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인 시트로엥 C4 칵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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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적인 시트로엥 C4 칵투스
  • 서현우 에디터
  • 승인 2016.10.27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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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질적인 느낌은 종종 어색한 분위기를 만든다. 괜스레 멈칫하게 되고, 심지어 가까이 다가가기를 주저하게 한다. 하지만 이질적인 느낌은 반대로 궁금증을 유발하거나 새로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익숙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이질감을 풍기는 브랜드가 있다. 시트로엥. 매번 신차를 공개할 때마다 눈길을 사로잡는 디자인으로 관심을 끈다. 프랑스 감성을 담았다는 시트로엥의 캐치프레이즈에 프랑스 사람들의 감성은 죄다 저렇게 독특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트로엥도 프랑스인들도 그만큼 개성이 넘친다는 표현일 테다.
 

시트로엥 C4 칵투스의 첫인상은 역시 '예상대로'였다. 독창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시트로엥답게 칵투스 역시 브랜드의 방향을 잃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파격적이고 독창적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시대를 앞서는 의상을 입고 런웨이를 걷는 패션모델처럼 칵투스는 그렇게 다가왔다. 헤드램프에서부터 옆면의 에어범프와 파노라믹 루프바를 거쳐 테일램프까지… 외관을 훑으며 기존 시트로엥 모델과 달라진 점이나 새로운 모습을 찾는 재미도 쏠쏠했다.
 

제일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부분은 에어범프. 칵투스 옆면과 헤드램프, 후면 라이트를 둘러싸고 있는 이 장치는 눈에 확 띄는 모습만큼 독특함도 컸다. 살짝 튀어 나온 범프 안에는 공기가 들어 있어 외부 충격과 스크래치를 방지하는 기능을 보여준다. 혹시 모를 '문콕'에서 오는 마음의 상처는 충분히 막을 수 있겠지만, 마치 튜닝한 듯 올록볼록한 에어범프의 디자인은 호불호가 나뉠 것으로 보인다. 에어범프의 소재는 TPU(Thermoplastic Poly Urethane), 열가소성 우레탄이다. 다시 말해 무게는 줄이고 강도는 높인 플라스틱이다. 보통 실내 인테리어에서 PVC 대체재로 사용하는 신소재를 외관에 접목해 디자인과 기능을 만들어낸 발상이 신선하다. 다만 매끄러운 옆 라인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은 아쉽다.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다. 전자식 계기판, 7인치짜리 터치스크린, 큼지막한 사이드 브레이크가 보였다. 그런데 오른손에 착 감겨야 할 기어레버가 보이지 않는다. 칵투스는 버튼식 변속레버를 적용했기 때문. 깔끔하게도 전진(D)과 후진(R), 중립(N) 달랑 세 개 버튼만이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대신 사이드 브레이크가 중심을 차지했다. 칵투스와 마찬가지로 혼다 파일럿이나 링컨 MKZ와 같은 버튼 형식의 기어변속은 인테리어를 심플하게 정리하는 장점이 있다. 단, 손으로 기어 레버를 당기는 맛은 없다. 물론 자동변속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의 기어 레버에서 손맛을 찾는 것도 어불성설이겠지만 말이다. 다기능 터치스크린 역시 확연히 정리된 모습을 이끌어낸다. 냉난방장치와 라디오, 음향장치 등이 모두 통합형 터치스크린으로 조작 가능하다. 디지털 형식의 계기판도 마찬가지. 아날로그는 찾아볼 수 없는 인테리어. 혼잡한 버튼과 장치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미래형 느낌'의 콘트롤 장치와 달리 대시보드와 양쪽 도어의 손잡이는 클래식한 이미지다. 프랑스 명품 서류가방의 가죽 스트랩을 보는 것 같은 도어 손잡이와 20세기 초에 유행했을 법한 여행용 트렁크 느낌의 대시보드 수납공간은 디지털 장치와 의외로 잘 어울린다. 시트도 비슷한 분위기. 다만 온열장치가 장착된 직물 시트에 통풍장치까지 바라는 건 지나친 기대일까? 더운 여름에는 스타일보다 스마일이 먼저. 그만큼 더운 날씨다. 더불어 컵홀더가 너무 아래에 위치한데다 사이드 브레이크에 가려져 주행 중 음료를 들어 한 모금 하기에 불편해 보였다. 대신 수납공간은 부족함이 없었고, 폴딩시트인 뒷좌석은 트렁크를 확장해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다.
 

