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차 시장의 지각변동, 르노삼성 SM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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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차 시장의 지각변동, 르노삼성 SM6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6.03.2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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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차 시장에 폭탄이 떨어졌다. 르노삼성 SM6은 지금까지의 중형 세단과는 다른 수작. 중형차 시장의 지각변동이 시작되었다

르노삼성은 SM6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래서 중형 세단에서 볼 수 없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기반 모델인 르노 탈리스만의 개발에 참여하며, 한국시장에 맞춘 사양 및 변경점을 철저하게 다듬어왔다. 화려한 귀환을 위해 당장의 어려움을 참으며 신차 만들기에 매진한 셈이다. 

그 결과 SM6은 출시 전부터 커다란 관심을 끌었다. 요즘 이렇게 화제를 모은 차가 있나 싶을 정도. 아무래도 사회인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중형 세단인 만큼, 전 국민적인 관심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사람들의 기대는 분명했다. 기존의 중형 세단 이상의 차를, 중형 세단의 가격으로 내놓는 것. SM6을 일반적인 중형 세단 윗급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결론부터 말하자. SM6은 어디까지나 중형 세단이다. 하지만 기존 중형 세단의 패키징을 뛰어넘는 차다. 인상적인 디자인부터 그렇다. SM6의 디자인 키워드는 총 3가지. 간단하고, 감각적이며, 따스하게 느껴지는 차를 원했다고 르노 외관 디자인 총괄 부사장인 앤서니 로(Anthony Lo)는 밝혔다. 이는 르노의 모든 차에 적용되는 디자인 철학이라고. 앞부분은 강렬한 힘을 나타내기 위해 독특한 크롬 그릴과 LED 헤드램프를 이용했다. 헤드램프 끝을 알파벳 ‘C’ 모양으로 다듬어 SM6만의 독특한 느낌을 부여했다.
 

옆면으로 이어지는 정교한 캐릭터라인은 긴장감과 역동성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다. 깔끔한 모습을 만들기 위해 뒤 범퍼에 분리형 견인 고리를 적용하는 등 전반적으로 매끈한 면 만들기에 공을 들인 모양이다. 다만 탈리스만과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에, 르노삼성의 의견은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로 부사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 몇 년 간 한국과 프랑스의 르노 디자인 팀이 공동작업을 진행했다. 전 세계에 통할 수 있는 하나의 훌륭한 세단을 목표로 디자인했다”라고 말했다. 
 

실내 디자인은 ‘프랑스식 생활의 지혜’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진보적인 사양을 클래식한 기품에 더했다고 그는 말했다. HUD, 디지털 계기판, 대형 터치스크린 등 최신 사양을 담으면서도, 이를 감싸는 퀼팅 가죽은 말마따나 꽤 고급스럽다. 실내 구조는 중앙의 8.7인치 터치스크린을 두고 대칭을 이루는 형태다. 아래로 슬쩍 기운 대시보드는 차지하는 면적이 은근 작다. 실내공간 확보를 위한 구성으로 보인다. 시승차는 검은색 가죽으로 대시보드 상단부 및 도어트림을 덮었다. 경쟁 모델들에 비해 좀 더 고급스러워 보이는 효과가 있다. 출시 전부터 호응이 좋았던 연회색 퀼팅 나파가죽 인테리어를 기대했는데, 이는 따로 선택해야 하는 옵션. 시승차의 실내는 검정색 퀼팅 가죽시트로 블랙 인테리어에서 최상위 조합이다.
 

전자식 계기판은 7인치 스크린을 가운데에 두고 아날로그 방식의 유온계와 연료 게이지를 양쪽에 붙였다. 기본은 엔진회전수 위주의 구성이지만, 디자인과 색상을 바꿔가며 쓸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대시보드 가운데의 8.7인치 터치스크린은 라이벌들을 앞서는 SM6의 가장 큰 장점. 조작부를 최소화하고 모든 기능을 몰아 담았다. 실제로 대시보드에는 버튼이 별로 없다. 에어컨 관련 버튼은 6개로 최소화했고, 자동 주차, 오토 스타트-스톱, 온냉 시트 버튼 등 자주 쓰는 버튼만 아래 달았다. 

