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올 뉴 MKZ, 세련된 디자인과 고급 실내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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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올 뉴 MKZ, 세련된 디자인과 고급 실내를 갖췄다
  • 안민희
  • 승인 2013.09.0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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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10년 전, 링컨은 벼랑에 몰렸다. 중후한 기함만을 고집하는 브랜드는 더 이상 젊은이들의 선망이 되지 못한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꿈을 먹고 산다. 선망의 대상이 되어야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하지만 링컨은 젊은이들의 선망이 되지 못했다. 젊은이들은 독일차를 꿈꿨고 브랜드 이미지는 나이를 먹다 못해 낡아버렸다.

그래서 링컨은 과거의 이미지를 버리고 새로운 감각으로 호소하려 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1세대 MKZ다. 직선적인 디자인으로 젊은 감각을 더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80년대 고급차의 재해석 수준인 실내가 발목을 잡았다. 출시 후 긴급히 개선작업에 들어갔을 정도다.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였다.

이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속편이 등장했다. 2세대로 거듭난 링컨 MKZ. 전통을 버리고 기술을 택해 변화를 외쳤다. 그리고 그 외침은 허상이 아니었다. 유려하게 곡선을 살린 디자인, 훨씬 고급스러워 보이는 실내는 링컨이 나침반을 제대로 들었음을 보여줬다. 이제 링컨의 미래를 향하는 바늘을 확인할 차례다.

디자인은 전 세대 모델을 잊으라고 속삭인다. 그럴 만하다. 전 세대 모델의 싹둑싹둑 썰어낸 선과 달리 유려하게 부풀린 곡선이 눈길을 끈다. 폭포수 그릴도 자취를 감췄다. 큼직하던 헤드램프도 작아졌다. 대신 그릴은 날개를 펼쳤고 그 끝에 작게 헤드램프를 달았다. 헤드램프 크기는 작지만 LED 어댑티브 헤드램프를 달아 앞길을 훤히 비춘다.

시선은 어느덧 보닛에서 루프라인을 타고 트렁크로 향한다. 뒷모습이 특히 눈에 띈다. 트렁크 덮개는 위로 살짝 솟아 스포일러 역할을 한다. 그 아래 LED를 일렬로 수놓아 테일램프로 쓴다. 특별한 모양새라 흐뭇하다. 스포티하기도 하다. 뒤를 볼 때마다 포드의 고성능 모델 코스워스 모델들이 달았던 고래 꼬리 스포일러가 떠올랐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링컨이 주장하는 ‘하이-테크 럭셔리(Hi-Tech Luxury)’가 보인다. 실내를 꾸미는데 가죽과 질 좋은 플라스틱을 아낌없이 쓴 것도 훌륭하지만, 더 뛰어난 것은 실내에 그윽한 전기 냄새. 즉 전자 기기처럼 다듬은 일부 요소들이다. 버튼을 눌러쓰는 전자식 변속기, 고급 오디오를 닮은 센터페시아가 그렇다. 아울러 실내를 감싼 푸른 조명이 차가운, 이지적인 분위기를 잡는다.

센터페시아를 보면 놀랄 만하다. 가운데는 내비게이션, 아래쪽은 에어컨과 멀티미디어 조작부라지만, 눌러쓰는 물리적 버튼은 없이 검정 판만 있을 뿐이다. 시동을 걸면 숨어 있던 버튼들이 불을 밝히며 모습을 드러낸다. 스마트폰을 쓰는 것처럼 손가락을 대면 반응하는 정전기식 버튼들이다. 에어컨 풍량과 오디오 소리 크기는 손가락을 대고 쓸어 조절할 수 있다. 아쉽게도 세밀하게 다루기는 꽤 까다로웠다.

MKZ의 실내에서 가장 특별한 것을 찾으라면 엄청나게 큰 파노라마 선루프다. 천정의 유리가 통째로 들려 뒤로 빠져나간다. 덕분에 운전석보다는 뒷좌석에서 큰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지붕을 열고 시속 100km로 달리는 와중에도 뒷좌석에는 바람이 들이치지 않는다. 대신 환한 하늘의 자태와 햇살만이 들이칠 뿐이다.

