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피칸토 타고 거친 아일랜드 해안 탐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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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피칸토 타고 거친 아일랜드 해안 탐험하기
  • 맷 프라이어(Matt Prior)
  • 승인 2023.10.31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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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애틀랜틱 웨이(Wild Atlantic Way)는 아일랜드의 서쪽 해안을 따라 길게 이어진 2414km의 도로다. 코스는 사악하기 그지없지만, 풍광만큼은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협동조합 마트에 들렀다가 유통기한 탓에 가격이 57펜스(약 950원)까지 내려간 감자칩을 발견한 순간, 이번 여행에 대한 좋은 느낌이 들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제 막 기사를 읽으려는 독자들에게는 이번 여행기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아일랜드는 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이브 여행지다. 그곳까지 이어진 드라이브 코스를 어찌 마다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이 스코틀랜드의 노스 코스트(North Coast) 500 도로를 첫손에 꼽곤 하는데, 물론 나도 그 도로의 대부분 구간을 달려봤다. 두말할 나위 없이 놀랍고 멋진 경치였다. 하지만 최고는 따로 있다. 바로 이곳, 아일랜드 와일드 애틀랜틱 웨이(Wild Atlantic Way)의 구간이다.

장담컨대, 이 도로는 내가 지금까지 운전해본 장거리 코스 가운데 단연 으뜸이다. 나는 예전에 랜드로버 디펜더를 몰고 포르투갈을 누볐고 혼다 NSX를 운전해 그 유명한 루트 66을 달리기도 했다. 하루 만에 모터사이클을 타고 베를린까지 가기도 했으며 태평양 연안 고속도로와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도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가장 이름난 몇몇 지역, 만섬(Isle of Man)의 폐쇄구간까지 달려봤다. 하지만 끝없이 이어진 것만 같은 완벽하면서도 엄혹한 도로를 달리며 보낸 어느 날 저녁의 1시간 30분은, 단번에 내 평생 최고의 운전 경험 중 하나로 떠올랐다.

그 멋진 코스를 함께 달린 차는 기아 피칸토다. 알다시피 우리는 모두 피칸토를 아주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다른 <오토카> 동료 그 누구보다 이 차를 더 좋아한다. 피칸토와 다치아 산데로는 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영국 시장에서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차’에 종종 이름을 올리곤 한다. 인접한 두 슈퍼마켓의 치열한 다툼만큼 공격적이진 않지만, 비록 가격은 낮더라도 좋은 차라는 자존심을 건 경쟁은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 산데로의 기본가격은 1만3665파운드(약 2,281만 원)이고 피칸토는 1만3795파운드(약 2,303만 원)에서 시작한다. 지금은 피칸토가 한발 앞서있다. 아마도 다치아의 직원들은 살짝 짜증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슈퍼 미니급 사이즈에도 불구하고 실내 공간이 꽤 넓다는 이유로 많은 영국 자동차 매체들이 산데로에 후한 점수를 주긴 하지만, 공간보다 운전이 더 중요한 나의 견해는 다르다. 내 선택은 기아다. 

산데로를 평가절하하려는 게 아니니 오해하진 말기 바란다. 나는 최근 다양한 차를 몰고 전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다. 이런 여러 경험을 돌이켜 보더라도 운전하기에 기아가 더 재미있다. 더 정교하고 민첩하며 운전자와의 교감도 더 좋다. 장거리 여행을 함께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잘 만들었고 다루기도 쉽다. 

