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카 지존들의 승부, 포르쉐 718 카이맨 S의 순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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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카 지존들의 승부, 포르쉐 718 카이맨 S의 순위는?
  • 맷 프라이어(Matt Prior)
  • 승인 2017.03.17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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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나마나 뻔한 결론이 나오리라 생각했다. 포르쉐 718 카이맨 S가 등장했다. 경쟁상대조차 나올 기미가 없으니 718의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었다. 세계 최고의 스포츠카가 세계최고가 아닌 다른 차를 꺾었다. 끝.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MIRA의 프루빙 그라운드에서 방금 718을 몰아봤다. 아울러 대안이 됨직한 2대와 비교했다. 드리프트가 격렬한 코너, 코스가 엉망안 포스 웨이, 노면이 정상적인 도로구간, 뉴포리스트로 가는 4차선 고속도로를 달렸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열띤 접전이 벌어졌다. 따라서 우리는 좀더 치밀하게 비교시승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면 먼저 포르쉐. 그렇다, 포르쉐. 새차였고, 그 때문에 시승을 하게 됐다. 여기 나온 차는 현재 카이맨 2개 모델중 하나인 4만8834파운드(약 7144만원)짜리 2.5L S. S가 그중 한층 강력했다. 2.5L 엔진은 과거의 6개 기통과는 달리 4개 기통뿐이었다. 그러나 종전의 3.4L 엔진보다 파워가 훨씬 강했다. 그러면서 기록상 CO₂배출량과 연료소비량이 줄었다. 하지만 실제로 큰 의미가 있을지는 의심스러웠다.


출력은 324마력이 아니라 350마력이어서 장점으로 꼽힌다. 아울러 터보 하나를 달고 기통 2개를 줄였다. 분명히 좋지 않은 점이다. 어쨌든 각기 사운드와 반응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그래도 여전히 2인승 미드십 쿠페였고, 구조는 대체로 같았다. 한데 카이맨 S에서 718 카이맨 S로 바뀌면서 루프 주변의 2개를 제외하고 모든 패널이 새것으로 바뀌었다. 앞서스펜션은 911 터보, 뒷서스펜션은 구형 카이맨 GT4에서 일부를 넘겨받았다. 스티어링은 구형 카이맨보다 10% 빨랐고, 718의 지오메트리, 스프링과 댐핑은 완전히 새롭다.


실내에서 카이맨 신구형 사이에는 광범위한 차이가 있었다. 좌고가 비교적 낮았다. 그러면서도 각 윙의 꼭대기를 볼 수 있어 시야가 상당히 명쾌했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고, 재치있는 솜씨가 돋보였다. 실내소재를 잘 골랐으나 대체로 사무적인 실내였다. 여기서도 포르쉐답게 부드러운 표면과 장식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단단하게 다듬고 능률적인 실내였다. 모든 스위치가 바람직한 위치에 자리잡았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완전 신형이었다.

 

그러면 5만3565파운드(약 7836만원)짜리 재규어 F-타입의 실내로 들어가보자. 솔직히 재규어 실내는 포르쉐와는 반대로 나갔다. 감탄과 흥분을 자아내려는 의도가 뚜렷했다. 마치 팽팽히 죄어드는 분위기였다. 섀시의 알루미늄 구조가 실내공간을 먹어들어갔기 때문이었다. F-타입이 길고 넓은 차인데도 그랬다. 실내는 아늑했으나 머리공간은 다른 두 라이벌보다 작았다. 나아가 키가 185cm를 넘으면 다리공간도 미흡했다.


그러나 조작하는 노고를 치러야 할 페달은 2개밖에 없었다. 이 V6 엔진은 자동식이었고, 수동식도 있었다. 그러나 F-타입에는 자동박스가 어울렸다. 그래서 센터콘솔에는 자그마한 스틱이 자리잡았고, 그에 알맞은 공간이 마련됐다. 실내소재는 감각과 아울러 미관을 기준으로 골랐다. 따라서 포르쉐보다 실내가 훨씬 번지르했다. 그렇다고 잘못됐다고 할 이유는 없었다. 전체적으로 디자인이 상큼했다. 중요한 장비는 모두 드라이버에 유리한 위치와 방향을 잡았다. 한편 조수석은 지저스 핸들로 칸을 막아놨다. 좌석이 마음에 들었다. 내가 장기시승차로 F-타입을 몰고 있을 때 장거리 여행에서 곧잘 등이 뻣뻣했다. 하지만 이날 그런 문제는 드러나지 않았다.


