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포르쉐의 라이프치히 테스트 트랙까지 간 이유는, 랠리의 전설 발터 뢸이 포르쉐의 새로운 68만2천 파운드(약 11억7천580만원)짜리 주력모델을 타고 선보이는 주행실력을 구경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엔지니어 팀을 제외하고 918 스파이더를 최초로 운전해본 사람이 될 기회를 잡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불가능한 목표를 이루려다 보니 차가 복잡해진 듯하지만, 사실 918 스파이더는 콘셉트 모델에서 프리 프로덕션 모델까지 2년여의 시간 동안 많은 발전을 했다. 심지어는 내가 작년에 시승했던 첫 로드고잉 모델에서도 많은 기술적, 시스템적인 부분을 수정하여 현재의 모델에 이르렀고, 그 완성도는 두려울 정도이다.
자연흡기 V12 6.3L 엔진과 HY-KERS 시스템을 갖춘 새로운 라페라리는 963마력, 트윈 터보차저 V8 3.8L 엔진과 싱글 일렉트릭 모터를 갖춘 맥라렌 P1은 916마력을 발휘하는데, 두 차 모두 1,640kg인 포르쉐보다 각각 385kg, 240kg 더 가볍다.
시승을 위해 스파이더가 피트레인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보니, 확실히 작으면서도 넓은 외관이 특이하긴 했지만, 페라리나 맥라렌에 비해 비주얼적인 측면이나 심미학적 효과가 부족하다는 점이 아쉬웠다. 탄소섬유 모노코크의 도어틀이 너무 높고 넓어서 탑승하기가 어려웠지만, 3점식 안전벨트 덕분에 적어도 시동 걸기 전부터 풀 레이스 하네스와 씨름해야 하는 수고는 생략할 수 있었다.
드디어 출발. 918 스파이더는 레이싱카를 표방하지만, 소리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첫 번째 코너로 진입하면서 아스팔트 위를 질주하는 타이어와 휠 아치에 튕기는 돌멩이 소리 이외에는 어떠한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충분히 충전된 배터리가 E-파워 모드가 작동되면 전방의 전기모터가 차체를 출발시킨다. 포르쉐의 첫 번째 앞바퀴굴림 모델이 있게 한 주인공이다.
채 한 바퀴를 돌기도 전에 난 이미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드로틀 반응과 엄청난 섀시의 신속성에 혀를 내두르고 있었으며, 타오르는 V8 엔진이 9,150rpm을 향해 달리며 내지르는 소리에 등골마저 짜릿해져 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V8 엔진은 항상 작동하지는 않는다. 다이얼을 한 칸 더 옆으로 돌리면 스포츠 하이브리드 모드가 선택된다. 이 모드에서는 V8 엔진이 항상 작동하면서 전기모터 또한 거의 항상 작동하게 된다. 레이스 하이브리드 모드는 토크를 앞바퀴에 보내면서 필요할 때 후방 모터가 작동해 전방 모터를 충전해준다. 그것도 부족하다면 핫 랩 모드가 있다. 이 모드에선 두 개의 모터에서 모든 에너지의 90% 혹은 평상시보다 20% 많은 에너지를 끌어올 수 있다.
레이스 하이브리드 모드 상태에서의 3단 기어는 유체이탈을 경험하기에 적합하다. 3가지 동력원이 동시에 작동하며, 완전 부하를 받는 V8 엔진의 엔진음은 굉장히 강렬하다. 이는 4단에서도 마찬가지인데, 5단에서는 잠깐 쉬어가는 느낌이 든다. 토크가 너무 강력하여 더 높은 속력으로 가기 위해서는 드로틀이 잠깐의 휴식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나는 고속으로 연속 커브에 진입하였다. 앞과 뒤의 차축이 동시에 움직이는 스티어링은 918 스파이더에게 엄청난 민첩성을 제공했다. 전기기계식 시스템의 무게 배분은 생각보다는 가벼웠지만 타이어는 매우 강하게 붙잡아주었으며, 약간의 롤은 있었지만 차체 앞부분은 굉장히 차분했다. 지속되는 언더스티어나 갑작스런 오버스티어는 전혀 일어나지 않았고, 엄청난 그립과 중립성만이 있었다.
