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스타 2, 테슬라 모델 3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상태바
폴스타 2, 테슬라 모델 3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 리처드 레인(Richard Lane)
  • 승인 2020.12.24 15: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형 폴스타 2는 직선 구간에서 번개처럼 빠른 테슬라 모델 3을 따라잡을 수 없지만, 판매량은 어떨까? 리처드 레인(Richard Lane)이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기차와 그 차의 진정한 첫 경쟁자를 맞붙여 본다

지금이 2010년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독자 여러분에게 앞으로 10년 뒤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볼보의 모터스포츠 협력업체가 지금까지 로터스 엘리스의 전기차 버전 밖에 내놓지 않은 미국 자동차 업체와 패권을 놓고 다툴 것이라고 이야기한다고 가정해 보자. 아마 비웃을 것이다. 모든 것이 너무 믿기지 않는 이야기일 테니 말이다. 테슬라 모터스는 기업 공개 이후 연일 상한가를 갱신하고 있고, 폴스타는 평범하지만 점점 더 매력을 더하고 있는 볼보 세단의 고성능 버전을 만들면서 이곳 유럽에서 그 매력을 한껏 발산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베드퍼드셔(Bedfordshire)에 있는 밀브룩(Millbrook) 프루빙 그라운드에 테슬라 모델 3과 폴스타 2를 가지고 나왔다. 전자에 관해서는 조금 더 설명할 필요가 있다. 파충류같은 눈을 단 모델 3은 북미와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기차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르노가 조에를 개선해 내놓기 전까지는 유럽에서도 그랬다. 와. 벌써 3연승이라니. 사람들이 테슬라에 이끌리는 이유는 대개 다른 전기차보다 더 멀리까지 달리고 더 빠르게 충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테슬라는 관념적으로 기존 제조업체들과 스스로를 차별화했다. 핵심은, 가솔린과 인연의 끈을 놓고 싶은 마음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모델 3이 완벽한 선택 조건을 갖춘 차 중 하나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없었던 것 한 가지는 진정한 경쟁자였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폴스타 2는 중국과 스웨덴, 그리고 영국(폴스타는 M69 고속도로 바로 옆에 연구 개발 기지가 있다. 롤스로이스 plc가 항공용 팬 케이스를 만드는 곳 바로 옆이다)에서 만들어진 전기차로, 무표정한 모습이 마치 비밀 군사 시설에서 탈출한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퍼포먼스 팩(브렘보 브레이크, 20인치 휠, 금색 세부 장식 그리고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수동 조절이 가능한 올린즈 댐퍼가 추가된다)을 달면 5만1900파운드(약 7761만 원)인 이 차는 모델 3과 값이 거의 비슷하고, WLTP 기준으로 470km인 주행 가능 거리는 경쟁자의 530km에 묻히지 않을 정도인 것은 틀림없다.

모델 3 가운데에서 시승한 퍼포먼스 모델 대신 롱 레인지 버전을 선택했다면, 값은 5만6490파운드(약 8450만 원)에서 4만6990파운드(약 7030만 원)로 내려가고 한 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는 31km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퍼포먼스 팩을 포기한다면 폴스타 2 역시 값이 거의 같아진다.

 

두 차 모두 LED 헤드라이트가 적용됐다
폴스타는 볼보에서 ‘토르의 해머’ 디자인을 차용했다

가속력을 살펴보면, 모델 3 롱 레인지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97km까지 4.4초 만에 가속할 수 있고 폴스타 2는 4.7초 걸린다. EV 전도사인 테슬라가 인용하기 좋아하는 수치를 놓고 본다면, 큰 차이는 없다. 다만 모델 3 퍼포먼스 모델의 가속 시간은 3.4초로, 폴스타 2보다는 맥라렌 F1 쪽에 더 가깝다. 그러나 폭넓게 보면, 여전히 두 차는 흥미로울 만큼 비슷한 성능을 낸다.

시승에 주어진 시간이 단 하루인 만큼, 밀브룩에서부터 M1 고속도로를 따라 내려가 런던을 가로지르고 수도 외곽 남쪽을 지나 애시다운 포레스트(Ashdown Forest)를 향해 내려가는 것이 우리의 계획이다. 우리는 그곳에서부터 햄프셔(Hampshire)주에 있는 립후크(Liphook)를 향해 들판을 가로지를 것이다. 지도를 믿을 수 있다면, 두 차에 알맞는 급속 충전기가 그곳에 있을 것이다. 주행거리는 약 256km로, 우리의 주인공들이 난감하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도로 조건이 다양하기는 해도, 많은 소유자들이 주기적으로 운전하는 것보다는 먼 거리다(경쟁과는 별개로, 전기차 사업이 지난 5년간 발전해 온 것은 분명하다). 이 차들을 더 깊이 이해하려면 장기 시승을 통해 많은 것을 측정해야겠지만, 그럼에도 이번 시승은 흥미로울 것이다.