포르쉐처럼 재규어도 좌석이 2개뿐이었다. 한데 포르쉐와는 달리 6기통 엔진을 앞쪽에 장착했다. V6 3.0L 엔진은 수퍼차저가 아니라 터보를 달았다. 그럼에도 재규어는 340마력으로 출력에서 718에 미치지 못했다. 그 힘으로 가볍지 않은 1567kg을 끌고다녀야 했다. 반면 포르쉐는 10마력이 더 높지만 체중은 겨우 1430kg. 3대 라이벌 중 제일 가벼웠다. 다른 두 라이벌의 6기통 엔진과 프로펠러 샤프트가 무게를 더했다.

 

적어도 BMW는 4인승이라는 점을 구실로 삼을 수 있었다. 그래서 무게는 1570kg. 그렇다 해도 뒷좌석이 세상에서 가장 큰 것은 아니었다. 결국 4만4070파운드(약 6447만원)짜리 M2는 컴팩트카였다. 그런데 4인승이어서 라이벌 중 가장 평범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한데 외부 디자인은 우리 사진기자들의 흥분을 자아낼 만큼 자극적이었다. 게다가 의도적으로 공격성을 강조하기 위해 실내에 검은 소재를 사용했다. 거기에는 장단점이 있었다.


솔직히 나는 이 차를 사랑했다. 포르쉐가 카이맨 GT4를 출시했을 때 구파적이지만 구식은 아니라고 했다. M2는 바로 그 제작정신을 따랐다. BMW는 최소형 뒷바퀴굴림에 370마력의 탄탄한 직렬 6기통 3.0L 터보엔진을 담았다. 한편 다른 부분은 더 큰 M카보다 단순했다. 댐퍼는 비조절형이었고 단단했다. 탄소섬유 루프나 멋진 복합소재의 난센스는 없었다. 브레이크는 주철 디스크. 우리 포르쉐 시승차에 달린 것과는 달리 카본세라믹 옵션은 없었다. 라이벌중 최강 엔진이 제한슬립 디퍼렌셜을 통해 뒷바퀴를 굴렸다. 이 경우 6단 수동박스였다.

 

따라서 이례적으로 이들 3대 쿠페는 모두 수동박스를 갖췄다. 그중에도 카이맨이 가장 예리했다. 비교적 가볍고 정확하며 반응이 뛰어난 스티어링랙이 비중과 위치가 뛰어난 페달과 어우러졌다. 옵션인 고정등받이 좌석을 MIRA에서 시험했다. 직선코스에서 아늑했다. 그러나 고속도로에서 2시간을 넘기자 신기한 느낌이 사라졌다.

 

성능에서 카이맨은 기대를 남김없이 충족했다. 얼마전 내가 처음 몰아봤을 때 이상적인 스펙이 어떤 것인가를 생각해봤다. 이 차야말로 이상형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중요한 스펙은 모두 갖췄다. 적응형 댐퍼, 제한슬립 디퍼렌셜과 카본세라믹 브레이크가 들어있었다. 그리고 똑같이 중요하면서 갖추지 않은 것은 PDK 듀얼클러치 박스와 장비가 넘치게 달린 스티어링이었다.

 

한편 휠은 1~2인치 작은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시승차의 20인치는 보기에 멋졌다. 한데 타이어가 좀더 작다면 눈부시게 역동적인 718은 더욱 빛날 것이 분명했다. 의심할 여지없이 포르쉐는 눈부셨다. 우리가 MIRA에서 시승을 개시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먼저 카이맨 GT4만큼 빠른 드라이 서킷 돌파력과 0→시속 97km 가속 4.4초를 증명하기로 했다. 뒤이어 다양한 도로주행에서 그 역량을 밝히기로 했다. 험악한 B급 도로에서 침착한 포르쉐는 대단한 역량을 발휘했다.


