로의 쇳물 가열 1회당 (즉, 1 heat 당) 최대 20%를 차지한다. 미국의 철강 제조사들은 본래 상당량의 선철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부터 수입했다. 2019년 기준, 미국의 전체 선철 수입량의 38.9%가 러시아에서 수입되었고 29.8%가 우크라이나에서 수입되었다. 

미국으로 들어온 선철의 총 수입량의 약 70%가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내 현재 상황으로 인한 직접적 타격을 면치 못한 가운데, 철강 기업들은 브라질산 선철을 수입하는 것으로 대체하거나, DRI (direct reduced iron) 또는 HBI (hot briquetted iron)와 같은 대안적 직접환원철을 사용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용광로에서 사용되는 스크랩(scrap)의 양을 늘려야 한다. 그 결과, 강재 가격은 이미 지난 몇 주 사이 큰 폭으로 상승했고, 열연코일 강재(미국 중서부)의 선물 가격도 고작 몇 주 사이에 톤당 약 900달러에서 톤당 1500달러까지 올랐다.  

니켈

러시아는 전 세계 니켈 생산량의 10%를 생산하는 세계 3위의 니켈 생산국이다. 인도네시아가 전 세계 니켈 생산량의 29.6%를 차지하고, 필리핀은 15.5%를 생산하고 있다.  

스테인리스강과 기타 합금강을 만들기 위한 철강 생산에서 합금 재료로 주로 쓰이는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의 비용의 1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 원자재로, 전기차 시장의 빠른 성장으로 인해 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러시아는 전 세계에서 배터리 등급 (1등급)의 니켈 채굴량이 가장 많은 국가로,  1등급 니켈의 정제 생산 부문에서 중국을 뒤따르는 2위 국가다. 

약 한 주 전에 니켈 가격이 톤당 10만 달러를 초과하도록 만든 숏 스퀴즈(short squeeze)를 포함한 최근의 니켈 가격 급증 추세로 인해 시장에는 상당한 불안감이 생겨났다. 니켈 가격은 톤당 4만 2천 달러 수준으로 내려왔지만, 아직도 예년 평균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알루미늄 

제련 생산량을 기준으로, 러시아는 중국에 한참 뒤쳐지긴 하나, 세계에서 손꼽히는 주요 1차 알루미늄 생산국이다. 2019년 기준 중국은 3600만 톤의 제련 알루미늄을 생산한 한편, 러시아는 360만 톤을 생산해 세계 3위의 알루미늄 생산국으로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미 수급이 타이트한 전 세계 1차 알루미늄 공급은 우크라이나 내 상황으로 인해 더 큰 압박을 받고, 이로 인해 2022년 초부터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알루미늄 가격이 약 20%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이 전 세계 시장에 제공하는 공급량도 중국 내 에너지 부족난과 최근의 코로나19  재확산 관련 문제로 여전히 안정화가 멀어 보인다. 다른 유럽 국가가 이러한 공급량 부족을 메우는 것도 에너지 정책 불확실성과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 및 저비용 전기와 관련된 문제들로 인해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세계 3위의 알루미늄 소비국인 미국은 세계 4위 생산 역량을 보유한 캐나다의 알루미늄 생산에 더욱 의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 및 천연가스 

연간 110억 배럴이 넘는 석유를 생산하는 러시아는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12%를 생산하는 세계 3위의 석유 생산국으로, 세계 석유 시장에서 각각 15%, 13%의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러시아는 227억 MMcf를 생산하는 세계 2위 천연가스 생산국이며, 약 330억 MMcf를 생산하는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국가다. 특히 유럽은 발트해 해저를 거쳐 러시아와 유럽대륙을 잇는 750마일에 이르는 해저 파이프라인인 노드스트림 1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되는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에너지를 의존하고 있다. 에너지 용량을 두 배로 증가시킬 수 있었던 2호 파이프라인 (노드스트림 2)은 최근 시운전이 중단되었다. 

자료 제공 : 알릭스파트너스(AlixPartners)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