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했던 르망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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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했던 르망 24시
  • 전상현 에디터
  • 승인 2016.08.0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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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르망 24시가 돌아왔고 그 어느 대회보다 깊은 인상을 남겼다. 1923년 처음 시작해 84번째를 맞는(세계대전으로 인해 몇 번 열리지 못했다) 르망 24시가 열린 때는 지난 6월 18~19일. 프랑스의 소도시 르망에서 경주차들이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리는 광경을 직접 보기 위해 프랑스와 인근 유럽은 물론 세계 곳곳의 팬들이 모여들었다. 르망24시는 드라이버와 기술자는 물론 관중까지 극한으로 몰아가는 것으로 유명한 레이스다.


모든 내구레이스가 그렇지만 특히 르망 24시간 레이스는 다른 모터스포츠와 성격이 좀 다르다. 24시간 동안 레이스가 펼쳐지기 때문에 단지 빠르기만 해서는 영광을 얻을 수 없다. 레이스 카가 사소한 고장없이 24시간을 버텨야 한다. 피트스탑의 횟수뿐만 아니라 머무는 시간 또한 최대한 줄여야 한다.
 

중요한 것은 드라이버의 집중력, 팀의 전략이다. 그리고 또 하나 바로 타이어다. 물론 모든 모터스포츠에서 타이어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적이 달라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모터스포츠는 두 시간 이내에 레이스가 끝나지만 르망의 경우 24시간으로 그 시간이 길어 더욱 중요하다.


올해 르망 24시간 레이스는 2개의 타이어 공급업체가 참여했다. 미쉐린과 던롭. 미쉐린은 르망 24시간에서 오랜 시간 경험을 쌓았다. 특히 지난 1998년부터 작년까지 18년 연속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도 미쉐린이 19년 연속으로 우승할지 아니면 던롭이 저지할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이번 르망 24시의 주요 관전 포인트는 3가지였다. 첫 번째는 포르쉐의 타이틀 방어 여부. 두 번째는 50년 만에 참가한 포드의 성적. 세 번째는 과연 400바퀴를 돌파할 것인가.


포르쉐가 퀄리파잉에서 1, 2등을 차지했다. 포르쉐는 르망 24시간에서 총 18번째 폴 포지션을 기록했다. 포르쉐 뒤를 이어 토요타가 3~4위, 아우디가 5~6위를 차지했다. 지난 6월 18일 오후 3시(현지시간)에 레이스가 시작됐다. 하지만 날씨로 인해 모든 레이싱 카는 세이프티카 뒤에서 출발했다. 약 1시간 동안 이런 흐름이 이어졌다. 2시간쯤 지나자 2대의 토요타 레이싱 카가 포르쉐와 격차를 조금씩 벌리기 시작했다. 2000년대 르망 24시의 강자였던 아우디는 큰 존재감 없이 처음 순위에 머물러 있었다.
 

흐름이 바뀐 것은 일요일 아침 10시쯤 포르쉐 1번 레이싱 카가 워터펌프 문제로 리타이어 했을 때. 이후 피스스톱에 따라 토요타 6번 레이싱 카와 포르쉐의 2번 레이싱 카가 1~2위를 주고받는 상황이 이어졌다. 두 대의 레이싱 카는 막판 10분까지 30초에서 1분 사이의 격차를 유지했다. 큰 이변이 없다면 토요타의 르망 24시의 첫 우승이 확실했다.


하지만 3분을 남기고 극적인 반전이 생겼다. 1위로 달리고 있던 토요타 6번 레이싱 카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나왔다. “노 파워.” 이 말과 함께 속도가 나지 않았고 약 1분 20초 정도 뒤처져 있던 포르쉐 2번 레이싱 카가 순식간에 간격을 좁혀 왔다. 결국 토요타의 6번 레이싱 카는 피트 입구를 지나 멈춰서고 말았다. 그 사이 포르쉐 레이싱 카는 1위로 올라섰다. 토요타 레이싱 카는 다시 출발하는 듯했으나 이내 완전히 멈춰 섰다. 결국 순위 진입은 몰론 우승 도전에 실패하고, 3위로 달리던 또 다른 토요타 레이싱 카가 2위로 들어왔다. 그렇게 포르쉐는 2년 연속 르망 24시 정상에 올랐다. 통산 18회 우승. 2014년 복귀 후 3년 동안 2번의 우승이다.
 

한편 포드는 50년 만의 르망 24시 복귀전에서 페라리를 꺾고 클래스 우승을 차지했다. 포드는 4시간이 지난 후부터 선두권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특히 5시간이 지났을 무렵에는 포드 GT가 1~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포드의 68번 69번 레이스 카는 꾸준히 선두권을 달렸다. 이런 흐름이 이어졌고 20시간이 지난 후부터는 계속 1위를 유지해 결국 클래스 우승을 차지했다.


기대를 모았던 400바퀴 돌파는 이번에도 실패했다. 우승한 포르쉐가 24시간 동안 384바퀴를 돌았다. 2016년 르망 24시간은 3분을 남기고 극적인 장면을 만든 채 그렇게 끝났다.
 

르망 타이어: 성능과 내구성

르망 24시의 타이어 규정은 다음과 같다. 르망 24시 내구 레이스 최고봉인 LMP1 프로토타입 클래스에서는 연습과 일요일 웜업 세션까지 28개의 타이어를 쓸 수 있고, 본선에서는 52개의 타이어를 쓸 수 있다. 4개씩 쓸 수 있는 12개 세트에, 조커로 불리는 4개 타이어를 더하는 것이 포커 카드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인터미디어트(Intermediate)와 레인(Rain) 타이어는 개수에 제한이 없다. 레이스를 치르는 동안 쓸 수 있는 타이어 개수를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타이어를 오래 써야하니 그만큼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타이어의 내구성이 중요하다. 규정 변경에 따라 미쉐린은 발 빠르게 대응했다. 르망 24시를 위한 완전 신형 레이스 타이어를 만들었다. 타이어 하나로 약 700km의 거리를 평균 시속 220km 이상으로 달려도 멀쩡했다. 참고로 2011년의 승자인 아우디 R18 TDI는 총 4,838km 구간을 전속력으로 달렸음에도 단지 9세트(총 36개)의 타이어밖에 쓰지 않았다.


미쉐린은 오래전부터 레이스 타이어를 만들어 경험을 쌓았다. 현재 르망 24시에서 성공을 거둔 핵심 요소다. 미쉐린은 1923년에 처음 열린 르망 24시에서 첫 우승을 거뒀다. 또한 1998년부터 무려 18년 동안 단 한 번도 정상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르망 24시에서 타이어 교환을 위해 피트스탑하면 약 30초가 걸린다. 피트스탑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우승에 아주 중요한 부분. 타이어의 주행거리가 늘어나면, 이론상 르망 24시에서 최대 10분의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라 샤르트 서킷을 2바퀴 반 돌 수 있는 시간이다. 결론은 남들보다 오래 달릴 수 있도록 타이어가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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