718은 한층 역동적인 성능을 뽐냈다. 우리는 지금 세계 최고의 스포츠카라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서킷에서 가공할 저력을 보여줬다. 강력한 그립에 민첩했고, 처음에는 가벼운 언더스티어가 일어났다. 한데 금방 충분한 파워로 언더스티어를 바로잡았다. 슬라이드는 상당히 빨랐으나 조절할 수 있었고 즐거웠다. 엔진이 미드십에 놓여 자연스런 슬라이드 머신은 아니었다. 그러면 엔진은? 가령 3개월 전 이 시승을 했다면 이 엔진은 회전이 빠르고 기막힌 엔진노트를 갖췄다고 법석을 떨었을 것이다. 한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파워전달에 큰 잘못이 있다는 말은 아니다. 저회전대에 액셀을 바닥까지 밟을 때 2500rpm을 통과할 때까지 약간 꾸물거렸다. 그런 다음 7500rpm 레드라인까지 깔끔하게 치고 올랐다. 한데 마지막 1000rpm 남짓을 남기고 이미 출력은 절정에 달했다. 바로 그게 아쉬운 대목이었다. 구형 카이맨은 회전대 마지막까지 파워를 뿜어냈다. 새 엔진이 더 많은 출력을 더 빨리 뿜어냈다. 게다가 전회전대에 걸쳐 더 큰 토크를 바퀴에 전달했다. 따라서 평면적으로 말해 더 강력하고 더 빨랐다. 그러나 이 차는 스포츠카. 능률이 전부가 아니다. 엔진은 추진력만 아니라 흥분을 일으켜야 한다.


그와는 달리 재규어는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4기통 이상의 모든 엔진의 사운드가 뛰어났다. 심지어 여기 나온 최약체 V6마저 예외는 아니었다. 터보가 아니라 수퍼차저여서 저회전대의 래그도 없었다. F-타입은 포르쉐만큼 빠르지 않았고, 역동성에서 대등하지도 못했다. 엔진은 앞에 놓였고, 차는 더 무거웠다. 따라서 당연히 민첩성에서 뒤졌다. 하지만 사실상 그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한계상황에서 언더스티어가 아주 작았고, 자연스런 핸들링 밸런스가 빼어났다.

 

재규어는 2개 섀시 모드의 어느 쪽에서도 포르쉐보다 부드러웠다. 하지만 나긋한 기본 자세 밑에는 나름대로 개성이 깔려 있었다. (a) 저속에서 약간 머뭇거렸고, (b) 일단 섀시에 하중이 실리자 범프를 소화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재규어는 F-타입에 착수할 때 스포츠카를 만들기 위해 총력전을 폈다. 그러나 시각과 감각의 어느 모로나 재규어는 3대 라이벌중 GT에 제일 가까웠다. 하지만 이번 시승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다. 특히 스티어링과 핸들링이 그토록 매끈했고, 사운드가 뛰어났다.


이제 BMW가 남았다. 최소형 M이 정밀검증에서 가장 뛰어난 경우는 곧잘 있었다. 그렇다, 앞에 놓인 직렬 6기통 3.0L 엔진은 민첩성에서 포르쉐에 뒤진다는 뜻이었다. 한데 여기서 BMW는 4인승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고속코너에 들어갈 때 BMW는 그대로 뻗어나지 않게 노즈를 다스려야 했다. 그리고 때로는 뒷바퀴에 놀라운 그립이 작용했다. 예상과는 달리 일부러 도발하지 않는 한 M2는 타고난 훌리건이 아니었다. 그러나 도발하면 번개같이 슬라이드에 들어갔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험한 도로에서 다른 두 라이벌보다 수직운동이 심했고, 승차감이 거칠었다. 한데 받아들일 만한 수준이었다. 정중앙을 벗어날 때 스티어링은 상당히 돌발적이었다. 헐렁한 스티어링림과 약간 쿨렁한 기어쉽트는 포르쉐보다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M2의 단일 턴보 엔진 사운드는 통쾌했고, 포르쉐보다 래그가 작았다. BMW는 침착하고 유연하게 코너를 돌파했다. 흔들리지 않고 주행라인을 조절할 충분한 토크가 있었다.
 

스포츠카였나? 그렇지 않다고 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 부품의 합계를 넘어서는 펀치와 자신감을 갖춘 스포츠 쿠페. 재규어와는 다른 방향으로 스포츠카 정신에서 벗어났다. 그래서 절대적인 승자는 없었다. 3대 라이벌이 모두 제각기 다른 즐거움과 인상을 줬고, 그 수준이 거의 대등했다. 외로운 장거리 여행이라면 재규어를 몰고 가겠다. 일상적으로 함께 하고 즐기겠다면 M2가 제일 알맞다. 예상과는 달리 격차는 훨씬 작았으나 전방위 스포츠카 카이맨이 남아있었다. 결국 세상에서 가장 좋은 섀시가 두 라이벌을 내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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