새 모델인 만큼, 처음 고속도로 시승을 시작하면서 내가 탄 차는 폴스타 2였다. 차가 어땠느냐고? 볼보 XC40에 쓴 것을 변형한 플랫폼으로 만들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내 크기는 그에 알맞은 정도다. 유리 지붕을 갖추기는 했지만 친밀한 느낌이고, 무엇보다도 정교하다는 점이 돋보인다. 높은 옆유리 아랫부분과 변속기 터널은 든든한 느낌을 설득력 있게 자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놀라운 표면 질감 배열로 차에 탄 사람을 감싼다. 재질감이 살아 있는 목재 장식, 직조 직물과 영리하게 펼쳐진 밝은 장식들로 가득하다. 솔직히, 칭찬 삼아 이야기하자면 일반 볼보 차들에서 많은 부품을 가져왔음에도 포르쉐 911의 분위기와 다르지 않다. 당연히 친환경 소재들을 썼다. 다만 작년 9월에 시승한 모델 3의 실내도 그랬다. 의문의 1패다. 
 

미안, 친구. 여기서는 충전할 수 없다네

이동하는 동안, 폴스타 2는 웰빙 느낌이 점점 더 뚜렷해지면서 고속도로에서 크게 도움이 된다. 고속에서도 차분하고 프리미엄 브랜드 차처럼 조용하다. 운전 관련 장치들은 적당한 무게로 작동하고, 드넓은 전방 시야 역시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차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한적한 길에서 타고 싶은 차라는 느낌을 준다.

운전석 위치도 위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이지만, XC40보다는 좌석이 낮게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걸터앉는 느낌은 아니다. 한편, 구글이 개발한 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반응과 해상도 면에서 무척 세련되었다. 디지털 계기판도 깔끔하게 작동하지만, 정보를 단순하게 표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폴스타는 그 부분을 더 얇게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달리 말하면, 계기판 위를 덮는 부분을 더 낮췄다면 실내 공간이 훨씬 더 넓어 보였을 것이다.

도로에서는 폴스타가 더 많은 시선을 끌었다

우리가 런던에 도착할 때까지, 폴스타 2는 훌륭한 인상을 남겼다. 실내는 구석구석 모든 부분이 차 값에 걸맞은 느낌이고, 조작성 면에서는 지금까지 내가 몰아본 여느 전기차들 만큼이나 직관적이다. 작동을 시작하기 위해 버튼을 누르거나 열쇠를 꽂을 필요도 없다. 그저 차에 올라타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가운데가 비어 있는 기어 셀렉터를 D 위치로 민 뒤 차를 몰면 된다. 볼보 디자인에서도 특히 좋은 것을 쓴 직물 소재 좌석은 탁월한 편안함으로 소재의 풍요로움을 강조한다.

편안함만이 전부는 아니다. 두 차축에 408마력의 출력이 고르게 나누어 전달되고 무게 중심이 낮은 덕분에, 폴스타 2는 스포티할 거라는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킨다. 그러나 올린즈 댐퍼를 선택한 이유는 의문이다. 이번 시승 후반부에 이르면 서스펜션은 마법의 순간을 보여주겠지만, 고속도로에서는 승차감이 필요 이상으로 뻣뻣하다. 심지어 댐퍼를 부드러운 쪽으로 조정했는데도 그랬다(궁금한 독자를 위해 부연하자면, 앞쪽은 18단계, 뒤쪽은 20단계로 설정했다). 은근한 미적 매력을 고려하면, 퍼포먼스 팩은 굳이 선택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폴스타 2에 머무는 동안에는 이보다 더 평온할 수 없다

수줍음을 많이 타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런던 도심 한가운데에서, 폴스타 2는 차 자체가 비정상적일 만큼 관심을 끈다. 사실, 다른 곳에서 그렇게 시선을 사로잡는 차는 외계에서 온 것 같은 노란색 차체의 라페라리 밖에는 없을 것이다. 

폴스타 2는 시내 주행이 전혀 까다롭지 않다. 운전 관련 조절 장치들이 사려깊게 조율되었고 점진적으로 반응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느 정도는 차가 몸의 일부가 된 느낌이다. 파손방지용 포장지의 공기방울이 터지는 듯한 방향지시등 작동음은 완전히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킨다. 편지봉투 모양 뒷유리 때문에 뒤쪽 시야만이 약간 좋지않을 뿐이다. 

당신이 볼 수 있는 것 중 가장 미니멀한 실내공간

같은 원칙은 모델 3에도 적용되지만, 드러나는 방식은 다르다. 금고 같은 느낌을 주는 폴스타 2와 비교하면, 모델 3의 실내는 놀랄만큼 탁 트여 있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느낌이 들 정도다. 그러나 눈앞에 계기판이 없다는 점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특히 뚜렷하게 속도가 표시되는 부분 없이 달려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와 같은 단호함은 유럽 경쟁 모델들과 비교했을 때 인지 품질이 낮다는 것을 감추지도 못한다. 이런 점은 글로서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자세히 설명하지 않겠지만, 스티어링 휠 하나만 보더라도 5만6000파운드(약 8630만 원)짜리 차에서는 이상적이라고 하기 어려울 만큼 장난감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사이드 미러 조절 기능을 포함한 모든 것을 15인치 터치스크린으로 통합한 덕분에 이동 중에는 즐거운 분위기다. 의심할 여지 없이, 모델 3은 치밀하게 구성한 동력계를 폴스타 2보다 더 창의적으로 활용한다. 옆유리 아래 부분이 낮은 덕분에 전방 시야는 영화관 같고, 폴스타가 편안하고 평범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과 달리 테슬라는 흥미롭고 참신한 느낌이다.

