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레스 모데나’ 이끄는 대니 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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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레스 모데나’ 이끄는 대니 바하
  • 마이크 더프(Mike Duff)
  • 승인 2024.02.18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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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 바하는 '아레스 모데나'가 언젠가 AMG 같은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대니 바하(Dany Bahar)는, 요즘 무척 잘 나간다. 그를 비판했던 사람들에 비하면, 로터스를 떠난 이후 보낸 세월은 대니 바하(Dany Bahar)에게 오히려 더 친절했다. 크나큰 논란을 남긴 로터스의 최고경영자 시절 이후, 신랄한 법정 다툼 속에 그가 영국 스포츠카 회사를 떠난 지 벌써 11년이 흘렀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그 사이 그의 머리카락은 회색빛으로 변했고 눈 주위에는 몇 개의 주름살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52세 생일을 맞은 그는 아직도 놀라울 만큼 젊어 보인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부분도 많다. 그와 시선이 마주치는 찰나 뚫어지게 바라보는 듯 강렬한 눈빛이 그렇고, 그의 스타카토식 영어 톤과 정확한 발음의 묘한 대조 또한 그렇다.  

바하는 현재 ‘아레스 모데나’(Ares Modena)의 CEO이다. 로터스를 떠난 이후 공동설립자로 참여한 ‘아레스 모데나’는 엄청난 부자 고객들을 위해 기존 자동차를 맞춤형으로 업그레이드해 진정 전 세계에 단 하나뿐인 차로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회사는 분명 효과가 있었다. ‘아레스’에서는 현재 180명의 직원이 근무 중인데, 언뜻 보기에도 그들은 모두 정말 다양한 프로젝트에 매진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탈리아 모데나의 본사 맨 꼭대기 층에 자리 잡은 그의 사무실에서 얘기를 나누다 보면, 앞으로 훨씬 더 큰 계획을 갖고 있음을 금세 알게 된다. 

미래로 가기에 앞서, 우선 과거를 덮어버리는 게 좋겠다. 양측이 서로를 고소하면서 법정 밖의 합의로 끝난 로터스에서의 시간에 대해 말하기 꺼릴 것이라 예상했지만, 뜻밖에 그렇지 않았다. 내가 헤델(Hethel, 로터스 본사 소재지)에서의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묻자, 바하는 웃음을 보였다. “정말 멋있었죠. 그 시간들은 내게 많은 돈과 풍부한 경험을 안겨 주었어요”라고 말했다. “많은 걸 배웠습니다. 기업의 세계에서 말에는 어떤 가치도 없다는 것, 모든 것은 글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을요.”

바하는 로터스에서의 시간을 “매우 멋진 경험”이라 말한다  

그러나 그가 떠난 이유를 차치하더라도, 로터스는 너무 작은 회사이고 자동차도 그리 비싸지 않아 독자적인 제조사로 살아남기 어렵다고 했던 바하의 근본적인 분석은 중국의 거대 자동차 기업 지리(Geely)의 소유 아래에서 재조명받는 듯하다. “로터스가 새 주인과 함께 지금 진행하고 있는 일이 정확히 옳은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말한다. “작은 차와 비싸지 않은 차로는 돈을 벌 수 없어요. 또 다른 좋은 본보기이자 제가 좋아하는 회사는 알핀(Alpine)입니다. 훌륭한 자동차지만, 과연 얼마나 팔렸을까요? 오늘날 그런 브랜드들의 시장은 너무 작아서 살아남을 수 없어요.”

소위 ‘슈퍼 리치’ 고객를 위해 기존 자동차를 개조하고 기증받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이탈리아 카로체리아 코치빌더(Carrozzeria Coachbuilders)의 전통을 따르는 아레스는, 바하에게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다. 일회성과 제한된 운영 측면에서 엄청난 복잡성을 만들어내는 접근 방식이다.

“오랫동안 세일즈와 마케팅 분야에서 일해온 나는 본능적으로 항상 모든 것에 찬성한다고 말해왔습니다.” 바하의 말이 계속된다. “그러고 나면 임원들의 반대 의견, 그리고 줄줄이 이어지는 반대 이유와 맞닥뜨리게 되죠.” 아레스의 업무 원칙은 이렇다. 오리지널 모델이 팔리는 해당 국가의 형식승인(Homologation) 규정을 충족시키지 않는 작업은 어떤 것일지라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시간이 흐르고 나서 특정 규정을 살짝 어겼다는 엔지니어의 실토를 들을 때도 아주 간혹 있긴 하지만, 어쨌든 고객들이 면책 조항에 서명할 때의 원칙은 분명히 그렇다.

