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에 도전하는 포르쉐 카이맨 GT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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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에 도전하는 포르쉐 카이맨 GT4
  • 맷 샌더스 (Matt Saunders)
  • 승인 2016.01.04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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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카이맨 GT4는 과연 얼마나 좋을까? 과거의 전설, 혼다 NSX 및 페라리 F355와 비교하며 역사상 최고의 징표를 찾을 수 있는지를 가름했다

포르쉐 카이맨 GT4는 2015년 자동차 업계에 지울 수 없는 자취를 남겼다. 우리는 공도와 트랙을 오가며 세심하게 카이맨 GT4를 검증했고, 영국에서 10만 파운드(약 1억7천570만원) 이하로 구입할 수 있는 모델 가운데 최고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직접적인 라이벌 두어 대와 카이맨 GT4를 비교하는 건 이제 무의미하다. 대신 오늘 우리는 더 큰 질문의 해답을 찾기로 했다. 카이맨 GT4의 위대한 가치는 정확히 어디까지이며, 얼마나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까? 2015년에는 분명 최고였지만, 2025년 또는 2040년까지도 회자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답하기위해, 우리는 몇십 년을 거슬러 올라가 세계적으로 인정 받은 전설의 스포츠카들을 찾았다. 소중한 몇십 년 전의 음악 테이프처럼 아련한 팝업 헤드램프와 카세트 플레이어가 달린 차일 수도 있다.
 

가장 먼저 우리가 떠올린 모델은 혼다 NSX. 최근 후속 모델이 미국에 출격할 채비를 마친 상태다. 하이브리드 엔진을 비롯한 첨단 기술을 담은 신형 NSX는 1990년의 오리지널처럼 운전이 가장 즐거운 차로 꼽힐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1세대 NSX는 일본의 기술력과 창의력을 널리 과시한 모델이었다. 우리 시승차는 2005년에 등록된 마지막 3.2L 엔진의 수동 모델. 주행거리는 불과 4만km에 불과하고, 혼다 UK의 소유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상태가 훌륭했다. 
 

다음은 1994년 등장한 F355다. 이 차는 루카 디 몬테제몰로의 감독 하에 개발된 첫 페라리였으며, 명예회복의 출발점이었다. 페라리는 1980년대에 바닥을 친 뒤 점차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F355는 페라리를 현대 슈퍼카 시대로 끌어들였다. 파워 스티어링, 적응형 댐핑과 F1 스타일의 패들시프트 반자동 변속기를 갖췄다. 요즘 주행거리가 짧은 수동 변속기의 베를리네타는 영국에서 8만 파운드(약 1억4천만원)가 넘는다. 반면, 후기의 패들시프트 모델은 그보다 1만5천 파운드(약 2천635만원) 더 저렴하다. 우리 시승차는 주행거리 66,000km의 1997년형이다. 
 

카이맨 GT4의 가격 6만5천 파운드(약 1억1천420만원)로 NSX(가장 최신형에 최저 주행거리)나 F355(F1식 패들시프트 모델)를 살 수 있다. 여기서 문제는 카이맨 GT4가 두 라이벌에 버금가는 자취를 역사에 남길 수 있느냐에 있다. 좋은 차인 것은 분명하지만, 과연 가능한 것일까? 

스포츠카의 전설로 남으려면 희소하고, 특별하며, 재미있어야 한다. NSX는 특별한 개성으로 이것이 가능했다. 제트전투기에서 영감을 얻은 운전석과 눈길을 끄는 치밀한 기술로 무장했다. F355는 아름답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팽팽한 몸매를 갖췄다. 매끈한 곡선과 제대로 된 슈퍼카 스탠스의 F355는 페라리 사상 가장 잘생긴 미드십 머신으로 꼽혔다. 
 

GT4 수준의 스포일러와 20인치 휠을 앞세운 카이맨이 두 라이벌 중 누구와 당당히 맞설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물론 출중한 외모를 지녔지만, 그들과 같은 아우라가 보이진 않는다. 물론 이것은 우리가 카이맨의 윤곽에 너무 익숙해 있는 까닭에서다. 20년 뒤, 이들이 지금보다 희귀해졌을 때에는 달리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대결에서 카이맨 GT4가 기계적으로 뒤쳐질 위험은 전혀 없다. GT4의 3.8L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은 NSX의 V6 3.2L 엔진을 출력과 토크에서 압도한다. 놀랄 일이 아니다. 혼다는 슈퍼카 클래스에서 출력으로 정상에 오르고자 한 적이 없기 때문. 하지만 F355에 얹은 레드라인 8,500rpm의 3.5L V8 엔진은 사정이 다르다.
 

카이맨은 세 대 가운데 단연 가장 빠르다. 비교적 긴 기어비에도 중간 회전대에서 F355보다 가속력이 뛰어나다. 그리고 회전대 전역에서 NSX보다 스피드가 상당히 앞선다. 그런 기대를 부정한다면 자동차계의 발전 속도를 무시하는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심지어 오늘날의 일부 핫 해치들도 0→시속 100km 가속시간이 F355보다 앞서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런 페이스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분명 3대 라이벌은 모두 2015년에도 아주 빠른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 더불어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 3개의 엔진은 서로 다른 방법으로 마술을 부린다는 점이며, 여전히 뿌리칠 수 없는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 엔진 중 가장 오래되고 출력이 낮은 NSX는 얼마든지 변명할 여지가 있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저속에서 얌전하고 허세를 부리지 않는 V6 엔진은 언제나 매끈하고 세련됐다. 머리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 역시 맛깔스럽다. 더불어 4,500rpm을 넘어 8,000rpm 레드라인으로 긴박하게 치고 올라가자 넉넉한 페이스와 주행반경으로 감동을 안겼다.

