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엔 하고도 터보, 터보 하고도 S다. 보통의 카이엔은 물론 500마력짜리 카이엔 터보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도로의 제왕. 그 레터링만으로도 위압적이다. 최고출력 550마력에 이 거대한 덩치로 시속 100km 가속을 4.5초에 마치는 차. 이런 차를 누가 필요로 할까? 어떤 사람이 이런 ‘존재감 끝판왕’을 원할까? 최고로 빠른 차를 원하는 사람? 아닐 것이다. 속도라면 911이 있으니까. 그렇다면 무지막지한 힘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지난 2월 카이엔 시리즈의 새로운 기함급 모델로 국내 처음 소개된 카이엔 터보 S에 오르면서 몇 해 전 독일 슈투트가르트 인근 아우토반에서 달려보았던 카이엔 터보와 지난해 며칠 간 타봤던 카이엔 GTS가 자연스레 오버랩 됐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파워와 광포한 속도로 내달리던 터보와 애초에 포르쉐가 스포츠카 유전자를 듬뿍 부여해 설계한 GTS는 사실상 그 스펙으로 우열을 가리기란 쉽지 않다.
극한의 다이내믹을 위해 기본으로 달린 장비도 호화롭다. 카이엔 터보에서부터 기본적으로 적용된 에어 서스펜션과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 댐핑 조절장치의 결합은 물론 굽은 도로에서 롤 각도를 0에 가깝게 줄여줌으로써 민첩하고 안락한 코너링이 가능한 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PDCC)도 기본 장비다. 여기에 포르쉐 토크 벡터링 플러스(PTV Plus) 역시 기본으로 적용돼 전자식으로 제어되는 리어 디퍼렌셜 록과 함께 작동하면서 구동력과 핸들링 개선에 큰 역할을 담당한다.
며칠간의 이번 시승은 굳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주로 심야에 이뤄졌다. 복잡한 도심 한복판, 적당히 속도를 낼 만한 간선도로 혹은 통행량 적은 새벽의 고속도로 주행까지 여러 상황에서 카이엔 터보 S의 파워와 다이내믹한 핸들링을 충분히 누릴 수 있었다. 야근을 마친 뒤 심야의 북악스카이웨이 주행은 인상적이었다.
이런 차로는 폭주족처럼 내달린다거나 휠스핀을 일으키며 스티어링 휠을 과격히 꺾어보는 일 따위는 도리어 촌스럽다. 일상적 주행 범주 안에서도 이 차가 지닌 극한의 ‘포텐셜’은 얼마든지 가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꽁무니에 붙은 S 이니셜 외에 외관에서 카이엔 터보 S의 존재감을 직관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요소는 많지 않다. 고광택 블랙으로 도색한 공기흡입구 스크린과 헤드램프 하우징, 사이드미러 파츠 정도가 눈에 띈다.
변속기 레버 아래쪽으로는 차고 조절 스위치와 4륜구동 조절 장치가 배치돼 있다. 시승차에는 독일제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버메스터가 달려 있다. 16개의 스피커로 총 1000와트에 달하는 강력한 출력을 선보이는데 카이엔 터보 S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조합은 없을 듯하다. 물론 최고급 오디오 사운드가 아니라면 포르쉐 노트라는 중독성 강한 사운드가 기본으로 달려 있긴 하다.
카이엔을 탈 때마다 생각해보게 되는 건 이 차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거다. 역으로 이 차로 대체 무엇을 할 수 없을까를 생각해보면 늘 답이 쉬웠다. 자동차로 할 수 있는 일 중 카이엔으로 할 수 없는 일이란 거의 없다. 그런데 카이엔 터보 S의 스티어링휠을 돌리다보니 이 무시무시한 차로는 하늘을 나는 일 말고는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이 느껴진다. 오직 ‘미친 존재감’ 하나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차, 저마다 강력하다고 외치는 경쟁자들의 입에 지퍼를 채워버리는 최강의 SUV, 그게 바로 카이엔 하고도 터보 하고도 S인 거다.
글: 이경섭(자동차 저널리스트) 사진: 김동균 기자
PORSCHE CAYENNE TURBO S
가격: 1억8천370만원
크기: 4846×1954×1702mm
휠베이스: 2895mm
무게: 2465kg
0→시속 100km 가속: 4.5초
최고시속: 283km
복합연비: 6.6km/L
CO₂ 배출량: 277g/km
엔진: V8, 4806cc, 트윈터보, 휘발유
최고출력: 550마력/6000rpm
최대토크: 76.5kg·m/2250rpm
변속기: 8단 팁트로닉 S
트렁크: 670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