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모터사이클 쇼 EICMA 2021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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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모터사이클 쇼 EICMA 2021에 가다
  • 나경남
  • 승인 2021.12.29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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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팬데믹으로 취소되었던 세계 최대의 모터사이클 쇼 EICMA가 2년 만에 돌아왔다. 분위기는 어수선했고, 적잖은 제조사들이 불참하면서 쇼의 규모 역시 축소됐다. 모터사이클 세계의 미래는 안녕할까?
사진 나경남, 각 제조사

미리 예고되었다고 하더라도 충격이 적은 것은 아니다. 매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모터사이클 쇼 EICMA에 대한 이야기다. 개인적으로는 이 쇼를 2009년부터, 불의의 사고로 참석하지 못한 한 번. 그리고 팬데믹으로 취소된 지난해를 제외하고 올해로 10번째 방문이다. 이탈리아의 자전거 및 모터사이클 액세서리 및 용품 제조사 협회에서 주최하는 EICMA는 지난 1914년부터 시작되었으며 올해 78회 째다. 

프레스 데이를 포함한 일정은 모두 6일 간 진행되었으며, 전체 방문객의 숫자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암울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19년의 쇼에서 사실상 거의 처음으로 소규모 개인 미디어들의 참여가 눈에 두드러졌는데, 이번 2021년의 쇼에서도 그런 경향은 더 강해졌다. 실제 전시 및 무역 등을 위해 방문한 이들의 숫자가 2만8000여명 정도였던 것에 비해 일반 매체 및 인플루언서 등의 미디어 참여 인원은 모두 4만 5000 명이 넘을 정도였다.

실제로 그 효과는 소셜 미디어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모터사이클 쇼 불참을 일찌감치 선언했던 한 브랜드는 자신들의 공식 채널을 통해서 모터사이클 쇼에서보다 더 많은 잠재고객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효과는 상당히 미미했다. 공식 채널을 통한 바이럴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며, 전세계 최초 공개 영상 브리핑 등의 조회수도 상당히 저조하다. 그에 비하면 쇼에 참석한 브랜드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얻은 성과는 상당하다. 다양한 미디어는 그 이상으로 다양한 소비층에게 개별적으로 더 친근하고 가깝게 다가간다. 뻔히 자랑하고 싶은 이야기들만 늘어놓는 공식 채널은 소통이 아니라 일방적인 통보에 불과하다는 점을 간과한 듯 하다. 

전반적으로 모터사이클 세계는 다소 보수화된 것처럼 보인다. 새로운 콘셉트와 미래 지향적인 모델보다는 현재까지의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가장 안정적인 수요와 판매가 이어지고 있는 투어링 스타일의 모델들이 업데이트되거나 뉴 모델로 추가됐다. 장거리 여행에 초점을 맞춘 투어링 장르는 비포장도로까지 아우를 수 있는 어드벤처 스타일이 결합되면서 현재 시장에서 가장 인기있는 어드벤처 투어링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분류가 더욱 더 세분화되고 있다. 고배기량과 중급 배기량의 모델들이 서로 성향을 달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드벤처를 더욱 특화시키는 방향성도 눈에 띈다. 물론 반대로 온전히 전통적인 투어링 스타일의 문법에 따르는 경우도 눈에 띈다. 한동안 시장에서 꽤나 인기를 누려왔던 레트로 스타일의 인기는 확실히 주춤하다. 

지난 2019년의 EICMA에 이어 전기 모터사이클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하지만 여전히 혁신은 없다. 디자인과 콘셉트로 화려하게 보여지는 것은 사실상 겉모습에 불과하다. 실질적인 핵심 기술(배터리 및 통합 제어 시스템)을 직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당연히 생산 역량에서도 기존 내연기관 모터사이클 제조사들과 비교할 수 없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전기 모터사이클은 내연기관 모터사이클을 온전히 대체할 수 없다. 다만, 보조적인 수단으로 일부 대체하는 것이 가능할 뿐이다. 

MV아구스타 슈퍼벨로체 아고

EICMA 2021을 방문한 이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투표에서 이번 쇼의 가장 아름다운 모터사이클 1위로 선정된 MV아구스타의 슈퍼벨로체 아고는 살아있는 전설적인 모터사이클 레이서 ‘지아코모 아고스티니’를 기념하는 모델로 개발됐다. 지난 2019년의 EICMA 쇼를 통해서 처음 발표된 슈퍼벨로체는 과거의 레이스 머신을 복각한 듯한 레트로한 감성의 디자인과 함께 최신식의 통합 제어 시스템을 제공하면서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슈퍼벨로체 아고는 전세계에 단 15대가 공급되며, 국내에도 한 대가 배정됐다. 물론, 이미 예약은 완료됐다.

