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용 페라리의 기념비적 여정을 되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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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용 페라리의 기념비적 여정을 되돌아보다
  • 앤드류 프랭클(Andrew Frankel)
  • 승인 2020.12.2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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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을 더 작게 만들고 더 멋진 상품이 될 수도 있었지만, 가족용 페라리는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다. 앤드류 프랭클(Andrew Frankel)이 그 마지막 모델을 시승해 본다

우리는 <오토카>에 고별사를 쓰기는 하지만, 많지는 않다. 대체로, 우리가 맡은 일은 과거를 돌아보기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끔은, 업계의 일을 기록한다는 차원에서 어떤 식으로든 사실을 알리지 못한다면 우리의 일을 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진다.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거나 사랑받은 차일 경우에 말이다. 

그렇다면 페라리 GTC4 루쏘 T를 그 영역에 넣을 수 있을까? 사실 우리가 그 차에 작별을 고하는 이유는 가족용 풀 사이즈 페라리 쿠페라는 그 자체만은 아니다. 60년 페라리 역사 전반의 대부분을 이어온 근본 흐름을 깨뜨린 차라는 점이 중요하다.

어쩔 수 없이 달려야 할 것처럼 보이지 않는, 당신이 원하던 바로 그 페라리다

그러나 이제 끝이다. 신형 로마에 뒷좌석이 있는 것이 사실이기는 해도, 그 좌석은 몸집이 작은 사람들만 가끔씩 쓸 수 있을 뿐이다. 그와 달리 루쏘에는 보통 체형의 어른 네 명이 몇몇 4도어 쿠페보다 더 넓은 공간에 더 편안하게 앉을 수 있다. 때가 되면, 페라리는 루쏘 구매자들이 현재 푸로상게(Purosangue, 박스 기사 참조)라는 코드명이 붙어 있는 새 SUV로 옮겨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그 차는 2023년형 모델로 나올 예정인 만큼, 구매자들이 차를 받는 것과는 별개로 우리가 실물을 만나기까지도 2년은 더 기다려야 할 듯하다. 

아무튼 화려한 4인승 모델은, 휠베이스가 짧고 앉을 수 있는 자리는 적지만 목적에 충실하게 만들어진 페라리의 납작한 스포츠카들만큼 심금을 울리지는 못했다.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때때로 더 실용적인 버전으로서 더 나은 면이 있음을 입증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자동차 매체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했지만 말이다. 예를 들어, 나는 많은 사람에게 데이토나(Daytona)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화제의 형제차보다 1970년대 초반에 나온 365 GTC/4를 언제나 더 좋아했다. 그리고 1990년대에는 550 마라넬로가 출시되기 전, 두 해 동안 456 GT는 가장 강력한 양산 페라리였을 뿐 아니라 최고의 페라리이기도 했다.

의심하지 마라. 페라리 휠 뒤에서는 절대 후회할 일이 없다

지금의 루쏘, 특히 이 차처럼 V8 엔진을 얹은 버전을 그런 차로 취급할 수 있을 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완전한 새차보다는 거의 새차에 가까운 모델은 여전히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이 있다. 

맨체스터에 있는 스트라츠톤(Stratstone)에서 온, 특별 주문한 로쏘 피오라노(Rosso Fiorano)색이 멋지게 빛나는 이 차를 살펴보자. 출고한 지 1년 된 차로 주행 거리가 3218km에도 미치지 않았고, 기본 보증 기간은 4년 중 3년이 남았고 무상 소모품 교체 기간은 6년 중 5년이 남아 있다.
판매가는 16만8900파운드(약 2억4780만 원)으로, 새차 값 20만2890파운드(약 2억9770만 원)와 비교하면 상당히 내려간 금액이다. 차에 들어간 수많은 선택 사항들은 새차 값에 반영되지 않았다. 세라믹 배기구로부터 탄소섬유 앞 스플리터에 이르기까지, 내가 센 것만도 25가지나 된다. 이런 성격의 차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

‘오직’ V8 뿐이다. 0→시속 100km 가속에 3.5초가 걸린다
디자인은 FF 페이스리프트의 일환으로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이 차는 느긋하게 돌아다니기에 좋다. 쏜살같이 달리며 강력함을 과시할 성격의 페라리는 아니기는 하지만, 비교적 빠른 속도로 다니기에는 정말 훌륭하다. 사실, 운전 실력이 허락하는 한 가장 빨리 달리지 않을 때에는 차가 가진 뛰어난 능력을 낭비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모는 것이 위안이 되기도 한다. 단지 이 차뿐 아니라, 페라리가 잘 하는 다른 것들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승차감은 이례적으로 좋고, 마네티노 스위치를 놓은 위치에 거의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언제든 ‘울퉁불퉁한 길'(bumpy road) 모드 버튼을 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원치 않을 만한 이곳 도로 환경을 고려하면, 그 모드에 ‘영국 도로용’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좋을 것이다.

그래서 멋진 가죽 디자인과 냄새, 느낌에 취한 채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게 된다. 물론 발가락만 살짝 까딱거리면 배기구(세라믹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에 코를 박을 듯 쫓아오는 BMW 3 시리즈를 쫒아버릴 수 있는 600마력 이상의 힘도 지니고 있지만 말이다.