기어 변환은 굉장한 기쁨을 안겨준다. 단행정이 하중을 조절하는 페달+스티어링을 완벽하게 가름하고 정확하게 조율했다. 장행정 변속기의 듬직한 촉감도 황홀하다. 현대적 바이와이어 액셀로는 결코 넘볼 수 없는 동작이다. 역설적으로 NSX는 선구적으로 바이와이어 디지털 방식을 받아들였고, 이질적 촉감을 극복하기 위해 힘을 들였다.
 

본격적인 기계식 스로틀 케이블은 NSX의 디지털 기능과는 완전히 궁합이 맞지 않는 느낌이다. 그리고 곧 F355가 그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다. F355의 페달은 스트로크 정점에서 윤활 처리가 필요한 무엇과 연결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누가 뭐라던 자유지만 페라리 V8 엔진은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쇳소리에 심한 냄새가 났고 성난 가락이 귀청을 때렸다. 아울러 때로는 F1 방식의 변속기가 잘 어울리지 않았고, 몇 킬로미터를 전속력으로 질주하자 수온계가 100℃로 치솟아 페이스를 늦춰야 했다. NSX는 그렇지 않다.

GT4의 복서 6기통 엔진은 NSX 엔진만큼 매끈하고 사용자 친화적이며, 다소곳하다. 동시에 F355 못지않게 카리스마를 뽐낸다. 두 라이벌에서 나와 카이맨으로 바꿔 탄 뒤, 액셀을 밟았을 때 위대한 엔진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을까? 그렇다. GT4의 반응, 주행반경, 사운드와 파워는 실로 눈부시다. 변속기와 액셀은 혼다만큼 감각적이지 않지만, 두 라이벌 앞에서 희귀하고 빛나는 개성을 선보였다.
 

NSX의 천재성은 곧바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덜컥거리는 처음 몇 킬로미터에서는 NSX에게 작은 실망을 느꼈다. 그립의 밸런스는 좋았으나 저속에서 그립을 시험하려 할 때 스티어링 조작이 힘들었다.

하지만 달리면 달릴수록 속도가 빨라졌다. 그리고 점차 연속적으로 급커브를 공략하자 NSX는 우아하게 코너를 자르며 전진했고 지시한 대로 정확히 주행라인을 그렸다. 고속에서 뜻밖에도 운전하기 쉬웠다. 엉덩이에 달린 스포일러만큼 명쾌했다.

NSX의 그립은 대단하지 않고, 난폭하게 몰아붙이면 살짝 언더스티어를 일으켰지만 고속 페이스에 이상적으로 조율됐다. 게다가 완벽한 무게 배분과 치밀한 피드백에 힘입어 그립이 얼마나 필요한지, 얼마나 여유가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또한, 신경질적인 기미가 전혀 없다. 코너 정점에서 방향조정을 할 필요도 거의 없다. 고속에 맞춰 조율됐을 뿐 아니라 자신감을 불어넣어준다. 코너링 밸런스가 뛰어았고, 승차감은 나긋했으며, 스티어링 기능은 절묘하다. 
 

다음은 클래식한 미드십 F355. 어느 모로나 페라리의 핸들링은 발랄하다. 스피드와 조건에 따라, 그리고 이따금 신중해야 할 때에도 현란한 생동감이 용솟음친다. NSX와는 달리 경이로운 능력과 여유를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순수한 기질이 초면의 드라이버를 사로잡는다. 

F355의 파워 스티어링은 가볍고, NSX처럼 기어비가 아주 낮다. 그러나 NSX와는 달리 바깥 바퀴에 하중을 싣기 시작하자 안정성은 곧 사라졌다. 솔직히 급커브를 공략하자 예상보다 심하게 롤링을 일으켰다. 게다가 스티어링은 한층 가벼워지고, 더욱 몰아붙이자 V8 엔진의 무게가 뒷바퀴를 오버스티어로 끌어들였다. 모두가 완벽하게 전달돼 F355의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것은 무척 재미있다. 하지만 얼마나 쉽게 그 한계에 도달하고 돌파할 수 있는지를 알았을 때 놀랍고 아찔했다. 

이제 다시 카이맨 GT4로 돌아왔다. 20인치 단조 휠에 미쉐린 파일럿 스포트 컵 2 타이어를 신었고, 그립과 반응, 핸들링은 여전히 뛰어난 평형과 조정력을 발휘했다. 대단히 유능했을 뿐 아니라 흠잡을 데 없으면서도 페라리만큼이나 발랄하다. NSX와는 달리 단 하나의 목표에만 충실하지는 않았다. 
 

앞으로 20년이 흐른 뒤, 만약 카이맨 GT4가 스포츠카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절묘한 조정력과 너그러움의 힘일 것이다. 다름 아닌 카이맨이 훨씬 당당하게 그 경지에 도달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번 비교시승에서 가장 위대한 인상을 남겼다고 할 수는 없다.

NSX는 예리한 비전과 제작기술로 전설 속의 위상을 굳게 지켰다. 중시하는 가치의 서열이 전혀 달랐고, 그 하나하나를 지극히 능란하게 이뤄냈다. 내 키가 5cm쯤 작고 돈이 넉넉하다면 구입해 영원히 타고 싶은 차다. 

글 · 맷 샌더스 (Matt Saunders) 
사진 · 스탠 파피오르 (Stan Pap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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