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교수와 류청희 평론가의 11월 신차 비평
상태바
구상 교수와 류청희 평론가의 11월 신차 비평
  • 구상 교수, 류청희 평론가
  • 승인 2016.11.30 12: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메르세데스-벤츠 뉴 GLE 쿠페

구상: 벤츠가 SUV 모델 라인업을 촘촘하게 채워가는 것을 보면, 그야말로 이제 SUV의 전성시대가 왔음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그 동안에도 벤츠에 SUV 라인업이 적은 건 아니었지만 모델 구분 체계가 복잡하고 헷갈리는 측면이 있었다. 그렇지만 재작년에 모델 명명법을 정리하면서 SUV도 소형과 중형, 대형, 그리고 하드코어 차량 등으로 확실하게 구분 지었고, 중형의 스포티한 모델로 등장한 것이 오늘 살펴보는 GLE 쿠페다. 먼저 대강의 벤츠 SUV 모델 구성을 살펴보면 G, GLS, GLE, GLC, GLA 등이다. 끝의 S, E, C, A 등이 세단의 크기 구분과 동일한 개념이므로 끝자리 알파벳만 확인하면 대체적인 차량의 등급을 짐작할 수 있다. 결국 GLE 쿠페 역시 중형급의 쿠페형 SUV라고 이해하면 매우 정확할 것이다.


GLE 쿠페는 앞모습만을 본다면 전형적인 벤츠의 도시지향형 SUV의 이미지이지만, 차체 측면을 본 순간 약간의 충격(?)을 받게 된다. 그것은 C-필러가 쿠페형 승용차처럼 크게 경사진 패스트백(fast back) 형태이기 때문이다. 일견 쌍용의 액티언이 연상되기도 한다. 사실 어떻게 생각하면 쌍용은 억울(?)한 일면이 있다. 액티언이 처음 나왔을 당시에 매우 충격적이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사실 조금 엉뚱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 뒤로 BMW에서 X6을 비롯해 오늘의 GLE 쿠페 같은 차들이 나오면서 트렌드처럼 받아들여지게 됐으니, 쌍용이 글로벌 인지도가 조금 더 있었더라면, 이런 스타일을 가진 SUV의 선구자쯤으로 여겨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이런 쿠페형 SUV들은 정말로 덩치 큰 SUV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승용차는 성에 차지 않는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는 차종이 됐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요구가 세분화되는 현상을 반영한 모델이다.
 

류청희: 요즘 메르세데스-벤츠는 라인업의 틈새를 메우는 데 한창이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밤새는 줄 모른다고, 뒤늦게 파생차종 늘리기에 나섰으면서도 빠르고 폭넓은 공세가 무서울 정도다. 경쟁 브랜드인 BMW보다 한발 늦었지만, GLE 쿠페로 쿠페 스타일 SUV 시장에 뛰어든 것이 대표적이다. ML 클래스에 뿌리를 둔 지금의 GLE는 이제 오래된 모델 티가 나기 시작한다. 그런 차를 바탕으로 차체 뒤쪽을 바꾸고 구석구석을 손질한 GLE 쿠페에서 대단한 무언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경쟁차에 비해 자연스럽지 않은 지붕선과 차체 뒷부분은 GLE 쿠페의 한계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GLE의 연장선에 있음을 나타내는 모델 이름이 차라리 솔직해 보인다.


메르세데스-벤츠 관점에서는 모델 수명을 늘려 수익성에 도움을 주고, 소비자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커졌을 뿐이다. BMW는 똑같은 논리로 X6을 만들었고, 시장에서도 비교적 잘 받아들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GLE 쿠페도 그렇게 되기를 바랄 것이다. 어쨌든 제대로 만든 GLE 쿠페는 다음 세대를 기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같은 생각으로 나온 GLC 쿠페의 완성도가 더 높아 보이는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틀리지 않을 듯하다.
 

마세라티 뉴 콰트로포르테

구상: 새롭게 등장한 뉴 콰트로포르테는 6세대 모델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이다. 그런데 콰트로포르테의 콘셉트는 명쾌하다. ‘문 넷 달린 스포츠카’ 인 것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사실 세단을 타는 사람들은 대개는 한 가정의 가장이자 중장년의 나이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들에게 스포츠카는 단지 희망사항일 뿐 현실에서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소비자들에게 세단과 스포츠카의 성능과 감성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차가 바로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일 것이다. 그래서 세단이라고 얕봤다가는 큰 코 다치는 차다.


