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카 VS 바이크 VS 레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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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카 VS 바이크 VS 레이서
  • 스티브 서트클립
  • 승인 2014.01.27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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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라렌 12C 대 BTTC 레이서 대 영국 슈퍼바이크의 챔피언이 맞붙었다. 가장 빠른 랩 타임을 기록한 자는 누구인가?

흔히 그렇듯 맥주 한잔을 곁들이며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일이 시작됐다. “자동차가 빠르냐? 바이크가 빠르냐?”란 논쟁이 어느새 말싸움으로 번졌다. 고성이 오가는 토론이 시작됐다.

자동차 지지자들은 “차는 코너에서 언제나 바이크보다 빠르다”라고 단호하게 외친다. 코너링과 제동에서는 바이크보다 차가 앞선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바이크는 직선에서 승용차를 순식간에 앞지른다. 하지만 코너에서 똑같은 속도를 낼 순 없다.

그렇다면- 코너링 성능과 제동력이 가장 중요한, 영국 로킹엄의 내셔널 서킷 인필드의 저질 트랙에서 이길 수 있을까? 이런 트랙에선 자동차가 더 빠른 걸 인정해야 한다. 결국 우리 <오토카>는 BTCC(영국 투어링카 챔피언십) 레이서와 영국 슈퍼바이크 챔피언, 슈퍼카 맥라렌 12C를 끌고와 맞붙기로 했다.
 

먼저 BTCC 머신을 보자. 여기 나온 혼다 시빅 ‘유아사’(Yuasa) BTCC 머신은 리어 스포일러를 달고 사방에 공기역학을 위한 사이드 스커트를 둘렀다. 그러나 엔진룸에는 약간 빈약해 보이는 2.0L 4기통 엔진이 담겨 있다. 얼마나 쥐어짜느냐에 따라 출력은 300~360마력(적어도 터보의 지원을 받는다면)을 오간다.

한편 맥라렌 12C의 엔진룸에는 위력적인 3.8L 트윈터보 V8이 도사리고 있다. 어림잡아 혼다보다 2배나 되는 출력과 토크를 토해낸다. 따라서 맥라렌이 BTCC 혼다보다 무거워도 불리할 이유가 없었다. 맥라렌 12C는 1,474kg, BTCC 혼다 시빅은 1,280kg. 맥라렌이 출력/무게에서 혼다를 압도한다. 톤당 출력은 424마력 vs 284마력. 따라서 직선코스에서 맥라렌은 압도적으로 빨라야 한다.

다만 BTCC 혼다 시빅의 던롭 슬릭 경주용 타이어가 전혀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다. 던롭 슬립은 노면에 달라붙는다. 맥라렌 12C는 피렐리 P 제로 코르사 타이어를 신었다. 좋은 타이어지만 접지력으로는 슬릭 타이어와 비교할 수가 없다.
 

끝으로 슈퍼바이크는? ‘삼성(한국의 삼성이 맞다) 혼다 워크스팀’의 파이어블레이드다. 고작 165kg에 불과한 녀석이 출력은 203마력이 넘는다. 출력/무게는 톤당 1217마력. 황당한 수준이다. 그러니 직선 구간에선 선두로 치고 나가야 한다. 그러나 코너와 브레이킹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가늠하기는 어려웠다.

파이어블레이드의 타이어는 피렐리 슬릭타이어다. 그리고 초정밀 트랙션 컨트롤을 달았다. 따라서 가속과 감속, 코너 진입에서도 최대한의 그립을 발휘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순수한 코너링 스피드가 자동차보다 빠를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영국에서 가장 빠른 라이더가 파이어블레이드를 탈 것이란 것.

파이어블레이더를 탈 라이더는 23세의 알렉스 로우즈. 그는 이미 2013 영국 슈퍼바이크 챔피언의 왕좌에 올랐다. BTCC 레이서는 워크스 드라이버 고든 셰든이 탄다. 이 둘은 궁극적인 레이싱 프로. 머신을 설명하는 데 거침이 없었고, 날씨가 좋든 나쁘든 한계성능의 1mm까지 도달하는 능력을 갖췄다.
 

