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는 어떻게 하이브리드 모델 1000만대를 판매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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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는 어떻게 하이브리드 모델 1000만대를 판매했나?
  • 안정환 에디터
  • 승인 2017.03.0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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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가 하이브리드 승용차를 내놓은 지 20년 만에 글로벌 누적 판매량 1000만대를 달성했다. 그런데 판매량 증가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500만대 달성에는 16년이 걸렸지만, 두 배로 늘리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4년 안팎이다. 실로 놀라운 성장이다. 앞으로 2000만대 돌파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흥미로운 부분이다. 그렇다면, 토요타는 어떻게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1000만대를 팔 수 있었던 것일까?


먼저 토요타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집중하게 된 계기를 알아보자. 그 안에는 1000만대 판매 비결이 담겨 있을지 모른다. 시작은 1993년이다. 당시 토요타 명예회장인 토요다 에이지는 중장기적으로 친환경적이면서도 자동차의 본질을 갖고 있는 차를 개발하기를 원했다. 그리고 이듬해 10월 프로젝트팀 ‘G21'이 결성됐다. ‘G’는 지구(Globe)를 뜻하고, ‘21’은 21세기를 의미한다.

 

G21 팀원 중 한 명이었던 사토시 오기소는 “G21은 하이브리드 모델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는 아니었다. 21세기가 필요로 하는 적절한 가격에 연비와 환경적인 측면까지 고려한 5인승 패밀리카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우리의 목표는 다음 세대가 아니었다. 그것은 너무 먼 미래의 일이었다”고 말했다.


당면한 과제는 일반 1.5L 엔진을 사용하는 토요타 세단보다 연비가 50% 향상된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때, 파워트레인 개발팀이 휘발유-전기 하이브리드에서 성과를 거뒀고, 그것이 비용과 퍼포먼스를 동시에 잡아줄 열쇠가 되었다. 하이브리드가 가져올 성과가 확실해지면서 계획이 수정되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해야만 하는 것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오기소는 이렇게 말했다.


개발팀은 여러 하이브리드 설정을 검토하여 가장 가능성이 높은 80가지를 선별했고, 다시 20가지로 좁혀나갔다. 그 설정들을 다시 연료효율 시뮬레이션을 통해 4가지로 압축했고, G21 팀은 개발 난이도와 비용을 고려하여 시장에 다양한 시스템을 선보일 수 있는지를 고려했다. 그리고 최종선택은 두 개의 엔진과 플래니터리 기어 세트가 결합된 직병렬식 하이브리드.

 

마침내 토요타는 1997년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처음으로 적용된 승용차 ‘프리우스’를 선보였다. 당시 캐치프레이즈를 통해 그들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21세기 전, 토요타가 해냈습니다” 프리우스는 데뷔와 동시에 ‘일본 올해의 차’를 따냈고, 1998년에는 자동차 연구원과 기자들이 뽑은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 하이브리드 기술이 준 충격이 상당히 컸다는 증거다. 초반에는 생소함 때문에 고전했지만, 프리우스는 빠르게 안착했다. 친환경차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며, 프리우스는 환경을 의식하는 사람들의 트렌드가 됐다. 1세대 프리우스는 12만대가 팔렸다.


토요타 하이브리드의 황금기는 2003년 선보인 2세대 프리우스부터 시작된다. 4도어 세단형 디자인과 5도어 해치백 디자인의 두 가지 모델로 나눈 프리우스 2세대는 완전히 새로운 차였다. 니켈수소 전지로 배터리를 바꾸고, 승압 컨버터를 적용해 전압을 500V로 높였다. 모터에 보내는 전력을 증가시켜 모터 출력을 더 높이기 위함이었다. 훨씬 좋아진 성능과 구성은 해외시장에서도 통했다. 유럽과 북미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며 2세대는 총 40만대가 팔려나갔다.


프리우스의 성공은 다른 하이브리드 모델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됐다. 미국에서 하이브리드 버전의 하이랜더와 렉서스 RX를, 일본에선 에스티마와 알파드를 개발했다. 특히 토요타의 베스트셀러이자 대표 세단인 캠리에도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이는 토요타 하이브리드 모델의 전체 판매량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우수한 성능을 바탕으로 캠리 하이브리드는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인기 있는 캠리를 바탕으로 했기에 하이브리드에 대한 생경감도 덜했다. 그만큼 큰 호응을 얻어 북미시장에서는 확고한 지위를 구축했다. 프리우스에 이어 두 번째로 잘 팔리는 토요타 하이브리드 차가 됐고, 2009년에는 북미시장에서 세 번째로 잘 팔리는 하이브리드 차에 올랐다. 하이브리드의 보급을 프리우스가 맡았다면, 본격적인 하이브리드 대중화는 캠리 하이브리드가 담당한 셈이다.


그렇게 토요타의 대표 하이브리드 모델이 판매성장을 이끌었고, 토요타는 하이브리드의 명가로써 글로벌 하이브리드 시장의 선두주자로서 입지를 다져갔다. 현재 약 90개 이상의 국가에서 하이브리드 승용차 33종,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1종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토요타 하이브리드의 성장은 눈부시다. 2006년 렉서스 RX400h 모델을 시작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를 시작한 토요타는 연평균 87%의 성장을 지속해왔다. 그 결과 토요타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자동차 중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렉서스 브랜드 구매 고객 중 89%가 하이브리드 모델을, 토요타 브랜드에선 62%의 고객이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택하고 있다.

