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에 가까운 크로스오버, 푸조 508 RX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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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에 가까운 크로스오버, 푸조 508 RXH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6.04.01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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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508 RXH는 승용차와 SUV 사이의 작은 시장을 노리는 차다. 대부분 둘을 놓고 고민하다 하나를 택하지만 어딘가 아쉬운 부분도 있기 마련. 운전석의 높이만 해도 그렇다. 기자는 평소 차를 잘 느낄 수 있다는 이유로 낮게 앉는 차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시트 높이도 최대한 낮춰서 타는 편이다. 하지만 가끔은 높게 앉아 편하게 달릴 차를 간절히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508 RXH는 매력적인 차다. 양쪽의 이점을 조금씩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508 RXH는 508 SW를 기반으로 한 모델이기 때문에 제원상의 수치 변경은 크지 않다. 하지만 차를 감싸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살짝 높아진 차고(+45mm), 사자가 발톱으로 할퀸 모양의 LED 램프를 단 범퍼, 펜더와 차체 하부를 감싸는 플라스틱 라인 등으로 오프로드 감각을 더했기 때문이다. 반면 실내의 구성은 508과 같다. 대신 곳곳에 가죽을 넉넉히 둘러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시트도 모두 나파 가죽 시트를 사용했다고. 
 

운전석 높이도 약간 높아졌다. 이를 통해 얻는 이점은 넉넉한 시야. 좀 더 멀리 도로를 내다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뒷좌석 다리 공간은 충분하다. 하지만 키 180cm의 성인이 앉아 정자세를 취했을 때, 머리 공간이 빠듯하다. 다리 공간 및 시야를 위해 뒷좌석을 살짝 높게 달았기 때문. 대부분의 편의장비는 운전자 위주다. 자동으로 상향등을 조절하는 스마트 하이빔, BLIS, 운전석 마사지 시트 등 편의장비를 쏠쏠히 담은 이유다. 푸조의 기함인 508 라인업에서도 RXH는 최상위 모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508 RXH에는 푸조의 최신형 EU6 디젤 엔진이 적용됐다. 직렬 4기통 2.0L의 구성은 동일하지만, 최고출력 180마력을 3,750rpm에서, 최대토크 40.8kg.m을 2,000rpm에서 낸다. 기존 엔진에 비해 출력은 17마력, 토크는 6.1kg.m 늘었다. 선택적 환원 촉매 시스템(SCR)에 디젤 입자 필터(DPF)를 더해 질소산화물 배출을 90%까지 줄였다. 변속기는 자동 6단으로 앞바퀴를 굴린다. 대신 효율성 증대 및 빠른 변속을 위해 내부 마찰을 줄이는 등 내구성을 강화했다. 
 

인상적인 것은 신형 디젤 엔진에서도 여전히 푸조 특유의 개성이 남아 있다는 것. 그들의 디젤 엔진에는 전형적인 특징이 있다. 저회전과 중간회전대의 토크가 강하다. 그래서 힘이 넘치는 것처럼 느껴진다. 특히 1,500~3,500rpm 사이를 오갈 때의 반응이 좋다. 가속페달을 밟는 만큼 정확하게 힘을 끌어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대신 고회전에서 토크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엔진 회전 한계인 4,500rpm까지 몰아칠 수는 있지만 실익이 적다. 대신 장거리 주행이 편하다. 시속 100km로 달릴 때 엔진회전수는 1,500rpm. 시속 130km에서 2,000rpm이다. 고속 순항에서 엔진음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풍절음 또한 튼튼하게 틀어막았다. 
 

승차감은 약간 딱딱한 편이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뉴 508에서 먼저 살폈듯, 푸조의 서스펜션 세팅이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낭창낭창한 서스펜션으로 유연한 발놀림 자랑했던 푸조가 단단한 서스펜션을 끼우고 마치 독일차 같은 변화를 노리고 있다. 분명한 이점은 있다. 고속주행 시 아주 차분한 성격을 보여준다는 것. 속도를 높여도 안정감이 살아 있다. 

하지만 저속에서는 노면 충격이 약간 느껴졌다. 이 부분은 취향을 탈 것으로 보인다. 차체 기울임을 이용해 타이어를 바닥에 붙여대는 푸조 특유의 특성은 약간 남아 있다. 코너를 파고 들 차는 아니지만, 원하는 만큼 정확하게 반응하는 스티어링 특성은 아주 믿음직스럽다. 대중차 브랜드 사이에서 분명한 자기 특성을 가진 푸조의 성향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운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크로스오버를 고를 때 명확히 해야 할 부분이 있다. 승용차에 가까운 크로스오버인지, SUV에 가까운 크로스오버인지 말이다. 508 RXH는 승용차에 가깝다. 차고를 높여 좀 더 편하게 다룰 수 있도록 했지만, 푸조의 기함 중에서도 가장 비싼 라인업을 위한 가죽으로 감싼 실내, 늘어난 편의장비는 실용성과는 살짝 거리가 있다. 그래서 다시 되돌아보게 된다. 실용적인 브랜드로만 여겨왔던 푸조를 이젠 독창적인 브랜드로 봐줘야 하지 않을까. 
 

한편 508 RXH의 디젤 하이브리드 모델은 국내시장에 도입되지 않았다. 연비 뛰어난 모델이라 거는 기대가 컸지만, 당분간 수입 계획이 없다. 게다가 푸조가 하이브리드 구동계의 포기를 고려한단 이야기가 있다. 푸조의 CEO, 맥심 피캣(Maxime Picat)은 <오토카>와의 인터뷰에서 “규모의 경제에서 하이브리드는 효율적이지 않다. 우리는 수많은 엔진의 개발 비용을 대야 하고, 각국 시장을 해결할 기술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푸조가 디젤-하이브리드 구동계를 포기할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시장의 푸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이다. 2008의 성공에서 볼 때, 국내 소비자들이 푸조에게 기대하는 것은 합리적인 가격에서 누릴 수 있는 뛰어난 패키징이기 때문이다. 508 RXH 또한 좋은 패키징을 갖춰지만 가격대가 높은 이상 치열한 경쟁은 피할 수 없다. 국내시장에서 푸조 508 RXH의 맞수는 볼보 XC70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길이, 너비, 휠베이스 등 전반적인 차체 크기가 비슷한데다, 왜건을 기반삼아 크로스컨트리 감각을 입혔다는 점도 같기 때문. 물론 둘의 가격 차이는 크다. 안전이란 가치를 내세워 준 프리미엄 브랜드로 안착한 볼보와 대중차 브랜드를 지향하는 푸조의 가격 차이는 당연하다. 결국 선택은 취향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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