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하고 조용한 디젤 세단, 인피니티 M30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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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하고 조용한 디젤 세단, 인피니티 M30d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10.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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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의 M30d를 시승했다. 필자는 시승을 통해 차의 물리적인 성능과 아울러, 주행 감각을 통해 느껴지는 품질감과 디자인 감성 등 인피니티의 브랜드와 차의 여러 면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인피니티는 렉서스, 어큐라와 함께 일본의 3대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이지만, 모델 라인업은 다양하지 않다. 그것은 필자가 시승한 M모델 라인이 인피니티 브랜드에서는 가장 큰 차체의 승용차이기 때문이다.

물론 인피니티는 초대형 SUV로 QX가 있지만, 승용차로서는 M이 최고급이다. 인피니티의 M모델은 벤츠의 E클래스와 BMW의 5시리즈와 경쟁하고 있다. 렉서스가 그 등급으로 GS를 가지고 있고, 그 위로 LS를 가진 것에 비하면, M이 최고급인 인피니티의 모델 라인업은 약간 허전한 느낌도 들긴 한다.

오늘 시승한 M30d는 M모델 라인에서 3.0L 디젤 엔진을 얹은 차량으로, 뒷바퀴굴림방식의 준대형 세단이다. M의 디자인은 2009년 초에 인피니티가 제네바모터쇼에 내놓았던 컨셉트카 ‘에센스(Essence)’의 디자인 철학을 그대로 반영한 모델이다. 그런 점에서 에센스와 M은 인피니티 브랜드의 디자인 방향을 보여주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닛산의 디자인 총괄 CCO 시로 나카무라의 부임 이후 닛산과 인피니티의 디자인은 명확한 방향성을 보여주기 시작했는데, 컨셉트카 에센스는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곡선을 살린 모습으로 디자인되었고, 신형 M 역시 그러한 에센스의 디자인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디자인 성격을 정립하기 전까지 인피니티 차량의 성격은 그다지 명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 특유의 감성에 고성능을 결합한 정체성으로 바꾸고 난 뒤부터 그 성격이 확연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M의 차체 비례는 후드의 길이가 28%에 이르는 고성능 지향의 비례이다. 대체로 후드의 길이 비율은 25%를 기준으로 해서 짧으면 거주성 중심의 이미지를 주고, 그보다 길면 동력성능을 강조한 고성능 차량의 이미지를 주게 된다. 트렁크의 길이 비례 역시 세단형 승용차의 특성을 나타내는 요소인데, 후드 길이의 1/2보다 길면 보수적인 이미지를 주며, 그보다 짧으면 경쾌하고 스포티한 이미지를 준다. M의 트렁크 비례는 28%의 후드 길이 절반보다 짧은 12%로, 마치 출발선의 육상선수처럼 당장 달려나갈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아울러 범퍼를 제외한 후드와 트렁크의 시각적인 길이 a와 b를 보면 트렁크가 매우 짧아보이도록 디자인되어 스포티함을 강조한다.

M의 차체 내·외장 디자인 이미지는 전반적으로 볼륨을 강조한 형태이다. 앞 펜더와 후드의 볼륨이 그렇고, 앞 펜더에서 벨트라인을 따라 흐르는 오목한 면으로 구성된 캐릭터 라인의 형태 또한 볼륨을 강조하고 있다. 수평 리브로 구성된 라디에이터 그릴도 볼륨감을 강조한 곡면 형태이고, 헤드램프는 라디에이터 그릴보다 높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어서, 앞모습의 인상은 마치 눈을 부릅뜬 화가 난 듯 공격적인 인상도 준다.

주행 중 실내에서 느껴지는 M30d의 소음은 디젤 모델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다. 앞유리는 물론이고 측면 유리창에도 방음 필름이 들어간 차음 유리를 사용했기 때문에, 도심지 가속에서는 엔진음을 알아채기 힘들 정도이다. 필자도 3.0L 디젤승용차를 타고 있기 때문에, 운행 시의 디젤 엔진 소음은 확연히 비교되었다. 물론 차 밖에서의 엔진음은 디젤임을 알 수 있는 소리이지만, 실내에서의 엔진음은 잘 억제되어 있다.

사실 실내의 엔진 소음은 절대적인 소음 수치가 얼마인가에 따라 느껴지는 정도가 다르지만, 국가나 시장에 따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관점은 다르다. 가령 독일의 아우토반과 같이 상대적으로 고속주행이 많이 요구되는 지역의 운전자들에게는 절대적인 정숙성보다는 엔진음을 얼마나 들려줄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실제 아우토반의 주행에서는 다른 차들의 흐름에 따라 높은 속도를 내기도 해야 하므로, 소리에 의한 정보 파악은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런 요구가 상대적으로 적고 도심지 주행 비중이 높은 일본이나 우리나라는 정숙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M30d의 주행성능은 디젤 엔진 특유의 풍부한 토크감으로 주행 중 가속에서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는데, 그것은 3.0L 디젤 엔진은 대체로 5.0L급 가솔린 엔진의 토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개의 디젤 엔진들이 조금은 무거운 회전질감을 가지는데 비해서, M30d는 디젤 엔진이라는 의식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매끈했다.

