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탱, 5세대에 걸쳐 진화한 경주마의 질주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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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탱, 5세대에 걸쳐 진화한 경주마의 질주본능
  • 리차드 웨버(Richard Webber)
  • 승인 2016.03.3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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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세대에 걸쳐 진화된 포드의 질주본능 말들을 다시 돌이켜본다

“모든 상황에 맞는 말.” 1969년, 머스탱의 5번째 생일 때 추가된 11가지 드라이브 트레인을 설명하며 포드가 밝혔다. 그 당시 이미 200만 대가 판매된 머스탱은 랜드로버가 랜드로버 시리즈와 디팬더를 57년간 판매하며 일궈낸 성과를 단기간에 달성했다. 이제 6세대 머스탱에 이르러 누적 판매율은 천만대에 가까워졌다. 오늘 우리는 1964년부터 2014년까지의 머스탱 변곡사를 하나 하나 훑어보려고 한다. 이를 위해 각 세대별 포드 머스탱을 빌려왔는데, 물론 모두 V8 엔진을 탑재했다. 

‘클래식(Classic)’ : 1964~1973 

머스탱의 기원. 50년에 걸쳐 이어진 머스탱 공식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콤팩트한 섀시(미국인 기준으로만 콤팩트하겠지만)에 스포티한 보디를 입혔다. 구동방식은 FR. 뒤 차축은 라이브 방식을 택했다. ‘노치백’(2도어 세단)과 컨버터블 형태도 출시됐지만, 판매량의 대부분은 패스트백 쿠페에 V8 엔진을 접목시킨 모델이었다. 그래야만 머스탱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고, 이전 포드 팰콘보다 한 단계 높은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앞에는 뮤지션 토니 푸크의 1966년형 시그날 플레어 레드 컬러 GT 패스트백이 있다. 푸크는 미국 애리조나 주에서 한 대를 구해 꼼꼼하게 복원시켰다. 머스탱 자체가 원래 튜닝을 감안하고 만들어졌으니 푸크의 작업은 당연한 일이다. 그 결과, 최고출력 210마력의 V8 4.7L 스몰블록 오버헤드 밸브 엔진을 들어내고, 똑같은 베이스지만 4-실린더 에델브록 카뷰레터가 붙여진 최고출력 230마력의 V8 4.9L 엔진이 놓였다. 

내부는 기존 인테리어를 거의 동일하게 유지했고, 오리지널 머스탱만 특유의 레이아웃과 마감, 그리고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큰 홀더 두 개가 들어간 대시보드는 우드로 마감했고, 얇은 스티어링 휠은 자개로 치장되었다. 내부 스위치들은 크롬 재질이고, 속도계 폰트도 압축된 것처럼 촘촘하게 박혔다. 
 

V8 엔진은 시동을 걸자마자 차분한 아이들링 상태로 유지되다가, 페달을 밟으면 으르렁거리기 시작한다. 발의 압력을 가하면 더 저음으로 떨어지면서 포효로 마무리된다. 프랭크 불릿의 6.4L 390 GT보단 소리가 약하지만, 훨씬 더 클래식하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8.5초로 그리 빠르지는 않지만, 배기음, 신속한 스로틀 반응, 그리고 고회전 영역에서의 출력이 엄청난 중독성을 자아낸다. 

주행감은 다소 굼뜨지만 안정적이며, 코너링 할 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실 많은 제어를 받는 리서큘레이팅 볼 타입 스티어링과 언더스티어링 성향이 코너링을 저하시킨다. 1,400kg나 되는 차체의 하중 60%가 앞 차축 위에 올려져 있으니 어쩔 수 없다. 
 

머스탱 II : 1974~1978 

이 흰색 머스탱은 골칫덩어리다. 무너지던 시장경제, 급격하게 치솟던 유가, 강화된 배출 가스 규제가 2인승 자동차 섹터의 숨통을 졸라맸고, 머스탱은 적응해야만 했다. 1세대 머스탱은 최종적으로 4,763mm의 길이에 최고출력 500마력(1969년도 7.0L 보스 429 스페셜 모델)까지 부풀어 올랐다. 따라서 조금 더 작고 환경친화적인 머스탱이 필요했다. 

이번엔 소형 포드 핀토가 플랫폼으로 낙첨됐다. 2세대 머스탱의 길이는 4,445mm. 첫해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약한 최고출력 88마력의 4기통 엔진과 최고출력 105마력의 V6 2.8L 쾰른 엔진밖에 없었다. V6는 3세대 카프리에 탑재된 것과 같다. 
 

하지만 시장에선 큰 호응을 얻었다. 1974년 판매량은 38만6천대로 3배 증가했다. 이듬해엔 V8 302엔진이 최고출력 122마력 버전으로 함께 출시됐다. 오늘 나온 토니 윌콕스의 머스탱Ⅱ 기아가 품고 있는 것처럼. 

머스탱Ⅱ 기아 모델은 비닐이 섞인 루프와 버건디 톤의 편안한 안방 같은 내부를 갖췄다. 인테리어는 벨벳과 과감하게 도입된 플라스틱으로 마감됐다. 
 