기어레버 아래는 돌려서 쓰는 컨트롤러와 멀티센스 버튼이 있다. 사용법이 직관적이다. 단순한 모양새라도 괜찮은 이유다. 다만 의아한 것은 스피드 리미터와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설정 버튼을 센터 터널에 따로 두었다는 것. 스티어링 휠에서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속도 설정이 가능한 것을 감안하면, 버튼도 스티어링 휠에 모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다시 터치스크린을 쓰다듬는다. 안드로이드 기반의 시스템이라 사용 방법도 태블릿과 같다. 손가락을 쓸며 메뉴를 찾는다. 다양한 부분 하나하나를 바꿔가며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방향지시등을 켤 때 소리가 좀 크다 싶어 바꿀 수 있는지 찾아보니 소리 설정 메뉴에서 줄일 수 있었다. 인상적인 부분은 드라이버 프로필 저장 기능과 멀티 센스 기능. 드라이버 프로필 저장 기능은 운전자마다 각각의 설정을 저장해두고 쉽게 불러올 수 있는 기능이다. 위젯, 헤드업 디스플레이, 시트 포지션 및 마사지 여부, 멀티 센스 개별 구성 등 세부 내용 전부를 저장해두고 쉽게 꺼내 쓸 수 있다. 마치 컴퓨터의 프로필 선택처럼 구성이 달라진다. 가족 구성원 여럿이 한 차를 쓸 때 생기는 불편함을 줄이는 데 좋다.
 

멀티센스는 주행모드 설정 시스템을 부르는 명칭. 5개 주행 모드에 각각 7가지 설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주행모드는 컴포트, 에코, 스포트, 뉴트럴, 퍼스널의 5가지. 설정은 구동계와 페달 반응, 스티어링, 서스펜션 답력, 앰비언트 라이팅, 마사지 시트, 엔진음, 계기판 디자인 등의 총 7가지로 나뉜다. 각 항목을 원하는 대로 변경해 저장해둘 수 있다. 지금까지 국산 중형 세단이 단순한 모드 변경에서 그쳤다면, 멀티 센스는 세부적인 항목 지정이 전부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선 앞선다.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겨 정자세로 앉았다. 키 180cm 성인 남성이 앞뒤로 앉았을 때, 다리 공간은 적당히 여유가 있다. 뒷좌석 머리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지붕에 굴곡을 내는 등 재치를 더했다. 헤드레스트를 올려 머리를 편안히 받칠 수 있지만 공간이 빠듯하긴 하다. 몸 닿는 부분만 살짝 파인 세미 버킷 시트의 착좌감은 좋다. 퀼팅으로 멋을 부린 것도 인상적인 부분.
 

시승차는 1.6L TCE 모델이다. 하지만 2.0L GDE 모델을 앞서 잠깐 시승했기에 간략한 소감을 옮긴다. 처음에는 2.0L 엔진에 거는 기대가 컸다. 앞으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내놓는 신차들에 적용될 완전 신형 엔진이기 때문. 게다가 르노삼성 SM6을 통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엔진이라는 부분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2.0L는 수치 이상의 매력을 드러내는 엔진이다.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20.6kg.m의 성능은 요즘 중형 세단에서는 평이한 수준이다. 경쟁 모델인 현대 쏘나타가 168마력을 내는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출력이 낮아 보인다. 하지만 아주 사뿐하게 달린다. 듀얼 VTC를 이용해 저회전 영역대의 토크를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게다가 기어비를 가깝게 붙인 자동 7단 듀얼 클러치의 영향도 있다. 구동력 손실이 적을뿐더러, 기어비가 짧게 이어지기 때문에 가속이 가볍다. 
 

