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리프로 3개 고봉 정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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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리프로 3개 고봉 정복하기
  • 스티브 크로플리(Steve Cropley)
  • 승인 2016.12.29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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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건 우리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우리는 <오토카>라는 소금광산의 익숙한 소금벽을 긁어내고 있었다. 먹고 살기 위해. 그때 도미닉 바이저라는 친구가 찾아왔다. 영국의 닛산 공장에서 일하는 8000명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오토카-닛산팀이 유명한 쓰리 피크스 챌린지에 도전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닛산 리프를 몰고 760km를 달려야 했다.


뜻밖에도 바이저의 계획은 기름진 땅에 떨어졌다. 우리 기자들은 컴퓨터 앞에서 기사를 쓰고 자동차 안에 뭉개고 앉아있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운좋게 에디터 맷 버트가 스포츠로 힐클라임을 좋아했다. 그래서 별로 매달리지 않았는데도 직접 팀을 만들기 시작했다. 영국의 스코클랜드,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최고봉을 오를 등산팀이었다. 그림피언 산맥의 벤 네비스,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스코펠 파이크와 북서 웨일스의 스노든이 그 3개 고봉이었다. 우리 팀은 <오토카>의 장기시승차 리프를 몰고 가능한 한 빨리 그 봉우리를 돌아야 했다.
 

쓰리 피크스 챌린지를 창안한 힐트랙킹 마니아들은 엄격한 규정을 내놨다. 출전자는 24시간 또는 36시간의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했다. 그러나 처음에 우리는 그 둘 사이의 시간이 가장 확률이 크다고 생각했다. 에딘버러와 글래스고 북쪽에는 배터리 충전소가 드물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리프를 살살 몰아야 했다.


수많은 친구와 가족이 왜 전기차를 골랐느냐고 물었다. 지금까지 쓰리 피크스 도전팀이 으레 애용했던 성능 좋은 장거리용 디젤을 쓰지 않는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우리에게는 3가지 그럴싸한 이유가 있었다. 첫째, 좋은 이야기 거리였다. 우리가 아는 한 아무도 그런 모험에 뛰어든 적이 없었다. 둘째, 의심할 여지없이 전기차 시대가 오고 있었다. 그것도 빨리. 스코틀랜드 오지에는 아직 충전소가 드물다. 그러나 10년 전에는 하나도 없었다. 셋째, 우리는 그 도전과 그 차를 좋아했다. 리프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금방 두 가지 사실이 드러났다. 리프는 아주 매끈하고 정숙하며 편리하고 안락하다. 다른 전기차에 비해 실내가 넓고 사람과 장비를 옮기기에 편리해 인상적이었다.
 

그럼에도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트렁크에 짐을 싣고 지도와 물 그리고 악천후 장비와 가장 중요한 탤컴 파우더를 마련했다. 아울러 진지하게 코스 계획을 세워야 했다. 나는 벌써 두 차례 리프를 몰고 잉글랜드 북쪽 끝까지 달렸다. 닛산의 공식발표에 따르면 우리가 몰고갈 신형 30kWh 리프는 신규 유럽 드라이빙 사이클 기준으로 주행반경은 250km에 이른다. 하지만 실제로 시속 100km로 달렸을 때 안전주행거리는 약 175km. 그러나 불리한 조건(맞바람, 장거리 오르막)에 대비해 여유를 둬야 했다. 적어도 기획단계에서는 각 구간을 약 150km로 잡기로 했다. 그리고 15km의 여유를 두기로 했다.


계획단계에서 우리 팀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버트, 사진기자 루크 레이시와 닛산의 루시 고스는 정상정복팀, 나는 리프 드라이버 겸 충전담당자, 그리고 닛산의 애니 존스는 지원차 닛산 나바라를 맡기로 했다. 나는 리프 소식통에게서 전력이 바닥이 났을 때 차를 견인하면 급속히 재충전된다는 정보를 들었다. 그래서 튼튼한 견인로프를 샀다.
 

