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제네시스 전용 첫 전기차, GV60의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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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제네시스 전용 첫 전기차, GV60의 디자인
  • 구 상 교수
  • 승인 2021.10.0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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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이 공개된 제네시스 GV60

제네시스 브랜드에서 첫 전용 전기차 GV60를 내놓았다. G80의 전기 동력 모델이 있지만, 기존 엔진차를 전기차로 개조한 모델이다. GV60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바탕으로 개발된 모델이다. 이미 현대 아이오닉 5와 기아 EV 6가 E-GMP 플랫폼으로 개발돼 나왔지만, 제네시스 브랜드에서는 GV60가 처음이다.

기존의 내연기관차를 개조해 만든 전기차와 전용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전기차는 단지 엔진이 모터로 바뀌는 것뿐 아니라, 차체 구조에서 적지 않은 차이를 보여준다. 우선 배터리 탑재 공간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가령 엔진 차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G80 전기차는 배터리가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 사이에 자리잡고 있어서 트렁크 공간이 적지 않게 줄어든다.

그러나 E-GMP 플랫폼은 플로어에 배터리가 탑재돼 트렁크 공간의 감소가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그 대신 실내 바닥이 약간 높아지면서 차체 전고가 높아지기는 하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차량의 무게중심은 낮아지고 실내 바닥이 거의 완전하게 평평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 플랫폼의 특징을 반영한 GV60의 차체 비례는 25%라는 비교적 짧은 길이의 후드 비례를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기존 제네시스 브랜드의 차량들이 모두 후륜구동 방식의 플랫폼이어서 28% 정도의 긴 후드 비례에 앞 휠아치에서 앞문 분할선까지의 길이, 이른바 품위 간격(prestige distance)이 긴 정통 유럽 후륜구동 고급승용차의 측면 비례를 가지고 있었다. 

 

건장한 휠의 측면 이미지

하지만 GV60는 짧은 후드 비례와 매우 짧은 품위간격으로 인해 마치 소형 앞바퀴굴림 방식의 승용차와 거의 동일한 비례를 보여준다. 몇 년 전에 2세대 G80을 내놓을 때 현대가 그토록 자랑했던 ‘완벽한 비례’를 스스로 버린 걸까?

사실상 전기차의 장점은 엔진룸이 사라짐에 따른 유효거주공간의 확대이고, 그로 인해 쾌적성이 높아진다는 건 사실이지만, 후륜구동 방식의 고급승용차를 표방하며 정통 유럽 고급 세단 특유의 비례를 내세워온 제네시스 브랜드의 기술적 아이덴티티가 전동화로 인해 뒤바뀌어버린 셈이다.

그걸 보상하기 위해서인지 GV60는 무려 21인치에 이르는 엄청난 크기의 휠을 국산차 최초로 기본 적용하면서 차체 측면에서 건장한 이미지를 어필하고 있다. 여기에 휠 아치에 검은색 휠아치 몰드를 둘러서 바퀴 크기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GV60는 해치백 구조이다

앞모습의 인상은 제네시스 브랜드 특유의 두줄 헤드램프가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헤드램프 높이보다 큰 차이를 보이면서 아래쪽에 자리잡은 라디에이터 그릴이 제네시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준다. 물론 그릴의 디자인은 지금까지 앞서 등장한 제네시스 브랜드 승용차의 크레스트 그릴과는 또 다른 모양이다. 범퍼 위치의 거의 대부분이 그릴의 개구부가 되었고, 크롬은 쓰이지 않았다. 그대신 그릴 외곽에 가는 띠 모양으로 그릴의 형태가 다시 한 번 더 반복되고 있다.

GV60의 새로운 그릴을 본 첫인상은 마치 <알라딘과 마법의 램프>에 나오는 지니가 연상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필자만의 생각이긴 하다. GV60는 전반적으로 차갑고 매끈해서 전기차 감성이 느껴진다.

해치백 구조의 차체를 가지면서 크게 경사진 패스트백 형태의 뒷유리가 테일 게이트 양 끝까지 이어져 있고, C-필러 측면의 크롬 몰드 그래픽이 마치 번개가 치는 듯하다. 전기차임을 암시하는 이미지라고 생각해도 무리는 없을 듯 하다. 

두 줄의 테일 램프 역시 제네시스 브랜드의 이미지 시그니처이지만, 램프의 아래 위 두께가 안쪽으로 오면서 가늘어지는 변화를 보여준다. 이런 변화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해야 하는 고급 브랜드들의 공통된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일 것이다. 벤츠나 BMW, 아우디 등 브랜드를 중심으로 아이덴티티를 유지해야 하는 브랜드 디자인의 공통적인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너무 통일성을 추구하면 차종 간의 차별성이 없어지고, 반대로 모델 별 개성을 추구하면 브랜드의 통일성이 사라지는 데에 따른 고민이 있는 것이다. 

운전석 이미지는 디지털 기술이 대거 적용되었음을 보여준다

GV60의 실내는 디지털적 감성이 충만하다. 넓게 적용된 직사각형 디스플레이 패널과 좌우에 자리잡은 사각형 디스플레이 후사경-거울이 아니므로 후사경이라는 말은 틀린 말이다-등과, 스티어링 휠의 에어백 커버, 도어 트림의 미러 콘트롤 버튼, 센터 페시아 조작 기기, 중앙 환기구, 센터 콘솔 등등에 적용된 원형 형태 등의 기하학적 이미지로 인해 전자기기 같은 인상이 강하게 든다.

심지어 글러브 박스 개폐 노브도 그런 형태로 통일성을 줬다. 게다가 글러브 박스 개폐 노브를 뚜껑 중앙이 아닌 편심 시킨 위치에 붙여 놓아서 운전자가 글러브 박스를 열기 편하도록 했다. 사실 이런 디자인은 필자가 디자이너로 일하던 1980년대와 90년대도 적용하고 싶어했던 것 중 하나였지만, 편심 시키면 글러브 박스 리드가 닫혔을 때 분할선 간격을 일정하게 맞추기 어렵다는 이유로 번번히 거절됐던 디자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는 기술적으로 가능해진 건지도 모른다.

GV60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술 혁신은 아무래도 센터 콘솔에 자리잡은 크리스털 슈피어(crystal sphere) 라고 불리는 주행 모드 콘트롤러일 것이다. 주차 중에는 반구형 투명체 무드 조명이 되고, 주행 모드에는 뒤집혀 주행 모드 콘트롤러로 바뀌는 것인데, 지난 번에 공개된 제네시스 콘셉트X에서 처음 선보인 인터페이스이다. 물론 GV60의 콘트롤러로 뒤집힌 모습은 콘셉트 카의 그것보다는 투박해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이런 디자인 요소는 제네시스 브랜드 만의 고유성을 만들어 가는 단계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이 쌓이면 높다란 계단이 될 것임은 말할 나위 없음이다.

GV60는 내·외장 디자인에서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음은 틀림 없다. 디지털 감성이 가득 묻어나는 실내 디자인은 한편으로는 지난 2000년에 등장한 아우디 TT같은 원형으로 이루어진 기하학적 실내디자인의 인상이 들기도 한다. 그런 반면에 GV60의 외장은 유기체적인 감성이 있어서 실내를 볼 때와 차체 외부를 볼 때의 느낌이 사뭇 다르긴 하다. 하지만 앞으로 전기차만 내놓겠다고 선언한 제네시스만의 색채를 만들 차인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 제네시스의 고급진 후륜구동 비례를 볼 수 없을 지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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