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시장에 상륙한 ‘전기 SUV 끝판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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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시장에 상륙한 ‘전기 SUV 끝판왕’
  • 마크 티쇼(Mark Tisshaw)
  • 승인 2023.12.2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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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9은 큰 차체에도 불구하고 빠르다. 하지만, 승차감은 살짝 갸우뚱하게 한다. 실내의 편의장비는 훌륭한데, 일부 저렴해 보이는 소재가 눈에 띈다

스팅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 우리는 그 차를 가리켜 ‘기아의 3시리즈’라고 불렀다. 바이에른의 엄청난 판매 성공을 재현하진 못했지만, 스팅어는 적어도 우리들의 대화 속에서 기아의 자신감과 야심을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EV9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우리는 이 차를 가리켜 ‘기아의 디스커버리’라고 불렀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제, 이 새로운 대형 전기 SUV를 손에 넣기 위해 이미 그들의 랜드로버(그리고 아우디 Q7, 심지어 포르쉐 카이엔)를 내놓고 있다. 심지어 단 한 번도 운전해보지 않고도 말이다.  

EV9의 영국 시장 인도는 내년 1월에 7만5995파운드(약 1억2271만 원)인 최상위 트림 GT-Line S의 상륙과 함께 시작된다. 엔트리급인 6만4995파운드(약 1억495만 원)의 에어와 중간급 GT-Line(우리가 시승한 모델이다)이 그 뒤를 이을 것이다. EV9의 첫 출시 당시 스티브 크로플리(Steve Croppley)가 한국으로 직접 날아가 초기 모델을 시승했는데, 마침내 유럽에서도 이 차를 시승할 수 있게 됐다.  

EV9는 큰 성공을 거둔 EV6의 후속 모델이며, 장차 등장할 기아의 새로운 전기차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디스커버리보다 차체가 5cm 더 긴 대형인데, 그 존재감은 실로 대단하다. 환상적인 스타일링과 시승차의 밝은 파란 색상은 우울한 가을날의 분위기마저 한껏 끌어 올려주는 것만 같다.  우리는 ‘올해의 차’를 선정할 때 막 쏟아져 나온 2024년형 신차들과 함께 이 차를 테스트해 보았는데, 내가 보기엔 당시 나온 24개 모델 중에서 EV9이 가장 눈에 띄었다. 예쁘지도, 아름답지도 않았지만 그럼에도 절로 미소를 짓게 했으며, 나아가 마치 콘셉트카처럼 보이기도 했다. 대체 이 차를 빼놓고 언급할 수 있는 패밀리 SUV가 몇 대나 있을까?  

기아는 EV9에 6인승과 7인승 등 두 가지 구성을 제공하는데, 6인승은 2열에 두 개의 회전식 시트를 배치해 3열 탑승자들과 마주 보고 앉을 수 있도록 했다. 두 가지 구성 모두(기아는 7인승이 더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했지만, 6인승의 조기 주문에 놀라면서도 즐거워하고 있다) 2열 공간은 넉넉하다.  3열 공간도 넓긴 마찬가지인데, 3열의 헤드룸은 괜찮은 데 반해 레그룸은 다소 좁게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모든 시트가 편안하며 컵홀더와 충전용 포트도 손이 닿는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어디에 앉든,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실내는 마치 과하지 않으면서도 높은 품질을 제공했던 10년 전 폭스바겐의 현대적인 후계자 같은 느낌을 준다. 기술과 스크린은 사용 편의성을 전혀 해치지 않은 채 좋은 결합을 보여주고 있다. 장비 수준은 훌륭하고 배치와 사용성도 좋지만, 일부 소재는 7만 파운드가 넘는 이 차의 가격을 생각하면 조금은 저렴해 보이기도 한다. EV9이 가격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좋은 소재와 훌륭한 장비가 꼭 필요하다.  

EV9은 최고출력 200마력의 싱글 모터 뒷바퀴굴림 버전과 379마력의 듀얼 모터 네바퀴굴림 버전 등 두 가지 모델로 나온다. 듀얼 모터 모델을 시승한 결과, 이 정도 크기와 무게(모두 2.6톤)의 차에서 기대하는 만큼 빠르고 토크가 뛰어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드러운 드라이브 트레인으로, 완전 충전 시 약 418km의 주행가능거리를 제공하면서도 고급스러움에 있어서 시장을 선도하는 BMW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단일 모터 버전을 한국에서 직접 시승했을 때도 결과는 역시 놀라웠다. 

평가에 토를 다는 건 내키지 않지만, 주의사항이 하나 있다. 비단결처럼 매끄러운 도로에서도 고속주행 시 승차감은 조금 불안정했고, 풍절음과 노면 마찰음도 꽤 들려왔다. 드라이브 트레인의 정교함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소음이었다. 차체는 또한 저속에서도 때때로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였고 일부 노면 요철 충격은 실내에 그대로 전해지기도 했으며 세련되지 못한 섀시 감각이 이 차의 우월한 특성을 가리기도 했다. 한국적 사양을 지닌 차들이 굳이 유럽 취향에 맞춘 쪽으로 성향을 맞추려다 정작 그들만의 특성을 보여주지 못하게 된다면, 그건 그야말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다이내믹 패키지의 나머지 부분은 훨씬 더 우수하다. 핸들링은 예측 가능하고 스티어링 반응이 정확하며, 차체 크기에도 불구하고 각진 스타일 덕에 다루기 쉽다.  앞서 언급한 승차감 문제는 이 차의 탁월한 장점과 구성에 영향을 줄 만큼 그리 나쁘진 않다. 한마디로 무척 마음에 드는 차다. 지난해 8월 폭스바겐 ID. 버즈를 시승한 이후로 나는 대형 전기차를 운전하면서 그렇게 큰 웃음을 지은 적이 없었다. 이와 비슷한 다른 실용적인 박스형 전기차들은 신경 쓰이겠지만, EV9은 무척 신선하고 분명히 색다른 전기차다.

 

KIA EV9 GT-LINE 7 SEATS
가격        7만3245파운드 (약 1억1790만 원)
엔진        듀얼 영구자석 전기 모터
최고출력      379마력
최대토크      71.3kg·m
변속기        1단 자동, AWD
공차중량      2625kg
0→시속 100km 가속   6.0초
최고시속        199.5km
배터리        총 99.8kWh/가용 용량 95.0kWh
완충시 주행거리    503.7km
        (전비 4.5km/kWh)
경쟁차종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볼보 XC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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