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의 틈새를 파고든다, 볼보 S60 크로스컨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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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의 틈새를 파고든다, 볼보 S60 크로스컨트리
  • 임재현 에디터
  • 승인 2015.12.22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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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로를 달릴 수 있는 낯선 스타일의 독보적인 세단. 유능하고 장비를 잘 갖췄지만 트렁크 공간은 실망스럽다

바야흐로 4도어 쿠페, 쿠페형 SUV 등이 각광받고 있는 크로스오버 전성시대. 이제 웬만한 조합은 다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상상력이 부족했나보다. 볼보는 세단과 SUV의 이종교배를 통해 ‘스포츠 유틸리티 세단’을 만들어 올해 초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선보였다. 

볼보의 대담한 실험이 전례 없는 것은 아니다. 일찍이 1970년대 말에는 미국 자동차메이커 AMC의 이글 세단이 있었고, 2000년대 초에는 ‘스포츠 유틸리티 세단’(SUS)이라는 명칭을 처음 쓴 스바루 레거시 아웃백 SUS가 나왔다. 
 

유니 보디에 네바퀴굴림이었던 이글은 오늘날 크로스오버의 시조로 평가된다. 이글의 콘셉트는 1990년대 중반 스바루 레거시 아웃백으로 계승됐고, 그 뒤를 볼보 크로스컨트리와 아우디 올로드콰트로가 따랐다. 

본격적인 4×4 모델이 없는 상황에서 레저용 자동차 붐을 타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크로스오버 시대를 연 선구자들이 됐다. 지금은 SUV 라인업을 충실히 갖추고 있음에도 아웃백, XC70, A6 올로드콰트로는 여전히 건재하며, 스테이션왜건 기반의 크로스오버 시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SUV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지만, 승용차 감각을 선호하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볼보는 이러한 상황을 놓치지 않고 왜건과 해치백에 이어 세단에도 크로스컨트리 모델을 추가하며 라인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제 크로스컨트리는 변종 파생모델을 넘어, 당당히 볼보 제품 포트폴리오의 한 축을 담당하는 서브브랜드로 변모 중이다. 현행 XC70도 다음 세대에는 크로스컨트리 이름표를 달 것이 거의 확실하다. 애초에 XC70은 V70 XC라는 이름이었다. XC는 크로스컨트리의 약자. 
 

저마다 스포츠카를 흉내 내며 지면에 납작 엎드린 자세를 추구하는 최신 세단들과는 반대로, S60 크로스컨트리는 껑충한 모습이다. 특이한 비례와 자세가 만들어내는 존재감이 굉장하다. 굵직한 선으로 벌집 모양을 낸 라디에이터 그릴, 앞뒤 범퍼와 로커 패널에 덧댄 금속 느낌의 스키드 플레이트, 튼튼해 보이는 휠 아치 몰딩 등 볼보의 크로스컨트리 스타일링 문법이 적용됐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정갈한 모습에(시승차의 브라이트 실버 메탈릭 색상이 효과를 더했다) 야성미와 불량스런 이미지가 섞인 이중적인 외모다. 개인적으로는 S60 크로스컨트리가 풍기는 ‘하드보일드’한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데, 다수로부터 지지를 받을 것 같진 않다. 
 

실내는 연탄 색과 크림베이지의 투톤 색상, 크로스컨트리의 상징 색인 갈색 스티치로 마무리한 시트, 사선으로 무늬를 낸 우드 트림 등을 제외하면 일반 S60과 다르지 않다. 소재는 우수하고, 시트는 최상급이며, 시트와 스티어링 휠 모두 조정 폭이 커서 이상적인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앞좌석은 넉넉하지만, 뒷자리는 타이트한 편. 특히 앞뒤 발 공간이 좁고, 머리 공간에도 여유가 없다. 키 180cm 이상이라면 편한 자세가 나오기 어렵다. 트렁크는 완전히 패키징의 실패다. 풀사이즈 스페어타이어를 실으면서 트렁크 바닥면 가운데가 툭 튀어나와 가뜩이나 좁은 S60의 트렁크 공간을 더 빼앗아갔다. 
 

트렁크 용량은 겨우 339L. 동급 세단보다 100L 이상 적고, 일반 S60보다도 40L 이상 적다. 6:4로 분할되는 리어 시트를 모두 접어도 트렁크 격벽의 뚫린 면적이 좁아서 큰 물건을 싣기 어렵고, 바닥면이 평평하지 않아서 쓰임새도 나쁘다. S60 크로스컨트리로 레저 활동을 즐기긴 위해선 루프 박스가 필수일 것 같다. 실용성은 왜건형인 V60 크로스컨트리에 크게 뒤진다. 

V60 크로스컨트리가 D4, D4 AWD, T5 AWD 등 3개 트림으로 판매되는 것과는 달리, S60 크로스컨트리는 국내에서 앞바퀴굴림 D4 단일 트림으로 판매된다. 가격은 4천970만원으로 동급 S60보다 330만원 비싸고, V60 크로스컨트리보다는 250만원 저렴하다. 
 

파워트레인은 신세대 4기통 2.0L 터보디젤 드라이브-E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 응답성이 좋고, 저회전 영역부터 풍부한 토크가 자연스럽게 나와 다루기 쉬우며, 회전이 매끄럽고 조용한 것이 신예 디젤다운 작동감이다. 변속은 빠르고 깔끔하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7.7초가 걸리고, 시속 210km에서 속력을 제한한다. 부족함을 느끼기 힘든 동력성능이다. 

S60 크로스컨트리의 지상고는 일반형보다 65mm 높은 200mm. XC60보다는 30mm 낮다. 서스펜션도 그에 맞춰 스트로크가 늘어났다. 또한, 235/50 R18의 편평비 높은 타이어를 적용해 S60보다 승차감이 확실히 좋다. 차체를 높이고 하이 프로파일 타이어를 달았지만, 코너링 자세는 의외로 안정되어 있고, 몸이 크게 기우뚱거리지도 않는다. 
 

S60에 비해 무게중심이 높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지만, XC60에 비해선 저중심인 만큼 운동 성능은 분명히 우위에 있다. 바로 이것이 키 높인 승용차들의 존재 이유다. 높은 지상고를 가져 험로 주행성을 확보하면서도 승용차의 주행감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지반 침하 등으로 노면이 고르지 못한 지방도로나 굽이진 산길을 빠르게 달려보면 약간 허둥지둥하는 기색을 보인다. 하지만 스티어링이 정확하고 그립이 좋아서 움직임은 괜찮은 편. 스티어링은 바깥세상과 동떨어진 감각으로 멍한 느낌이다. 
 

기본 장비는 매우 충실하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액티브 하이빔 컨트롤, 사각지대 경보, 차선 이탈 방지, 전방 추돌 방지, 보행자 및 자전거 감지 등 동급 최고 수준의 안전 장비를 갖추고 있어 든든하다. 최신형으로 업그레이드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센서스’에는 자체 개발 내비게이션이 적용됐다. 노력은 인정해주고 싶지만, 완성도와 사용성 모두 떨어져 무용지물이다. 

평소 아웃도어 레저를 즐기면서 세단은 너무 평범하고 왜건은 화물차 같고 SUV는 너무 크고 껑충해서 싫다면, S60 크로스컨트리는 당신을 위한 자동차다. S60 크로스컨트리가 어울리는 곳은 기본적으로 자연이지만, 다가올 겨울의 도시에서도 훌륭한 도구가 되어줄 것이다. 

글 · 임재현 에디터 (jlim@iautocar.co.kr) 
사진 · 김동균 (parag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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