엔진의 회전 질감은 닛산의 것에 가깝다. 토크의 상승·하락폭이 크지 않기에 엔진회전수에 비례해 힘을 끌어내는 감각이다. 반응성은 중간 정도.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다. 가속페달을 밟는 만큼 정직하게 힘을 끌어내기에, 구불대는 산길을 달릴 때도 정밀하게 회전수를 조절할 수 있었다. 2.0L 엔진에서 아쉬운 것은 하나. 1단 기어비가 너무 짧다는 것. 빠른 가속을 위해 기어비를 줄인 만큼 반응이 예민해졌다. 기어비가 늘어나는 2단부터는 그렇지 않다. 가속페달을 느긋하게 밟으면 되지만 익숙해지기까진 시간이 필요했다. 르노삼성차는 이에 대해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빠른 초반 가속을 위해 기어비 및 변속기를 튜닝했다”라고 답했다. 취향이 나뉠 수 있는 부분이다. 구매를 원한다면 시승 후 자신에게 가장 맞는 엔진을 찾는 것이 좋겠다. 
 

다시 1.6L TCE로 돌아오자. 직렬 4기통 1.6L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26.5kg·m을 낸다. 현재로는 SM6 라인업에서 가장 강력한 엔진이다. 이미 SM5 TCE와 닛산 쥬크를 통해 성능 검증을 마쳤다. SM6에 적용된 차이점이라면 자동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다. SM6에는 게트락(Getrag)의 습식 듀얼 클러치가 적용됐다. 부드러운 변속을 위해서다. 실제로 대부분의 주행에서 변속 충격을 느끼지 못했다. 
 

르노삼성은 자체 평가 결과 1.6L 터보 엔진이 0→시속 100km 가속을 7.7초에 끊는다고 밝혔다. 준수한 수준이다. 전자식 터보차저 컨트롤로 저속 토크 보강과 연비 향상에 공을 들였다. 실린더 라이너 없이 직접 실린더에 스프레이 보어 코팅을 적용하는 등 엔진 내부 마찰을 줄였다. 반응성이 빨라 좋다. 부스트 게이지가 없어 정확한 확인은 불가능했지만, 상대적으로 부스트압을 빠르게 채워 달려 나가는 느낌이다. 작은 터보차저를 사용해 반응성을 높인 타입이다. 토크를 최대한 넓은 구간에서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든 세팅이다. 1,500rpm 전에 20kg·m를 넘겨, 2,000~5,000rpm의 구간에선 항시 25kg·m 이상의 토크를 낸다. 터보 엔진의 특성인 토크 변화를 최대한 억제했다. 
 

그래서 회전수를 올릴 때의 출력 상승이 균일하다. 그만큼 다루기 쉽지만, 엔진 성격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6,000rpm을 넘겨 변속하길 거듭해도 반응은 늘 일정하다. 회전 질감도 균일하다. 도심보다는 고속주행에 더 어울리는 엔진이다. SM6의 단단한 차체에 더 어울리기도 한다. 터보 엔진답게 더 강한 토크를 내고, 지속 구간이 넓기 때문. 변속기를 7단에 고정하고 시속 100km로 항속할 때 엔진회전수는 2,000rpm. 시속 145km에서 3,000rpm이 된다. 고속도로 주행 대부분을 2,000~3,000rpm 사이로 달릴 수 있다. 
 

