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포르쉐 918 스파이더가 진정한 모습을 드러냈다. 매끈한 디자인 안에는 최첨단 하이브리드 기술로 뽑아낸 887마력의 강력한 성능이 숨어있다. 이제 애타게 기다려온 포르쉐, 맥라렌, 페라리의 하이퍼카 경쟁이 펼쳐질 것이다. <오토카>의 스티브 서트클립(Steve Sutcliffe)이 918 스파이더의 고삐를 잡았다.
2011년 봄, <오토카>는 신형 부가티 베이론 슈퍼 스포트의 로드 테스트 기사를 내보냈다. 돌이켜보면 여러 이유에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시승이 끝날 무렵 우리는 차종, 가격, 시점에 관계없이 미래에 나올 그 어떤 차가 베이론의 엄청난 성능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궁금해 했다.
하지만, 베이론에 너무 놀라지 말았어야 했다. 포르쉐가 918 스파이더로 ‘미래의 스포츠카’를 완성했다고 주장하는 것을 감안하면 말이다. 포르쉐는 대단한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 한 이런 말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 그들은 정말로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나은 것을 만들어낸 모양이다.
얼마나 대단하기에 그러는 것일까? 1년 전이다. 포르쉐는 918의 뉘르부르크링 랩타임을 7분 14초에 끊었다고 언급했다. 연비는 33.1km/L로, V8 하이브리드 구동계에서 806마력의 출력을 뽑아낸다고 했다. 하지만, 포르쉐는 이제 그 차가 887마력과 137.4kg·m의 토크를 내고, 연비는 여전히 33.1km/L이면서 뉘르부르크링 랩타임이 6분 57초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이는 역사상 다른 어느 양산 승용차보다도 빠른 수치다. 분명히 맥라렌과 페라리보다 빠르다. 지금 중요한 것은 918 스파이더의 완성판이 여기 실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78만1천155유로(약 11억2천170만원)인 기본 모델이나 40kg 더 가벼운 85만3천155유로(약 12억2천510만원)짜리 바이자흐 팩 모델을 산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승용차를 손에 넣을 수 있다. (뉘르부르크링 랩타임 기준)
포르쉐가 발표한 바이자흐 팩 918의 성능 수치를 보면 가슴이 떨리지 않을 수 없다. 0→시속 100km 가속 2.5초, 0→시속 200km 가속 7.2초, 0→시속 300km 가속 19.9초에 최고시속 346km라면 어떨까?
918을 모는 것은 시작부터 약간 낯설다. E-드라이브(E-drive) 모드에서는 처음부터 두 개의 전기모터(하나는 앞 차축, 다른 하나는 뒤 차축을 위한 것이다)로 달린다. 그저 키를 돌리고,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하고, 가속페달을 밟아 미끄러져 나가면 된다. 가속력은 충분하고도 남는다. 전기차 모드에서도 시속 97km까지 6.2초 만에 도달할 수 있다.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하면, E-드라이브 모드로 약 32km를 달릴 수 있다.
하지만 그 후에 액셀러레이터를 깊게 밟으면, 쿵 소리와 함께 V8 엔진이 살아난다. 일반적인 휘발유 V8 엔진과 전기 모터가 조화를 이룬다. 숨겨져 있던 괴물이 본색을 드러내자, 918이 여전히 훌륭한 구식 V8 슈퍼카란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어설프게 가속 페달을 다루지 않는 한 동력 전환은 놀랄 만큼 부드럽다. 가속 페달에서 몇 초 동안 발을 떼면 V8 엔진이 꺼지고 바람 소리와 타이어 구르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하이브리드 모드에서는 전기모터와 엔진의 힘을 더 자주 끌어 쓴다. 그래도 여전히 편안하다. 스포트 모드를 선택하면 엔진, 변속기, V8 엔진, 두 개의 전기모터 모두의 반응이 더욱 날카롭고 빨라진다. 조금 더 빠른 주행을 원한다면 핫 랩스(Hot Laps) 프로그램으로 바꾸면 된다. 차체 뒤쪽이 미끄러지는 것을 어느 정도 허용하고,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언더스티어를 없애기 위해 훨씬 더 큰 힘을 앞 차축으로 보낸다.
반면 상대적으로 약하게 느껴지는 하이브리드 모드에서조차 918 스파이더는 최소한 지금 판매되고 있는 일반 도로용 포르쉐만큼 빠르다는 느낌이 든다. 더 빠르지 않다고 해도, 최소한 액셀러레이터를 깊게 밟고 그 상태를 3초 내지 4초 정도 유지하면 V8 4.6L 엔진은 귀가 터질 정도로 높은 9,000rpm까지 곧바로 회전수를 올린다.