국내에 수입되는 MKZ는 직렬 4기통 2.0L 터보 ‘에코부스트’ 엔진을 얹는다. 기존 V6 3.7L 엔진의 대안이다. 최고출력은 234마력, 최대토크는 37.3kg·m이니 출력은 살짝 줄었어도, 토크는 늘었다. 엔진의 반응성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터보 엔진답게 힘을 모을 때까지 약간의 지체는 있다. 그래서 가속 페달을 생각보다는 조금 더 열어야 했다.

또한, MKZ의 공차 중량이 1,760kg로 조금 늘어난 것도 있다. 변속기의 S 버튼을 눌러 높은 rpm을 유지하며 엔진을 보챘다. 주행 감각이 살짝 바뀌었다. 스티어링 응답력, 서스펜션 댐핑, 응답성, 변속 모드 등을 조절해 운전 감각을 바꾸는 드라이빙 컨트롤 기능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따로 버튼을 눌러 설정하는 것이 아닌, 변속기의 D와 S버튼을 눌러 설정을 바꾼다. D는 안락한 드라이브 모드, S는 스포츠 모드다.

속도를 제법 붙였다. 서스펜션은 탄탄하게 자세를 굳힌다. 가속 페달은 조금 더 예민해졌지만 날카롭지는 않았다. 단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고속에서도 스티어링 휠의 답력은 가벼웠다. 서스펜션은 탄탄해졌다고 해도 스티어링 휠이 가벼워 스포티하게 몰아붙이기는 주저하게 된다.

고속도로를 시속 100~110km로 유유자적 노닐 때 rpm은 1,800rpm 정도를 유지했다. 계기판에 뜨는 연비는 13.2km/L를 넘겼다. 여유롭게 고속도로를 달린 이후 시내로 들어섰다. 속절없이 연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날씨가 더워 에어컨을 세게 켠 탓일까, 아니면 도로가 엄청나게 막혀서일까. 가속 페달을 조금 깊게 밟고 정차를 반복하다 보니 시승 구간 전체 연비는 어느덧 6km/L를 기록했다.

MKZ의 공인 연비 10.2km/L에는 크게 못 미쳤다. 그래서 고속도로 주행이 잦은 이에게 MKZ를 권한다. (사실 듀라토크 디젤 엔진을 실었다면 정말 사랑스러웠을 테다)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공간은 넉넉했다. 시각적 효과 탓인지 MKZ는 상당히 커 보인다. 사실 MKZ의 크기는 현대 그랜저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리 공간은 크게 여유롭진 않지만 상체를 감싸는 공간이 넓어 여유로움을 더한다.

돌아오면서 이 차의 가치를 고민했다. 이 차는 포드 퓨전과 CD4 플랫폼을 공유한다. 그러므로 차체와 엔진이 포드 퓨전과 같다. 이 부분이 맘에 걸렸다. 하지만 가격대 가치를 따지면 포드 퓨전보다 오히려 링컨 MKZ가 더 매력적일 수 있다.

이 차에 달린 대형 파노라마 루프, 어댑티브 헤드램프, 오토 하이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편의장비의 가치, 꼼꼼히 가죽으로 덮은 고급스러운 실내를 생각해보면 그 차이는 확연히 줄어든다. 그리고 링컨의 매끈한 디자인이 주는 멋진 이미지를 가치로 매기면 그 차이는 오히려 역전할지도 모른다.

글: 안민희 기자

LINCOLN MKZ 2.0 ECOBOOST
가격: 4700만원
크기: 4930×1865×1480mm
엔진: 직렬 4기통, 1999cc, 터보, 휘발유
무게: 1760kg
0→시속 100km 가속: 7.4초
최고시속: 242km
최고출력: 234마력/5500rpm
최대토크: 37.3kg·m/3000rpm
복합연비: 10.2km/L
CO₂배출량: 174g/km
변속기: 6단 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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