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디젤차에 대한 현대차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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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디젤차에 대한 현대차의 반격
  • 안민희
  • 승인 2014.08.22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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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디젤 엔진을 다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다. 특히 국내 수입차 시장은 성능 좋은 디젤 엔진 앞세워 계속 성장하고 있다. 고급스러운 차에 힘 좋고 연비 좋은 디젤 엔진을 더하니 마음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수입차 전체 판매량의 반 이상이 디젤이다. 그런데 정작 국산 중형 디젤 세단의 등장은 상당히 늦었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현대차에서 NF 쏘나타 디젤 모델을 내놓고 쓴맛을 본 것이 10년도 되지 않았건만, 시장은 어느새 디젤 선호도가 상당하다. 쏘나타 디젤을 내놓고 지난 참패를 설욕하지 않을까 예상했건만, 현대차는 한술 더 떴다. 그랜저 디젤을 먼저 선보였다. 고급차로 여겨지는 그랜저에 디젤 엔진을 얹어 수입 디젤차들과 대결하겠다고 큰소리도 쳤다.

그랜저 디젤의 가격은 모던 트림이 3천254만원, 프리미엄 트림이 3천494만원이다. 프리미엄 트림으로 비교하면 V6 3.0L 엔진을 얹은 가솔린 모델에 비해 133만원 비싸지만 연비로 이를 만회한다. 비슷한 크기의 실내공간을 자랑하는 수입 디젤 세단을 사려면 최소 1천만원 넘게 더 돈을 들여야 한다.

특히 그랜저가 국내시장에서 갖고 있는 독특한 위치를 고려해보면 경쟁력은 더 높아질 것이다. 그랜저는 현대차를 대표하는 고급차로 군림했기에, 상위 모델의 출시에도 불구하고 중장년층에게는 여전히 ‘좋은 고급차’로 남아 있다. 그랜저만의 독특한 정체성 때문이다. 최고급차에서 두 계단 내려와 이제는 엔트리 고급차가 됐을지언정, 오랫동안 쌓은 명성이 있다.

쉽게 풀어보자. 편의장비를 빼곡히 채운 쏘나타와 기본형 그랜저의 가격이 비슷하다고 해도 직급, 속칭 ‘짬’이 되지 않는 직원이 그랜저를 타고 출근하기에는 뭔가 상사가 되어야 몰 수 있는 차란 생각에 마음이 걸리지 않은가? 이 사회적 인식이 국내시장에서만은 그랜저 디젤의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차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이 씁쓸하긴 하지만.

현대차는 그랜저 디젤을 “그랜저 본연의 승차감, 정숙성, 편의 사양에 디젤 엔진의 성능을 더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싼타페, 그랜저에 달리는 직렬 4기통 2.2L 디젤 ‘R’ 엔진을 얹는다. 이 엔진이 세단에 얹히는 것은 처음이다. 수치는 꽤 인상적이다. 최고출력 202마력을 3,800rpm에서 내고, 최대토크 45kg·m을 1,750~2,750rpm에서 낸다. 복합 연비는 17인치 휠을 달았을 때 14km/L다. 고속도로 연비는 17.5km/L다. 18인치 휠을 달면 0.2km/L 줄어든다. 시승차는 18인치 휠을 달았다.

가속 페달을 지그시 밟으면 엔진 회전수를 낮게 유지하면서도 꾸준히 달려 나간다. 의식하지 않을 때면 어느새 속도가 꽤 올라가 있다. 시속 110km로 순항할 때 엔진 회전수는 약 1,700rpm 정도다. 회전수를 낮춰 고속으로 달릴 때는 상당히 조용했다. 저회전부터 넉넉한 토크 끌어 쓰는 엔진 덕분에 회전수를 낮춰 숨죽여 달렸다.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엔진 회전수를 올리며 뛰어나간다. 그런데, 소리가 크지 않다. 소리 나는 곳부터 전부 탄탄하게 틀어막아서다. 상당히 소리를 걸러내 적당한 정도로 남겼다. 빠르게 달릴 때면 엔진 회전수를 귀로 짐작할 수 있을 정도는 남겼다. 허나 대부분의 주행에서는 상당히 조용하단 평가를 내릴 수 있겠다. 일반적인 주행을 한다면 상당히 조용해 만족할 정도다.

