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주의 미드사이즈 세단, 푸조 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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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주의 미드사이즈 세단, 푸조 508
  • 임재현 에디터
  • 승인 2016.01.2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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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하면서 좋은 차. 하지만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 중형 세단과 비교하면 스펙에 비해 약간 비싸게 느껴진다

푸조 508은 그늘에 핀 꽃 같은 자동차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모델임에도 특별히 고급스럽거나 호화롭지 않다. 엔진도 배기량 2.0L가 가장 큰 것. 이는 같은 프랑스 출신 르노의 기함 탈리스만도 마찬가지다. 자동차를 대하는 프랑스인의 자세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유명 고급 브랜드의 고향이지만, 자동차만큼은 철저히 실용주의적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외관의 단정하고 차분한 분위기는 실내서도 이어진다. ‘i-콕핏’이라는 생경한 레이아웃의 콤팩트 모델들과 달리, 508의 실내는 기함답게 보수적이고 진중하다. 플라스틱이 광범위하게 쓰였으나 질감과 만듦새는 나쁘지 않고, 적재적소에 금속장식으로 멋을 부리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고급스러움보다는 실용적인 인상이다. 
 

앞좌석은 신체에 꼭 맞고, 푹신함보다는 탄탄하게 받쳐주는 기능적인 타입이다. 이에 비해 리어 시트 쿠션은 약간 푹신한 편. 뒷자리는 머리, 어깨, 팔꿈치, 무릎, 발 등 모든 공간이 넉넉하다. 뒷좌석 옆과 뒤 창문에는 수동식 햇빛가리개가 달렸고, 4존 독립 제어 공조장치도 눈에 띄는 장비. 이 가격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구성이다. 가식적인 장식보다는 유용한 장비를 챙긴 실용주의적인 면모를 보인다. 

유로6 대응 엔진으로 바뀐 신형 508은 국내에 1.6 악티브(3천960만원), 1.6 럭스(4천290만원), 2.0 럭스(4천690만원) 세 가지 트림으로 판매된다. 시승차는 고급형인 1.6 럭스. 2.0 모델과의 기본 장비 차이는 사각지대 경고장치와 헤드업 디스플레이, 그리고 휠 사이즈뿐이다. 
 

508 1.6에는 트림명이 암시하듯 1.6L 엔진이 들어간다. 중형차에 2.0L 미만의 소형 엔진을 쓰는 것은 더 이상 놀라운 일도 아니다. 엔진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직렬 4기통 1.6L 터보 디젤이지만 유로6 기준에 맞춘 신형 블루HDi이며, 동력성능도 약간 올랐다.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30.6kg·m으로 각각 8마력과 3.1kg·m 오른 수치. 비록 출력은 120마력에 불과하지만, 저회전 응답성이 좋고, 6기통 3.0L 자연흡기 엔진 수준의 토크를 내기 때문에 초반 가속에서 힘이 모자란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물론, 고속으로 갈수록 힘이 빠지긴 한다. 
 

엔진 못지않은 큰 변화는 변속기다. 신형 508 1.6은 기존의 자동화 수동변속기 MCP 대신 토크 컨버터 방식의 6단 자동변속기 EAT6을 채택했다. 수동변속기 특유의 거친 변속감을 보인 MCP에 비해, EAT6은 부드럽게 작동해 다루기 쉽고 위화감이 전혀 없다. 또한, 변속 제어도 운전자의 의도를 잘 받아줘 만족스럽다. 

푸조 시트로엥 그룹의 엔진 스톱/스타트 시스템은 완성도가 높기로 정평이 나 있다. 작동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시동이 매우 빠르게 걸리는 것이 장점. 또한, 재시동 과정에서 진동도 거의 없다. 재시동 시 소음과 진동이 거슬린다는 이유로 평소 스톱/스타트 시스템을 꺼두는 운전자들이 많지만, 508 1.6에선 그럴 필요가 없어 보인다. 
 

최신형 스톱/스타트 시스템을 달아뒀지만, 동력성능이 높아지고 재래식 자동변속기를 물리면서 공인 복합연비는 이전의 18.4km/L에서 14.2km/L로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실망하기엔 이르다. 과격한 주행을 포함해 다양한 조건으로 4일간 시승한 결과, 트립 컴퓨터는 공인 연비를 웃도는 14.6km/L를 표시했다. 일상 주행에서는 실제 연비가 쉽게 15km/L 이상 나올 것으로 보인다. 

유연하고 나긋나긋하면서도 핸들링이 좋은 것이 푸조의 장점. 그렇지만 508의 승차감은 조금 단단한 편이다. 큰 요철을 지날 때 불쾌한 충격을 전달하진 않지만, 평소에 다소 딱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프랑스 자동차이면서 독일차의 맛이 난다. 생김새에 비해 상당히 스포티한 감각이다. 
 

신형 508 1.6은 경제성에 어느 정도의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가족용이든 비즈니스용이든 모두 적합하지만, 안락한 중형 세단을 기대했다면 조금 어긋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 중형 세단으로는 폭스바겐 파사트 2.0 TDI(3천970만원, 14.6km/L),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XLE(3천990만원, 16.4km/L), 혼다 어코드 3.5 V6(4천190만원, 10.5km/L) 등이 있다. 

글 · 임재현 에디터 (jlim@iautocar.co.kr) 
사진 · 김동균 (parag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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