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세계로, 인피니티 이머지-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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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세계로, 인피니티 이머지-e
  • 아이오토카
  • 승인 2013.01.2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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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으로 덤벼든 빡빡한 헤어핀에서 급제동을 걸고 날씬한 슈퍼카 노즈로 커브 가장자리를 따랐다. 그때 돌연 엔진 회전대가 치솟았다. 스로틀이 열린 채 굳어버린 건가? 무언가 다른 힘이 차를 몰고 있나? 푸시버튼형 자동박스 모델의 드라이버라인을 어떻게 풀어낼까를 겁낼 때가 됐나? 아니다, 다행히. 소리를 내고 있는 엔진은 이 슈퍼카의 기어박스에 직접 연결되지 않았다. 단순히 발전기의 역할을 할 뿐이기 때문. 요란한 소리에도 인피니티는 지시한 대로 속도를 낮췄고 평탄하고 깔끔하고 자신 있게 헤어핀을 자르고 나가 다음 코너로 들어갔다.

이 차는 인피니티 이머지-e(Emerge-e). 지금 당장 세상에 나온 가장 매혹적이고 재미있고 반직관적인 드라이브를 자랑했다. 2012년 제네바모터쇼에서 인피니티가 우리를 놀라게 한 우아하게 날씬한 실버 콘셉트가 바로 이머지-e. 일본 럭셔리카 메이커가 미드십 슈퍼카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게다가 이 차는 대체로 영국에서 디자인되고 개발됐다. 뿐만 아니라 인피니티가 브랜드 플래그십으로 검토했던 4대 가운데 하나. 특히 이머지-e는 지난 10년간 나온 한층 더 아름다운 슈퍼카의 하나였다. 그래서 기대에 찬 흥분의 물결이 일었다. 게다가 인피니티는 반짝이는 보디 아래 숨은 복잡한 기술을 입증할 2대의 워킹 프로토타입을 개발한다는 놀라운 소식이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밀브루크 프루빙 그라운드의 산길에서 시승할 차는 개발 중인 이머지-e 가운데 하나다. 그렇다면 이 차의 무엇이 복잡하다는 말인가? 맞다. 이 차는 주행반경 확대 하이브리드. 쌍둥이 408마력 전기모터가 단일 목적의 1.2L 3기통 가솔린 엔진의 지원을 받는다. 이 엔진은 300kwh 리튬이온 배터리 팩에 공급할 전력을 생산한다. 동력원 트리오는 객석 뒤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모든 핵심 하드웨어는 이머지-e의 휠베이스 안에 들어왔다. 따라서 앞바퀴 위에 1,598kg의 불과 35%를 싣고 있어 핸들링을 훤히 내다볼 수 있다.

인피니티의 내부 구조와 서스펜션은 로터스 에보라와 함께 쓰고 있다. 다만 미학적 이유로 휠베이스를 50mm 늘렸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머지-e의 주행반경 확대용 하드웨어도 대체로 로터스 에보라 414E 콘셉트와 같다. 인피니티는 다른 메이커의 친환경 슈퍼카 콘셉트를 독자적인 보디에 담으려 노력하고 있다. 과연 그래야 할 이유가 있을까? 상당히 복잡하지만 뛰어난 이유가 있다. 나아가 영국에서 콘셉트를 개발할 이유가 충분하다. 이머지-e와 에보라 414E 둘 다 영국정부의 기술전략위원회가 자금을 제공하는 프로젝트의 일부다.
 

그 목표는 자동차평의회(AC)의 더 폭넓은 목표와도 잘 어울린다. AC는 영국정부의 또 다른 조직으로 전직 포드 제품개발 총책 리처드 패리-존스와 같은 쟁쟁한 인물이 포진하고 있다. AC의 영국 자동차산업관은 분명하다. 개선되고 있으면서도 패리-존스가 말하는 “속빈 부품공급기지”가 되고 있다는 것. 이 같은 프로젝트의 목표는 이머지-e와 414E를 도울 새로운 소규모 하이테크 기업을 육성하는 데 있다. 거기에는 에보 일렉트릭이 들어있다. 이 기업은 두 차의 고등 전기모터, 엑스트랙(트랜스미션), 토털심(공력장비와 롤라)을 만들었다. 또 롤라는 인피니티의 경량 카본파이버 보디를 담당했다.

인피니티와 로터스는 주행반경확대 기술을 제외하고도 새로운 공급업체와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는 기회를 맞았다. 일부는 아직 미숙하지만 공급업체들은 대형 기존 자동차 메이커의 작업방식을 받아들였다. 인피니티의 모기업 닛산은 크랜필드 기술센터와 패딩턴 디자인 스튜디오를 두고 있다. 이들을 통해 인피니티는 첫 콘셉트 카에 미드십을 개발했다. 게다가 유럽에서 그 작업을 해냈다.