이런 느낌은 물론 실내 소음이 적은 것에서도 그 이유가 있겠지만, 그보다는 동력계의 전체적인 조화가 잘 이루어진 때문으로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마치 꽉 조여 놓은 듯 밀도 있는 느낌이 전반적인 주행감각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런 밀도 있는 주행감은 탄력만으로 주행할 때는 마치 차체를 놓아주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M30d의 주행감각은 마치 극도로 다듬어 만든 식재료에 미묘하게 달짝지근함이 더해진 일본 음식 특유의 미각이 떠오르는, 시간을 두고 정성들여 다듬은 느낌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에서 느끼는 물리적인 승차감은 차의 실내 디자인이 더해져서 만들어진다. 사실 시각적으로 보이는 디자인은 일견 차의 승차감과는 관련이 적은 것 같지만, 우리들이 자동차에서 느끼는 감각은 촉각과 청각은 물론이고 시각의 느낌까지도 종합해서 만들어진다. 때문에, 내․외장 부품의 시각적 형태와 외관 마무리는 차의 승차감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M의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도어 트림, 시트 등에서 느껴지는 실내의 시각적 품질감은 한 치의 허술함도 보이지 않는 일본제 전자제품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속도계와 타코미터의 다이얼 패널도 운전자의 시야를 중심으로 동일한 거리를 유지하도록 경사져 있고, 다이얼 패널 자체도 입체적인 질감을 가지고 있는데, 눈으로 보이는 모든 디테일에 극도의 정성을 들였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차체와 동일한 이미지의 곡선으로 디자인되어 있고, 우드 패널도 흐르는 이미지의 형태이다.

여기에 실내 도어 핸들과 베젤, 가니시 등 금속 질감을 가진 요소로 구성되어 있어서 유럽 고급 승용차들의 질감 중심의 실내 같은 인상을 준다. 게다가 재봉질로 마감된 도어 트림과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합성수지만으로 성형된 보통의 차들과는 다른 질감을 전달해준다.

운전 중 조작을 배려해 돌출된 형태의 센터 페시아는 실제로 운전 시 돌출돼 있지 않은 차들과는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버튼에 새겨진 글자의 크기가 약간 작은 듯하고, 버튼 자체도 얇고 섬세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운전 중에 조작하려면 옆의 다른 버튼들이 눌리지 않게 조심(?)해야 했고, 아주 잠시 동안은 내가 원하는 버튼을 찾기가 어렵기도 했다.

자동차 디자이너들의 딜레마가 사실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일반 전자제품과 달리 자동차는 주행 중에 조작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보기 좋은(?) 디자인으로 버튼을 섬세하고 얇게 만들면, 그것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내 차가 되어서 익숙해지면, 버튼이나 폰트가 아무리 얇고 작아도 찾아서 누르는데 문제는 없을지 모른다. 한편으로 일본차들의 이런 점 때문에 우리가 미국차들을 투박하다고 느끼는 건지도 모른다. 대개의 미국차들의 내․외장 부품들은 크고 튼튼하게 만들어서 ‘타기 위한 차’의 성격인 반면, 일본차들은 정교하고 섬세해서 ‘팔기 위한 상품’의 성격이다.

1989년에 등장했던 최초의 인피니티 Q45 모델에서는 일본의 전통 자개공예 장인이 수작업으로 마무리한 내장재 패널을 쓰기도 했었지만, 오늘날의 인피니티는 일본의 전통적 성격 보다는 일본의 디자인 특징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으로 이 부분이 우리나라 시장에서 일본 차들이 한계 아닌 한계를 가지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바로 정치적․역사적 맥락에서 연유하는 민심의 부침(浮沈)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은 일본의 영향력 속에서 시작되었고 발전했다. 물론 오늘날 우리의 자동차 기술과 디자인은 일본 메이커와 대등한 위치로 올라섰고, 우리나라 차는 일본차와 그 성격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요즘의 우리나라 자동차 메이커의 실무 엔지니어나 디자이너들 중에는 ‘이제 일본차에서 더 이상 배울 것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물론 그들의 견해가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동차는 단 하나의 정답만이 존재하는 제품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성능, 또는 고급차를 만드는 또 하나의 관점으로써 일본차는 미국과 유럽, 그리고 우리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글 : 구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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