속도를 한껏 올려봤다. 속도를 제법 올리고나면 가속력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허나 넉넉한 토크 덕분에 큰 힘을 쓰고 있단 감각은 느껴진다. 고속에서의 안정감 또한 개선됐다. 속도를 끝까지 올리면 약간 불안한 감각이 든다. 허나 그 불안한 감각이 시작되는 지점이 이전에 비해 상당히 뒤로 물러났다.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이다. 허나 아직 제동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 길들이기도 하지 않은 신차이기 때문에 브레이크 성능을 논하기는 이른 감이 있지만, 급제동 시 차체 뒤쪽의 거동이 불안했다.

스피드 페스티벌이 열리는 송도 도심 서킷에서 벨로스터 터보를 쫓아 달렸다. 급격한 코너에 차체가 이리저리 쏠린다. 서스펜션의 세팅은 살짝 무른 쪽이다. 위아래 움직임에 여유를 뒀다. 그래서 급격한 코너링을 이어나갈 때는 약간 기운다. 타이어는 연신 비명을 질러대고, 급한 맘에 가속 페달을 꽉 밟으니 토크 스티어가 일어나려 한다. 그러나 재빠르게 VDC가 개입해 안정적인 궤도를 그려 나간다.

성능에 비해 조금은 탄탄한 서스펜션을 원하게 됐지만, 그랜저까지 탄탄함을 쫓기에는 수요층의 성격에 비해 무리였을 것이다. 코너링을 즐기려 타는 차도 아닌데다 차체 안정 장치의 개입이 빠르다. 대신 승차감이 뛰어나다. 요철이 이어지는 구간을 속도 높여 달렸음에도 잔 진동이 없었다. 부드럽되 허둥대지 않는다.

이와 같은 그랜저의 세팅은 구매연령층을 고려한 것이다. 휘발유 모델을 기준으로 그랜저의 구매연령층은 40대 32.3%, 50대 31.4%, 60대 이상 21.2%에 달한다. 30대는 10.2%다. 여전히 그랜저는 중장년층에게 사랑받는 차다. 그러나 그랜저 디젤은 그 틀을 깼다. 디젤 엔진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30대의 증가율이 아주 높았다. 30대 24.9%, 40대 38.1%, 50대 25.2%, 60대 이상 6.9%다.

디젤 엔진을 쫓는 시장 변화에 대해서 조금 뒤쳐진 점은 아쉽지만, 지금이라도 이에 대응한 것이 현대차 입장에서는 다행이라 본다. 그랜저에 디젤 라인업을 추가하자 월 평균 계약이 16% 늘어난 것이 그 증거다. 그랜저 전체 판매량 중 디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다. 하이브리드는 10%, 가솔린과 LPI를 합쳐 70%다. 신규 고객 유입 효과는 충분했다 본다.

그랜저 디젤은 뛰어난 정숙성과 주행 감각을 갖춘 차다. 수입 디젤 승용차를 고려한다면 그랜저 디젤 또한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수입차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넓은 공간과 풍부한 편의장비란 이점이 있다. 연비에서는 뒤쳐지지만 유지비는 더 낮다는 것은 미묘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차를 유지할 생각이라면 장점이 될 것이다. 탄탄한 서스펜션과 호쾌한 달리기를 좋아한다면 수입 디젤차를 택하겠지만, 부드러운 승차감과 조용한 실내를 즐기며 느긋하게 달릴 것이라면 그랜저 디젤이 더 좋은 선택일 것이다.

글·안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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