 

두 차 모두 매우 빠르다. 특히 무게를 감안한다면 더욱

런던 중심부를 벗어나다 보니,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테슬라를 모는 것이 중독성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모델 3은 폴스타 2보다 상당히 길고, 휠베이스 길이 차이는 두드러진다(발 놓는 자리가 더 비좁은 뒷좌석 탑승자는 예외다). 칠(Chill) 모드로 동력계를 유지하면 차는 훨씬 더 묵직한 느낌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스포트 모드를 선택하고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3cm 정도만 밟으면 1850kg인 무게의 절반을 줄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모델 3은 폭발적으로 가속한다. 

애시다운과 립후크 사이를 가로지르는 구간을 달릴 때에는 두 차 모두 시원스러운 가속과 민첩한 움직임에서 부족함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네바퀴로 전달되는 구동력과 아래쪽에 집중된 무게를 떠올린다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두 차 모두 뛰어나다는 느낌을 주지도 않았다. 모델 3은 옆 방향 기울어짐이 작지만, 처음에는 빠르게 반응한다. 그 뒤로는 왠지 영혼 없는 단순함을 유지하는 스티어링과 맞물려 주행 특성을 이분법적이고 희미하게 단절된 느낌으로 만든다. 더 세련되게 움직이고 스티어링 조작에 따른 핸들링이 더 만족스러운 폴스타 2보다 점진적인 반응의 자연스러움이 덜하다. 

 

레인지 최상위 모델은 일반적인 에어로 휠이 아니다
퍼포먼스 팩은 금색의 브렘보 브레이크를 더한다

모델 3은 더 민첩한 느낌이지만 초기 반응만 그렇고, 더 깊이 있다고 느껴지는 쪽은 폴스타 2다.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었을 때 관성 주행하는 능력 역시 스웨덴 출신의 폴스타 2의 탁월한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두 차 모두 적용되어 있는 원 페달 주행 회생제동 설정보다 더 오랫동안 더 유용하다고 느꼈다.

립후크에 도착할 무렵이 되면서 몇 가지 사실이 분명해졌다. 폴스타 2는 승차감이 탄탄하기는 해도, 충격을 즉시 흡수하지 못한다는 점만 빼면 모델 3보다 하체 떨림이 적고 운전이 더 재미있다. 두 차 모두 즐거운 운전 환경을 제공하지만, 덜 전위적이고 더 보기 드문 취향을 가진 사람들은 아늑한 실내와 조절장치를 더 직관적으로 쓸 수 있는 폴스타 2를 선호할 것이다.

적재공간은 두 차 모두 한계가 있다(내연기관으로 움직이는 BMW 3 시리즈가 두 차보다 확실히 더 낫다). 그러나 두 차 모두 어른 네 명이 편안히 여행할 수 있다. 성능 측면에서는 폴스타 2가 운전자를 미소짓게 한다면, 모델 3은 숨이 막힐 정도다.

물론, 주행 가능 거리와 충전이라는 과제가 아직 남아 있다. 용량 75kWh 배터리가 가득 차지 않은 상태로 밀브룩에서 465km였던 모델 3의 주행 가능 거리는 립후크에서 106km가 되었다. 78kWh 배터리가 완전히 충전되었고 디스플레이에 418km를 달릴 수 있다고 선명하게 표시되었던 폴스타 2는 남은 주행 가능 거리가 77km였다.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폴스타 2가 200kg 더 무겁다는 점은 고려해 두자.

 

왼쪽부터: 1st. 터무니없이 빠르고, 올바른 선택이겠지만, 운전하기에 아주 세련되거나 훌륭하진 않다; 2nd. 매우 바람직하고 세밀한 공학적 냄새가 난다. 하지만 미국산 라이벌만큼 유용하거나 재미가 느껴지진 않는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사실은 100kW 이상의 충전 능력이 있는 테슬라 슈퍼차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폴스타 2는 부근 주유소에 있는 개별 사업자 충전기에서 50kW 충전기로 충전해야만 한다. 충전기가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가장 가까운 다음 충전기를 찾았지만 다른 BMW i3 뒤에서 기다려야 했다.

승패는 여기에서 갈라졌다. 아주 비슷한 경쟁자로서, 이 차들은 확실히 성격이 다르고 판정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무척 아늑하고 호감이 가는 폴스타 2가 더 세련된 제품인 것과 달리, 더 당당하고 무척 개성 있는 모델 3은 더 나은 경험을 하게 해 준다. 결국 간발의 차로 모델 3이 승기를 거머쥐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