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스턴 마틴의 특별한 배지 엔지니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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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스턴 마틴의 특별한 배지 엔지니어링
  • 리차드 브렘너(Richard Bremner)
  • 승인 2016.08.0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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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스턴 마틴의 ‘윙’ 배지는 총 43개 색상이다. 각각의 테두리는 가느다란 크롬으로 둘렀고, 손가락으로 미끄러지듯 표면을 만지면 그 감각을 직접 느낄 수 있다. 가운데 부분의 ‘애스턴 마틴’ 글씨도 가느다란 크롬 테두리를 갖추고, 검은색으로 채웠다. 꽤 복잡한 배지이지만 검은색 바탕에 애스턴 마틴의 글씨가 들어가는 대부분의 흰색 배지 중 하나다. 하지만 여전히 42종이 더 남아 있다. 배지의 중심에 태양빛이 퍼져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창의성을 살려 약간의 추가 작업을 한다. 자가토 애스턴 마틴의 예처럼, 몇 가지 변화를 주는 것은 물론, 때때로 구매자의 요구에 따른 주문 제작으로도 배지를 만든다.


올해, 애스턴 마틴 레이싱은 월드 앤듀런스 챔피언십(WEC)에 출전하는 몇몇 차량에 버밍엄의 주얼리 쿼터에 위치한 보턴스(Vaughtons)에서 수제작한 독특한 애스턴 마틴의 배지를 달았다. 이 배지는 지난 4월 16일과 17일 실버스톤 레이스에 참가한 V8 밴티지 GTE 레이서를 통해 가장 먼저 선보였다.
 

배지를 만드는 일은 놀랍도록 복잡하다. 21개 이상의 다른 공정을 거치는 과정은 반기계식 금속가공과 상당한 수준의 세공기술, 일부는 굽고 크롬을 입히거나 광택을 내는 것을 조합하여 이뤄진다. 우리는 이 모든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배지를 직접 장식할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
 

배지를 제작하는 첫 번째 과정은 애스턴 마틴의 CAD 데이터를 사용해, 배지의 베이스 플레이트를 찍어낼 높은 정밀도의 금형을 만드는 일이다. 공정의 시작은 프리 컷 된 사각형 구리합금 조각이 양각 각인기계로 들어가면서부터다. 각인 과정에서 핵심이 되는 상세한 부분이 드러나지만, 자동차의 휠처럼 생긴 주초는 구리로 뒤덮여 번질거린다. 이렇게 완성된 베이스 플레이트는 마치 유명 호텔의 토스터를 연상시키는 작은 컨베이어를 통해 오븐으로 들어간다. 열 담금질은 금속이 또 다른 세공 과정을 거치는 동안 기존의 세심한 조각들이 착색 이후에도 더 얇아지거나 갈라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서 배지는 작은 공장의 위층으로 올라가게 된다. 공장 위층의 방에서는 유리처럼 빛나는 에나멜 컬러링이 추가된다. 각각의 색은 독립적으로 굳힌다. 왜냐하면 굽는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본 에나멜은 작은 나무 손잡이 끝에 달린 펜촉을 사용한다. 이 섬세한 과정은 인내심이 필요해 작업자의 손은 포커 선수보다 침착해야 한다. 소재의 특성상 몇 번씩 반복해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내겐 이 공정이 제작과정을 조금 천천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에나멜을 입히는 수 무어(Soo Moore)는 영국 국기 색의 애스턴 마틴 배지를 만드는 과정에 나를 초대했다. 나는 작은 팔레트에서 펜촉에 에나멜을 떠, 색을 넣어야 할 구획에 부드럽게 집어넣었다. 꽤 성가신 작업이었지만 충분히 납득했다. 그러나 영국 국기의 구성과 비대칭인 것을 깨닫기 전까지 나는 내가 하얀색 부분을 잘못 넣고 있었다는 걸 몰랐다. 수 무어는 천으로 잘못 넣은 에나멜을 닦아내고 다시 한 번 반복했다. 부드럽게 두드리고, 작은 펜촉에서 에나멜이 흘러나와 각 구획의 구석진 곳까지 매끄럽고 완벽하게 채우는 과정을 면밀히 지켜봤다.
 

수 무어는 내게 빨간색 에나멜을 다른 배지에 넣어볼 것을 제안했다. 나는 아마추어 티를 내지 않기 위해 그녀처럼 배지의 끝 부분에서 들어 올리는 기술과 작은 나뭇조각에 몇 방울을 떨어뜨리는 기술을 사용했다. 만약 에나멜이 충분한 액성을 갖고 있다면 방울이 떨어지는 충격으로 서서히 퍼지며 채워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작업대에서 드라마틱하게 배지를 떨어뜨렸다. 재빠르게 들어 올렸지만, 역시나 색을 입히던 방향으로 떨어졌다. 붉은 에나멜로 범벅이 된 바닥과 함께 나의 12분 남짓한 에나멜 입히는 경력도 끝났다.
 

다음 과정은 에나멜을 바른 배지를 구워 단단하게 하고, 본래의 색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산성용액에 담갔다가 벨트 샌딩을 진행한다. 산성용액에 담그는 부식과정은 가는 작업과 광택을 내는 작업 사이에 필요한 것이다. 벨트 샌딩 작업은 단단하게 굳은 에나멜 밑에 가려진 부분을 드러나게 한다. 그 다음에는 다시 한 번 굽고, 또 샌딩, 그리고 광택 작업으로 이어진다. 이 모든 과정이 잘 이뤄졌다면 또 다른 공정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 일련의 과정이 배지 하나가 만들어지는데 어떻게 21번의 공정을 거쳐야만 하는지 증명하는 셈이다.
 

중간 단계의 벨트 샌딩 작업 및 광택 과정은 작은방에서 두 사람이 작업한다. 이 작업을 맡고 있는 테리 그린(Terry Green)은 이 회사에서 30년간 근무해왔다. 이 과정이 완료되면 배지는 광택 작업을 총괄하는 크리스 가드너와 그의 동료에게 넘어간다. 광택작업에 앞서 초음파 세척과정이 있고, 에나멜과 베이스 플레이트의 동과 크롬의 세밀한 광택작업이 이뤄진다.
 

크롬 부분은 에나멜 위가 아닌 동판 위에서만 작업된다. 윙 배지를 눈에 띄게 만드는 요소다. 당신이 이 과정을 직접 지켜본다면 생각보다 훨씬 더 완벽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온다는 것을 알 것이다. 또한 이 깃발 디자인에 추가적인 기술들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애스턴 마틴 V8 밴티지 GTE 레이서를 위한 배지는 아홉 개의 서로 다른 디자인으로 만들었다. 이 배지들은 공장 바닥에 떨어뜨리는 것보다 훨씬 드라마틱한 모습으로 트랙 위에서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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