따라서 이머지-e를 만든 칭찬할 만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이 복잡한 배경설명은 멋진 이머지-e에 들어가는 순간 복잡한 사연은 말끔히 사라졌다. 워킹 프로토타입이라는 역할을 생각할 때 상당히 단정하게 다듬어졌다. 그럼에도 실내 하드웨어 일부는 대충 맞췄고, 끝손질은 제네바 콘셉트보다 약간 떨어졌다. 완전히 기능하는 계기들(출력과 에너지 흐름을 보여주는 디스플레이를 포함하여)과 콘셉트의 푸시버튼 트랜스미션을 갖췄다. 심지어 작은 스위치에는 인피니티의 트레이드마크인 자줏빛 조명을 넣었다.

먼저 운전경험은 다른 전기차와 거의 비슷하다. 즉각적인 토크, 드라이브트레인의 정숙성과 확대된 타이어 소음과 가벼운 진동이 그 실례다. 하지만 깜짝 놀랄 순간이 다가온다. 로터스가 개발한 3기통 가솔린 엔진이 점화되는 순간 우르릉 윙윙거린다. 실망스럽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미지-e는 소음과 떨림이 없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완성되지 않은 프로토타입을 시승할 기회를 준데 대해 인피니티에 감사한다.

사운드트랙은 이머지-e의 반직관적인 성격의 하나다. 감속할 때만이 아니라 저속으로 달리거나 정지상태에서 출발할 때 주행반경확대 엔진이 점화되는 버릇이 있기 때문이다. 이따금 돌발적인 엔진 회전이 외부인들에게 초고열 클러치가 작동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그 같은 현상은 예외 없이 산악코스를 몇 번 달려 배터리 전력이 크게 떨어졌을 때 일어났다. EV만의 주행거리는 50km에 불과하다.

그밖에는 아주 즐겁게 달릴 수 있었다. 프로토타입이든 아니든 이머지-e는 믿음직하게 힘차고 잊을 수 없을 만큼 빨랐다. 0→시속 100km 가속에 4.0초니까 당연하다. 루프가 낮고 스프링이 단단한 콤팩트 슈퍼카답게 민첩하고, 조향이 정확했다. 하지만 에보라의 스티어링림을 통해 전달되던 환상적인 피드백은 사라졌다. 왜? 벌크헤드 앞으로 늘어난 휠베이스로 인해 더 긴 스티어링 컬럼이 필요했기 때문. 그래서 감각을 무디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다시 조율한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한편 머리 뒤에서 느껴지는 상당한 중량감을 해결하기에는 그보다 훨씬 어렵다. 그러나 이머지-e의 프로젝트 총책 팀 던에 따르면 테일이 펄떡일 위험은 없다. 수백만 파운드 프로토타입에서 예상할 거동은 아니었다. 어쨌든 서킷을 몇 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이 차의 뛰어난 성능이 드러났다. 직선코스에서 빠를 뿐 아니라 코너를 예리하고도 유연하게 자르고 나갔다. 전기 드라이브라인은 번개같이 반응해 더욱 즐거웠다. 인피니티가 사운드트랙을 잘 다듬는다면 매력적인 강력 머신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될 것 같지 않다.
 
왜? 인피니티의 신임 사장 요한 데 니센에 따르면 이 수제 프로토타입은 양산차의 바탕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니센은 인피니티에도 플래그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미드십 슈퍼카를 선택대상에서 배제할 이유가 없다. 특히 이머지-e 디자인은 폭넓은 찬사를 받았다. 내부소식통에 따르면 인피니티 플래그십은 앞으로 몇 달 사이에 밝혀진다. 그때 인피니티는 새로운 15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아무튼 이머지-e는 새로운 하이브리드 기술을 탐색하고 인피니티(와 닛산)를 새로운 영국 공급업체들에 소개하는 핵심적인 임무를 완수했다. 던에 따르면 공급업체의 일부는 지금 다른 메이커의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인피니티가 우리들의 애간장을 이처럼 태워놓고 슈퍼카를 만들지 않는다면 그건 도리가 아니다.

글: 리처드 브램너(Richard Brmner)

INFINITI EMERG-E
0→시속 100km 가속: 4.0초
최고시속: 210km
연비: na
CO₂ 배출량: 55g/km
무게: 1598kg
엔진: 2 트윈-로터 전기모터, 1.2L 휘발유 발전기
최고출력: 408마력(복합), 48마력(1.2L 엔진)
최대토크: 102.0kg·m(복합), 24.7kg·m(1.2L 엔진)
변속기: 1단
전기 운행거리: 48km
복합 운행거리: 48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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