폭발적인 반응은 전기모터에서 나오는 강력하고 즉각적인 토크 덕분이다. 그래서 7단 기어에서 시속 80km로 달릴 때에도, 이 차는 911 GT3이 3단 기어에서 시속 110km로 달릴 때와 똑같은 수준의 가속력을 뽑아낼 수 있다. 전혀 과장이 아니다. 게다가 편안한 하이브리드 모드에서 그렇다.
스티어링 휠에 있는 다이얼을 레이스 모드로 돌리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반응은 ‘훌륭하다’에서 ‘기가 막히다’로 바뀐다. 그리고 핫 랩스 프로그램을 더하면 다시금 훨씬 더 큰 폭으로 빨라진다. 가장 광적인 모드에서 2,500rpm에 이르면, 918은 아주 사소한 액셀러레이터 조작에도 순간 이동하는 것처럼 폭발적인 느낌이고, 5,000rpm에 이르면 활기찬 느낌은 두 배로, 강력한 느낌은 세 배로 커지는 느낌이 든다.
저단 기어에서 8,000rpm으로 달릴 때의 느낌이나 소리가 어떤지는 생각할 엄두도 내지 말아야 한다. 첫 세 단에서는 실제로 자세한 것들은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일들이 너무 빨리 벌어진다. 수평선을 향해 돌진하는 속도는 압도적이다.
발터 뢰를의 911 터보 S 뒤를 따라 달렸다. 918의 달리기에 대해 정말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은 차의 무게를 아주 잘 감추고 있다는 점이다. 트랙에서 발터 뢰를을 시야에서 놓치지 않도록(솔직히 말하면 918이 911 터보 S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아주 사소한 노력만 들이면 된다) 충분히 신나게 달리고 있는 동안, 차는 기본 모델의 공식 발표 수치인 1,674kg보다 훨씬 가볍게 느껴졌다.
방향을 바꾸는 모습은 그처럼 큰 차로서는 놀라울 정도다. 언더스티어는 상식적인 속도에서는 거의 없다시피 하고, 코너를 돌 때의 안정감과 침착함은 속도와 코너에 관계없이 압도적이다.
스티어링의 정확성과 정교함 역시 훌륭하다. 물론 훌륭한 유압 시스템과 비교하면 아주 섬세한 감각이 부족할 수는 있다. 사실 파워 스티어링은 전동식이고 1990년대의 911처럼 스티어링 휠을 통해 전해지는 활기찬 반응은 없다.
하지만 918과는 조금 상관없게 느껴진다. 이 차에서는 차와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이 없다는 것을 한탄할 시간이 거의 없다. 모든 일이 너무 빨리 벌어진다. 다른 주행 감각은 전통적인 감각이 끼어들 여지가 없을 정도로 아주 강렬하다.
더욱 뛰어난 점은, 초기 프로토타입이 골치를 썩였다고 하는 브레이크 페달의 인공적인 느낌이 거의 사라진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을 때는 다른 포르쉐에 쓰이는 것과 매우 비슷하다. 달리 표현하자면 환상적이다. 다만 E-드라이브 모드에서 살짝 밟았을 때에 페달이 약간 따로 노는 느낌이 들기는 한다.
최첨단 기술과 전통적인 기술이 환상적으로 결합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꿈꿀 수 없었던 엄청난 성능과 합리적인 세련미, 놀라운 주행능력, 하이퍼카로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연비(경제성)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부분은 아주 자연스럽고 순수한 느낌을 주는 주행 감각이다.
918은 두렵거나 불안하거나 압도적인 느낌이 없으면서도 천지가 개벽할 만큼 빠르다. 짧은 시간만 지나면 대부분의 운전자는 이 차의 한계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운전하기에 부담 없는 차다. 맥라렌 P1과 라페라리가 이보다 더 폭넓은 능력을 보여주려면, 아주 특별한 무엇은 물론 기술도 필요할 것이다.
글: 스티브 서트클립(Steve Sutcliffe)
PORSCHE 918 SPYDER(WEISSACH PACK)
0→시속 100km 가속: 2.5초
최고시속: 350km
복합연비: 33.3km/L(유럽기준)
CO₂ 배출량: 70g/km
무게: 1634kg
엔진: V8, 4593cc, 휘발유, 2개 전기모터
구조: 미드, 세로, 4WD
출력: 887마력/8500rpm(복합)
토크: 130.5kg·m(복합)
변속기: 7단 듀얼 클러치 자동
연료탱크: 70L
트렁크: 110L
휠(앞/뒤): 9.5J×20in / 12.5J×21in
타이어(앞,뒤): 265/35 ZR20, 325/30 ZR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