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경쟁하는 차 세 모델이 이처럼 비슷한 시기에 나란히 출시된 것도 그렇거니와, 평가 양식을 뒤엎을 사전 비교 없이 한 울타리에 그들을 몰아넣은 것은 더욱 그렇고, 이처럼 뜨거운 관심을 모으는 (그리고 적절한) 차들이 한 세그먼트에 몰린 것도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일이다. 핫 해치의 얄타 회담이 영국 웨일즈에서 열린 셈이다.
게다가 핫 해치, 특히 적절한 가격의 슈퍼미니 모델들은 한적한 시골길에서 몰 때 주는 즐거움만큼 기억에 남을 재미있는 운전의 핵심을 보여준다. 일종의 역사적인 맥락에서, 나는 여러분을 첫 대면의 순간으로 안내하겠다. 간단히 말하자면, 여기 나온 차들은 각각 선망의 대상이 될 만하다. 강력한 슈퍼미니는 한때 가족용으로 어울릴 크기의 핫 해치의 사춘기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이제는 작아지는 것이 대세다. 다운사이징은 효율과 같은 뜻이다.
그밖에는 사뭇 다른 점들이 엿보인다. 하지만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한다는 기본적인 과제에 있어서는 세 차 모두 대체로 필요한 균형감각을 갖추고 있다. 사람들이 이 차들에게서 원하는 것이 훨씬 더 짜릿한 느낌이라는 점은 당연하고, 바로 그 부분에서 포드 피에스타 ST, 푸조 208 GTI, 르노 클리오 RS 200 터보의 차이가 드러난다. 어떤 차도 기대나 명성에 대한 특이한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그와 더불어 웬만큼 인정받을 만한(그리고 아마도 떼어버려야 할) 부담을 지고 있다는 점은 얘기해두어야겠다.
개요부터 이야기해보자. 클리오 200 터보는 5도어 모델만 나온다. 변속기는 새로운 6단 이피션트 듀얼 클러치만 선택할 수 있다. 컵 버전 섀시는 선택사항(시승차에는 장착되었음)으로 남아 있지만, 이 차는 1,204kg으로 테스트에 나온 차 가운데 가장 무거우면서 시승차인 럭스(Lux) 모델은 1만9천995파운드(약 3천450만원)로 가장 비싸다. 어느 정도 예상했듯이, 카디프(Cardiff) 근교에서 함께 보낸 첫 10분은 걱정스러웠다. 나는 변속기가 싫었다. 투박한 기어 레버나 P, N, R, D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것도 싫었다.
손가락으로 패들을 조작하는 것과 수동으로 기어를 조작하는 것의 본능적인 차이에 대한 우리의 문제는 상투적인 것에 가깝지만, 여기에서는 반드시 되풀이해야 한다. 저속에서 EDC는 차와 상호작용하려는 의지를 떨어뜨려, 훨씬 개선된 24.5kg·m의 토크를 효과적으로 다루기 어렵게 만든다. 변속기를 빼놓으면 칭찬할 것이 많기 때문에, 그 점은 더욱 불만스럽다. 클리오는 여기 모인 차들 가운데에서 길고 어색해 보인다. 아마도 도어가 더 많아서 그래 보이겠지만, 뒤에서 보면 기막히게 멋지고 전체적으로도 균형이 잘 잡혔다.
지나치게 단단하지도, 지나치게 헐렁하지도 않지만 성능은 잘 표현하고 코너에서는 잘 받쳐주면서 불편함은 억제하도록 조율되었다. 새로운 구성은 확실히 정교하고, 이전에는 철저하게 극한의 역동성만을 추구했던 클리오는 이제 포드가 선택한 더 긴장감 있는 특성을 돋보이게 만든다. 피에스타 ST는 세 차 가운데 유일하게 고전적인 핫 해치의 색깔을 타고났다. 스위스 치즈 같은 변두리 도로의 울퉁불퉁함을 완전히 걸러내기보다는 위아래 방향의 움직임에 이리저리 씰룩거린다.