MV아구스타 럭키 익스플로러 프로젝트 5.5 & 9.5

MV아구스타는 역사 속에서 빛나는 파리-다카르 랠리에서의 헤리티지를 현대에 되살리는 작업으로 럭키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카지바 그룹의 랠리 머신 엘레판트가 당시 담배 브랜드인 ‘럭키 스트라이크’의 스폰서십을 통해 깊은 인상을 남겼던 특유의 디자인을 계승한 그래픽이 적용됐다. 엔진 배기량에 따라서 5.5와 9.5로 분류되는 두 대의 모터사이클은 각각 병렬 2기통 550cc급 엔진과 병렬 3기통 930cc급 엔진을 사용한다. 특히, 5.5의 경우엔 중국의 QJ모터스와의 협력으로 개발되는 모델이다. QJ모터스는 이미 그 자체로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상당한 자금력을 확보하고 있는 브랜드로 널리 알려졌는데, 지난 2016년 이후로는 볼보(Volvo)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중국의 지리(Geely) 산하로 들어가면서 한층 더 강력해졌다. 

모토굿찌 V100 만델로

모토굿찌는 전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터사이클 공장으로 소개되곤 하는 만델로 델 라리오에서 지난 1921년부터 시작된 유서깊은 브랜드다. 2021년은 바로 그들의 100주년. 이들은 자사의 지난 100년의 영광과 앞으로의 또 다른 100년을 기원하며, 새로운 모델 V100 만델로를 공개했다. 언뜻 다른 모터사이클들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현 시점의 어떤 모터사이클 브랜드의 어떤 모델과도 비슷한 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유니크한 모델이다. 실제로 이 모터사이클의 장르적 구분도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렵다. 모토굿찌 특유의 수평대향 V형 2기통 엔진 형식은 V100 만델로에서도 계승되고 있지만, 수랭식으로 개발된 이 새로운 엔진은 이들의 또 다른 100년 역사를 시작할 첫번째 단추인 셈이다. 

아프릴리아 SR GT

차량의 상부에서 드러나는 디자인적 인상은 아프릴리아의 슈퍼바이크 및 네이키드 모터사이클의 그것을 거의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대구경 휠과 오프로드 타입의 타이어를 장비하면서 독특한 인상을 준다. 특히, 국내에서도 소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SR GT의 125cc 엔진은 125cc 스쿠터 시장에서 가장 뛰어난 약 15마력의 동력 성능을 자랑하는 메들리S에 적용된 것과 동일한 것이기에 더욱 기대감이 높다. 

아프릴리아 투아렉 660

투아렉이란 낯설지 않은 이름은 아프리카 북부 언어군인 베르베르어로 사막을 뜻하는 이름으로 자사의 오프로드 스타일 모터사이클에 이 이름을 적용했다. 국내 시장에는 공급되고 있지 않지만 유럽에서 널리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야마하의 테네레(Ténéré) 700의 가장 강력한 경쟁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흥미롭게도 투아렉(Tuareg)과 테네레(Ténéré)는 서로 그 이름이 다르지만 동일하게 ‘사막’을 뜻하는 이름이다. 이들은 사하라 사막을 가로지르는 파리-다카르 랠리를 그 출발점으로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오프로드 모터사이클과 달리 보다 장거리를 달릴 수 있어야 할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어드벤처 투어링 장르로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투아렉 660은 그것들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슈퍼바이크를 위해서 만들어졌던 V형 4기통 엔진에서 출발한 경량급 고출력의 병렬 2기통 엔진을 사용한다. 무엇보다 다른 동급의 경쟁 모델들보다도 더 가볍고 경쾌한 움직임을 가능하게 만들어진 점이 차별화된 강점으로 꼽힌다. 

혼다 ADV350

어드벤처 투어링 장르가 인기있는 것만큼이나,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는 가능성과 그 이미지는 매우 강력한 것이 되었다. 실제로 혼다는 이미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소배기량 스쿠터 모델에 오프로드 이미지를 덧입힌 모델을 출시한 바 있었고,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을 사용한 스쿠터형 오프로드 모터사이클 X-ADV를 내놓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 분위기를 이어가는 모델로 이번 쇼를 통해 발표된 ADV350은 이미 검증이 끝난 자사의 미들급 스쿠터 모델을 토대로 개발된 모델이다. 본격적인 수준의 오프로드 주파 성능을 목표로 개발된 것처럼 보이진 않지만, 바로 이런 무드 자체가 많은 이들에게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순 없다. 특히, 팬데믹 이후 개인적이고 개별적인 이동 수단의 필요와 함께 레저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는 탈 것으로써 미들급 스쿠터가 갖는 장점은 크다. 

혼다 NT1100

혼다가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투어링 모터사이클로 제시한 것이 바로 NT1100이다. 전세계 모터사이클 제조사들 중 유일하게 모터사이클 전용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DCT)을 적용하고 있는 혼다답게, 새로운 NT1100 또한 마찬가지다. 자사의 어드벤처 투어링 모터사이클인 아프리카트윈에서 가져온 엔진을 바탕으로 온로드 투어링 전용으로 개발된 모델로 읽을 수 있다. DCT를 사용하기에 기어 변속에 대한 부담없이 스쿠터처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 운전자의 의지에 따라 기어를 수동으로 변속하는 것도 가능하다. 풀 컬러 계기판은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 플레이를 모두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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