그렇게 해서 어느 화창한 오후, 나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영국 웨일즈 홀리헤드(Holyhead)의 앵글시(Anglesey) 섬에서 아일랜드 더블린(Dublin)으로 가는 페리의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항해 시간은 대략 3시간 30분이다. 이곳까지 386km를 달려오며 나는 이미 피칸토의 운전석에서 4시간을 보냈다. 불만스러운 구석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이번 여행을 나와 함께하는 피칸토는 기본형이 아니다. 메탈릭 도색을 포함해 1만8295파운드(약 3058만 원)에 판매 중인 최상위 트림 GT-라인 S다. 3기통 1.0L 가솔린 터보 엔진과 5단 수동 변속기가 조합을 이뤄 최고출력 99마력, 최대토크 17.5kg·m의 동력을 앞바퀴에 전달한다. 1030kg에 불과한 차체 무게 덕분에 0→시속 100km 가속 9.9초, 최고속도 시속 180km의 성능을 낸다. 가속력과 최고속도 모두 절대 무시할 숫자가 아니며, 18.8km/L의 복합 공인연비 또한 마찬가지다. 게다가 운전자가 굳이 신경 쓰지 않고도 이 모든 숫자에 쉽사리 도달할 수 있다. 

게다가 시트는 편안하고, 전자식 에어컨은 온도 설정 이후 잊어버리고 있어도 좋을 정도로 잘 작동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스마트폰을 미러링할 수 있으며 간단한 크루즈 컨트롤도 갖추고 있다. 물론 더 큰 차를 타면 노면 마찰음이나 풍절음도 적고 더 끝내주는 오디오를 즐길 수 있으며 속도도 더 올릴 수 있겠지만, 수많은 차를 타본 입장에서 솔직히 피칸토 정도면 충분하다. 딱 한 가지, 고급차를 탄 철없는 사람들이 고속도로에서 이처럼 작은 차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그럴 땐 아마도 이전 모델보다 조금 더 성깔 있어 보이는 피칸토 페이스리프트 모델(1.0 터보보다는 1.2 엔진)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홀리헤드에서 더블린으로 가는 페리는 아일랜드로 넘어가는 몇 안 되는 코스 중 하나다(박스 기사 참조). 몇몇 친구들은 북아일랜드에도 좋은 길이 있다고 하지만, 앞으로 며칠간 나의 관심사는 오직 아일랜드 공화국의 와일드 애틀랜틱 웨이, 혹은 만약 전체를 돌아보기에 시간이 충분치 않다면 그 일부 구간뿐이다. 

와일드 애틀랜틱 웨이는 세계에서 가장 긴 해안도로 가운데 하나로, 북쪽의 이니쇼웬(Inishowen) 반도에서부터 서부 해안을 거쳐 남부 해안을 따라 코크 카운티 킨세일(Kinsale)까지 이어진 총연장 2499km의 기나긴 도로다. 

종종 아일랜드 드라이브 코스처럼 같은 장소에서 만나곤 했던 많은 아일랜드 친구들은 내게 와일드 애틀랜틱 웨이를 지나 계속 달리면 남동쪽 웩스포드(Wexford)에서 더 멋진 도로와 다시 마주치게 될 것이라고 귀띔해줬다. 그래서 어쩌면 더블린이나 벨파스트에서 출발해 섬 전체를 한 바퀴 돌아 다시 그 멋진 출발지점으로 되돌아가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드라이브 여행 코스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오늘 나는 더블린에 도착한 다음 약간 서쪽을 향해 섀넌(Shannon)으로 약 3시간 동안 가로질러 내려갈 예정이다. 그곳에서는 가장 멋진 몇몇 도로가 이어질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사진기자 잭 해리슨이 멋진 풍광을 담아낼 수 있는 포인트에도 쉽사리 닿을 수 있다. 

고속도로는 아주 좋다. 조용하고 포장도 잘 돼 있으며, 어떤 면에서는 프랑스 도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통행료는 프랑스보다 싸다). 영국 도로에서와 달리 크루즈 컨트롤을 켠 채 교통량 적은 길을 빠른 속도로 편안히 달릴 수 있다.

