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펙트 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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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펙트 GT
  • 나경남
  • 승인 2021.12.0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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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포르쉐를 꿈꿀 필요는 없지만, 그게 어떤 것인지 경험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나경남 에디터의 트랙 체험기

적지 않은 사람들이 본인은 운전을 잘 한다고 믿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 반대다. 실제 운전 경력이나 경험도 풍부한 편은 아니다. 실력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경쟁에도 참여해 본 일이 없다. 거의 대다수 드라이버들이 그렇듯 스스로 운전을 잘 한다고 느끼게 해줄 자동차는 많다. 해마다 그 성능은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고, 그 덕분에 드라이버는 괜스레 주행 만족감이 높아지곤 한다. 그런 차들 중 하나가 바로 포르쉐다. 

개인적으로 포르쉐 트랙 익스피리언스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6년 전에 강원도 인제스피디움 트랙에서 당시 거의 모든 라인업을 하루 종일 즐겼다. 그때의 경험은 지금까지도 선명하다. 

지난 10월 21일 인제 스피디움에서 진행된 이벤트에 참여하며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행사는 먼저 언베일링으로 시작됐다. 서킷의 패독 내부 마련된 공간에 오늘의 주인공들이 등장했다. 불과 얼마 전 쇼케이스를 가졌던 신형 911 GT3를 비롯해, 718 카이맨 GT4, 그리고 카이엔 터보 GT가 당당한 자태를 드러냈다.

각 모델에 대한 소개와 브리핑에는 포르쉐 코리아의 홀가 게어만 대표가 나섰다. 그의 태도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저 따뜻하게 환영하며, 모두가 이번에 특별한 경험을 하게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듯했고 기쁘게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사실 이런 태도는 이번 이벤트의 모든 스태프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다. 강원도 인제군의 아침 날씨가 꽤나 쌀쌀했지만 훈훈한 분위기가 감돈 이유다. 

운전에 집중하라

트랙 이벤트는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진행됐다. 사실 차량의 전반적인 성능과 이모저모를 온전히 파악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세션들이었다. 트랙 세션은 각 모델별로 인제 스피디움을 약 두 바퀴 가량 주행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집중력은 최고였다. 인테리어 디자인이 어떻고 하는 등의 주행과는 별로 상관없을 다른 모든 부분들을 신경 쓸 수 없게 되니, 그야말로 운전 경험 그 자체에 완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오전 중에는 포르쉐의 미래라고 볼 수 있는 타이칸의 시승 세션이 먼저 진행됐다. 타이칸 터보 S와 타이칸 4S를 번갈아 타고 달렸다. 최고 마력이 훨씬 높은 타이칸 터보 S쪽이 보여주는 성능은 압도적이었다. 그 무게와 전후 휠베이스 등이 상당한 편이지만, 전기차임에도 틀림없이 포르쉐라는 것은 실감할 수 있었다. 

점심 이후 진행된 짐카나 세션에는 911 터보 S와 718 박스터 GTS 4.0이 준비되었고, 참여한 기자들을 대상으로 기록 계측도 진행됐다. 세션 간에는 전문 인스트럭터가 마치 일타강사처럼 동승하여 적극적인 조언으로 도움을 줬다. 차근차근하게 하나의 모델에 대해서 진득하게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던 만큼, 각각의 성향과 그 특징에 대한 부분을 운전자로써 직접 느낄 수 있고 그것이 어떤 방식을 통해서 해당 특성이 발휘되는지도 알려줬다. 무척 큰 도움이 됐다. 

그리고 각 모델의 성격 차이로 나의 취향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이를테면 짐카나 세션에서의 911 터보 S와 718 박스터 GTS 4.0을 1:1로 비교한다면 911의 압도적 우위를 점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달려보면 각 운전자의 성향에 따라 다루기 수월하게 느껴지고 더 즐겁게 느껴지는 쪽이 꼭 911인 것은 아니었다. 항상 911을 동경해왔던 나도 막상 달려보니 718 박스터 GTS 4.0이 더 다루기 편했다. 

취향과 성향 그리고 목적

결국 오늘의 트랙 이벤트는 가장 처음 등장했던 최신 GT 계열 세 모델을 타보는 것에 그 목적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순서는 가장 덩치가 큰 카이엔 터보 GT로 시작해, 718 카이맨 GT4, 그리고 대망의 911 GT3로 됐다. 카이엔 터보 GT를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세상에서 가장 빠른 SUV 모델이라고 말할 수 있다. 

SUV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움직임을 보여주기 때문에, 크기를 의식하지 않고 달려보라는 인스트럭터의 조언도 있었다. 높은 시야와 그야말로 엄청난 질량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니 무리라고 생각했지만, 첫 코너를 돌면서 생각을 고쳐먹게 됐다. 새로운 718 카이맨 GT4는 미드십 고회전 자연흡기 엔진으로 전혀 과장되지 않으면서 아주 자연스러운 주행 감각, 그리고 무엇보다도 뛰어난 밸런스가 압권이었다. 시승 주행이 결코 기록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었지만 다루기 쉽다는 측면에서 운전자가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은 무척이나 컸다. 

하지만 911 GT3는 정말 자비가 없었다. 바로 앞서 718 카이맨 GT4면 충분하다라고 이야기했던 것이 무안할 지경인데, 911 GT3는 참 침착하면서도 전혀 거만하지 않은 실력을 보여줬다. 주행 성능에 대해서 말해 뭐할까, 앞서 경험한 어떤 차도 911 GT3와 비교할 수는 없었다. 거의 레이스카에 가깝다고 생각이 들 정도지만, 이 차를 일상에서도 다룰 수 있는 행운이 찾아 온다면, 딱히 어렵고 불편할 것 같지도 않았다. 잠깐 상상해보고 소름이 돋았다. 

포르쉐는 사실 정말 잔인하다. 신나게 달렸지만 돌아갈 즈음엔, 아쉬움을 남기기 때문이다. 직접 손에 넣는 것이 정말 먼 꿈같은 이야기처럼 느껴지곤 한다. 이 경험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특히나 이번 포르쉐 GT 미디어 트랙 익스피리언스는 독일 현지에서 현지 번호판을 부착한 그대로 공수된 차량들까지 동원한 정말 특별한 행사였다. 911 GT3와 같은 슈퍼카를 일상에서 운행할 실제 고객들도 참여할 수 없었던 특별한 기회.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왜 항상 포르쉐가 최고의 드라이버즈 카로 꼽히는 것인가 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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