출력은 낮지만, 그래도 8기통 엔진이라 시동을 걸면 으르렁거린다. 밟기 시작하면 귀엽게 통통거리며 앞으로 나간다. 갑자기 3,000rpm 영역에서 힘이 느껴지지도 하지만, 대부분 추진력은 고루 분포됐다. 전체적인 주행감은 내부 인테리어만큼이나 봐줄 만하지만, 노면의 울퉁불퉁함은 그대로 전달된다. 1966년도 모델보다는 더 민첩한 스티어링감을 느낄 수 있지만, 코너링 시에는 섬뜩할 정도로 가볍다. 

어쨌든 2세대 머스탱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서도 머스탱 모델명을 연명해줬다. 그것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폭스 보디(Fox body)’ : 1979~1993 

아직 어려운 시절을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지만, 여러 포드와 머큐리, 링컨 모델의 뼈대인 폭스 플랫폼에 기반한 3세대 머스탱은 천천히 퍼포먼스 세그먼트로의 진급을 거듭했다. 1983년과 1987년에 단행된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내, 외부 모두 업그레이드되었고, 동판재 스프링은 드디어 코일 부품으로 대체됐다. 수동 5단 변속기도 이때 추가됐다. 

이 차의 오너인 돈 하디는 포드 엔진 공장에서 근무하는 폭스 플랫폼 콜렉터다. 실제로 몇 가지 모델을 소유하고 있고, 심지어 ‘폭스 닥터스’ 오너 클럽도 창단했다. 그의 1987년도 3세대 머스탱은 V8 하이 아웃풋 엔진을 얹고 220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그리고 하디는 아메리칸 선루프 코퍼레이션 사에 의뢰해서 철재 루프를 탈거하고 2인승 컨버터블로 개조했다. 
 

이상하게도 높은 운전석 위치 때문에 내 머리가 계속 천장에 닿았다. 하지만 차체만을 본다면 머스탱 II보다 폭스 버전이 더 낮고 스포티한 자세를 갖췄다. 계기판은 시속 135km까지만 찍혀 있지만, 최근 진행된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최고속도는 시속 241km에 달한다.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6.4초. 

2,500rpm 이하에서부터 추진력이 강해지기 때문에, 추월하기 위해 딱히 킥다운 할 필요가 없다. 1966년도 패스트백 모델처럼 폭스에서도 4,000~5,000rpm 스위트스폿에서 우렁찬 급박함을 느낄 수 있다. 핸들링도 훨씬 더 발전돼서 빠르지도 않고, 점진적이고 느낌도 좋다. 
 

간혹 전해지는 흔들림 외엔 주행감은 소프트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 모델보다 훨씬 더 탄탄한 차체 컨트롤을 보여준다. 충분히 머스탱스럽다고 알아챌 만한 주행 경험을 선사한다. 

한편, 2015 머스탱의 2.3L 에코부스트 엔진이 등장한 이 시점에서 떠오르는 엔진이 있다. 폭스 플랫폼 시절에 잠시 출시됐던 1984년도 트윈 스포일러 SVO 버전에는 머스탱 II에서 가져온 2.3L 트윈터보 엔진을 사용했다. 당시 SVO 모델은 성능, 안락함, 언더스티어 억제력을 고루 보여주면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SN95 & ‘뉴 엣지(New Edge)’ : 1994~2004 

SN95 세대 머스탱은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지 않고, 대신 폭스 플랫폼을 대폭 수정했다. 아울러 모든 머스탱에 디스크 브레이크가 동일하게 장착됐다. 뿐만 아니라, 30년 동안 머스탱의 심장이 되었던 스몰 블록 형태의 V8 윈저 엔진도 은퇴했다. SN95 세대의 302 엔진은 최고출력 215마력에 머물렀지만, SVT 코브라 R 공도용 레이서 모델엔 최고출력 300마력의 5.8L 윈저 엔진이 탑재되기도 했다. 

4세대 머스탱에서는 V6 3.8L 에섹스 엔진이 기본 장착됐지만, GT급에는 8기통 4.6L SOHC 엔진이 들어갔다. 처음엔 302 엔진이랑 동일한 출력을 보였지만, 1999년도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하면서 최고출력이 260마력까지 증가됐다. 외부도 당시 포드가 전 세계적으로 적용시킨 ‘뉴 에지’ 디자인 코드에 맞춰 깔끔하게 재단장됐다. 
 

2003년에는 경주마의 질주가 시작됐다. 신형 뉴 에지 SVT 코브라는(2015년까진 처음이자 유일하게) 독립형 리어 서스펜션이 장착된 머스탱으로써, 8기통 4.6L 슈퍼차저 DOHC 엔진을 품고 출시됐다. 최고출력은 390마력에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4.6초. 1969년에 처음 공개된 마하 1 배지도 4세대 때 다시 나타나서 SVT 코브라 한 단계 아래로 자리 잡았다. 그중 하나가 이 자리에 우리가 가져온 케빈 모티머-햄슨의 머스탱이다. 