코스를 결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다른 팀의 경험을 면밀히 추적했다. 그에 따르면 구글 맵스 루트가 가장 정확했다. 포트 윌리엄(벤 네비스 부근)에서 A82를 타고 글래스고의 북부 교외로 달려간다. 그 뒤 M82와 A82M을 따라 남동쪽 칼라일에 들어간다. 거기서 다시 험준한 A595를 타고 서쪽으로 그림 같은 1차선 도로를 따라 웟데일 헤드(거기서 도보로 스코펠 파이크를 오른다)에 들어간다. 그러면 417km 제1구간이 끝난다. 거기서 재충전을 위해 2시간 반을 보낸다. 스코펠 파이크를 정복한 뒤 우리는 A595를 타고 남쪽으로 M6에 도달한다. 그 뒤 M56과 A55를 따라 서쪽으로 달린다. 거기서 다시 남쪽으로 A470를 타고 베터시코이드와 스노든에 도착한다. 그 구간은 344km. 조건이 좋으면 단 1회 정차로 완주할 수 있다.


코스는 단순했지만 충전지점을 결정하는 것은 분명하지 않았다. 우리는 고속 충전장치가 필요했다. 따라서 나는 에코트리시티와 차지마스터 앱 그리고 탁월한 잽-맵을 연구하느라 일요일 오후를 보냈다. 식당 테이블에 종이 지도를 펴놓고 거리를 측정하고 충전소를 확인했다. 가장 좋은 4개 지점을 골랐다. 그 계획이 빗나갔을 때를 대비해 일련의 대안을 마련했다.
 

월요일 날씨는 미풍이 불다가 구름이 끼고 햇빛이 눈부시게 빛나는 등 변덕을 부렸다. 그날 아침 우리는 비행기편으로 인버네스까지 날아갔고, 다시 104km를 달려 포트 윌리엄에 도착했다. 거기서 완전충전된 리프를 몰고 쓰리 피크스 공격을 개시했다. 계획에 따라 우리 팀은 전문 가이드 리치 파인을 오후 4시 커맨치드에서 만나게 됐다. 그리고 오후 9시쯤 다시 돌아왔다. 그런 다음 우리 팀 소속 차량 2대는 남쪽으로 향하고 교통체증을 피해 밤새 달리며 충전도 하고 오전 4시 스코펠 파이크에 도착했다. 뒤이어 6기간 동안 달리고 충전하며 스노든(도착시간 오후 3~4시)에 들어갔다. 그때부터 등산팀이 다시 5시간 동안 산을 올랐고, 오전 9시에 돌아오기로 했다. 일이 제대로 됐다면 우리는 오전 8~9시에 스노도니아에서 샴페인을 즐길 여유가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나바라를 타고 런던으로 가기로 했다. 한데 시간이 빡빡했다. 우리는 수요일 아침 어김없이 직장으로 돌아가야 했다.
 

커맨치드 주차장에서 파인은 우리 등산팀의 준비와 실력에 감동한 듯했다. 그래서 오전 9시까지 돌아올 수 있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산속에 들어간 뒤 일이 빗나갔다. 첫째, 예상보다 등정이 어려웠다. 둘째, 한달 중 밤이 가장 어두운 시기였다. 셋째, 우리 팀이 조난당한 등산가를 만났고, 그를 도와주느라 몇 시간이 걸렸다. 우리 오토카-닛산 등산팀은 오후 11시의 어둠속에서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들은 몹시 지쳐 있었다.


나는 밤샘을 해본 지가 벌써 몇 년이나 됐기에 철야 운전이 몹시 불안했다. 교대할 사람이 다른 차에서 졸고 있으면 문제는 녹록치 않았다. 다행히 우리 충전계획에 따라 90~100분마다 차를 세워야 했기 때문에 도움이 됐다. 몇 시간 뒤 날이 밝아오자 마음이 놓였다. 그보다 먼저 할 일이 있었다. 당초에 우리가 세운 낙관적 계획에 따르면 리프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200km였다. 그래서 글래스고 남쪽의 M74에서 에코트리시티 충전소에 들르기로 했다. 알고 보니 실로 터무니없는 희망사항이었다.
 

교통체증을 피하려는 우리 작전은 엉망이 되고 말았다. 포트 윌리엄에서 남쪽으로 뻗은 스코틀랜드 유일의 1차선 대동맥은 시속 70km로 달리는 심야주행 트럭으로 가득했다. 전방을 볼 수 없었기에 추월은 불가능했다. 그러다가 글렌코 일대에서 사슴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큰놈들은 길가에 그냥 우뚝 서 있었다. 우리가 지나갈 때 그놈들은 별로 움직이지 않았으나 충돌이 두려워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달도 없는 이 밤중에 도로의 오르내림을 알 수 없어 두려웠다. 따라서 내리막에서 속도를 내고 오르막에서 속도를 줄이려던 계획도 빗나갔다. 그 때문에 주행반경이 10%나 줄었다.
 