피에스타의 크기가 민첩성에 도움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휠베이스는 클리오의 것보다 정확히 100mm 짧다. 줄어든 애스턴 마틴의 앞부분에 아담하면서 귀여운 분위기의 높은 차체를 결합한 모양새다. 에코부스트 엔진에서 나오는 24.5kg·m의 토크는 르노 엔진과 똑같은 수치이지만, 포드의 사운드 심포저 덕분에 좀 더 카리스마 있는 소리를 내고 힘을 더 쉽게 뽑아낼 수 있다. 하지만 1,750rpm부터 나오는 3.6kg·m 더 큰 토크의 지나친 잠재력이 시속 50~60km에서 압박을 주는 208만큼은 아니다.
급가속이나 급제동 때 약하게 앞뒤로 쏠리는 섀시에는 클리오의 값비싼 침착함은 전혀 없지만 다소 구식으로 차를 침착하게 몰아붙이도록 만드는 200마력 엔진 덕분에 확실히 활발하다. 나를 넓게 펼쳐진 도심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차로 선택한 것은 208이고, 고속도로에서 가속할 때에는 경쟁차보다 변속을 훨씬 적게 할 수 있는 포용력 있는 유연성이 반갑다.
하지만 푸조가 여러 개의 신호등보다 더 도전적으로 경쟁차를 제칠 실력을 갖고 있다는 생각은 우리가 황야에서 만난 바로 그 순간에 빠르게 사라져버렸다. B4560 도로가 펼쳐 보인 빡빡한 시험 환경에서, 전자장치로 재현된 디퍼렌셜과 탄탄한 앞 서스펜션을 갖춘 클리오와 피에스타는 액셀러레이터를 깊이 밟으면 액셀러레이터가 가벼워지고 반응이 더딘 스티어링 때문에 언더스티어가 몰려드는 208과 비교될 정도로 시원시원하게 달린다.
이런 특성이 ST에서는 부족하지 않다. 사실, 전문적인 실력과 이해 없이도 즉시 차와 운전자 사이에 상호 소통을 하고 운전을 통해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피에스타의 통제능력은 아주 빠르고 깊이 있는 믿음을 준다. 운전자가 하고 싶어 하는 것과 차가 실제로 해내는 것 사이의 거리는 지극히 작다. 이런 능력의 일부는 오랜 친숙함에서 비롯된다.
무엇보다도 가장 뛰어난 점은 탁월한 조절 감각이 차를 가속할 때에만 집중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ST는 한계를 제쳐놓으면 아주 고분고분하고 액셀러레이터 조작으로 예민하게 조절할 수 있다. 섀시 균형은 항상 차체 앞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강화된 토션 빔을 갖춘 뒤쪽은 원하는 대로 반응하고 움직임이 경쾌하면서 쉽게 바로잡을 수 있게 파고든다. 고분고분한 운동특성은 아주 훌륭한 성과다.
스포트 모드(액셀러레이터, 스티어링 무게감, 구동력 제어 및 변속기 특성이 조절된다)로 전환하려면 반드시 무릎 옆에 있는 RS 드라이브 스위치를 눌러야 하고 재미있는 기능을 활성화하려면 누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수동 모드’에서 엔진이 회전 한계까지 작동하도록 허용하고 ESC를 모두 해제한다). 간질거릴 정도로 섬세한 감각을 지니고 있지만, 나에게 스티어링의 무게감은 ST의 것만큼 다루기 좋지는 않고 구동력의 한계를 드러내는 커브에서의 견인력도 만족할 정도의 설득력을 주지 못한다.
이 차는 네 바퀴 모두 실력을 갖춘 슈퍼미니로, 앞쪽 움직임은 날카로우면서 차체 뒤쪽은 언제든 제멋대로 움직이려고 하는 차에 불과하지는 않다. 특히 바깥쪽 타이어를 비롯해 강화된 차체 뒤쪽은 RS-디프(언더스티어를 억제하는 전자장비를 일컫는 르노 고유의 이름)가 있는 앞쪽을 다루는 만큼 든든하고 진지하게 원하는 지점을 향해 일찌감치 의도를 표현한다.
이런 느낌은 최종 순위 결정에도 영향을 준다. 카디프에서 한 테스트만으로 압축해보면, 르노는 최하위에 머물 것처럼 보였다. 이 상황에서는 그렇지만 비컨즈 정상에서의 열기를 무시할 수는 없기에, 마지막으로 결승선을 통과해야 하는 차는 208이다. 하지만 선두 그룹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직계 선조들과는 달리, 밑바닥을 헤맬 차는 아니다.
