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 클래스의 완성, 재규어 X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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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적 클래스의 완성, 재규어 XF
  • 닉 캐킷 (Nic Cackett)
  • 승인 2015.11.0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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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실내공간, 가벼워진 차체, 신형 4기통 디젤 엔진과 함께 돌아온 2세대 이그제큐티브 세단

2007년, 포드의 품에서 떠밀려난 재규어는 XF를 새롭게 선보이며 브랜드의 미래를 그렸다. 과거의 흔적으로부터 탈피하고, 진보적인 생각을 더해 이그제큐티브 세단은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 보여줬다. XF는 재규어가 건설하려는 왕조의 시작점이었다. 

그 후로 새로운 XJ, F-타입, 최신작인 XE가 뒤따랐다. F-페이스도 곧 출시될 예정이다. 그리고 왕조가 완성되기 직전, 재규어는 이들의 창시자를 완전히 개조했다. 새로운 XF는 구형과 비슷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부 다르다. 첫눈에 눈치채기는 어렵겠지만, 신형은 기존 모델보다 더 크다. XE와 차별하려는 것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목적은 더욱 넓은 공간을 제공하는 라이벌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다투기 위함이다.
 

특히 휠베이스는 51mm나 늘어났고, 덕분에 승객들은 넉넉한 뒷좌석 공간을 얻게 됐다. 더불어 트렁크도 눈에 띄게 길어졌지만, 66mm나 줄어든 앞 오버행 때문에 XF의 길이는 7mm 짧아졌다. 그리고 구형과 신형의 길이를 고려해 비교해보면, 신형이 상당히 가벼워졌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포드에서 얻은 구형의 초기 플랫폼은 강철로 만들어졌지만, 이제 XE처럼 알루미늄 구조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재규어에 따르면 줄어든 무게는 최고 190kg인데, 세단으로는 대단한 성과다. 차체 프레임과 함께 다이어트에 기여한 것은 24kg이나 가벼워진 4기통 인제니움 엔진이다.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63마력과 180마력의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된다. 그 중 163마력 엔진은 6단 수동변속기를 조합했을 경우 104g/km의 CO₂ 배출량과 25.0km/L의 연비를 기록한다. (제원은 모두 영국 기준) 
 

물론 최고출력 300마력과 380마력의 6기통 가솔린 엔진 모델들도 함께 출시될 예정이다. 하지만 180마력의 인제니움 디젤 엔진(114g의 CO₂ 배출량과 23.3km/L의 연비)을 얹은 중간급의 R-스포트 트림이 훨씬 더 많이 판매될 전망이다. 시승차는 180마력의 XF 2.0 R-스포트 모델이다.

구형 XF의 실내는 재규어의 낡은 이미지를 떨쳐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더 현란하게 디자인되었지만, 신형에서는 조금 더 간결하고 보수적으로 변했다. 수레바퀴 모양의 에어 벤트들이 양 옆으로 옮겨가고, 계기판의 디자인이 간소화된 것이 그 예다.
 

물론 인테리어가 나빠진 것은 아니다. 소재의 품질은 물론, 전반적인 마감도 굉장히 향상되었고, XE와의 등급 차이도 명확하게 표현되었다. 중앙 콘솔도 팔뚝 세 개만큼이나 널찍하게 마련되었고, 새로운 10.2인치 멀티미디어 스크린과의 궁합도 매우 좋다. 심지어 히터, 에어컨, 환기 제어버튼도 각각 따로 디자인되어 콘솔과 잘 어울린다. 

뒷좌석의 상황도 훨씬 나아졌다. 15mm의 레그룸, 24mm의 무릎과 앞좌석 간의 공간, 그리고 27mm의 헤드룸이 추가되었다. 각각의 수치는 작은 것 같지만, 다 합친 결과는 밀실 공포증으로부터 벗어나 기분 좋은 여유로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재규어는 XF가 BMW 5시리즈보다 3mm 넓은 레그룸을 제공한다고 하는데, 일단 키가 큰 성인이 타기에도 충분하다는 점은 확실하다. 
 