내가 와일드 애틀랜틱 웨이에서 30~40% 정도는 더 올라가야 하는 지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꽤 늦은 시간이었지만, 만약 이 루트의 한쪽 끝에서 출발하고 싶다면 오후에 페리를 타도 제시간에 도착해 맥주 한잔을 곁들인 조금 늦은 저녁 식사까지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해리슨은 내가 도착한 다음 날 아침 일찍 비행기로 날아와 이틀 동안 남서쪽을 둘러볼 계획이다. 올해 초, 한 신문의 부동산 섹션에 남서부 아일랜드가 왜 휴가철 별장을 마련하기에 콘월보다 더 나은 곳인지에 대한 특집기사가 실렸는데(아마도 담당기자에게 그리 큰 고민거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 온라인 기사 아래에는 동의하는 댓글이 아주 많이 달렸다. 많은 댓글에서 언급한 걸림돌은 단 한 가지, 날씨였다. 대서양과 육지가 만나는 지점인 아일랜드는 세계에서 가장 습한 지역 중 하나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내일도 아니다. 건조하고 밝은 초여름 날씨다. 킬라니(Killarney, 나중에 밤을 보내기 위해 돌아올 곳)를 지나 서쪽과 남쪽을 향해 달리는 내내 따뜻하고 산들바람 부는 날씨가 이어졌다. 대서양을 향해 마치 발가락처럼 불쑥 튀어나온 반도의 아주 기묘한 동굴을 향해 달리는 아름답고 조용한 굽잇길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 닦여 있었다. 아일랜드에는 마치 영국의 A 도로와 B 도로처럼 다양한 등급의 N 도로(국도)와 R 도로(지방도)가 있는데, 코스를 잘 고르기만 하면 기술적으로 한결 나은 쪽을 계속 달릴 수 있다.

사실 어느 쪽이든 운전하기도 괜찮고 전망도 좋다. 제한속도는 2차선 도로에서 시속 100km, 고속도로에서는 시속 120km, 그리고 시내에서는 시속 50km다. 도심 외곽의 1차선 도로에서는 시속 80km까지만 속도를 올릴 수 있다. 

그러나 피칸토, 혹은 심지어 고성능 자동차를 타고 있다 하더라도 그리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가장 좋은 도로의 가장 긴 직선구간도 그리 길지 않고, 타이트한 커브가 심심찮게 등장하며 통행량은 그리 많지 않다. 도로 위에서 농기구도 흔히 마주칠 수 있으며 추월해도 전혀 개의치 않는 느긋한 운전자들도 많다. 그런 점은 영국보다는 스코틀랜드와 좀 더 비슷하다. 그리고 운전하다 잠깐 쉬고 싶다면, 말 그대로 최고 중 하나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비록 이 지방의 고유 식물군에 해를 끼치는 외래종이긴 하지만, 무성한 녹색 초원 사이에서 분홍색으로 선명하게 빛나는 6월 초의 봉오리 꽃은 꽤 아름답다. 이 지역 신문 <아이리시 타임스(Irish Times)>는 이를 가리켜 “생태적 재앙”이라 부른다. 

하지만, 나를 정말 놀라게 한 건 이곳의 도로가 내게 얼마나 많은 다른 장소를 떠올리게 하느냐 하는 것이다. 만약 여러분이 그 지역에 익숙하다면, 그래서 이 말이 멍청하게 들린다면 부디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영국과 마찬가지로) 도로 왼쪽 방향으로 운전하다 보니 약간은 고향 같은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영국에서 볼 수 없는 노란색 다이아몬드 도로 표지판과 페인트 표시는 마치 호주나 뉴질랜드, 혹은 미국 캘리포니아 협곡 도로에 와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풍경은 마치 중부 유럽의 힐 클라임(Hill Climb) 구간이나 웨일즈 지방 도로처럼 바뀌고, 그러다 곧이어 가장 멋지고 야생적인 스코틀랜드 같은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나는 킬라니 남서부의 풍경과 멋진 도로에 흠뻑 빠진 채 이틀을 보냈다. 킬라니 뒤쪽 해안 절벽 위 코크 카운티의 아이리스(Eyeries)를 떠나 링 오브 케리(Ring of Kerry)와 그 남쪽의 N71 도로, 몰스 갭(Moll’s Gap, 온라인으로 구경하기 좋은 랠리 구간)을 따라 달리며 첫날을 마무리했다. 때론 길을 잃기도 하고 다시 찾아내기도 하며 달렸다. 약 1시간 30분에 걸쳐 굽이진 도로와 멋진 풍경, 울퉁불퉁한 노면과 매끈한 도로, 교통체증 없이 시원하게 뚫린 구간을 두루 누볐다. 만약 이 모든 도로 조건에 맞춰 스포츠카를 세팅한다면, 이 세상 그 어느 곳에서든 달릴 수 있을 것만 같은 코스였다. 