이런 운전 원활성의 비밀은 918 스파이더의 주요 드라이브 시스템이 수평 센터 라인 아래에, 그리고 휠베이스의 안에 있기 때문이다. 세 개의 동력원이 중력의 중심에 가능한 한 가장 가깝도록 굉장히 낮게 배치되었다. 리어 드라이브 어셈블리의 중심을 예로 들면, 엔진과 7단 자동 듀얼클러치 기어박스, 후방 모터가 지면에서 겨우 273mm 위에 위치하며, 6.8kWh 리튬 이온 배터리는 더 아래에, 70L 연료 탱크의 사이로 위치한다.
이는 사실상 완전한 레이싱카 셋업인데, 가변 스프링과 댐퍼, 금속-금속 관절로, 높이는 최대한 낮추면서도 실제로 느껴보지 않으면 믿지 못할 만큼의 감촉을 구현해내었다. 거기에 스파이더가 커브 길에서 레이싱카처럼 부서지지 않도록 충분한 안전 기준을 준수했다.
포르쉐 측은 이제 918 스파이더가 단 2.8초 만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7.9초 만에 시속 200km에 도달할 수 있으며, 최대시속은 340km로, 시속 150km까지는 전기모터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이브리드의 기준으로 이것은 매우 훌륭한 성능인데, 여기에 회사가 발표한 30.3km/L의 연비와 79g/km의 CO₂ 배출량이 결합되면 더더욱 스파이더의 뛰어난 성능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수치들을 실제로 검증하는 단계가 아직 남아 있지만 포르쉐는 슈퍼카의 효율성 측면에서 눈에 띄는 발전을 이뤄낸 듯하다.
포르쉐는 아직 최종 새시 튜닝을 승인하지 않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918 스파이더의 트랙션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개발팀 대표 프랭크 발리서는 “아직 배워가는 단계이다”라고 말하면서 “우리는 드라이브 시스템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 높은 속력으로 다음 코너에 들어섰을 때 스파이더가 보인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차의 복잡성에도 불구하고 매우 기민하게 운전자의 요구에 반응하는 모습이었다. 적어도 918 스파이더의 프리프로덕션 시승차는 기대 이상이었다. 엄청난 속도, 전력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능력도 뛰어났지만, 가장 비범했던 측면은 퍼포먼스의 접근성이었다. 가격을 신경 쓰지 않을 수만 있다면, 분명 이 차는 누구든지 간절히 운전해보고 싶을 만한 훌륭한 차다.
Porsche 918 Spyder
0→시속 100km: 2.8초
최고시속: 340km
복합연비: 30.3km/L(유럽기준)
CO₂ 배출량: 79g/km
무게: 1640kg
엔진: V8, 4593cc, 휘발유, 전기모터
구조: 미드, 세로, 4WD
최고출력: 887마력(복합)
최대토크: 130kg·m(복합)
무게당 출력: 484마력/톤
리터당 출력: 132마력/L
압축비: na
변속기: 7단 듀얼 클러치 자동
길이: 4643mm
너비: 1940mm
높이: 1167mm
휠베이스: 2730mm
연료탱크: 70L
주행가능거리: na
트렁크: 110L
서스펜션: (앞)더블위시본,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어댑티브 댐퍼
(뒤)멀티링크,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어댑티브 댐퍼
브레이크: V 카본 세라믹 디스크
휠: (앞)20in
(뒤)21in
타이어: (앞)265/35 ZR20
(뒤)325/30 ZR21 미쉐린 파일럿 컵
Ferrari LaFerrari
0→시속 100km: 3.0초 미만
최고시속: na
복합연비: na
CO₂ 배출량: 333g/km
무게: 1345kg(추정), 1255kg(건조)
엔진: V12, 6262cc, 휘발유, 전기모터
구조: 미드, 세로, RWD
최고출력: 963마력/9000rpm
최대토크: 98.9kg·m/6750rpm
무게당 출력: 717마력/톤(추정)
리터당 출력: 154마력/L
압축비: 13.5:1
변속기: 7단 듀얼클러치 자동
길이: 4702mm
너비: 1992mm
높이: 1116mm
휠베이스: 2650mm
연료탱크: na
주행가능거리: na
트렁크: na
서스펜션: (앞)더블위시본,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어댑티브 댐퍼
(뒤)더블위시본,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어댑티브 댐퍼
브레이크: V 카본 세라믹 디스크
휠: (앞)19in
(뒤)20in
타이어: (앞)265/30 ZR19
(뒤)345/30 ZR20 피렐리 P 제로 로쏘 코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