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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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이유
  • 제임스 앳우드(James Attwood)
  • 승인 2023.11.3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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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이고 논쟁 여지가 있는 과도한 설계를 선보여 온 BMW가 노이에 클라세(Neue Klasse) 콘셉트로 급선회했다. 그 이유를 살펴봤다

새로운 BMW 비전 노이에 클라세(Neue Klasse) 콘셉트카는 차세대 전기차의 디자인과 기술을 미리 보여주는 제안이다. 그들의 최근 디자인 경향 및 그를 위해 기울여온 노력과의 단절을 의미하기도 할 것이다. 클래식한 BMW 세단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 레트로룩, 뒤로 물러선 라인,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 등은 모두 최근의 역사에서 벗어나 극적인 수정을 거친 것처럼 느껴진다. 이 모든 것은 대립적이고 논란의 여지가 있으며, 공격적이면서 세련된 스타일링인 동시에 근사한 광고 이미지다. 적어도 BMW의 경영진을 믿는다면, 예외는 없다.

BMW의 고객, 브랜드 및 영업 담당 사장인 피에터 노타(Pieter Nota)는 “이것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있다고 느끼는지 보여주는 자신감의 표현이며, 우리는 이를 강력하게 수행할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우리의 제품 포트폴리오는 매우 성공적입니다.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프리미엄 부문에서 단연 1위 브랜드이며 심지어 일부 시장에서는 대중 브랜드를 앞서고 있습니다. 우리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로 이와 같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는 필요성을 갑자기 느끼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빠르게 움직이는 시장을 보고 있으며, 게임에서 앞서 나갈 필요를 알고 있습니다.”

비전 노이에 클라세는 1960년대 초 BMW를 새로운 시대로 재정립시킨 중추적인 자동차 제품군에서 이름을 따온 개념으로, 곧 출시할 전기차 라인업에 대한 이 독일 브랜드의 의도를 어느 정도 보여주고 있다. 설령 목표는 비슷할지 모르지만, 이 같은 결정의 근본적인 이유에는 중대한 차이가 있다.

소형 바이크 엔진을 얹은 저가형 자동차와 노후화한 고급차가 혼재하던 1960년대의 BMW 제품 라인업은 시장 트렌드와 동떨어져 있었다. 그 시절 구매자들은 현대적이고 효율적인 모델을 찾고 있었지만, 급성장하고 있던 1.5~2.0L급 패밀리카 시장에서 BMW가 제공할 수 있는 차는 없었다. ‘노이에 클라세’ 프로젝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이 프로젝트의 첫 결과물은 거의 30년 만에 처음으로 완전히 새로운 섀시와 엔진을 갖추고 등장한 1500이었다. 이후 10년간 이 차는 회사의 수익성을 되살려놓았을 뿐 아니라 자동차에 대한 인식까지 완전히 바꿔놓았다. 역동적 주행에 대한 집중, 3박스 세단 스타일링, 호프마이스터 킨크(Hofmeister Kink)라 불리는 특유의 독특한 디테일은 모두 그 시대에 뿌리를 두고 있다.

60여 년이 지난 지금, BMW는 특별한 모델로 이뤄진 프리미엄 제품군과 고성능 모델, 그리고 엄청나게 늘어난 SUV 라인업으로 크나큰 성공을 누리고 있다. 여러분이 프런트 그릴 디자인을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소비자들은 BMW 구매를 전혀 망설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 여기, 노이에 클라세가 등장했다. 디자인에 있어서 한 단계 변화를 넘어 혁신을 약속하고 있다.

새로운 세대의 노이에 클라세(마케팅 담당자들의 말대로 ‘새로운 새로움’)가 등장한 이유는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바라보는 변화, 즉 전동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우선 2025년에 등장할 차세대 3시리즈는 노이에 클라세 콘셉트를 구체화할 것이며 이는 이후 24개월간 라인업에 합류할 다섯 개의 추가 모델은 전기차 시대 BMW의 첫 모델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것이다. 이에는 맞춤형 주류 전기차 개념도 포함된다.

이들 신 모델들은 또한 BMW의 6세대 리튬 이온 배터리와 새로운 전기 모터, 그리고 더욱 확대한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대담하게 활용할 9세대 버전의 BMW i드라이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사용할 예정이다. 기술적 세부 사항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BMW는 이 차들이 기존 전기차보다 30% 더 긴 주행가능거리와 30% 더 빠른 충전을 제공하고 25%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자신한다.