사진기자 해리슨(우리가 만날 수 있을 최고의 자동차광)과 나는 이런 도로에 가장 걸맞은 차가 과연 무엇일지 궁금했다. 너무 빠르거나 너무 강력한 차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코스에서 가장 빠른 차는 토요타 GR 야리스일 수도 있다. 어쨌든 핫해치가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르노 클리오 182, 혼다 인테그라 타입 R, 또는 알파홀릭스(알파로메오 전문 튜너) GTA-R이나 포드 포커스 ST 같은 전통적인 5기통 모델이 그에 해당한다. 한마디로 활기찬 서스펜션으로 기꺼이 커브를 공략하는 성향의 차다.

이 루트에 가장 잘 어울릴 차, 말하자면 피칸토 같은 차를 찾아내기 위해 굳이 너무 멀리까지 갈 필요는 없다. 전혀 과장이 아니다. 피칸토의 스티어링 휠은 기분 좋게 반응하고 매끈하게 돌아간다. 예전에도 언급했듯이 피칸토의 엔진은 아주 역동적이며, 수동 변속기는 현재 생산 중인 제품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이브를 마치고 나서는 결국 킬라니로 돌아갈 것이다. 좋은 호텔과 좋은 음식, 그리고 저녁 7시나 9시부터 시작하는 수백 개의 펍이 있는 곳이다. 그렇다, 말 그대로 ‘와일드 애틀랜틱 웨이’다. 노스 코스트 500의 가장 멋진 구역이다. 캠핑카와 날파리가 거의 없으며 훌륭한 펍이 곳곳에 있고 거리도 깨끗한 곳이다. 일 때문에 종종 이곳을 찾는데, 그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언젠가는 이곳으로 돌아올 거야.” 그러고 나서는 또 까맣게 잊어버리거나 혹은 신경 쓰지 않은 채 지내기 일쑤다. 이번엔 다르다. 이곳을 다시 찾기로 이미 결심했다. 

와일드 애틀랜틱 웨이(THE WILD ATLANTIC WAY)를 즐기는 방법

아일랜드에 가고 싶다면 다양한 페리를 이용할 수 있다. 우리는 웨일즈 홀리헤드의 앵글시 섬에서 더블린으로 향했다. 스테나(Stena)와 아이리쉬 페리(Irish Ferries) 등 두 회사가 서비스하는 경로다. 혹은 리버풀이나 더글러스(만섬)에서 더블린으로 갈 수도 있다. 웨일즈의 해안도시 피시가드(Fishguard)나 펨브로크(Pembroke)의 로슬레어(Rosslare) 항구를 이용해도 좋다. 그게 아니라면 버켄헤드(Birkenhead)나 케언리안(Cairnryan)에서 북아일랜드 벨파스트로 가는 코스로 이동할 수도 있다. 홀리헤드에서 더블린으로 가는 페리를 이용해 차와 사람이 이동한다면 여름철 기준 370파운드(약 62만780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예전에 8월 중순쯤 모터사이클을 몰고 페리를 탔을 때는 120파운드(약 20만 원)을 냈다. 물론 비행기를 타거나 자동차, 클래식카, 캠핑카, 모터사이클, 사이드카 달린 모터사이클, 스쿠터, 혹은 자전거를 이용할 수도 있다. 아일랜드 관광청 웹사이트(ireland.com)에 들어가면 교통편 링크가 있다.

사진 잭 해리슨(Jack Harri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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