그러면 12C를 탈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오토카>의 스티브 서트클립. 바로 기자다. (그리고 정상급 드라이버/라이더가 아닌 기자가 운전대를 잡기에 맥라렌이 불리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플래시에게도 12C를 맡겨 기자의 랩타임과 비교하기로 했다. 그저 확인용이다. 그는 나보다 영점 몇 초가 더 빨랐다. 그 정도 차이면 비교적 공정하지 않을까?)

로킹엄 트랙에 도착했다. 로우즈가 워크스 삼성 혼다에 올라 일련의 연습주행에 들어갔다. 그에 앞서 깔끔하게 차려입은 일단의 미캐닉들이 20분 동안 바이크의 타이어와 연료를 데웠다.

첫 코너에서 그는 뒷바퀴를 눕히고 미끄러졌다. 뒷바퀴가 살짝 미끄러지며 코너를 돌아나가는 장면은 보기만 해도 숨이 막혔다. 결코 운 좋은 단발 곡예가 아니었다. 로우즈는 자신이 붙자 더욱 날카롭게 코너를 공략했다. 코너 정점에서 바이크의 노즈를 원하는 각도로 집어넣기 위해 의도적으로 밀어붙이는 공격 자세였다.
 

아마도 모든 코너에서 그랬을 터이지만 다행히 우리는 볼 수 없었다. 그 대신 굉음을 들으며 기다렸다. 어쩔 수 없이 나뒹굴며 엔진이 꺼질 때를 기다렸다. 스물세 살짜리에게 203마력 슈퍼바이크를 맡기며 “자동차 레이서를 박살내버려”라고 했을 때 불가피하게 일어날 사태였다.

하지만 추락 사고는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그 대신 로우즈는 여섯 바퀴의 주행을 마치고 바이크를 내려 미캐닉들과 조용히 대화를 나눴다. 그런 다음 화장실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베스트 랩타임 1분 13.0초.

다음으로 셰든이 BTCC 혼다에 올랐다. 진정한 프로답게 그는 당장 서킷으로 들어갔고, 첫 공격에서 로우즈의 베스트 랩타임을 깨트렸다. 1분12.8초. 한데 가장 괴기했던 것은 연달아 일어난 믿을 수 없는 기록이었다. 그날 셰든이 쓸 타이어는 단 한 세트밖에 없었다. 따라서 가장 좋은 랩타임을 낼 수 있는 기회는 단 한바퀴 밖에 없었다.
 

그러나 셰든은 바퀴를 거듭할수록 랩타임을 줄여나갔다. 2번째 1분12.6초. 3번째 1분12.5초. 4번째 다시 1분12.5초. 그리고 5번째에는 타이어가 한계를 넘겨 1분12.6초. 프로 레이싱 드라이버가 보여준 가장 극적인 시범이었다. 그가 시빅의 실내에서 나왔을 때 그의 이마에는 땀이 배어 있지 않았다. 실내는 29℃ 였는데도 말이다.

뒤이어 내가 맥라렌을 몰고 나갔다. 랩타임은? 1분17.4초. 솔직하게 오싹하도록 빠른 느낌이 들었다. 12C는 직선구간에서 겁나게 빨랐다. 그리고 코너를 돌아갈 때도 전혀 감각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에어브레이크의 안정성 덕분에 제동을 걸 때에도 무적이었다. 하지만 파이어블레이드보다 4.5초, 시빅보다는 약 5.0초 느렸다.

그 뒤 셰든은 완전히 새로운 타이어를 신긴 12C에 올라 1분16.9초를 기록했다. 그 이유는 접지력 차이다. BTCC 머신은 어디서나 막강한 접지력을 발휘했다. 따라서 어느 코너에서나 한층 강력한 가속력을 자랑했다. 반면 맥라렌은 서킷을 돌며 슬라이딩을 계속했다. 정확히 말해 평균적인 로드카보다 엄청난 접지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BTCC 혼다에 비해 아주 미미했다.
 

이때 로우즈가 다시 나타나 그의 천적 BTCC 머신을 꺾을 전술을 궁리했다. 그의 결론은 바이크를 “좀 더 빨리” 몰아붙인다는 지극히 간단한 전술이었다. 이처럼 간단명료한 레이서의 자세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미리 바이크의 타이어를 데운 뒤(접지력을 위해) 로우즈는 서킷으로 달려나갔다.