외향적인 겉모습 아래엔 보수적인 실내가 있다. 플라스틱이 많이 사용됐지만, 실용적이고 클래식 머스탱에 대한 오마주도 살짝 보인다. 시동을 걸면, 쉐이커 공기유입구가 이름 그대로 후드 위에서 소리를 낸다. 그 밑엔 32-밸브짜리 4.6L 자연흡기 엔진이 최고출력 305마력을 뿜어내려고 준비한다.
 

물론, 우리가 가져온 차에는 유입기와 배기 업그레이드랑 리매핑 덕분에 약 360마력 정도를 낸다. 엔진음은 이전 스몰 블록 버전보다 더 고음이면서도 강인하다. 배기음은 듣기 좋은 천둥소리와 흡사하다. 2,800rpm부터는 찰진 추진력도 느낄 수 있다. 

서스펜션은 출고될 때부터 낮춰졌지만, 주행감은 빼어나게 편안하다. 함께 느낄 수 있는 울렁거림과 롤링도 꽤 안정적이다. 애프터마켓에서 장착된 변속 키트 덕분에 수동 5단 변속기를 짤막짤막하게 다룰 수 있다. 하지만 보통 변속기와 다르게 두 번의 움직임을 통해서 제어해야 한다. 스티어링도 너무 가벼워서 불안하다. 그래도 마하 1은 쾌활한 크루저다. 재미있기까지 한. 
 

S197 : 2005~2014 

2003년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차세대 머스탱이 선 공개됐을 땐, 마치 과거로 돌아간 것 같았다. 당시 GT 콘셉트 카는 오리지널 패스트백 모델의 실루엣을 떠올리게 했다. 외부 디자인과 인테리어 요소들도 많이 빌려온 듯 싶었다. 

이후 공식 출시된 S197 머스탱은 포드 D2C 플랫폼 위에 콘셉트 카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D2C 플랫폼은 재규어 S-타입에도 활용됐다. S197의 신형 프론트 서스펜션은 몬데오에서 빌려왔고, 뒤 차축은 수정을 거쳐 상당히 믿음직스러워졌다. 
 

하지만 5세대 머스탱은 오리지널 모델보다 150mm나 길어졌고, 폭도 넓어졌으며, 하중도 300kg나 더 나갔다. 여기 가져온 패트릭 호슨의 2005년도 머스탱은 1966년도 패스트백을 연약하고 자그마한 자동차로 보이게 할 정도다. 

호슨이 선택한 쿠페형 GT 모델에는 가변 밸브 타이밍이 적용된 V8 4.6L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은 300마력. 유럽산 자동차들과 비교해봤을 땐 그다지 세련되지 않았지만 S197은 이전 그 어떤 모델보다 질과 성능 면에서 훨씬 발전했다. 

내부 마감재도 업그레이드됐고 스티어링은 적절한 무게에 점진적인 감각을 잘 살려냈다. 차체 컨트롤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코너링을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도 덩달아 커진다. 기존 하중의 60%가 앞에 치중됐던 것과 달리 이젠 50% 정도로 밸런스를 잘 잡았기 때문이다. 
 

자동 5단 변속기는 V8 엔진의 출력을 최적으로 잡아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에프터마켓 출신의 배기도 엔진의 성능에 버금가지 못했다. 4,000rpm은 되어야 큰 숨을 밀어 내쉬듯 소리를 내니까(최고치를 경험해보고 싶으면 최고출력 653마력짜리 5.8L 슈퍼차처 엔진을 품은 2013년도 GT500을 타면 된다). 어쨌든 이 S197 모델도 0→시속 100km 가속을 5.2초에 끊는, 당시까지 가장 완성도 높은 머스탱인 걸 잊으면 안 된다. 

2010년도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V8 5.0L DOHC 엔진이 신형 코요테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최고출력은 412마력으로 높아졌다. 이 엔진과 S197의 레트로 디자인 요소들이 2015년도 머스탱의 기본 바탕이 됐다. 
 

배지 엔지니어링 

‘머스탱’이라는 모델명이 확정되기 전, ‘아반티’, ‘알레그로’, ‘토리노’, ‘쿠가’ 등의 이름이 모두 고려됐었다. 그중 ‘쿠가’는 심지어 콘셉트 단계에서 고양이과 동물을 연상시키는 배지로까지 구현되었다. 

결과적으로 ‘머스탱’이 확정된 후, 다양한 말 형태의 엠블럼이 제시됐다. 결국 채택된 건 오리지널 카프리를 디자인한 필 클라크의 스케치. 미국인의 애국심을 자극시키는 빨강, 하양, 파랑 스트라이프가 적용된 후보도 있었다. 심지어 농장 울타리 같은 보더 처리로 말을 감싼 모습의 그릴 엠블럼도 거론됐다. 

결국 1963년도에 찰스 케레스츠라는 모델러가 클라크의 디자인을 지점토로 다져서 최종적으로 나무 재질의 모델로 완성시켰다. 이 후 머스탱 배지는 거의 손보지 않고 그대로 이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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