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벤츠의 전기 세단 EQS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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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벤츠의 전기 세단 EQS 디자인
  • 구 상 교수
  • 승인 2021.12.0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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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형 메르세데스-벤츠 EQS 세단

벤츠가 전기 동력 세단 EQS를 공개했다. 모델 명칭 맨 뒤의 알파벳이 차종의 등급을 나타낸다. 벤츠의 차종 명명법을 보면 새로운 전기 동력 세단 EQS는 벤츠 승용차 모델 라인업 중에서 가장 고급인 S-클래스와 같은 위치에 있다.

벤츠의 최고급 모델 마이바흐 세단과 SUV 역시 S-클래스 세단과 SUV 등을 바탕으로 했다. EQS는 그야말로 벤츠 브랜드에서 앞으로 전기 동력을 바탕으로 개발되는 차량의 기준을 선포한 것으로 무방하다.

새로운 EQS는 벤츠가 자체 개발한 전기차 전용 모듈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했다. 앞으로 등장하는 벤츠 브랜드의 전기 동력 세단은 아마도 새로운 EQS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않고 크기 변화에 의해서만 모델 구분이 될 것이다.

거대한 인스트루먼트 클러스트

이렇게 자동차 메이커들이 전기 동력 차량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하면 시장의 판도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바뀌게 될 것이다. 최근의 요소수 품귀 사태로 디젤 차량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기 시작하는 건 물론이고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이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것이 더욱 더 전동화에 대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제 정말로 새로 차를 사야 할 때는 내연기관 차를 사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막상 찾아보면 사고 싶은-사실은 구입할 여러 조건이 맞는-전기 동력 차가 마땅히 없기도 하다. 필자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이미 보조금이 바닥났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어떤 모델은 너무 작고, 어떤 모델은 대기 순서가 너무 길다는 등등. 구입 방법이 막연한 상황이 그것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투명 플라스틱 재질로 덮여있다

새로운 EQS는 엔진이 존재하지 않는 전기 동력 차량의 장점을 차체 측면 이미지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엔진이 실내공간 대신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마치 하나의 커브로 그려진 듯한 유연한 라인을 그린다.

이는 후륜구동 방식에 기반한 기존 벤츠 S-클래스의 긴 후드와 앞바퀴에서 운전석 사이의 길이, 이른바 품위 간격(prestige distance)이라고 불리던 길이가 존재하는 정통 세단의 비례에서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물론 EQS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품위 간격, 즉 앞 휠 아치에서 앞 문에 이르는 거리는 꽤 길지만, A-필러가 거의 미니밴 수준으로 앞으로 당겨져 있어서 어딘가 다른 인상이다.

여기에 트렁크 리드 부분이 매우 짧아지면서 아예 테일 게이트를 가진 해치백 구조로 바뀐 차체를 볼 수 있다. 사실 해치백 차체의 S-클래스 세단이라는 건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이지만, 새로운 EQS가 바로 그 모습인 것이다.

트렁크 리드 부분이 짧다

벤츠 브랜드 특유의 라디에이터 그릴도 투명 플라스틱 재질의 패널로 덮여 있는 모습으로 바뀌었고, 테일 램프도 슬림 그래픽으로 디자인 돼 있다. 조형 언어로만 본다면 S-클래스보다는 A-클래스 정도의 감각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일면이 있지만, 전기나 디지털이 주는 혁신적 감각이라는 관점으로 본다면 어딘가 수긍이 되기도 한다.

이런 감각은 실내에서 특히 명확하게 나타나 있다. 마치 전체가 하나의 디스플레이 패널처럼 만들어진 거대한 인스트루먼트 클러스터는 대형 디스플레이 3장으로 구성된 것인데, LG 전자에서 납품하고 있다고 한다. 요즘의 디스플레이 기술은 돌돌 말려들어가는 롤러블 TV도 만드는 수준이라 머지 않아 세 장이 아닌 한 장의 곡면 디스플레이로 전체가 만들어질 지 모른다. 

벤츠 EQS의 뒷좌석

디지털 디스플레이 기술을 가장 적극적으로 채택하는 기존의 자동차 브랜드가 아마도 벤츠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신흥 전기차 브랜드는 물론 디지털 기술을 대거 채택하는 게 사실이지만, 가상의 디스플레이 채택에서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오늘의 EQS를 통해서 볼 수 있기도 하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새로운 EQS는 차체의 외부 디자인 보다는 실내에서 시대가 바뀌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시각적으로 보이는 실내의 품질감은 벤츠라는 브랜드, 그리고 S-클래스의 모델 포지셔닝을 그대로 보여주는 높은 수준의 품질감이다. 게다가 앞좌석과 뒷좌석의 안락성은 일단 시각적으로도 S-클래스라는 최고급 세단의 위치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 전기 동력 차량 특유의 고요함과 막강한 동력 성능이 더해진 것이라면 최고급 세단의 면모는 모두 갖추고 있는 셈이다.

커다란 캐빈의 비례를 보여주는 벤츠 EQS

한편으로 본다면 벤츠 EQS는 고급승용차라는 대상을 디지털 기술이라는 가상성의 인식 도구와 아울러, 실내의 다양한 부품들에 사용된 가죽과 금속, 그리고 목재 질감의 사용에 의한 실존적 방법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것이다.

전기 동력 차량 기술은 그동안 우리들이 봐왔던 자동차의 모습에서 단지 엔진이 모터로 바뀌는 변화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엔진 특유의 진동과 배기음이 차의 성능을 나타내는 상징이었고, 그로 인한 아날로그적 감성과 전통적 기술의 진화적 이미지가 기존의 벤츠, 혹은 고급승용차에서 느껴지는 감성과 디자인의 인상이었다면, 전기 동력화는 그러한 흐름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벤츠의 EQS는 전기 동력이리는 새로운 기술에 의한 세단의 모습이 앞으로 또 다른 100년 동안 발전해 나갈 모습을 보여주는 실마리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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