나는 가슴이 두근거려 로우즈의 곡예를 그대로 볼 수 없었다. 탁 트인 고속 코너를 돌파하는 그의 테크닉은 경이적이었다. 메인 피트 스트레이트에서 변속할 때 바이크가 몸을 떠는 광경은 정말 보기에도 아찔했다. 한층 힘차게 몰아붙였고, 더 빨라 보였고, 거의 한계에 도달했다. 고개를 숙이고 패배를 거부한 집념의 사나이가 연출하는 드라마였다.

삼성 혼다를 몰고 로우즈가 달린 최종 랩타임은 믿을 수 없는 1분10.2초. 로킹엄의 내셔널 서킷에서 세운 신기록이었다. 동시에 BTCC를 2.3초차, 맥라렌을 눈물이 찔끔 나올 7.2초차로 물리쳤다. 게다가 직선구간에서만 그런 게 아니어서 놀라웠다. 바이크는 코너를 안정적으로 탈 때 로드카보다 빨랐다. 그리고 레이싱카보다 크게 느리지 않았다. 그리고 직선구간에서 바이크는 차원이 다른 속도를 자랑했다. 그렇다면 다시 맞붙어봐야 하지 않을까?

글: 스티브 서트클립(Steve Sutcliffe)

Samsung Honda CBR1000RR Fireblade
0→시속 97km 가속: 2.0초(추정)
최고시속: 320km 이상
복합연비: 8.8~10.6km/L(유럽기준)
무게: 165kg
엔진: 직렬 4기통, 1000cc, 휘발유
구조: 미드, 가로, RWD
최고출력: 203마력
최대토크: na
무게당 출력: 1229마력/톤
리터당 출력: 203마력/L
변속기: 6단 시퀀셜
연료탱크: 20L
서스펜션: (앞)올린즈 텔레스코픽 포크
(뒤)올린즈 쇼크업소버, 혼다 프로-링크 시스템
브레이크: (앞)320mm V 디스크
(뒤)218mm V 디스크
휠: (앞)3.5J×16.5in
(뒤)6.25×16.5in
타이어: 16.5in 슬릭


BTCC Yuasa Honda Civic

0→시속 97km 가속: 4.5초(추정)
최고시속: 260km 이상
복합연비: 2.5~3.5km/L(유럽기준)
무게: 1280kg
엔진: 직렬 4기통, 2000cc, 터보차저, 휘발유
구조: 프론트, 가로, FWD
최고출력: 365마력/8000rpm(추정)
최대토크: 35.9kg·m/6000rpm(추정)
무게당 출력: 284마력/톤(추정)
리터당 출력: 182마력/L
변속기: 6단 시퀀셜
연료탱크: 80L
서스펜션: (앞)더블위시본, 아이바크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펜스케 댐퍼
(뒤)더블위시본, 아이바크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펜스케 댐퍼
브레이크: (앞)362mm V 디스크
(뒤)304mm V 디스크
휠: 10J×18in
타이어: 18in 슬릭

McLaren 12C Spider
0→시속 97km 가속: 3.1초
최고시속: 330km
복합연비: 8.6km/L(유럽기준)
무게: 1474kg
엔진: V8, 3799cc, 트윈-터보, 휘발유
구조: 미드, 세로, RWD
최고출력: 625마력/7000rpm
최대토크: 61.1kg·m/3000~7000rpm
무게당 출력: 424마력/톤
리터당 출력: 164마력/L
변속기: 7단 듀얼 클러치 자동
연료탱크: 72L
서스펜션: (앞)더블위시본, 코일스프링, 유압식 안티롤바, 액티브 댐퍼
(뒤)더블위시본, 코일스프링, 유압식 안티롤바, 액티브 댐퍼
브레이크: (앞)370mm V 디스크
(뒤)350mm V 디스크
휠: (앞)8.5J×19in
(뒤)11J×20in
타이어: (앞)235/35 ZR19
(뒤)305/30 Z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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