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SUV의 정점, RX 450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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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SUV의 정점, RX 450h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6.04.2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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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자동차는 삶을 바꾼다. 다양한 방면으로 만족감을 안기고 이는 삶에 영향을 주기 마련. 렉서스 RX 450h와 함께한 순간, 인생은 조금 더 반짝반짝 빛났다

삶을 빛나게 하는 차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지붕을 열고 달리는 순간 감성을 안겨주는 차가 있고, 원초적인 반응으로 흥분을 안기는 차도 있다. 엄청난 성능으로 경외감을 안기는 차도 그렇다. 하지만 이런 차들을 늘 반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생을 함께할 차는 편안해야 한다. 삶이란 것은 보듬는 시간보다 상처 생길 일이 더 많은 시간이니까. 그럴 때 잘 만든 편안한 차가 주는 위로는 각별하다. 여유를 안기고 기운을 북돋는다. 렉서스는 그런 차다.

마침 지쳐 있을 때 RX를 만났다. RX는 렉서스 라인업 중에서도 편안함을 가장 강조하는 모델. RX는 프리미엄 SUV 시장을 개척한 모델이다. 도시에 맞춰 만든 첫 SUV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SUV들이 오프로드 성능을 강조할 때, RX는 세련된 도시 속 삶의 가치를 강조했다. 다른 SUV와 차원이 다른 편안한 승차감, 친환경적이면서도 쾌적한 주행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구동계 등 연달아 혁신을 선보이며 렉서스의 주력 모델로 자리 잡았다.
 

시승차는 따끈따끈한 4세대 모델인 RX450h. 공기역학을 위해 치밀하게 다듬은 날카로운 디자인이 마음을 홀린다. ‘매혹적인 강인함’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디자인했다고. 렉서스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여러 표정을 담았다고 밝혔다. 자칫 하단 너무 많은 것을 불어넣어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 것이 사실. 하지만 RX의 디자인에는 어딘가 차분한 맛이 있다. 치밀한 균형이 있기 때문이다. 렉서스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는 빠르게 원숙한 단계로 접어들었다.

팽팽하게 펼친 차체 곳곳에 새긴 강렬한 선이 돋보인다. 렉서스 디자인 특징도 잘 녹아들었다. 크기를 키운 스핀들 그릴, 화살촉 모양의 주간 주행등, 알파벳 ‘L’ 모양의 헤드램프, 뒤로 향할수록 치켜 오르는 사이드 캐릭터 라인이 그렇다. 파격도 더했다. C필러를 검게 처리해 지붕이 떠 있는 느낌을 주는 ‘플로팅 루프’(Floating Roof) 디자인 기법이 렉서스 최초로 적용됐다.

예리한 디자인에 빠져 잊고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RX는 덩치 큰 중형 SUV다. 길이 4,890mm, 너비 1,895mm, 높이 1,705mm. 휠베이스는 2,790mm다. 기존 모델에 비해 길이 120mm, 너비 10mm, 높이 20mm, 휠베이스 50mm가 늘었다. 점점 커지는 프리미엄 중형 SUV 시장의 경쟁을 위해서다. BMW X5, 메르세데스-벤츠 GLE 등 쟁쟁한 경쟁자들과 맞붙으려면 넓은 실내는 필수다. RX는 경쟁 모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휠베이스가 짧지만 똑똑한 실내공간 구성으로 약점을 잘 지워냈다.
 