파노라마 선루프를 열 수 없고, 이를 가리기 위한 덮개나 추가 도어가 없다는 점 역시 칵투스의 특이점이다. 짙은 필름으로 틴팅한 덕분에 햇볕이 온전히 내부로 진입하는 것을 막아주지만, 탈부착 햇빛가리개가 커버 역할을 대신하는 모습은 두고두고 인상적이었다. 이와 함께 뒷좌석의 창문을 시원하게 개방하지 못한다는 점도 인테리어의 아쉬움. 선루프와 뒷좌석 창문 열 일이 얼마나 있겠느냐마는 프랑스식 센스는 적응이 필요해 보인다. 새로운 인테리어를 도입하면서 덩달아 기능이 달라진 점은 장단점이 있다. 막힌 선루프와 찔끔 열리는 뒷좌석 창문이 답답함을 주는 것은 단점이지만, 그로 인해 차체의 경량화를 이룬 점은 명백한 장점이다.
 

전체적으로 아담해 보였던 외관과 달리 실내는 생각보다 좁지 않았다. 넓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시트를 바짝 올려 앉는 습관이 있다. 어지간한 세단에서는 머리가 루프에 닿을 듯 말 듯한데, 칵투스는 머리와 루프 사이에 한 주먹만큼의 공간이 남는다. 칵투스의 전고 1,530mm는 티볼리와 QM3, 트랙스보다도 낮다. 그러고 보니 전고뿐만 아니라 전장과 전폭도 한 뼘 길이 정도씩 작은 편. 무게는 경량화 덕분에 크게 가볍다.
 

시동을 걸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뗐다. ETG 기반의 변속기는 재미와 불편을 동시에 주는 아이템이다. 반자동 변속의 ETG(Efficient Tronic Gearbox)는 수동변속의 장점인 연비와 출력을 잡아주지만, 기어가 올라갈 때마다 한 번씩 탁 걸리는 감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살짝 떼었다가 기어를 바꾼 후 다시 가속하는 스킬을 누구나 어렵지 않게 쓰겠지만, 이 ETG는 답답하다가도 재미있는 게 특징이다. 주행은 부드럽다. 가벼운 만큼 적은 힘으로도 치고 나간다. 그르렁거리는 엔진음이 디젤임을 표현하지만 울림이 크진 않다. 칵투스의 최고출력은 99마력, 최대토크는 25.9kg·m이다. 공인연비는 17.5km/L로 도심 시승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평균연비는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ETG 변속기라는 특징 때문인지 칵투스는 저속에서보다 오히려 고속에서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였다. 저속에서 상단 기어로 바뀌는 과정의 시간은 급한 성격과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고속에서 시원하게 내달리는 주행성능은 ETG 변속에 대한 깐깐함을 사소하게 만들었다. 칵투스의 심장은 1.6L Blue HDi 엔진이 맡고 있다. 주로 푸조와 시트로엥 모델에서 볼 수 있는 이 블루 엔진이 칵투스에서도 적용됐는데, 결코 출력이 부족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동은 확실하다. 브레이크를 밟는 즉시 강한 반응이 온다. 신호대기 등으로 정차를 위해 브레이크를 밟으면 자동으로 시동이 꺼지는 오토 스타트/스톱 시스템도 채용되어 연료 절감에 한 몫 하고 있다.
 

칵투스라는 이름은 사전적으로 '선인장(Cactus)'을 뜻한다. 시트로엥은 이번 모델을 칵투스라고 이름 지으며, 연료 소모가 적으면서 강한 에너지를 뿜는 자동차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선인장이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오래 살아남으며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칵투스의 판매 가격은 필(feel)트림이 2690만원, 샤인(shine)트림이 2890만원이다. 칵투스의 독창적인 디자인과 높은 효율이 우리나라에서 성공을 거둘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칵투스가 외모만큼이나 재미있고 잘 달리는 시트로엥의 새로운 야심작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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