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자동차 경매의 시간
상태바
클래식 자동차 경매의 시간
  • 애런 맥케이(Aaron McKay)
  • 승인 2023.01.29 11: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24년형 히스파노-수이자 H6C 토피도는 약 123억 원에 팔렸다
<br>

지난 한 해 동안 전 세계 자동차 전문 경매들에서는 가치 있는 클래식카들이 눈에 띄는 가격을 달성하며 부활했다. 애런 맥케이(Aaron McKay)가 의사봉을 두드려봤다.

 

<br>

사브 900 T16 컨버터블

사브 차 오너들은 다른 브랜드 애호가들에 비해 자신의 차를 훨씬 더 많이 운전하는 경향이 있다. 높은 주행거리를 기록한 뒤 결국 다른 사브 차로 바꿀 때까지. 따라서 지난 8월 미국 경매 웹사이트 ‘브링 어 트레일러’에 올라온 주행거리 395km의 1987년형 사브 900 T16 컨버터블은 많은 관심을 끌었다. 탐나는 사양과 거의 신차 같은 상태 덕분에 14만5000달러(약 1억9000만 원)의 놀라운 가격에 낙찰됐는데, 이는 일반적인 주행거리를 가진 여타 사브 900의 10배가 넘는 값이다.

 

파나르 DB HBR

지난해 다양한 클래식 자동차 경주들이 본격적으로 다시 열리면서, 1960년대 르망의 전설적인 경주용 차들도 다시 부활했다. 특히 6월에 있었던 아구테스 서머 세일 경매에서 화제가 된 출품작은 놀라울 정도로 섹시한 1957 DB HBR 르망 경주용 차였다. 세상에 나온 세 대 중 유일하게 남은 이 차는 23만8500유로(약 3억3150만 원)에 낙찰되었다. 소형 2기통 공랭식 엔진을 장착했지만, 이는 프랑스 제조사 도이치보넷의 결정적인 레이싱 유산의 일부다.

 

포르쉐 911 터보

지난해는 인기 있는 포르쉐 911이 많이 판매되었다. 특히 세 대가 기록을 깼는데, 1970년대 카레라 RS 2.7 라이트웨이트는 200만 파운드, 993 GT2는 126만 파운드, 991 911R은 44만8000파운드를 기록했다. 하지만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 것은 영화 <나쁜녀석들>에 사용된 1994년형 911 터보가 판매된 것이다. 이 차는 마이클 베이 감독의 소유였고, 제작자 팻 샌드스톤에게 팔렸다가, 이후 여러 명의 포르쉐 애호가들을 거치면서 경연대회에서 수상할 정도로 좋은 상태를 유지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 355마력 911 터보는 120만 파운드(약19억1300만 원)에 낙찰됐다.

 

포드 모델 T

세계대전 이전의 차들, 특히 에드워드 시대의 차들은 다른 차들처럼 가치가 폭발적으로 높아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3월 본햄스 아멜리아 아일랜드 경매에서 팔린 1908년형 포드 모델 T는 예외 중 하나였다. 차대 넘버 ‘2’를 자처하며 20만7188파운드(약 3억3000만 원)에 낙찰돼 이 차종의 기록을 깼지만, 많은 애호가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100살 먹은 자동차들이 많이들 그렇듯이, 이 차는 과거에 복원을 거쳤고, 그에 대한 진정한 출처는 불분명하다.

 

페라리 355 GTS

지난해 경매에서는 주행거리가 낮은 페라리들이 마치 퍼레이드라도 하듯 줄지어 판매됐다. 그 수혜자 중 하나는 F355 모델이었다. 4월 미국의 경매 사이트 ‘브링 어 트레일러’에 올라온 주행거리 27000km의, 흠잡을 것 없는 1996년형 355 GTS 수동변속기 모델이 25만2200파운드(약 4억210만 원)의 낙찰가로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이것은 그저 이례적인 현상이 아니었다. 신생 브로드 애로우 옥션은 8월 자신들의 몬테레이 경매에서 덜 전통적인 파란색 차체, 갈색 실내의 1955년형 페라리 355 GTB를 16만5000파운드(약 2억6307만 원)에 팔았다.