간결한 구성의 실내는 짙은 갈색 가죽으로 곳곳을 감싸 차분한 분위기를 냈다. 센터 페시아를 운전석 쪽으로 살짝 비틀어 처리한 구성이 마음에 든다. 시선으로 조작부를 구분해 운전에 집중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운전자의 시야를 넓혀줄 아이디어도 곳곳에 더했다. 렉서스 최초로 풀 사이즈 HUD를 달아 하이브리드 계기 및 내비게이션이 확인 가능하며, 중앙의 12.3인치 스크린으로 내비게이션 및 주행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실내의 감촉은 부드럽고 호사스럽다. RX 라인업 중 이그제큐티브 모델에는 촉감 좋은 세미 애널린 가죽이 쓰인다. 그윽한 느낌을 더해줄 레이저 컷 우드도 있다. 알루미늄 위에 아주 얇게 나무를 덧붙이고 레이저로 얇은 줄을 그은 것. 원재료의 질감을 그대로 드러내기에 용이하다.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앞뒤로 키 180cm 성인 남성이 탄다고 해도 뒷좌석 다리 공간은 충분한 수준이다. 뒷좌석을 살짝 높여 다리 공간 확보 및 개방감 증대를 노렸기 때문. 다만 머리 공간이 살짝 비좁게 느껴졌다. 뒷좌석은 레버를 당겨 앞뒤로 120mm까지 움직일 수 있다. 전동 폴딩 및 리클라이닝 기능을 갖춰 버튼 하나로 좌석을 접고 펼 수 있어 다루기 편하다. 이왕 하는 김에 슬라이딩 기능도 버튼 하나로 움직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공차중량 2,175kg의 커다란 덩치에도 불구하고 RX450h의 발걸음은 가볍다. 반응성이 좋아서다. 렉서스는 모터 등 구동계 튜닝을 통해 즉각적인 반응성을 실현했다고 밝혔다. 시작은 부드럽고, 가속은 탄력적이다. 가속페달을 꾹 밟고 있을 때는 엔진음이 약간 들이친다. 계속 6,000rpm 이상을 유지하는 구동계 특성 때문이다. V6 3.5L 엔진과 모터를 합친 시스템 출력은 313마력. 0→시속 100km 가속에는 7.9초가 걸린다.
 

RX450h에는 신형 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장착됐다. 먼저, 엔진에는 주행 상황에 따라 연료 분사 방식을 바꿔 연비를 끌어올리는 ‘D-4S’ 시스템이 적용됐다. 큰 힘이 필요 없는 아이들링 및 감속 시에는 주로 포트 분사를, 가속 등 힘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직분사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연료효율성 면에서 더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전기모터 방식의 네바퀴굴림 구동계 ‘E-Four’가 추가됐다. 리어 액슬에 최고출력 70마력을 내는 전기모터를 달아 필요할 때 뒷바퀴에 힘을 보낸다. 출발 가속, 미끄러운 노면, 코너링 등 다양한 상황에서 진가를 드러낸다.

RX만의 특징이자, RX를 다른 중형 SUV와 차별화하는 것은 편안한 승차감이다. 노면 충격 흡수력이 월등히 뛰어나다. 렉서스 RX 수석 엔지니어 카츠다 타카유키는 기자와의 대담에서 “4세대 RX를 개발하면서 가장 중점에 둔 것은, 기존 RX가 갖고 있던 편안함을 유지하는 동시에 능가하는 것이었다”라고 밝혔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긋한 승차감을 보이는 실력은 놀랍다. 노면 충격을 모조리 흡수하고, 운전자에게는 편안함만 남긴다. 속도를 한껏 높여도, 어떤 구조물을 통과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이를 위해선 단단한 차체와 절묘한 서스펜션 세팅이 필요하다. 4세대 RX의 플랫폼은 기존 3세대 플랫폼을 전면 개량한 것. 이유를 물으니 쾌적한 승차감을 위해서라고. 현재 상황에서는 TNGA 플랫폼을 쓰는 것보다 기존 플랫폼을 개선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레이저 스크류 용접, 구조용 접착제 등을 이용해 강성을 끌어올리고, 엔진 마운트 재배치 및 앞뒤 서스펜션 구조 변경을 통해 핸들링 성능을 끌어올렸다. 더불어 가변 제어 서스펜션을 차량 주행 통합 제어 시스템과 연결해 운전자의 조작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노면 요철에 따라 감쇠력을 조절하는 것 외에도 가속, 제동, 스티어링에 맞춰 서스펜션이 작동한다.
 

편안한 서스펜션은 고속에서 불안할 것 같다는 선입견은 이제 접어야 할 것 같다. 어떤 속도에서도 안정적인 감각이 돋보이기 때문. 다만 노멀 모드로 고속주행을 할 때면 약간의 여진이 미세하게 느껴진다. 부드러운 스프링을 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부드러운 스프링을 꼭 잡아 차체의 안정화를 책임져야 하는 어댑티브 댐퍼에 대한 자신이 없다면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구성이다. 속도를 높여 항속할 것이라면 스포츠 모드를 택하는 것이 좋겠다. 승차감은 여전히 아주 뛰어난 축에 속하는데, 차체의 여진이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
 

브레이크 세팅도 진일보했다. 기존 하이브리드는 회생 제동 세팅 때문에 일반적인 자동차와 다른 생경한 감각이 있었는데, RX 450h의 경우 유압 방식을 쓰는 일반적인 자동차와 거의 비슷한 감각이다. 제동력이 균일하게 증가하고, 답력 증가 또한 자연스럽다.
 

