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랜서 에볼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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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랜서 에볼루션
  • 맷 프라이어
  • 승인 2014.07.16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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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의 랜서 에볼루션이 그 끝을 맞았다. 맷 프라이어(Matt Prior)가 그중 최고의 차를 몰고 마지막 불꽃을 휘날리러 갔다.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을 일컫는 전용 호칭이 있다. 바로 ‘에보’(Evo)다. 잠시 에보의 발전사를 살펴보자. 오리지널 1세대 모델은 1992년에 등장했다. 이어 2,3세대가 등장했고 WRC에서 4연속 챔피언십을 거둔 랠리 드라이버 토미 마키넨(Tommi Makinen)이 에보를 타고 WRC에서 첫 챔피언십을 차지했다. 이후 꾸준히 개발을 이어 4,5세대를 거쳤고, 1999년 에보 6세대가 선보였다. 지금 우리가 몰고 있는 한정판 에보 6세대 토미 마키넨 에디션은 2000년도에 나왔다.

여기서 잠깐 이야기를 멈출까 한다. 물론 에보는 10세대까지 나왔지만, 잊는 것이 좋겠다. 10년의 시간을 들여 7세대에서 10세대까지 발전하는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토미 마키넨 에디션 이후에는 기억에 남을 만한 것이 없다. 게다가 이제 미쓰비시는 에보를 그만두고 EV나 만들려든다. 조금 설명이 거칠진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도 마키넨 에디션은 에보의 혈통 중 최상급, 즉 절정의 모델로 남아 있다.

이 차는 때때로 에보 6.5로 불리기도 했다. 토미 마키넨의 네 번째 챔피언십 획득을 기념하기 위해서 생산됐다. 에보 6세대를 바탕으로 삼았지만, 신형 티타늄 터보차저, 달라진 배기시스템, 재설계된 앞 범퍼, 그리고 더 많은 에어 덕트가 따라붙었다. 17인치 엔케이 알로이 휠과 더 빨라진 스티어링 랙, 포장도로에 맞춰 세팅한 서스펜션을 달았다. 최고출력은 280마력. 일본 내 법규 때문에 대부분의 일본산 퍼포먼스 자동차들은 280마력이었다. 그리고 토크는 37.9kg·m이다. 출력과 토크 곡선의 균형이 뛰어났다.

일반도로에 맞춰 튜닝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그룹 A 랠리카다웠다. 새로운 WRC의 규정 때문에 도로용 자동차와 랠리카 사이의 엄청난 차이를 만들 수 있었지만, 미쓰비시는 여전히 토미 마키넨 에디션을 랠리카 규정에 맞춰 만들어, 무언가 특별한 것을 불어넣었다.

오늘까지 남아 있는 이 차는 영국에 팔린 단 250대 중 하나다. 랠리카 치장과 붉은색 페인트는 필수가 아니지만, 이 조합이 아닌 다른 것을 떠올릴 수는 없다. 이 차는 주행거리도 적어 조심스러웠지만, 운전할 수 있는 이 기회를 최대한 즐겁게 보내기로 했다.

기본적인 실내 구성으로는 즐길 것이 별로 없다. 그럼에도 솔직히 말하면 에보와 함께 불장난이라도 저질러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불장난을 시작했다. 그런데, 왜 지금 에보를 타느냐 물을 수 있다. 올해 미쓰비시 영국은 에보 X FQ-440 MR을 단 40대만 들여올 것이다. 그러나 이 모델은 아무래도 또 다른 에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우리가 알던 에보의 이름을 단 것은 확실하지만, 지금 이 차와는 아무래도 별개의 차이기 때문이다.

촬영을 위해 스토크-온-트렌트를 향했다. 왜냐면 뭔가 도시적이면서도 분위기 있는 사진을 원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퇴락과 재생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곳. 그러나 에보와 비교하기에는 무리였다. 차에 장소를 대입하는 것은 도시의 과거, 현재, 미래를 깔보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오랜 벽돌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됐다.

이 여행에서 나는 ‘아직도 에보를 최신형 자동차로 기억하고 있다’란 것을 되새겼다. 사실 2000년도는 그다지 오래되지 않은 때다. 그러나 자동차계가 빠르게 변했다. 에보는 작은 느낌을 줬다. 길이는 4,350mm, 양쪽 사이드미러 사이는 1,875mm다. 또한 낮은 창문과 높은 좌석 위치 덕분에 시야가 대단했다. 시트는 조금 높게 자리 잡았지만 좋았다. 몸을 꽉 잡아준다. 스티어링 휠은 경사만 조절할 수 있지만, 거리에 좌우되지 않고 편안한 운전 자세를 잡을 수가 있었다.

타이어가 울부짖을 때면 어떤 엔진과도 다른 2.0L 고압 터보와 5단 수동변속기의 조화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응답성과 신뢰할 수 있는 정밀도가 있다. 약간의 터보 랙은 있다. 하지만 훨씬 더 정제됐고 빠른 반응을 자랑하는 최신형 터보 엔진 그 이상이었다. 나는 신기술 반대 운동자 같은 말을 하고 싶진 않다. 허나, 현대적인 차들은 뛰어나지만 여전히 이 엔진은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예전에 나는, 이 차의 주행감각이 가혹하다고 평했다. 하지만 오늘 다시 느낀 바로는 단단한 차체와 코너 중간에서도 되돌릴 수 있는 빠른 스티어링의 조합은, 내가 예전에 생각했던 것만큼 나쁘지 않았다. 타이어는 225/45R17로 비교적 작게 느껴졌다. 아이쿠, 난 정말 이 차를 좋아한다.

우리는 스토크를 지나 탁 트인 도로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나는 이 차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어떻게 이 차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가? 공차중량은 단지 1,365kg에 불과하다. 게다가 아직도 포드 피에스타 ST가 이르지 못한 몰기 쉽고 편안한 영역까지 차체를 죄었다. 스티어링 감각도 좋았고, 점진적이며, 정확하고, 민첩한 느낌이다. 이는 현재 판매되는 어떤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보다 낫다.

그리고, 당신은 도로에서 이 차의 한계를 향해 다가갈 수 있다. 놀라운 민첩성을 되새기며 달렸다.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 사이로 선회하며, 신경질을 부리지 않고, 불안정하지도 않다. 방향을 약간 변덕스럽게 바꾸긴 한다. 네 바퀴를 항시 굴리는 액티브 요 컨트롤(Active-Yaw-Control) 시스템 때문에 그렇다.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 모두를 막는다.

그러나 도로에서 타인의 클래식 카를 몰아친다는 압박 때문에, 솔직히 아주 깊게 빠져들진 못했다. 그러나 이후의 에보보단 한결 낫다. 여전히 마키넨 에디션은 훌륭한 가치를 자랑한다. 당시 신차 가격은 3만1천 파운드(약 5천370만원)였다. 허나 현재 1만 파운드(약 1천730만원)~1만5천 파운드(약2천600만원) 정도지만, 그러기에 이 차는 너무 뛰어나다. 이 정도 가격에 머물진 않을 것이다. 에보 6 토미 마키넨 에디션은 에보 중 가장 뛰어난 차로 국한할 것이 아니다. 어떤 차와 비교해도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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