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링컨은 과거의 이미지를 버리고 새로운 감각으로 호소하려 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1세대 MKZ다. 직선적인 디자인으로 젊은 감각을 더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80년대 고급차의 재해석 수준인 실내가 발목을 잡았다. 출시 후 긴급히 개선작업에 들어갔을 정도다.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였다.
디자인은 전 세대 모델을 잊으라고 속삭인다. 그럴 만하다. 전 세대 모델의 싹둑싹둑 썰어낸 선과 달리 유려하게 부풀린 곡선이 눈길을 끈다. 폭포수 그릴도 자취를 감췄다. 큼직하던 헤드램프도 작아졌다. 대신 그릴은 날개를 펼쳤고 그 끝에 작게 헤드램프를 달았다. 헤드램프 크기는 작지만 LED 어댑티브 헤드램프를 달아 앞길을 훤히 비춘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링컨이 주장하는 ‘하이-테크 럭셔리(Hi-Tech Luxury)’가 보인다. 실내를 꾸미는데 가죽과 질 좋은 플라스틱을 아낌없이 쓴 것도 훌륭하지만, 더 뛰어난 것은 실내에 그윽한 전기 냄새. 즉 전자 기기처럼 다듬은 일부 요소들이다. 버튼을 눌러쓰는 전자식 변속기, 고급 오디오를 닮은 센터페시아가 그렇다. 아울러 실내를 감싼 푸른 조명이 차가운, 이지적인 분위기를 잡는다.
MKZ의 실내에서 가장 특별한 것을 찾으라면 엄청나게 큰 파노라마 선루프다. 천정의 유리가 통째로 들려 뒤로 빠져나간다. 덕분에 운전석보다는 뒷좌석에서 큰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지붕을 열고 시속 100km로 달리는 와중에도 뒷좌석에는 바람이 들이치지 않는다. 대신 환한 하늘의 자태와 햇살만이 들이칠 뿐이다.
또한, MKZ의 공차 중량이 1,760kg로 조금 늘어난 것도 있다. 변속기의 S 버튼을 눌러 높은 rpm을 유지하며 엔진을 보챘다. 주행 감각이 살짝 바뀌었다. 스티어링 응답력, 서스펜션 댐핑, 응답성, 변속 모드 등을 조절해 운전 감각을 바꾸는 드라이빙 컨트롤 기능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따로 버튼을 눌러 설정하는 것이 아닌, 변속기의 D와 S버튼을 눌러 설정을 바꾼다. D는 안락한 드라이브 모드, S는 스포츠 모드다.
고속도로를 시속 100~110km로 유유자적 노닐 때 rpm은 1,800rpm 정도를 유지했다. 계기판에 뜨는 연비는 13.2km/L를 넘겼다. 여유롭게 고속도로를 달린 이후 시내로 들어섰다. 속절없이 연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날씨가 더워 에어컨을 세게 켠 탓일까, 아니면 도로가 엄청나게 막혀서일까. 가속 페달을 조금 깊게 밟고 정차를 반복하다 보니 시승 구간 전체 연비는 어느덧 6km/L를 기록했다.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공간은 넉넉했다. 시각적 효과 탓인지 MKZ는 상당히 커 보인다. 사실 MKZ의 크기는 현대 그랜저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리 공간은 크게 여유롭진 않지만 상체를 감싸는 공간이 넓어 여유로움을 더한다.
이 차에 달린 대형 파노라마 루프, 어댑티브 헤드램프, 오토 하이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편의장비의 가치, 꼼꼼히 가죽으로 덮은 고급스러운 실내를 생각해보면 그 차이는 확연히 줄어든다. 그리고 링컨의 매끈한 디자인이 주는 멋진 이미지를 가치로 매기면 그 차이는 오히려 역전할지도 모른다.
글: 안민희 기자
LINCOLN MKZ 2.0 ECOBOOST
가격: 4700만원
크기: 4930×1865×1480mm
엔진: 직렬 4기통, 1999cc, 터보, 휘발유
무게: 1760kg
0→시속 100km 가속: 7.4초
최고시속: 242km
최고출력: 234마력/5500rpm
최대토크: 37.3kg·m/3000rpm
복합연비: 10.2km/L
CO₂배출량: 174g/km
변속기: 6단 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