 

르노 클리오 윌리엄스

르노 클리오 윌리엄스는 GTI와 XRI 배지를 부착한 더 도드라진 차들의 그늘에서 서서히 가치를 높여왔다. 하지만 이제는 이 희귀한 전설적 차의 가치가 무르익고 있다. 10월에 프랑스 경매회사 아트큐리얼은 이 1995년형 모델을 6만4400파운드(약 1억267만 원)에 팔았다. 다름 아닌 르노자동차가 직접 보유하고 있던 차로, 주행거리는 31,000km에 불과했다. 이런 차들은 얼마 전까지 5000파운드(약 800만 원)에 거래됐다. 지금은 클래식의 지위를 건너뛰고 진정한 수집품의 반열에 올랐다.

 

메르세데스-벤츠 300 SLR 울렌하우트 쿠페

초대받은 이들만 참여할 수 있도록 RM 소더비가 주최한 비밀 행사에서, 2대뿐인 1955 메르세데스-벤츠 300 SLR 울렌하우트 쿠페 중 1대가 118만 파운드(약 18억8139만 원)에 낙찰되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기존 기록은 2018년 역시 소더비에서 거래된 1962 페라리 250 GTO의 78만5000파운드(약 12억5160만 원)였다. 서사시적인 카레라 판아메리카나 경주에 참가하기 위해 제작된 이 벤츠들은 1955년 르망 24시 경주 중 날아오른 SLR로 인해 84명이 사망하는 끔찍한 비극 이후 모두 은퇴했다. 이후 회사에 보관되며 어쩌다 한 번씩 모습을 드러냈던 이 차는 판매 이후에도 여전히 메르세데스-벤츠의 엄격한 규정을 따르면서 세계 최초의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만든 차로서의 매력, 희귀성, 중요성의 정점을 보존하기 위한 관리를 받고 있다.

 

로드리스 랜드로버

1959년 영국 하운슬로우 기반의 트랙터 전문 회사 ‘로드리스 트랙션 Ltd’가 만든 이 괴물은 랜드로버 시리즈 II 109를 바탕으로 했다. 그리고 2022년 테나츠 옥셔니어스를 통해 노스요크셔에서 발굴됐다. 두 번째 시제품이고, 비슷한 차량이 20대 미만 만들어졌는데, 남아있는 여섯 대 중 한 대이다. 감정가였던 5만 파운드를 훌쩍 초과하여 11만 파운드(약 1억7540만 원)에 판매되었고 프리미엄이 붙었다. 본드 영화 <007 스펙터>에 등장했던 SVX 디펜더들이 20만 파운드(약 3억1900만 원)를 호가하는 것과 비교하면 가치가 좋은 편이다. 

 

히스파노-수이자 H6C 토피도

수백만 파운드를 호가하는 수집용 자동차의 세계에서 유명한 1924년형 히스파노-수이자 H6C 토피도는 항공기와 자동차를 제작했던 이 스페인 회사의 다른 자동차들보다도 훨씬 더 이국적이다. ‘튤립우드’라고 불리는 이 차의 몸체는 마호가니 조각으로 만들어졌다. 원래 주인인 안드레 듀보네는 전설적인 타르가 플로리오를 포함하여 여러 경주와 랠리에 이 차를 출전시켰다. 지난 8월 몬테레이 경매에서 소더비에 의해 777만2000파운드(약 123억9170만 원)에 팔렸다.

 

셸비 머스탱 GT350R

최초의 셸비 머스탱 GT350 경주용차는 2022년 1월에 342만 파운드(약 54억5284만 원)에 판매되어 2년 전 같은 차가 메컴 옥션에서 마지막으로 판매되었을 때 세운 기록을 깼다. 1965년 캐롤 셸비의 팀에 의해 제작된 이 자동차는 텍사스 달라스 인근 그린 밸린 레이스웨이에서 켄 마일즈가 운전했을 때 공중에 뜬 장면이 촬영된 이후 ‘플라잉 머스탱’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1960년대 내내 경주에서 활약했고 2010년대에 복원된,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머스탱 중 하나다. 그러한 수십 년 동안의 이야기가 잘 기록되어 있고, 그만큼 몸값도 잘 받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