새로운 i드라이브 시스템과 기본적인 전기 아키텍처 모두에 걸쳐 디지털 기술은 노이에 클라세 모델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출시 행사에서 BMW 회장 올리버 집세(Oliver Zipse)는 “새로운 즐거움의 핵심”(Heart of Joy)을 설명하면서 스티브 잡스(Steve Jobs) 스타일로 “한 가지 더!”를 강조했다. 검은색의 이 조그만 박스는 직렬 6기통 엔진이나 수동 변속기만큼 흥분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을 것 같지만, BMW는 이 기술이야말로 그들의 차가 미래에도 여전히 궁극적인 주행 경험으로 남을 수 있을 핵심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BMW는 파워트레인 및 드라이빙 다이내믹스 소프트웨어가 하나의 중앙 집중식 하드웨어 유닛으로 통합함으로써 별도의 ECU가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체시간을 줄여 더욱 아날로그적인 주행 감각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노타 사장은 “우리의 뿌리에 대한 충성도를 유지하는 것과 미래를 향한 큰 도약 사이에는 뚜렷한 간극이 존재하는데,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는 드라이브 트레인의 기술 혁신과 운전자와 차의 상호 작용 모두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i드라이브 시스템은 [자동차가] 더 이상 물리적인 제품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쉽고 간편하게 해주는 동반자임을 의미합니다.”

BMW는 2년간 비전 노이에 클라세의 토대를 마련했으며, 2021년 뮌헨 모터쇼에서 개발 중인 많은 지속 가능성과 재활용 기술에 초점을 맞춘 i비전 서큘러 콘셉트(i Vision Circular Concept)를 처음 선보였다. 그리고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에서는 대담한 신형 인포테인먼트 기술에 초점을 맞춘 I비전 디(i Vision Dee)를 공개했다.

BMW 그룹 디자인 책임자인 아드리안 반 호이동크(Adrian van Hooydongk)가 양산형 차세대 3시리즈와 “상당히 비슷할 것”이라고 말한 ‘비전 노이에 클라세’ 콘셉트는 이들 모델로부터 많은 디자인 큐를 얻었지만, 이를 훨씬 더 친숙한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우리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세단’을 만들어냈죠.” 호이동크의 말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모든 <오토카> 독자들을 기쁘게 할 결정이다.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목표였습니다.” 호이동크가 농담조로 말했다. 그러면서 한마디를 덧붙였다. “많은 BMW 팬들이 <오토카>를 읽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 모든 BMW 팬들에게 꼭 알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이 개념이 브랜드의 일부만 바꾸는 건 원하지 않아요. 브랜드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BMW 팬들이 이에 주목하고 좋아하기를 기대합니다.”

“만약 당신이 ‘세단’을 만들고 있고, 나아가 아주 현대적인 ‘세단’을 만들려 한다면 이런 시도야말로 브랜드를 얼마나 바꾸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아주 좋은 척도입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호이동크는 BMW가 노이에 클라세 SUV도 “많이” 만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비전 노이에 클라세 디자인의 복고풍 요소는 분명하지만, 호이동크가 선두에서 이끌며 열정적으로 방어해온 BMW의 기존 라인업 대부분과 얼마나 대조적인지는 여전히 눈에 띈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까지 갑작스레 변화한 것일까?

“어쩌면 그것은 시대의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그가 말한다. “한편으로는 자동차가 지금보다 더 공격적으로 변할 수는 없었고, 어쩌면 지금으로부터 수년 후에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점점 더 공격적으로 변해간 끝에 더 이상 공격적으로 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고, 그래서 갑자기 침묵에 빠졌다고 말하게 될 겁니다. ‘모빌리티’ 개념이 등장했고, 모빌리티는 또 다른 우호적인 길을 택하게 된 거죠.”

“여전히 매우 역동적인 자동차를 만들 것이고, 일부는 내연기관보다 더 역동적인 자동차를 생산할 겁니다. 전기차는 즉각적인 파워를 갖고 있으니까요. 전기차가 더 느리다는 말이 아닙니다. 어쩌면 우리는 전기차가 가면을 쓰지 않고, ‘실제 전달하는 것 이상을 보여주는 척’하려고 노력하는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것은 디자인이나 모빌리티에 대한 더 정직하고 냉철한 접근법입니다. 젊은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죠.”

“모빌리티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는 걸 많은 사람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에 동의하도록 하려면 감정적인 차원에서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뭔가를 해야 합니다.”

물론 변화가 있다. 그리고 노이에 클라세 스타일이 약속한 변화도 있다. 그 변화가 너무나 큰 나머지 집세 회장은 BMW가 본질적으로 “모델의 세대를 건너뛰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갑자기 궁금증이 일었다. 호이동크와 그의 팀은 그 ‘건너뛰어 버린 세대’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이후에 상상해봤던 걸까?

“아니요.” 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우리는 항상 한 단계가 아니라 두 단계 나아갑니다. 수백 개의 스케치를 검토해 여러 모델을 만들고, 결국은 단 하나를 선택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스케치들이 그 중간 세대가 될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좀 더 용감해지기로 했어요.”

“현시점에서는, 충분히 변하지 않을 위험이 너무 많이 변할 위험보다 훨씬 더 컸습니다. 매우 의도적이고 여전히 브랜드의 본질을 담고 있는 방식으로 변화하는 한, 변화 그 자체는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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