짐작컨대, 르노는 이 중에서 2위 자리에 만족할 것이다. 최신형 클리오는 자질과 약점이 특이하게 뒤섞여 있고, 어떤 관점에서 보면 구성이 빈약하면서 이 차들 가운데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싼 값이 매겨져 있다. 하지만 그래도 르노의 원래 목표한 바를 확인할 수 있고 그 야망에 박수를 보낼 수 있다. 그런 것들이 완벽하게 실행되었다면,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적응력 있는 슈퍼미니의 새롭고 성숙한 흐름 속에서 중요한 강점으로 강조되었을 것이다.
개발하는 동안, 포드는 더 융통성 있는 타협안을 겨냥하고 있음을 제시하며 르노스포르 클리오의 이전(당시 기준이므로 현행 모델) 세대와 재빨리 거리를 두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공격적이고 짓궂으면서 제법 놀랄 만한 최종 성과물을 대하고 보니 이전에 르노가 짜놓았던 각본을 시원하게 받아들였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 1만6천995파운드(약 2천930만원)라는 저렴한 기본가에 말이다.
글: 닉 캐킷(Nic Cackett)
Ford Fiesta ST-2
0→시속 100km: 6.9초
최고시속: 224km
복합연비: 17.0km/L(유럽기준)
CO₂ 배출량: 138g/km
무게: 1163kg
엔진: 4기통, 1596cc, 터보, 휘발유
구조: 프론트, 가로, FWD
최고출력: 182마력/5700rpm
최대토크: 24.5kg·m/1600~5000rpm
무게당 출력: 156마력/톤
리터당 출력: 115마력/L
압축비: 10.1:1
변속기: 6단 수동
길이: 3975mm
너비: 1787mm
높이: 1456mm
휠베이스: 2489mm
연료탱크: 42L
주행가능거리: 711km
트렁크: 276L
서스펜션: (앞)맥퍼슨 스트럿,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뒤)토션 빔,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브레이크: (앞)278mm V 디스크
(뒤)253mm 디스크
휠: 7.5J×17in
타이어: 205/40 R17
Renault Clio RS 200 Turbo Lux
0→시속 100km: 6.7초
최고시속: 230km
복합연비: 15.9km/L(유럽기준)
CO₂ 배출량: 144g/km
무게: 1204kg
엔진: 4기통, 1618cc, 터보, 휘발유
구조: 프론트, 가로, FWD
최고출력: 200마력/6000rpm
최대토크: 24.5kg·m/1750~5500rpm
무게당 출력: 165마력/톤
리터당 출력: 124마력/L
압축비: 9.5:1
변속기: 6단 듀얼 클러치 자동
길이: 4062mm
너비: 1731mm
높이: 1448mm
휠베이스: 2589mm
연료탱크: 45L
주행가능거리: 713km
트렁크: 300L
서스펜션: (앞)맥퍼슨 스트럿,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뒤)토션 빔,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브레이크: (앞)320mm V 디스크
(뒤)260mm 디스크
휠: 7.5J×18in
타이어: 205/40 R18
Peugeot 208 GTI
0→시속 100km: 6.8초
최고시속: 230km
복합연비: 17.0km/L(유럽기준)
CO₂ 배출량: 139g/km
무게: 1160kg
엔진: 4기통, 1598cc, 터보, 휘발유
구조: 프론트, 가로, FWD
최고출력: 200마력/5800rpm
최대토크: 28.1kg·m/1700rpm
무게당 출력: 172마력/톤
리터당 출력: 125마력/L
압축비: 10.5:1
변속기: 6단 수동
길이: 3962mm
너비: 1829mm
높이: 1460mm
휠베이스: 2538mm
연료탱크: 50L
주행가능거리: 848km
트렁크: 285L
서스펜션: (앞)맥퍼슨 스트럿,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뒤)토션 빔,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브레이크: (앞)302mm V 디스크
(뒤)249mm 디스크
휠: 7J×17in
타이어: 205/45 R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