142km를 달린 뒤 밸럭스 충전소에 들렀다가 충전기 고장으로 허탕을 친 것도 발목을 잡았다. 우리가 허둥거리고 있을 때 177km 지점의 잽맵이 구원의 손길을 뻗었다. 리프의 다양한 경고등이 깜빡이기 시작했을 때 글래스고 외곽의 저속 충전기를 알려줬다. 무료저속충전 50%를 마치고 다시 출발했다. 그리고 M74의 J4 부근에서 에코트리시티-로드셰프 고속충전소를 찾아갔다. 1회 충전 6파운드(약 9000원)의 신형충전기로 32분 만에 98%를 채웠다(내 핸드폰에 들어온 청구서가 알려줬다). 그때가 오전 4시30분이었다.
 

우리는 고속도로에 올라 전진을 계속했다. 더 빠른 트럭을 뒤따라 시속 약 100km로 정속주행했다. 그 이상으로 달리면 전력이 빨리 떨어질 위험이 컸다. 애니와 내가 운전대를 잡고 있는 사이 등산팀은 졸고 있었다. 그런데 다시 충전하지 않고는 스코펠에 갈 수 없을 게 분명했다. 게다가 등산팀은 다음 등정에 대비해 식사를 해둬야 했다. 그래서 또 다른 에코트리시티 충전소에 들렀다. 이번에는 오도미터의 거리 320km인 그레트나였다. 남은 거리는 수월하게 갈 수 있는 105km였다.


그때 시간은 7시 30분. 우리 시간표는 산산이 깨졌다. 계획에 따르면 우리 팀이 스코펠 파이크를 정복한 뒤 반쯤 하강했어야 할 시점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 달려 오전 9시30분 파이크에 도달했다. 그나마 산기슭의 반가운 호텔에 도착했다. 나는 충전에 착수했다(창문을 통해 빼낸 케이블을 이용해서). 눈이 충혈된 다른 사람들은 준비를 마치고 정상을 향했다. 그들이 비탈과 골짜기를 헤매고 있을 때 나는 방을 빌려 3시간 동안 눈을 붙였다.
 

오후 1시 등산팀은 스코펠 파이크의 험준한 파석 비탈 그늘에 있는 좀 더 낮은 봉우리 링멜에 올랐다. 한데 시간이 너무 흘렀고 따뜻한 펍에서 기다릴 식사의 뿌리칠 수 없는 유혹에 사로잡혀 최고봉 정복을 포기했다. 비와 피로에 시달렸고, 계획은 빗나가 실망이 컸다. 그럼에도 우리 캠프에는 생기가 돌았다. 아마도 엔돌핀이 우리를 들뜨게 만든 게 분명했다. 우리는 주요 계획이 좌절됐다는 실망을 완전히 씻어낼 수 없었다. 그러나 점심식탁에도 활기가 넘쳤다.


이튿날 런던에서의 약속은 지킬 수 없었다. 따라서 스노도니아로 계속 밀고나갈 수는 없었다. 그때부터 실수를 할 여유가 없었다. 우리는 무리해서 출발한 뒤 하이랜즈를 너무 느리게 통과하여 가장 소중한 시간을 잃었다. 오후 2시 모두 나바라에 올랐다. 자정엔 <오토카> 본사로 돌아갈 수 있을지 불안했다. 그래서 나중에 찾아가도록 닛산 리프를 스노든에 남겨두기로 했다. 그리고 튼튼한 더블캡 닛산 픽업에 올라 남쪽으로 떠났다.
 

나는 리프를 냠겨두게 되어 섭섭했다. 충실했을 뿐 아니라 몰고 다니기에 그만이었고, 완전히 그 한계를 지켰다. 일을 망친 것은 관리자인 나였다. 리프는 나를 얼마든지 질책할 자격이 있었다. 나는 그 차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세웠다. 여전히 리프는 다소곳이 복종했다. 우리는 자정에 런던에 도착했고, 곧 각자의 침대를 파고들었다. 냉정하게 평가할 때 우리는 철저히 실패했다. 그러나 좀 더 현명하게 계획을 세웠다면 완전히 가능한 모험이었다. 우리는 뒷날 다시 리프와 우리의 가능성을 입증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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