굽이지는 산길을 찾아 적극적으로 스티어링을 돌리며 달렸다. 살짝 차체가 기울지만 그 폭은 크지 않다. 엔진 마운트 배치를 바꾸고, 프론트 서스펜션 구조와 스태빌라이저를 바꿔 차체의 수평 유지력을 높였기 때문. 대부분의 상황에서 앞바퀴굴림을 유지하며 달리는 RX450h지만, 코너링 중 가속페달의 밟는 양을 늘리면 뒷바퀴에 힘을 보낸다. 코너링 중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주행도 가능하다. 뒷바퀴에 힘을 보내는 순간 좀 더 힘 있는 선회가 이뤄지는 느낌. 속도를 높여 빠르게 달려도 문제없다. 다만 연속으로 스티어링 휠을 쥐어 채며 방향을 바꿀 때는 약간 주저하는 기색이 있다. 우려할 부분은 없다. 애초에 중형 SUV에서 기대하는 수준 이상으로 일을 해낸다. 명확히 할 부분이라면 다재다능한 SUV지만, 퍼포먼스 SUV는 아니다.

RX는 패밀리 SUV의 정점을 노리는 차다. 4인 가족의 편안하고 안전한 이동을 목표로 모든 구성을 맞춘 것이 분명하다. 가장 큰 장점은 뛰어난 승차감과 여유로운 주행감각. 이를 뒷받침할 다양한 안전 장비도 챙겼다. 10개 에어백, VDIM(차체 다이내믹 통합제어), BSM(사각지대감지), RCTA(후측방경고) 등이다. 편의장비도 늘었다. 실내 온도 및 공기 청정을 담당하는 ‘렉서스 클라이밋 컨시어지’ 기능은 탑승자의 체온을 탐지해 에어컨 시스템을 연동 조절한다. 또한 트렁크 도어 위 렉서스 마크 위에 손을 띄우고 있으면 자동으로 문을 열기도 한다.
 

편의장비 구성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없다는 것. 렉서스는 레이저와 카메라 장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지 않는 브랜드 중 하나다. 기술적 실증도 마쳤건만 달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카츠다 타카유키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으며 시스템 개발은 계속 진행 중이다”라고 답했다. 어디에서라도 의도하지 않은 거동이 없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없는 것은 아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상하게도 RX450h는 그 불만마저 잠재워버린다. 기본적인 주행성능 및 실내 패키징 구성이 워낙 맘에 들어서 그렇다.

RX450h와 함께하는 마지막 밤. 목적지 없는 로드트립을 즐기러 어두운 거리로 나섰다.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그저 이 차를 좀 더 만끽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음악의 선율에 따라 템포를 맞추듯 가속페달을 밟자, 서울의 밤거리를 조용히 미끄러졌다. 평소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자극을 안겨주는 차가 아님에도 조금이라도 더 달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 맘을 아는지 렉서스는 그날따라 한결 나긋했다. 수준 높은 편안함에 빠져 새벽까지 그저 달렸다. 평소의 감정과는 달랐다. RX450h를 탄다고 해서 삶이 송두리째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게으른 사람이 갑자기 운동을 즐긴다거나, 아웃도어맨이 갑자기 도시로 향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삶 속에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은 더할 수 있는 차라는 것은 확실하다.
 

렉서스는 자기주장이 분명한 브랜드다. 언제나 탄탄한 감각으로 자신감을 안겨주는 독일 차와는 다른, 렉서스만의 길을 걷는다. 그래서 RX라는 차를, 더 나아가 렉서스라는 브랜드를 쉽게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하다. 렉서스의 차 만들기에는 사람이 있다. 그들의 자동차는 언제나 예상한 대로 정확히 움직이며, 분에 넘치는 성격을 자랑하지 않는다. 그래서 군더더기가 없다.
 

만듦새도 마찬가지다. 렉서스의 가장 유명한 캐치프레이즈는 끊임없는 완벽의 추구. 일본 장인 문화의 핵심이 되는 개선(일본어로 카이젠)을 뜻하는 용어다. 완벽을 위한 끊임없는 추구를 내세우는 이들의 철학은 독보적이다. 4세대로 돌아온 RX450h도 마찬가지다. 렉서스 특유의 완성도가 돋보이는 차다. 렉서스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 장점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이에게는 최고의 차가 된다. 철저한 개선으로 완성한 명작. RX450h는 렉서스 특유의 감각과 편안함 모두를 한 차원 높은 수준에서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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