 

친환경적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량을 높였으니 대기환경에도 도움이 됐을 터. 토요타가 말하는 CO₂ 배출억제 효과는 약 7700만톤. 휘발유 소비 억제량은 약 2900만kL이다. 만약 토요타가 1000만대의 하이브리드 차가 아닌 일반 휘발유 엔진의 차량을 팔았다면, 이 정도의 CO₂ 배출량과 이 만큼의 휘발유가 더 소비됐을 것이란 얘기다.


토요타는 지금까지도 친환경을 중시하며 개발을 이어왔지만, 현시점에선 더 큰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2015년 10월에 발표한 ‘토요타 환경 챌린지 2050’는, 지구가 직면한 여러 환경문제에 대해 자동차로부터 비롯되는 마이너스 요인을 없애고 사회에 플러스를 가져오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토요타는 각종 친환경차 개발에 필요한 요소 기술을 포함해, 다양한 연료와 조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21세기의 환경 코어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친환경차의 새로운 라인업 확충을 해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지속적인 성장과 혁신이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모델 1000만대 판매 달성에 대한 비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소비자와 환경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 그 결과는 높은 판매량이 보여주고 소비자의 선호도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런 노력이 끊이지 않는 이상 판매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본격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대를 연 토요타, 지난 20년간의 발자취를 살펴봤다

1997년
3월 : 토요타가 개발한 하이브리드 시스템 공개 행사 개최
8월 : 코스터 하이브리드 EV(미니 버스) 출시
10월 : 세계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 승용차 프리우스 출시


2000년
11월 : 프리우스 세계 누적판매 5만대 돌파

 

2001년
6월 : 에스티마 하이브리드(미니밴) 출시
8월 : 크라운 ‘로열’ 시리즈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탑재


2002년
3월 : 하이브리드 세계 누적판매 10만대 돌파
8월 : 프리우스 세계 누적판매 10만대 돌파
10월 : 크라운 모델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탑재

 

2003년
4월 : 하이브리드 시스템 ‘THEⅡ’ 발표
7월 : 알파드(미니밴) 하이브리드 출시
9월 : 프리우스 2세대 출시
11월 : 다이나, 토요에이스(소형 상용차) 하이브리드 버전 출시


2005년
3월 : RX400h, 하이랜더 하이브리드 출시
10월 : 하이브리드 세계 누적판매 50만대 돌파
12월 : 중국 사천일기토요타 장춘 공장에서 프리우스(2세대) 생산 개시


2006년
3월 : 렉서스 GS450h 출시
4월 : 프리우스 세계 누적판매 50만대 돌파
5월 : 캠리 하이브리드 출시
10월 : 미국 TMMK 켄터키 공장에서 캠리 하이브리드 생산 개시


2007년
5월 : 하이브리드 세계 누적판매 100만대 돌파/ LS600h, LS600hL 출시


2008년
4월 : 프리우스 세계 누적판매 100만대 돌파

 

2009년
4월 : RX450h 4월 출시
5월 : 프리우스 3세대 출시
7월 : 타이 TMT 게이트웨이 공장에서 캠리 하이브리드 생산 개시/ HS250h 출시
8월 : 하이브리드 세계 누적판매 200만대 돌파
12월 : 오스트레일리아 TMCA 알토나 공장에서 캠리 하이브리드 생산 개시


2010년
4월 : 중국 광기토요타에서 캠리 하이브리드 생산 개시
6월 : 영국 TMUK 버나스톤 공장에서 오리스 하이브리드 생산 개시/ 오리스 하이브리드 출시
9월 : 프리우스 세계 누적판매 200만대 돌파
11월 : 타이 TMT 게이트웨이 공장에서 프리우스(3세대) 생산 개시


2011년
1월 : CT200h 출시
2월 : 하이브리드 세계 누적판매 300만대 돌파
5월 : 프리우스α 출시
8월 : 캠리 7세대 하이브리드 출시
10월 : 중국 TMEC 착공식에서 2015 년 전후를 목표로 중국산 하이브리드 유닛의 탑재 차량을 일기토요타와 광기토요타에서 생산·판매할 계획 발표
11월 : 프리우스 PHV를 발표
12월 : 중국 사천일기토요타 장춘 공장에서 프리우스(3세대) 생산 개시/아쿠아 출시

 

2012년
3월 : GS450h 풀 모델 체인지
4월 : 하이브리드 세계 누적판매 400만대 돌파
5월 : 야리스 하이브리드 출시
7월 : ES300h 출시


2013년
3월 : 하이브리드 세계 누적판매 500만대 돌파
5월 : IS300h 출시
6월 : 프리우스 세계 누적판매 300만대 돌파
10월 : GS300h 출시
12월 : 하이브리드 세계 누적판매 600만대 돌파


2014년
2월 : 미국 TMMI 인디애나 공장에서 하이랜더 하이브리드
생산 개시
3월 : 캐나다 TMMC 캠브릿지 공장에서 RX450h 생산 개시.
7월 : NX300h 출시
9월 : 하이브리드 세계누적판매 700만대 돌파

 

2015년
4월 : 미국 뉴욕 모터쇼 RAV4 하이브리드를 발표
7월 : 하이브리드 세계 누적판매 800만대 돌파/ IS300h에 AWD 사양을 추가 설정
10월 : ‘토요타 환경 챌린지 2050’으로 2020년까지 연간 150만대, 누계로 1500만대의 하이브리드 차 판매계획 발표
11월 : RAV4 하이브리드 출시
12월 : 프리우스 4세대 출시


2016년
3월 : 제네바 모터쇼에서 C-HR 발표/ 미국 뉴욕 모터쇼에서 프리우스 PHV 발표
4월 : 하이브리드 차의 세계 누적 판매 900만대 돌파
12월 : C-HR의 하이브리드 차 출시


2017년
1월 : 하이브리드 차의 세계 누적 판매 1000만대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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