미흡한 부분도 없지는 않다. 예를 들어 창문 개폐 버튼보다 시트 메모리 버튼에 손이 더 잘 닿는다던지, 드라이브 모드 스위치가 너무 작다던지 같은 점들이다. 하지만 이건 사소한 불만일 뿐이고, 진정으로 큰 불편함은 새로운 인제니움 디젤 엔진이 듣기 좋은 사운드를 선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일단, 디젤 엔진이라는 사실을 굉장히 자주 상기시키게 될 것이다. 

XE에서와 마찬가지로 저회전에서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약간의 가속만으로도 디젤 엔진의 듣기 싫은 소음이 쉽게 전해진다. 소음으로부터 XF의 내부를 보호하려는 조치가 마련되었음에도, 4기통 엔진의 소리를 쉽사리 가라앉힐 수는 없다. 
 

인제니움 엔진은 세상에서 가장 활력있게 회전하는 디젤 엔진은 아니다. 그렇지만 1,750rpm에서 전달되는 43.8kg·m의 토크는 알맞은 기어비와 맞물려 충분한 탄력성과 순항 가능성을 갖췄다. 손, 발, 팔, 척추, 등처럼 운전자에게 중요한 부위들이 급격하게 밀려오는 만족감으로 휩싸이는 걸 감안하면 성능은 넉넉해 보인다. 더 큰 덩치에 맞추기 위해 약간의 조율을 거쳤지만, XE에서 느꼈던 다이내믹한 감정들은 성공적으로 XF에 이식된 것 같다.

고속에서의 모습도 흠잡을 데 없다. 옵션인 20인치 휠과 (재규어의 다소 차분한) 앞 - 더블 위시본, 뒤 - 인테그럴 링크 서스펜션을 갖춘 모델을 시승해보니, 안정성과 편안함이 완전하게 조율되어 있어서 중형 이그제큐티브 세단과 럭셔리 세단의 경계선을 무너트릴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확실하게 느껴진 감각은 정밀함이다. XF는 휠이나 차체 컨트롤에 단 1마이크론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엄격하게 제어하지만, 순종과 평온함 사이의 밸런스를 잘 맞춰준다. 스티어링도 정교하게 설계되었다. 이전 XF 모델에서는 유연하지만 고속에서 지나치게 민감했다면, 신형 XF에서는 세밀하게도 직감적으로 조종할 수 있다. 마치 운전대의 10시와 2시 방향 중 한곳에 손을 고정시켜놓고, 어깨의 비틀기만으로도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느껴질 정도다. 

섀시도 이에 맞춰 조율되었지만, 이전 XF를 잘 아는 자들에게는 약간의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포드에서 얻은 섀시는 삐걱거림과 비틀기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형은 약간의 경험만으로도 더 잘 만들어진 차량임을 알 수 있다. 재규어에 따르면 강성률이 28%나 높아졌다고 하며, 실제로 느껴지는 견고함은 독일산 경쟁자들과 견줄 만하다. 
 

가벼워진 중량에 따른 이득도 분명하다. 길어진 휠베이스의 영향으로부터 XF가 완벽히 벗어났다고는 할 수 없지만, 늘어난 차체 때문에 재미가 반감될지도 모른다는 의심으로부터는 해방되었다. 고속도로에서는 노면을 술술 읽어내는 섀시의 능력과 공평하게 나눠진 앞뒤 무게 분배 때문에 XF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충분한 그립과 계속해서 전해지는 피드백 덕분에 다소 무리해서라도 고속으로 몰아보겠다는 결정을 의식적으로 내릴 수 있다. 

재규어가 스스로에게 부여한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판단이 든다. 이번 2세대 XF는 더 정교하게 설계되었고, 더 넓어졌으며, 더 효율적이고, 더 고급스러워졌다. 어쩌면 라이벌들이 세운 기준 때문에 당연한 변화일 수도 있다. 
 

그리고 재규어는 틀림없는 성능을 보여주는 모델을 만든 것에서 끝내지 않았다. 오랫동안 충성심을 가지고 기여한 재규어의 운전자들에게, 그들 덕분에 발전했다는 사실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해줬다. 이런 감성적인 충족감과 더불어, 이그제규티브 세단이라면 갖춰야 할 모든 사양들을 다 갖췄다는 점에서 재규어 XF는 자신만의 독보적인 클래스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글 · 닉 캐킷 (Nic Cack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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