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발전한 브랜드의 주력 모델, 제네시스 G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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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층 발전한 브랜드의 주력 모델, 제네시스 G80
  • 최주식 편집장
  • 승인 2017.01.1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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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80은 제네시스가 독자 브랜드로 거듭나기 전, 오리지널 제네시스 2세대(DH)의 마이너 체인지 모델이다. 에쿠스 후속 G90(EQ900)에 이은 G80이란 이름 때문에 풀 체인지 모델 같은 느낌을 주지만 그렇지는 않다. 1세대 제네시스(BH)가 나온 때는 2008년. 데뷔를 앞두고 렉서스나 인피니티 같은 별도 브랜드를 꿈꿨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결국 그 이름으로 독립 브랜드가 되었으니 어쨌든 숙원을 푼 셈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2010년)에 등장한 1세대 제네시스는 현대 엠블럼을 달고 인상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국내용이었던 날개 엠블럼은 이제 세계무대를 겨냥한다.
 

마이너 체인지인만큼 디자인에서 큰 차이점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차체 크기도 이전 모델이랑 똑같다. G90에서 보이는 것처럼 제네시스의 패밀리룩이 어느 정도 갖춰진 만큼 전혀 새로운 디자인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선 앞모습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프론트 그릴 변화도 제한적이다. 헥사곤, 즉 육각형의 틀을 유지하되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두 번째 각을 죽여서 방패 문장을 연상시키는 그릴을 만들었다. 현대차는 이를 크레스트 그릴이라 부른다. 그리고 풀 LED 헤드램프가 새롭다. 밤에 보면 무척 화려하다. 스마트 하이빔 등 기능적으로도 야간 운전에 도움을 준다. 뒷모습에서는 보조제동등을 슬림화하고 리어 언더커버 하단부에 크롬 몰딩을 추가했다.
 

실내도 첫눈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디테일한 부분에서 소소한 변경 포인트가 있다. 계기반 그래픽이 선명해졌고 렉시콘 사운드의 트위터 그릴이 달라졌다. 전자식 기어레버를 적용해 파킹(P) 버튼을 따로 분리했다. 콘솔 트레이에 스마트폰 무선충전패드를 적용한 것도 빼놓을 수 없겠다. 아날로그 시계의 디자인도 살짝 달라졌다. 룸미러는 사다리꼴에서 역사다리꼴로 바뀌었다. 여러 가지 기능들을 보다보면 한마디로 없는 게 없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큼직하고 보기 좋은 계기 버튼들로 직관성이 좋다는 점, 빠른 연결성과 넉넉한 수납공간 등 실용 공간에서 현대차의 장점은 어느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앞서는 부분이다. 다만 세련미는 부족해 보이는데 어쨌든 현대차의 색깔이다.
 

시트에 앉으면 아늑한 분위기, 대시 패널을 장식한 리얼 우드 등 소재의 고급감도 좋다. 다만 신차냄새는 조금 난다. 시승차는 V6 3.8L GDI 315마력 엔진을 얹고 네바퀴를 굴리는 3.8 H트랙. 차체무게는 2035kg에 달하지만 그다지 무겁다는 느낌은 없고 부드럽고 가뿐하게 나아간다. 2톤이 넘는 무게는 연비에 영향을 주게 될 텐데, 복합연비는 8.6km/L에 달한다.
 

40.5kg·m의 최대토크는 5000rpm에서 발휘되어 초기가속에서 강한 토크의 지원을 받기는 어렵다. 가속을 이끄는 것은 역시 말들의 힘이다. 정렬을 맞추면 일사불란하게 힘을 배가시켜나간다. 그런데 G80은 노면을 좀 가리는 듯했다. 노면이 매끈한 도로에서는 무척 부드럽고 매끈하게 달리지만 노면이 거친 도로에서는 기대만큼 노면을 눌러주지 못했다. 때문에 승차감은 기막히게 좋은가 싶다가도 때때로 불편했다. 물론 거친 노면을 비단결처럼 달리기 원하는 것은 아니다.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충격흡수를 원하는데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얘기. 하체는 확실히 이전보다 단단해졌으나 안락한 승차감에도 신경 쓴 세팅이다. 말하자면 ‘라이드 앤 핸들링’ 둘 다 놓치지 않으려 했으나 확실히 잡지는 못한 게 아닌지. 사실 이 둘을 병립하기는 어렵다. 그것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 역시 현대차의 색깔이다.
 

롤러식 버튼을 돌리고 눌러 스포트 모드로 전환하면 한층 탄탄한 자세로 집중력을 높여나간다. 이때 페달을 좀 더 적극적으로 다루면 보다 다부진 주행감각을 즐길 수 있다. 패들 시프트는 조금 더 길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패들 시프트를 통한 시프트 다운 효과는 좀 약하다. 가속은 빠르고 안정적이다.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은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연계해 자율주행에 근접한 기술을 보여준다. 시가지 정체도로에서 이 장치를 사용해 보았다. 가장 낮은 단계가 시속 30km. 차간거리는 3칸으로 조정했다. 앞차를 따라 저절로 속도를 줄였다가 높였다를 반복한다. 손과 발은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갑자기 끼어드는 차는 인식을 못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앞차가 멈춰 서면 완전 정차하는데, 다시 출발할 때는 계기반에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라는 메시지가 뜬다. 조향보조장치는 이때 능동적으로 세팅하면 유용하다. 이 기능은 고속도로에서 시속 150km까지 사용할 수 있다.
 

조향보조장치는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데 ‘능동조향보조’에 두면 거의 스티어링 휠을 꽉 틀어쥐고 있어 운전자의 의도가 개입할 틈이 없다. ‘차선이탈경고’로 세팅을 바꾸면 스티어링을 의도하는 대로 조작할 수 있다. 이 경우 차선을 벗어나면 진동으로 경고하는 수준이다. 또 하나는 ‘차선유지보조’ 기능이다. 안전운전을 생각한다면 좋은 장치다. 다만 전반적인 스티어링 감각에는 아쉬움이 있다.

뒷좌석에 잠시 타보았다. 제법 아늑하고 고급스런 분위기. 센터 암레스트의 조작버튼들은 대부분의 기능이 모두 포함되었다. 좌우 앞시트 뒤에 달린 모니터는 각각 별도의 파워 버튼이 있어 따로 작동시킬 수 있다. 앞에서 운전하는 동안 뒤에서는 DMB TV를 볼 수 있다. 장거리 가족여행이라면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다. 시트는 앞으로 슬라이드 시켜 뒤로 기대는 자세를 만들 수 있다. 편안한 자세는 쇼퍼 드리븐용으로 부족함이 없다.
 

경쟁 모델이 5시리즈나 E클래스라는 점을 생각하면 G80 3.8 H트랙은 운전의 즐거움이 큰 차는 아니다. 하지만 부드럽고 조용함, 쾌적함 그리고 장비면에서는 경쟁 모델에 뒤지지 않는다. 수납공간이라든지 실용 영역에서는 앞서는 부분도 있다. 운전재미를 찾는다면 G80 스포츠 모델(3.3L 370마력 트윈터보 엔진)을 눈여겨 봐야 할 것 같다. 

아무튼 G80 3.8 H-트랙은 운전재미라는 기대치만 덜어내면 앞좌석과 뒷좌석 모두 만족할 만한 대형 세단이다. 향상된 고급감과 더불어 기술의 진보 또한 분명하다는 점에서 제네시스 브랜드의 가능성은 적지 않아 보인다. 그 가능성은 다음 단계를 거듭하며 파괴력이 커질 것이다. 일단 날개의 결은 잘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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