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K7 - 훌륭한 상품성, 아쉬운 운동 성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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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K7 - 훌륭한 상품성, 아쉬운 운동 성능
  • 임재현 에디터
  • 승인 2016.03.2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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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완전 변경된 기아차의 앞바퀴굴림 고급 세단

기아차의 준대형 고급 세단 K7이 7년 만에 새롭게 거듭났다. 1세대 K7(VG)은 기아차 역사에서 중요한 분수령이었다. 디자인 경영의 일환으로 스타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해 개발한 초기작 중 하나이고, K로 시작하는 이름을 처음으로 쓴 모델이기도 하다. 

선대 모델이 히트 제품이었던 만큼, ‘속편 징크스’를 이겨내기 위한 기아차의 고민이 컸을 것이다. 실리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K7은 기아차에 매우 중요한 모델이다. 전 세계적인 SUV 돌풍 속에서도 준대형차 고객은 SUV로 갈아타는 비율이 낮고, 중형차를 타던 사람이 준대형 세단으로 업그레이드하려는 수요는 꾸준하기 때문이다. 

시승차는 최고급형인 3.3 GDI 노블레스 스페셜. 외모는 고급스러우면서 스포티한 선대의 이미지를 발전시킨 모습이다. 기아차 디자인의 특징은 쓸데없는 장식을 피하는 것이지만, YG는 절제 속에서도 화려함을 끌어내고 있다. 

음각 라디에이터 그릴은 양 끝단이 헤드램프 아래를 따라 좌우로 길게 뻗어 있다. 너비를 강조한 형태로, 어두운 색 차체에서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헤드램프는 Z자 모양의 LED 주간 주행등으로 독특한 인상을 준다. 그렇지만 ‘면 발광’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선대만큼 임팩트가 크진 않다. 
 

옆모습은 길게 뻗은 그린하우스와 윈도 그래픽으로 늘씬하다. 이전보다 길이는 늘어나고 높이는 낮아지면서 더욱 시원해진 비례다. 휠베이스는 2,855mm로 국산 준대형차 가운데 가장 길다. 완만하고 느긋한 루프라인은 전형적인 기아차의 실루엣이다.

뒤에서 바라보면, 사다리꼴 형태로 안정적이고 강한 인상이다. 번호판을 범퍼로 내리고, 테일 램프 사이를 크롬 장식으로 연결해 너비를 강조한 것은 신형 스포티지와 같은 방식이다. 범퍼 하단부도 세심하게 디자인했다.
 

실내는 이전보다 훨씬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고, 각종 스위치 배치도 논리적이다. 소재가 우수하고, 작은 버튼까지 질감이 좋으며, 조립 품질도 좋다. 시승차에는 프리미엄 옵션(93만원)도 더해져, 다이아몬드 패턴으로 멋을 낸 부드럽고 촉촉한 나파 가죽 시트가 적용되어 있었다.

실내공간은 여유가 넘친다. 특히, 뒷자리 다리 공간은 독일 플래그십 롱 휠베이스 모델만큼 광활하다. 쇼퍼드리븐으로 써도 손색이 없겠다. 트렁크는 510L에서 515L로 조금 넓어졌는데, 개구부 폭이 8cm 남짓 늘어나 긴 물건을 싣고 내리기 더 편해졌다.
 

엔진은 V6 3.3L 자연흡기 휘발유. 최고출력 290마력, 최대토크 35.0kg.m을 발휘한다. 출력과 토크 모두 이전보다 조금씩 줄었다. 2,000rpm 부근의 저중속 토크를 개선한 결과라는 설명인데, 별로 와 닿지는 않는다.

신형 K7의 기술적 하이라이트는 변속기에 있다. 앞바퀴굴림 차로는 국내 처음으로 8단 자동변속기를 물린 것. 앞바퀴굴림용 자동 8단 변속기를 개발한 것은 독일의 ZF, 일본의 아이신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이고, 완성차 메이커로는 세계 최초라고 한다.
 

새 기어박스의 변속은 매우 매끄러워서 각 단수 사이의 이음새를 느끼기 어렵다. 스로틀은 느긋한 세팅. 가속페달을 밟으면 한 박자 뒤에 엔진이 반응하고, 이후엔 쭉 뻗어나가는 호쾌한 가속이 이어진다. 엔진 소음을 잘 틀어막아서 바로 앞에 달린 엔진이 마치 저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지막이 들리는 V6 음색도 나쁘지 않다.

시속 100km로 순항하면 엔진회전계 바늘은 1,700rpm 약간 위에 걸려 있다. 다단화로 인해 회전수를 낮게 쓰는 편이고, 이는 연비는 물론 실내 쾌적성에도 도움이 된다. 엔진에 비해 노면 소음은 상대적으로 많이 올라오는 편인데, 바람 가르는 소리는 고속에서도 잘 차단된다.
 

승차감은 저속에서 안락하고, 과속방지턱도 세련되게 넘어간다. 그런데 속도를 높이면 다소 붕 떠가는 느낌이 들고, 차를 노면에 꾹 눌러주는 감각이 부족해 약간 가벼운 느낌이다. 고속에선 서스펜션의 불필요한 움직임도 많이 느껴진다.

스티어링은 느슨하고, 응답 속도도 느리다. 운전대를 돌리면 머리가 뒤따라 움직이는 느낌. 날카롭고 빠릿빠릿한 반응을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주요 타깃을 감안해도 지금보다 조금 더 조일 필요는 있다. 무게가 가볍고 센터 감각이 흐릿해서 고속에서 안정감이 떨어지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주행모드는 컴포트, 스포츠, 에코, 스마트로 네 가지. 새로 추가된 스마트는 운전자 성향을 학습해 반영하는 적응형 모드다. 그런데 에코 모드를 제외하곤 변화폭이 미미해서 차이를 인지하기 어려웠다.

신형 K7은 각종 첨단 안전·편의 장비를 충실히 갖추고 있다. 그중에서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컨트롤’(ASCC)의 완성도가 놀랍다. 앞차에 대한 반응과 가감속이 매우 자연스럽고, 내비게이션과 연동돼 제한속도를 알아서 지키기도 한다.

제한속도보다 빠르게 세팅해두면, 과속 단속카메라 앞에서 스스로 속도를 줄였다가 통과 후에 가속한다. 구간단속 구간도 알아서 척척 통과한다. 무엇보다 사람이 운전하듯 작동이 자연스럽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ASCC는 노블레스 스페셜 트림에 기본사양이고, 나머지에는 ‘드라이빙 세이프티 팩’(191만원)에 포함되어 있다.
 

시승을 마쳤을 때 평균연비는 11.3km/L를 기록했다. 시승 거리가 약 90km로 매우 짧았던 데다가, 코스도 고속도로 위주로 짜여 있어 의미 있는 데이터는 아니다. 어떻게 달려도 고속도로에선 11km/L 이상 나온다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2세대로 진화한 K7은 훌륭한 상품성을 갖췄지만, 아쉽게도 운동 성능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기아차 조사에 따르면, 신형 K7 사전 계약자의 60% 이상이 30대(31.5%)와 40대(31.4%)였다고 한다. 고객 연령층이 낮아진 만큼, 주행감각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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