아레스가 유일무이한 차의 제조가 아니라 한정 생산으로의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이유도 어떤 면에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아레스는 람보르기니 우라칸(Huracn)을 데 토마소 판테라(De Tomaso Pantera) 방식으로 현대적으로 해석한 ‘팬서 프로게토우노(Panther ProgettoUno)’, 그리고 현행 8세대 쉐보레 콜벳(Corvette)을 엄청난 탄소섬유 차체로 덮어버린 ‘아레스 S1’ 등 새로운 사업 방향을 위한 몇 가지 프로젝트를 이미 진행했다. 이들은 회사의 미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스포츠카, SUV, 소형차 등 세 가지 라인업을 확보하고 나서, 고객이 특별히 원하는 걸 갖기 위해 별도의 가치를 기꺼이 지불하는 ‘세상 단 하나뿐인 맞춤형’ 시리즈인 네 번째 라인업을 갖추려 합니다.” 바하가 설명했다.  그는 또한 아레스가 훨씬 더 큰 협업의 정점에 있다고 말한다. “대형 제조사가 가진 모든 기술을 활용하고, 우리의 필요에 맞게 수정 및 조정해서 우리 이름으로 브랜드를 다시 만들 수 있는 긴밀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어요. 머지않아 이 내용을 발표할 수 있을 겁니다.”

이들이 재작업한 V8 디펜더는 높은 인기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  

 

LET’S HAVE A BUTCHER’S
아레스의 생산 시설을 구석구석 살펴볼 기회는 무척 매혹적이다. 그건 마치 커튼 너머 정육점 뒤 어딘가로 들어가는 것과도 같다. 조립 면적은 그들의 포트폴리오가 얼마나 다양한지를 보여준다. 제작 중인 차들 대부분은 독창적인 랜드로버 디펜더(Defender)다. 아레스는 탄소섬유를 충분히 적용하고 서스펜션을 높이며 에어 스프링과 GM V8 엔진을 갖춘 버전을 만든다. 몇몇은 직물 루프를 요트 스타일의 클릿(Cleat, 고정장치)에 묶어둔 카브리올레 형태다.

더 이국적인 것은 팬서 프로게토 우노(Panther ProgettoUno)다. 이 차의 실내에서는 언뜻 개방형 수동변속기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우라칸의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제어하는 독특한 변속기가 눈에 띈다. 이 변속기의 1단은 주행 모드, 2단은 중립, 3단과 4단은 수동 변속 모드, 5단은 주차, 6단은 후진이다. 현대식 람보르기니를 개조하여 약 40만 유로(약 5억6800만 원)에다 오리지널 모델의 가격을 더한 엄청난 금액을 청구하는 게 자못 어처구니없긴 하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근사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전통적인 코치빌더 작업도 더 있다. 아레스의 2도어 뮬산 쿠페(Mulsanne Coup) 개조는 마치 벤틀리가 직접 한 것처럼 보인다. 테슬라 모델 S 기반의 에스테이트(Estate)도 있다.  그러나 현재 포트폴리오 가운데 이 회사의 미래에 대한 바하의 뚜렷한 목표를 가장 잘 보여주는 건 S1이다. 24대의 쿠페 생산은 잘 진행 중이며 24대의 로드스터가 그 뒤를 이을 것이다. 콜벳 C8 신차의 차체와 트림을 제거한 다음 탄소섬유로 외관을 다시 작업해 진정한 하이퍼카답게 만들어낸다. 그러나 그 아래 기계적 패키지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  

S1의 푸시로드 방식 V8은 새로운 ECU 및 정교하게 경로를 변경한 배기 시스템을 갖춰 맥라렌(McLaren) 스타일의 출력 향상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시장 기준으로 보면, 아주 만족스럽진 않다. 아레스는 이 차의 출력이 530마력이라고 말한다(이는 회사가 처음에 약속했던 700마력에는 한참 뒤진다). 해서, 이 차의 출력은 결국 일반 스팅레이(Stingray)보다 35마력 더 올라갔을 뿐이다.

아레스는 각종 세금 적용 이전 가격 기준 100만 유로(약 14억2090만 원)에서 시작하는 S1이 완전한 성능보다 독특함을 우선한다고 인정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이미 20대의 자동차를 가진 고객들을 대상으로 합니다”라고 바하는 말한다. “우리는 결코 메인 프로젝트가 아니며 가장 중요한 자동차도 아니지만, 고객이 원하기만 한다면 그게 무엇이 됐든 완전히 다른 뭔가를 추가합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다른 아레스 제품은 여전히 목표로 남아 있다. “하나의 대규모 파트너 그룹과 함께라면 협업은 더욱 가까워질 것입니다.” 바하가 자신 있게 말한다. “바로 그 지점이 AMG나 콰트로 같은 브랜드가 탄생한 곳이죠. 언젠가는 우리도 그들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대니 바하를 가리켜 야망이 없다고 비난할 수 있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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