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렵한 페라리 캘리포니아 T 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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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렵한 페라리 캘리포니아 T HS
  • 스티브 크로플리(Steve Cropley)
  • 승인 2016.10.31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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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는 이 차가 단순히 자사 라인업의 엔트리 모델에 불과하지 않다는 점을 애써 강조한다. ‘HS'(Handling Speciale, 핸들링 스페치알레)라는 이니셜이 없는 캘리포니아 T와의 차이를 분명히 한 것이다. 
 

핸들링 스페치알레는 유럽 대륙에서는 올해 초부터 판매되었다. 그리고 이미 캘리포니아 T 구매자의 20퍼센트 정도가 이 스포티함에 초점을 맞춘 패키지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에 이루어진 여러 변화에는 앞 16%, 뒤 19% 단단해진 스프링, 개선된 자기유동 댐퍼, 조율된 F1-트랙(F1-Trac) 주행안정 제어장치와 강렬하고 우렁찬 소리를 내는 머플러, 더 스포티한 성격을 뚜렷이 드러내도록 조금 달라진 라디에이터 그릴과 뒤 디퓨저, 배기구 팁 등이 포함된다.
 

실내에는 지금 타고 있는 차가 느긋하게 즐기는 캘리포니아가 아님을 상기시키는 특별한 배지도 달려 있다. 그러나 내장재는 대부분 익숙한 모습이다. 표면은 모두 가죽 내장재가 덮고 있지만, 가격대가 비슷한 몇몇 독일 경쟁차들만큼 호화롭지는 않다.
 

HS 모델의 느낌은 차 자체의 특징을 그대로 반영한다. 이 차는 가볍지만 기어비가 큰 스티어링, 프론트 미드십 엔진 배치, 수납식 알루미늄 지붕, 뛰어난 시야, 큰 도어, 비교적 작은 크기 등 페라리 중 가장 운전하기 쉽고 가장 다재다능한 모델인 캘리포니아 T를 날렵하게 다듬은 버전이다.
 

‘가장 몰기 쉽다’는 것은 느리다는 뜻이 아니다. 기본형 캘리포니아 T와 HS 모델은 엄청나게 빠르다. 두 차는 오리지널 캘리포니아의 자연흡기 V8보다 출력이 14% 높아진 트윈터보 V8 엔진을 쓴다. 그 결과 560마력의 최고출력, 77.0kg·m의 최대토크를 내 최고시속 315km까지 차를 몰아붙인다.
 

HS는 엔진 성능에 변화가 없는데도 가속 시간이 기본 모델보다 표면적으로 0.1~0.2초 더 짧아졌다. 이는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의 변속 소프트웨어를 더 빠르게 클러치가 연결되도록 조절한 덕분이다. 특히 스티어링 휠에 설치된 마네티노 주행 모드 조절장치를 스포트로 놓았을 때 두드러진다.
 

마찬가지로, 스포트 모드에서 F1-트랙 주행안정 제어장치는 코너를 빠르게 빠져나갈 때나 울퉁불퉁한 코너에서 구동력이 더 잘 전달되도록 조율되었다. 더 우렁찬 소리를 내는 새 머플러는 높아진 성능을 청각적으로 잘 전달한다.
 

변화가 주는 혜택은 뚜렷하다. 초기 버전보다 차체의 기울어짐을 훨씬 더 잘 버티는 것은 물론, 언더스티어로 흐르려는 성질도 다소 줄었다. 오버스티어 성향은 모든 구동력 제어장치를 끈 상태에서는 탁 트인 도로에서나 겨우 나타나기는 한다. 그러나 스포트 모드는 조심스러울 정도로만 차체 뒤쪽이 흔들리게 할 뿐이다. 그리고 한껏 엔진을 돌리며 급한 코너를 빠져나갈 때에는 아주 훌륭하게 힘이 발휘된다.
 

변화에서 비롯된 불이익은 어떤 것이 있을까? 더 단단해진 서스펜션이 승차감의 편안함을 조금 해치기는 했지만, 전형적인 영국의 울퉁불퉁한 도로에서 차가 쿵쾅거릴 정도는 아니다. 물론, 영국의 북적이는 도로에서 오랜 시간 느린 속도로 꾸준히 달리는 상황이라면 다소 불편할 수는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배기계통이다. 스포츠 드라이빙을 할 때의 소리는 기가 막히다. 경주차 스타일로 시동을 걸 때와 넘치는 힘을 끝까지 뿜어낼 때에는 울림이 아주 멋지다. 그리고 낮은 회전수로 도심을 천천히 달릴 때에 파워트레인은 부드럽고 조용하면서 토크가 잘 받쳐준다. 그러나 고속도로에서 정속주행 하면, 지붕을 여나 닫으나 마찬가지로 낮게 웅웅거리는 배기음을 내고, 지난번에 몰았던 기본형 캘리포니아 T와는 뚜렷하게 다른 소리를 낸다.
 

아무튼, HS 모델은 캘리포니아를 현재 페라리 라인업에서 최고의 일상용 모델로 만드는 가장 중요한 특징들을 유지하고 있다. 타고 내리기 쉽고, 시내에서 쓰기에도 차체가 지나치게 넓지 않고, 시야가 좋고, 꽉 막힌 교통흐름 속에서 느리게 달릴 때조차 은은하고 뚜렷하게 솟구친 보닛을 볼 수 있고, 이따금씩 쓸 수 있는 두 개의 뒷좌석도 있다.
 

정체된 도로에서 일상적으로 쓸 수 있으면서도 어쩔 수 없을 때에는 길에 세워둘 수도 있는 유명 브랜드 의 고성능 승용차를 찾고 있다면 아마도 이 차가 해답이 될 것이다. 여전히 페라리는 대다수 사람에게 다른 브랜드를 능가하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HS 모델이 기본형 캘리포니아 T보다 승차감이 조금 더 단단하고 조금 더 큰 소리를 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렁찬 배기음은 캘리포니아처럼 최고의 구동력과 핸들링 세팅을 지닌 차에 타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우리에게 선택권이 주어졌다면, HS 쪽에 더 끌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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