마세라티의 디자인은 특유의 삼지창 심벌 트라이던트(trident)가 상징하듯 샤프한 이미지가 전반적인 감성의 흐름이다. 특유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보통의 승용차들보다 낮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으면서도 음각면을 이루는 리브의 디자인으로 공격적으로 포효하는 맹수의 얼굴이 연상되기도 한다. 이러한 인상은 라디에이터 그릴의 양측으로 마치 찢겨져 올라간 듯 치켜 뜬 모습의 헤드램프 형태와 결합되어 더욱 더 공격적인 인상을 준다. 차체 측면으로 오면 힘이 들어간 근육을 연상시키는 팽팽한 곡선의 앞 펜더 능선이 곡선적 벨트라인과 연결되다가도 뒷문에서 다시 도드라지는 강한 근육질의 캐릭터 라인이 다시 팽팽한 곡선을 이루며 뒤 펜더 능선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20인치에 이르는 커다란 휠과 앞 펜더 측면에 새겨진 세 개의 환기구가 만들어내는 인상은 세단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그저 ‘마세라티’ 라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이런 캐릭터의 ‘마세라티’ 차들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그걸 굳이 표현하자면 아마도 ‘야성을 가진 자동차’ 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류청희: 낯설다. 데뷔 후 이제 3년 남짓 지났을 뿐인데, 마세라티가 콰트로포르테의 모습을 바꿨다. 이렇게 빠른 페이스리프트는 마세라티에게 전에 없던 파격이다. 물론 안팎의 치장만 조금 달라졌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은 거의 같다. 아무리 비싼 차를 만들어도, 내용물까지 바꾸기에는 아직 회사가 작다. 큰 돈 들이지 않고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 변화의 핵심이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라인업 구성을 크게 두 갈래로 나눈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제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그란루소, 스포티함을 강조한 그란스포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런 식의 구성은 요즘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차들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나머지 변화는 현실적이다. 장비를 쓰기 좋게 현대화하고, 꾸밈새를 보기 좋게 다듬었다. 스포츠 세단 시장에서 틈새를 차지했던 마세라티가 좀 더 주류 시장 소비자들을 끌어오려는 시도다. 이제는 그럴만하다. 글로벌 시장은 물론 국내에서도 규모가 충분히 커졌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성능만으로 차를 사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상품으로서 콰트로포르테는 더 좋아졌다. 다만 경쟁자들같은 최첨단, 정교함, 든든함 같은 느낌은 여전히 부족하다. 그것도 작은 회사의 한계다.
 

제네시스 G80 스포츠

 

구상: 제네시스 브랜드의 대형 세단 G80의 고성능 모델 ‘G80 스포츠’가 나왔다. 배기량은 기존 G80의 기본 엔진과 동일한 3.3L이지만, 터보를 달아 성능을 높였다. 그 동안 국산차 중에는 고성능 모델로 개발된 모델은 사실 공식적으로는 없었다. 그런데 이제 제네시스도 다른 고급 브랜드들이 그러하듯이 기본 차량에 성능을 높인 모델을 개발해서 판매하는 베리에이션을 쓰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것은 한편으로 고급승용차의 개념이 과거와는 달라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차량의 성능은 그 차를 일정한 시간 이상 경험해 본 소비자들이 느끼는 종합적 감각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절대적인 수치의 마력이나 토크 같은 것들이 중요하겠지만, 우리들이 느끼는 성능이란 단지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G80 스포츠는 단지 엔진 출력이 높은, 말하자면 수치적으로 나타나는 성능만이 아니라, 내/외장 디자인을 통해 성능을 보다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방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개념이 우리들이 한 대의 자동차에서 느껴지는 종합적 감성이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성능의 향상이 바탕이 됐지만, 어떻게 그것을 어필하느냐 역시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 관점에서 G80 스포츠는 우리나라 최초로 고성능을 어필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갖춘 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류청희: 웬만한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별도의 고성능 브랜드나 라인업을 갖고 있다. 시장과 소비자 인식이 오랜 세월에 걸쳐 다져지며 자연스럽게 나름의 영역이 만들어진 덕분이다. 그런데 제네시스는 신생 브랜드다. 아직은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심어 나가는 단계다. 그러면서 한편에서는 그들이 먼저 벌여놓은 판에서 어느 정도 자신의 몫을 챙겨야하고, 다른 쪽에서도 소비자를 끌고 와야 한다. 갈 길은 멀고 바쁘다. G80 라인업에 스포츠 모델을 더한 것에서 현대의 급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달리기 성능을 강화하는 방향은 제대로 잡은 듯하다. 안팎으로 눈에 보이는 부분을 스포티하게 차별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고출력 엔진을 올리면서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등 섀시도 튜닝했다. G80 스포츠를 몰면 일반 G80과 색깔이 다른 차를 타고 있다는 기분은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평 있는 외국 프리미엄 고성능 모델들과 직접 경쟁할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 나올 제품의 방향성을 짐작할 실마리가 되기에는 충분하다. 그런 방향성을 시장이 받아들이려면 성격과 개성이 뚜렷해야 한다. 스포츠 모델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아직 시장에 안착하지 못한 브랜드로서 조금 서두른 감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