나는 진정한 GT가 지녀야 할 특성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연히도 내가 루쏘와 보낸 시간은 맥라렌 GT를 탄 시기와 겹쳤는데, 맥라렌이 세계적 수준의 GT를 고전적인 방식으로 구현해 차에 올라 빨리 달리는 것이 전부인 차라면, 페라리는 세계적 수준의 GT가 완성되어야 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루쏘는 공간, 승차감, 세련미, 적재공간을 모두 갖췄고 GT의 역할을 충족하는 데 더없이 중요한 성격인 여유가 있다. 

날렵한 루쏘는 무게와 길이를 착각하게 만든다. SUV도 이와 같을까?

그러나 루쏘는 다른 역할도 한다. 무게가 1865kg으로 상당히 무겁기는 하지만, 루쏘 T에는 V12 루쏘에서 평가가 엇갈렸던 네바퀴굴림 시스템이 없고 네바퀴 조향 기능이 기본으로 들어 있어,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민첩하다. 일단 방향을 잡고 나서 액셀러레이터 조작으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성격의 차다. 급커브에 접어들면 차체 앞쪽이 정점을 향해 노면을 끈끈하게 붙잡고 돌아가는 느낌과 언더스티어는 거의 나타나지 않으면서 앞쪽 드라이브 샤프트 없이도 여전히 강력한 구동력을 발휘한다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이 차의 가장 큰 매력과 브랜드 포트폴리오에서의 특별한 역할은 이 차를 페라리로서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차는 무조건 달릴 생각으로 고를 것이 아니다. 차를 몰고 나서기 전에 일기예보를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정교한 단조 휠 중 하나를 길가 턱에 부딪쳤다면, 여러분은 아마도 푹 파인 상태로 내버려둘 것이다. 남들에게 루쏘가 어떻게 보일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아마도 루쏘를 사려고 마음 먹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운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기념일이나 휴일의 특별한 하루를 빛낼 만큼 특별하지는 않다. 그러나 현실적인 소유라는 관점에서 보면, 모든 도로가 황량한 고갯길은 아니고 모든 시간이 스트레스 없는 여가시간이 아닌 만큼, 그 자체만으로도 뛰어나다. 

적어도 지금까지 일하는 동안 내가 몰았던 여러 페라리들(456 GT, 612 스칼리에티, FF, 루쏘)을 기준으로 이야기한다면, 이런 차들의 비밀은 일상에서의 사용 편의성을 여러분이 절대 잊을 수 없을, 무엇보다도 페라리를 몰고 있다는 화려함과 딱 알맞게 버무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GTC4 루쏘 T를 마라넬로가 만든 역대급 차들 중 하나로 꼽을 수는 없겠지만, 주어진 역할만큼은 완벽하게 이해하고 실천했다. 페라리가 내놓을 SUV에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는 시간이 흘러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리지널 루쏘

이상하게도 최초의 페라리는 루쏘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1962년 파리모터쇼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차는 2+2가 아니었다. 250 SWB 레이싱카 섀시 크기의 2인승 모델이었다. 추가적인 실내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280마력에서 240마력으로 출력을 낮춘 V12 3.0L 엔진을 얹고 있었다. 심지어 ‘루쏘’가 개발명인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좀 더 럭셔리한 실내 공간 덕분에 알려진 이름처럼 인식됐다. 겨우 350대만을 만들어 내고 1964년에 생산이 중단됐다. 

루쏘의 직접적인 조상은 250GT 2+2이다. 1960년에 출시한 250GTE나 250GT/E로도 알려져 있다. 다소 초라한 외관 때문에 마땅히 받아야 할 찬사를 즐기지도 못했다. 사실 이 차는 페라리가 60여 년 동안 다양한 라인업을 잉태하며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준 원동력이다. 덕분에 페라리는 시골의 작은 기업에서 주요 제조업체로 거듭났다. 거의 1000대를 만들고 1963년에 생산을 중단했는데, 당시 어떤 페라리 모델도 그 기록을 경신하지 못했다. 

 

The Ferrari SUV

페라리의 미래는 오는 2022년 출시될 2023년형 SUV의 손에 달려있다. 페라리는 소문으로 가득한 이 차의 존재를 꼭꼭 숨기는 데 재주가 있었다. 하지만 GT와 SUV 사이에서 교차하는 부분은 있다. 더욱 낮고 더욱 다이내믹한 외관이다. 파워트레인 옵션은 롤스로이스와 벤틀리 등과의 경쟁을 위한 V12 유닛이 포함될 테지만, V8과 특히, 하이브리드 버전 V6가 사용되더라도 놀랄 일은 아니다.

페라리 GTC4 루쏘 T
가격    £202,890(약 3억320만 원, off sale)
엔진     V8, 3855cc, 터보차저, 가솔린
파워     601마력 / 7500rpm
토크     77.28kg·m / 3000rpm
기어박스    자동 7단 듀얼 클러치 
공차중량    1865kg
0→ 시속 100km 가속     3.5초
최고시속     320km
연비     7.7km/L
탄소 배출량    294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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