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5년 미하엘 슈마허, 전설이여 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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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5년 미하엘 슈마허, 전설이여 일어나라
  • 전상현 에디터
  • 승인 2016.11.28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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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시즌 F1이 막을 내렸다. 지난 26~28일 3일간 열린 최종전 아부다비 그랑프리에서 니코 로즈베르크(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 F1)가 월드 챔피언에 올랐다. 미하엘 슈마허 그리고 제바스티안 페텔에 이은 3번째 독일인 월드 챔피언이다. 즐거운 축제의 장에서 단 한 사람의 빈자리가 유독 크게 느껴졌다. 바로 F1의 전설이자 독일인으로서 처음으로 F1 월드 챔피언에 오른 미하엘 슈마허다. 미하엘 슈마허는 1991년 벨기에 그랑프리에서 F1에 데뷔했다. 즉, 올해는 슈마허 F1 데뷔 25주년이다.


서킷 어디에서도 이제 슈마허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지난 2013년 12월 29일 가족 여행 중 스키를 타다 사고를 당했는데, 생사의 갈림길을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할 정도의 큰 사고였다. 다행인 것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독일 대표팀의 예선 첫 경기를 앞두고 약 6개월 만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는 희망적인 뉴스가 전해졌다는 사실. 평소 축구를 좋아하던 그였다. 
 

하지만 그 이후 지금까지 슈마허의 근황은 제대로 알려진 것은 없다. 슈마허 측이 언론과의 접촉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기 때문. 얼마 전에는 한 매체가 슈마허가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고 보도했으나 매니저가 직접 나서 사실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다. 루카 디 몬테제몰로 전 페라리 회장은 언론에다 팬들의 바람과는 달리 희망적이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하엘 슈마허는 1991년 조단-포드 소속으로 F1에 데뷔했다. 당시 조단 팀의 레이싱카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았는데도 예선 7위(그 해 조단 팀이 기록한 가장 높은 예선 성적)를 기록했다. 하지만 막상 결승 레이스에서는 한 바퀴를 다 돌지도 못하고 클러치 문제로 탈락하는 아픔을 맛봤다. 이후 슈마허 배네통-포드로 소속을 옮겨 6번의 그랑프리에서 총 4점을 기록하며 첫 시즌을 마쳤다. 특히 벨기에 다음으로 열린 이탈리아 그랑프리에서 팀 동료 넬슨 피케보다 한 단계 위인 5위를 기록해 2점을 얻은 장면은 슈마허의 천부적인 재능을 입증한 것이었다.
 

예열을 마친 슈마허는 1992년에 제대로 진가를 나타냈다. 시즌 개막전인 남아공 그랑프리에서 4위에 오른 뒤 다음 멕시코 그랑프리에서 3위를 기록해 처음으로 포디엄에 올랐다. 이후 슈마허는 2~4위를 기록하며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자신의 데뷔 무대였던 벨기에 그랑프리에서 역사적인 첫 우승을 한다. 1992년에는 4번의 탈락을 포함해 5번의 그랑프리에서 점수를 얻지 못한 것 빼고 10개의 그랑프리에서 모두 4위 안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1993년에도 포르투갈 그랑프리에서 우승한 것을 포함해 전체 4위에 오르며 꾸준함을 과시했다.


2년 동안 풀타임 시즌을 치르면서 감을 잡았던 것일까? 슈마허는 1994년에 거침없이 치고 나갔다. 개막전부터 4개 그랑프리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총 8번의 우승을 거뒀다. 그리고 막판까지 치열하게 경쟁했던 데이먼 힐을 1점 차로 물리치고 첫 월드 챔피언의 영광을 얻는다. 1995년에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17번의 그랑프리 중 9번의 우승을 차지하고 11번의 포디엄에 오르며 총점 102점으로 2년 연속으로 월드챔피언에 올랐다. 이때 2위와의 격차가 무려 40점이었으니 얼마나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쳤는지 알 수 있다.
 

슈마허는 실력을 인정받아 1996년에 페라리로 이적한다. 페라리는 F1 첫해부터 단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참가한 명문팀. 하지만 사실 슈마허가 이적했던 당시 페라리는 1983년 이후 우승 한 번 못할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떠오르는 스타와 명문팀 간의 만남은 F1 관계자와 팬의 주목을 끌었으나 기대와 달리 이적 후 4년 동안 월드 챔피언에 오르지 못했다. 더구나 1997년에는 월드 챔피언에 오르기 위해 경쟁 상대인 자크 빌르너브를 고의로 충돌해 시즌 종합 2위에 올랐으나 실격 처리됐다.


일반적으로 F1은 막대한 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곳이다. 따라서 많은 드라이버들이 돈과 명성을 위해 팀을 이리저리 옮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슈마허와 페라리는 4년 동안 실패를 겪었음에도 관계를 유지했다. 이런 인고의 시간이 지나자 슈마허와 페라리는 환상의 짝꿍이 되어 F1 무대를 장악했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5년 연속으로 월드 챔피언에 오른 것. 특히 2004년에는 총 13번의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 기록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슈마허의 가장 아쉬운 장면은 은퇴를 선언했던 2006년이다. 많은 F1 팬들이 8번째 월드 챔피언에 올라 화려하게 은퇴하기를 바랐다. 슈마허와 페르난도 알론소는 월드 챔피언 타이틀을 놓고 시즌 내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최종전까지 단 2개의 그랑프리가 남았던 일본 그랑프리에서 안타까운 탈락을 한다. 1위로 달리던 슈마허는 2000년 프랑스 그랑프리 이후 2289일 만에 처음으로 고장 난 페라리 엔진으로 인해 탈락하고 만다. 사실상 월드 챔피언이 알론소에게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이후 슈마허는 2010년에 은퇴를 번복하고 메르세데스로 복귀한다. 하지만 완성도가 부족했던 메르세데스 레이싱카와 기량이 떨어진 탓에 3년 동안 단 한번 포디엄(3위)에 오른 성적을 남기고 2번째 은퇴를 했다.
 

슈마허는 19년 동안 월드챔피언 7회, 그랑프리 우승 91회, 포디엄 155회, 폴 포지션 68회, 패스티스트랩 77회 등 화려한 F1 경력을 남겼다. 60년이 넘는 F1역사상 그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고 앞으로도 깨기 힘든 기록이다. 열정과 투지로 가득했던 슈마허의 F1 인생. 많은 F1 팬들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우승을 차지하던 슈마허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데뷔 30주년이 되는 2021년에는 스파-프랑코샹 서킷을 돌아다니는 건강한 슈마허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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