단단한 차체에 힘입어 고속 안정성이 상당히 뛰어나다. 출시 전부터 논란이 일었던 서스펜션 구성에 대해서는 마음 놓아도 될 듯하다. 오히려 멀티링크를 사용했다는 경쟁 모델에 비해 안정감 및 코너링 성능이 뛰어나다. 서스펜션이 물렁이지 않고, 랙-EPS를 사용한 스티어링 시스템의 정확도가 높기 때문이다. 물론 구조적으로는 한계가 있다. 토션 빔 끝에 링크를 적용해 뒷바퀴 양쪽의 수직 운동 구간을 확보한 AM 링크다. 르노삼성과 르노가 3년간 공동 개발했다지만 독립형 서스펜션 구조와는 아무래도 다를 것이란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약점을 찾기 어려웠다. 서스펜션의 감쇠력 세팅이 맘에 든다. 운전석에서는 노면 충격을 상당히 부드럽게 삼키면서도, 정확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돋보인다. 기본적인 승차감을 단단하게 두고, 노면 충격 흡수 성능을 강화한 것. 차체 기울임이 적고, 움직임에 지연이 없어 적극적으로 달릴 수 있다. 
 

앞좌석 승차감에 비해, 뒷좌석 승차감은 조금 단단하게 느껴진다. 시승차는 어댑티브 댐핑 컨트롤을 적용한 구성. 서스펜션 세팅이 단단하다. 충격 흡수 능력은 좋다. 단차를 통과할 때 노면 충격은 느껴지나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 충격을 증폭하지 않고 끊어낸다. 기존의 르노삼성차 세팅과는 크게 다르다. 

탄탄한 승차감을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는 시장 상황을 크게 고려한 부분이란 생각이다. 풍절음 및 노면 소음 또한 잘 막았다. 강성을 높이기 위해 차체 곳곳에 고장력 강판을 쓰고, 들어오는 소리를 줄이기 위해 실내를 감싸는 여러 부분에 흡음재를 확대 적용했다. 하부 소음을 막기 위해서는 흡읍형 휠 커버, 강화 플라스틱 플로어 등을 달았다. 
 

주행 모드를 여럿 바꿔가며 오래도록 SM6의 면모를 살펴봤다. 에코와 컴포트 모드에서는 편안한 성격을 강조했고, 스포트 모드에서는 스포티한 성격 강조하기 위한 세팅이 돋보인다. 세팅에 따라 스피커로 엔진음을 합성해 청각적 자극을 더하지만, 자극적이진 않다. 평소에는 주로 뉴트럴 모드를 택했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딱 중간의 세팅이라서다. 앞좌석(운전석, 조수석) 모두 마사지 기능을 켜놓고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이용해 달릴 때면, 일반적인 중형 세단에서 맛보지 못했던 호사스러움이 느껴졌다. 

단순히 SM6을 본다면, 훌륭한 기본기를 토대로 중형 세단에서 그간 누리지 못했던 풍족한 편의장비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춘 차라고 할 수 있겠다. HUD,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주행에 필요한 장비가 주는 만족감이 아주 컸기 때문. 하지만 더 나아가 SM6은 중형 세단 시장을 두리째 바꿔버릴 파급력을 갖고 있단 생각이다. 
 

지금까지의 중형차 시장은 더 큰 공간과 품격을 논해왔다. 하지만 결과물은 단순하고 넓은 이동수단에 불과했다. 하지만 SM6는 다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이용한 멀티미디어 시스템의 높은 활용·변용성도 그 이유 중 하나다. SM6의 편의장비 대부분은 통합 제어 시스템에 기반을 두고 있다. 프로필 기능, 멀티 센스 기능, 심지어 마사지 시트 기능까지 모두 그렇다. 그렇다면 운영체계와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된다면, 기능이 더 늘어날 수 있단 이야기다. 자동차의 업데이트가 가능한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 
 

그 외에도 SM6이 가진 이점은 수두룩하다. 기존의 중형 세단에서 누리지 못했던 고급스러운 실내, 정직하고 빠릿한 움직임, 듀얼 클러치로 끌어올린 효율성, HUD,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액티브 댐핑 시스템 등 다양한 편의장비를 갖췄음에도 가격은 경쟁 모델들과 비슷한 수준에서 묶었다. SM6은 국산 중형차 시장에 높은 기준점을 설정했다. 이에 맞서기 위해 경쟁자들은 개선, 변경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할 것이다. 중형차 시장의 지각변동은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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